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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 스토리 | 직격 인터뷰] 홍성걸 국민대 교수의 진보·보수 맹타 

“정부,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 편 갈라 정권 유지” 

■ “범여권, 3분의 2 의석을 확보해 사회주의 개헌 시도할 듯”
■ “공수처 설치는 정권 치부 덮으려는 권력의 검찰 통제 의도”
■ “인사권으로 윤석열 막는다면 (대통령) 탄핵 사태 올 수도”
■ “모든 걸 다 내려놔야 할 보수 우파 가진 것 더 움켜쥐어”


▎홍성걸 국민대 교수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에 대해 “이념에 경도돼 현실을 간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여야의 극한 대치 속에 정국이 최악의 스모그에 갇혀 버렸다. 시장은 정부를 비웃기라도 하듯 정책이 의도한 것과 반대 방향으로 내달린다. 이념으로 양분된 대한민국 사회에서 통합의 메시지는 찾아보기 어렵다. 문재인 정부도 역대 정부와 마찬가지로 4년차 레임덕의 함정에 빠져드는 모양새다. 복잡하게 꼬여버린 실타래는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홍성걸 국민대(행정정책학부) 교수와의 인터뷰는 2019년 12월 6일 국민대 북악관의 연구실에서 약 두 시간에 걸쳐 이뤄졌다. 보수적 시각으로 현실 정치에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던 홍 교수는 최근 평론 등 외부 활동이 예전보다 줄었다. “활동이 뜸한 이유가 있냐”는 물음에 그는 “내 얘기를 듣고 싶지 않은가 보죠”라며 헛웃음을 지었다.

인터뷰 내내 홍 교수는 정책 수립 과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현재 드러나고 있는 모든 문제가 정책 수립 과정이 왜곡되어 있기 때문이란 게 그의 진단이다. 행정학과 정치학을 전공한 홍 교수는 한국정책학회 연구부회장을 거쳤다. 여러 가지 대화 주제는 자연스레 정책의 문제로 귀결됐다.

홍 교수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뒤 끝날 줄 모르는 적폐 청산을 조선시대 ‘사화(士禍)’에 견줬다.

“역사는 반복된다. 조선시대 후반 300여 년간 노론이 정권을 독점했다. 그중에 남인이 정권을 잡은 기간은 불과 30년 정도다. 이때 남인 정권이 노론에 복수했다. 하지만 노론이 정권을 되찾았을 때 가해진 보복은 두 배, 세 배 처절했다.”

지금 정부의 적폐 청산을 두고 하는 말인가?

“힘을 가질수록 더 관대하고, 더 양보해야 사는 길이다. 그런데 지금 정권은 너무 기고만장하다. 언젠가 민주당이 고스란히 되받을 날이 온다는 걸 모른다. 대한민국 정치사에서 ‘선례’의 힘은 엄청나다.”

그래도 개혁 과제를 미룰 순 없지 않나. 이를테면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도 그렇고.

“공수처가 아니면 검찰개혁이 아닌 것처럼 주장하는 건 전제가 잘못됐다. 과거 검찰이 특권을 갖고 있었던 건 사실이다. 그건 입법으로 검찰의 특권을 제한하고 뺏으면 된다. 꼭 공수처를 만들어야 검찰 특권이 사라지나? 공수처안을 보면 처장을 대통령이 임명한다. 실질적으로 여권 추천위원이 대다수다. 이건 전위대나 다름없다.”

의도가 불순하다고 보는 건가?

“검찰의 가장 큰 문제는 정권에 충성하는 거다. 검찰은 초기에 충성하다가 갈수록 정권에 치명적인 위협이 되어왔다. 범죄 관련 정보를 다루니까 힘을 응축해놓는다. 지금 정권은 끝까지 검찰의 목줄을 잡으려면 외부 조직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만약 공수처가 특권조직이 되면 그땐 어떻게 할 건가? 공수처를 견제할 기능은 현실적으로 거의 없다.”

“검찰을 끝까지 움켜쥐려 공수처 고집”


▎ 2018년 5월 25일 대한의사협회 회원들이 ‘문재인케어’ 반대 집회를 열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검찰개혁의 요체가 뭐라고 생각하나?

“진정한 검찰개혁은 검찰을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하게 하는 거다. 윤석열 검찰총장 이전까지 모든 총장들이 정권에 충성한 게 사실이잖나.”

공수처 외에도 인사권으로 검찰을 통제하는 방법도 거론되고 있다.

“추미애 의원이 법무부 장관에 임명돼 인사권으로 윤석열 총장을 막는다? 그러면 정국은 지금보다 더 엄중한 상황에 빠질 수밖에 없다. 탄핵 사태가 오지 않으리란 법 없다. 그리고 정권이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지도 않을 거다. 누구나 예상 가능한 걸 실행하는 건 어리석은 짓이다.”

어떤 의미인가?

“지금 정부 임기가 반환점을 돌았다. 그러면 모두가 다음 정권을 바라보게 된다. 검찰, 경찰, 국정원 다 마찬가지다. 다음번에 누가 되느냐에 관심을 두고 관련된 정보나 자료를 움켜쥘 거다. 누가 되느냐에 따라 크게 터지거나 숨어들겠지. 지금 정권이 바라는 방향으로 움직이기엔 변수가 많다.”

최근 청와대가 엮인 사건들이 계속 벌어지고 있다. 개인의 일탈이 우연히 겹쳤다고 보기엔 급변하는 상황이 심상치 않다.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을까. 홍 교수는 특히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을 엄중히 봐야 한다고 했다.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아 단정적으로 말하긴 어렵다. 지금까지 보도되거나 밝혀진 것들이 사실이라면, 엄청난 반민주적 정치 개입이다. 이전 정권에서 국정원을 동원해 댓글 공작을 벌인 것 수준의 문제가 아니다. 완전히 선거 결과를 조작한 게 아닌가. 윤석열 개인의 독특한 캐릭터가 아니었다면 덮였을 거다.”

자유한국당이 총공세를 펼치는 것에 비해 여론은 그리 우호적이지 않다.

“현재로선 희망이 별로 안 보인다. 보수다운 보수가 없다는 게 지금 보수 우파의 문제다. 진짜 보수 우파라면 모든 걸 다 내려놔야 하는데 움켜쥔 걸 놓지 않으니 공감을 못 얻는다.”

보수가 통합해 힘을 집중한다면 달라지지 않을까?

“선거공학 차원으로는 당연히 통합되는 게 옳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통합의 문제가 아니라 보수 가치 본질의 문제다. 보수 정치 세력에게는 품위와 도덕성, 공동체 정신이란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덕목이 있다. 대한민국을 위해 내 모든 걸 희생할 수 있는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보수주의자다. 역사적으로도 그렇다.”

홍 교수는 석 달 전 [한국 보수주의, 미래는 있다]라는 책을 펴냈다. 그는 저서에서 미국의 보수적 사상가 러셀 커크의 ‘보수주의 십계명’을 인용하며 보수의 본질 회복을 촉구했다. 2018년에는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회의 ‘좌표 및 가치 재정립 소위원회’를 이끌며 자유와 민주, 공정과 포용을 보수가 추구해야 할 가치로 제시했다.

자유한국당의 한계는 뭐라고 보나?

“워낙 이미지도 안 좋고, 제각각 잘난 사람이 너무 많다. 그런데 희생은 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러니 국민에게 믿음을 주지 못한다. 모든 걸 버려야 하는데 자꾸 과거를 움켜쥐려고만 한다. 대한민국의 미래에 대한 비전을 세워야 할 때다. 그동안에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지지율이 안 떨어졌지만 이번 총선에서 진짜 표심이 나오리라 본다. 한국당은 지금부터라도 준비해야 한다.”

“시장은 민심. 민심 이긴 정권 없었다”


▎2017년 10월 20일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가 공론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건설 재개가 59.5%로 중단(40.5%)보다 높게 나왔다.
현 정부의 정책에 관해 말해보자. 현 정부가 추구하는 목표는 대체로 노무현 정부를 계승하는 것 아닌가?

“두 대통령의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 노무현 정부도 진보 좌파로 분류되지만, 대통령 자신이 이게 아니다 싶으면 즉시 받아들이고 고치는 사람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고집불통이다. 잘못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정책 능력에 있어선 거의 제로다.”

홍 교수는 자신이 겪은 일화를 소개했다.

“2017년 대통령 선거를 앞둔 2월쯤 후보자 토론회에 내가 질문자로 참석한 적이 있다. 사전에 질문지를 달라고 요청한 건 문재인 캠프뿐이었다. 결국 질문지를 미리 주고 질문했는데 제대로 답한 게 하나도 없었다. 질문 자체를 이해하지 못한 거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주변에 진을 치고 있는 사람들한테 받은 정보만 갖고 판단한다. 그러니 부동산도 그렇고, 엉뚱한 말이 튀어나오는 거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9년 11월 19일 방송으로 생중계한 국민과 대화에서 “전국적으로 부동산 가격이 하락했을 정도로 안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서울의 아파트값이 24주 연속 상승하면서 지방 부동산 가격을 끌어올리는 강세장이 지속하고 있다.)

정부로선 가용한 정책 수단을 동원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부동산의 경우만 봐도, 상한제는 실패한 정책이다. 노무현 정부 때 이미 입증됐다. 그런데 똑같은 정책으로 시장과 싸우고 있다. 시장과 싸워서 이긴 정권은 없다. 시장은 민심(民心)이다. 소비자는 정책을 시그널로 인식한다. 시장이 정책 취지와 반대로 가고 있다면 시그널을 잘못 주고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그걸 더 강화하고 있다. 결국 피해는 주택 실수요자들에게 돌아간다. 자신들이 제일 위하겠다던 서민이 피해를 보는 거다.”

‘포퓰리즘의 역설’을 의미하나?

“주 52시간제를 예로 들어보자. 취지가 좋으니 ‘주 52시간’을 정책의 목표로 정할 순 있다. 다만 어떤 과정을 거쳐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를 따질 때는 사실과 과학적 증거에 따라 평가해야 한다. 정책실험을 통해 문제점이나 개선방안도 찾아보고 확대 시행할지 말지를 정하는 게 순서다. 그런데 이 정부는 그런 과정을 생략한 채 결론을 왜곡한다.”

정책 수립 과정부터 잘못돼 있다는 건가?

“그동안 정책을 펼쳐온 과정을 보면 이 정권만큼 가치와 이념에 경도된 경우를 보지 못했다. 정책을 수립할 때 가치와 이념, 사실, 과학적 근거 네 가지 요소의 균형을 맞추게 돼 있다. 사실에 기초한 과학적 근거가 나오면 정책의 내용과 방향을 바꿔야 한다. 그런데 이런 절차를 무시하니 효과적으로 쓸 수 있는 예산이 낭비되고 부작용만 나타난다.”

명분을 위해 수단을 정당화하는 건 잘못


▎2018년 7월에 진행된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 공론화위원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숙의 과정을 비판하는 메모를 부착했다.
예를 들면 어떤 사례가 있나?

“탈원전 정책이 대표적이다. 환경보호라는 이념과 가치에 치우쳐서 현실을 깡그리 무시했다. 한때 탈원전을 추구했던 세계 선진국들이 기후변화의 대안으로 원전을 채택하고 있다. 기저발전으로 원전을 가동하면서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병행하는 거다. 기술이 발전해 신재생에너지 생산단가가 떨어지면 차차 비중을 늘리는 방향이다.”

탈원전 정책의 실질적인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나?

“다른 원전 선진국들이 탈원전 정책을 펼 때 우리는 계속 원전을 연구해왔다. 그래서 한국형 원전기술도 보유하게 됐다. 한국형 원전은 투자액 효율성이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만큼 뛰어난 경쟁력을 갖고 있다는 의미다. 우리는 아랍에미리트 바라카 원전에 4기를 수출했다. 지금 전 세계적으로 건설 예정인 원전이 100여 기에 달한다. 최하 600조원, 최대 2000조원 시장이다. 우리가 명함만 내밀면 되는 미래 먹거리다. 그렇게 60년간 만들어놓은 원전 생태계를 불과 2년 반 만에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탈원전을 해도 수출에는 문제없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말도 안 되는 논리다. 바라카 원전의 경우 원래 우리가 시공만 해주기로 했다가 유지보수까지 맡게 됐다. 유지보수 계약은 보통 20년 단위다. 그런데 우리가 탈원전을 선언하면서 이 계약이 5년으로 쪼개졌다. 게다가 우리만으론 믿지 못하니 벨기에가 함께하도록 했다. 공동으로 유지보수를 하려면 우리가 원전의 정밀 설계도를 공유해야 한다. 수십 년간 개발한 원전을 남에게 내주게 된 셈이다. 탈원전을 하는 바람에 이런 일이 생겼는데 문제가 없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왜 그런 일이 벌어지나?

“이념과 가치를 기준으로 의사결정을 해서 그렇다. 주류사회를 교체해야 한다는 목표가 생기면 그것만 생각하지, 과정이나 합법성 여부를 따져보는 건 무시한다. 그게 80년대 운동권의 전형적인 특징이다. 명분이 옳으면 모든 수단과 방법을 정당화한다. 그 과정의 비용이 아무리 많이 들어도 우리 사회가 감수해야 할 것으로 합리화한다. 굳이 치르지 않아도 될 비용을 낭비할 게 빤한데도 기어코 고집한다.”

경제 문제도 난맥상이란 비판이 높아진다.

“우선 소득주도성장(소주성) 정책만 봐도 애초에 문제가 예견됐던 게 현실화하고 있다. 소주성은 역사상 성공한 적이 없는, 문제가 많은 이론이다. 소득이 증가하면 시장 수요가 창출되고 생산이 늘어나 성장할 거라고 믿었는데 실제 해보니 어떤가. 어려운 사람들은 소득이 생기니 저축을 한다. 디플레이션이 생기는 이유다. 고생해본 사람은 돈을 쓰기보다 나중을 위해 저축을 하게 마련이다. 빚이 많은 사람은 어떤가. 빚부터 갚는다. 저소득층을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들이 막연한 상상으로 정책을 하니 실패하는 게 당연한 일 아닌가.”

“우리가 져야 할 짐, 미래 세대에게 떠넘겼다”


▎패스트트랙 법안 철회와 문재인 정권 국정농단을 규탄하면서 국회 로텐더홀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는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의원들. / 사진:연합뉴스
보편적 복지를 확대하는 건 국민에게 필요한 정책 아닌가?

“치료비 걱정 없는 나라, 일 안 해도 먹고살게 해주는 나라. 사회주의 인민공화국밖에 더 있나? 일 안 해도 먹고살 수 있다면 누가 열심히 일할까. 인간의 본능이 그렇다. 문재인케어의 경우 취지는 좋지만, 이것저것 건강보험을 적용해주니 필요하지 않아도 일단 입원하고 CT, MRI 찍고 다 한다. 청년들이 실업수당 받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6개월, 1년 일하고서 실업수당 받아서 여행 다닌다. 4대 보험이 안 되는 곳에서 아르바이트한다. 그런데도 아무도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정부 정책을 똑똑하게 이용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이러고도 나라가 잘될 거라고 생각하면 그게 불공정한 것 아닌가.”

복지 확대는 이전부터 이어져 온 기조다.

“물론 복지는 확대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과거와 지금 정부 정책은 성격이 다르다. 인구 구조상 복지 지출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65세 이상 고령 인구가 늘어나는 건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그래서 이전 정부들은 증가를 최소화시켜 지속가능성이 길어지는 정책을 펼쳤다. 우리가 허리띠를 졸라매야 미래 세대가 조금이나마 부담을 덜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 정부 들어 고삐를 확 풀어버렸다.”

지금 져야 할 짐을 미래 세대에게 떠넘긴단 말인가?

“지금 태어나는 아이가 연간 30만 명이다. 베이비부머인 우리 때에는 100만 명이 태어났다. 아직까진 베이비부머가 경제 주축이니 괜찮아 보이지만 이들이 은퇴하기 시작하면 어떻게 될까. 15년 후쯤이면 100만 명을 30만 명이 먹여 살려야 한다. 한번 복지재정이 악화하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다.”

청년 세대를 위한 지원정책도 많지 않나?

“공짜로 주는 건 올바른 정책이 아니다. 우리 대학이 있는 성북구만 해도 중학교 2학년이 되면 책 사보라고 10만원씩 준다. 지자체마다 현금 퍼주기 경쟁이 벌어진다. 돈이 많아서 주면 모르겠는데, 중앙재정 도움받아 겨우 유지하면서 그런 짓을 하니 문제가 되는 거다. 정부가 다 책임지겠다면서 여기저기 퍼주고, 일자리도 다 직접 만들겠다고 하고. 정부가 일자리를 만드는 나라가 사회주의 국가 말고 또 어디 있나.”

최근 국회 예산정책처 분석에 따르면 2020년 현금지원 예산사업 중 중복사업으로 분류된 규모가 23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현금 지원 복지 사업은 2019년보다 10%가량 늘어난 54조원에 이른다.

“청년이 어려운 이유는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원하는 일자리가 없다. 서울시가 청년에게 주는 현금 지원 예산만 해도 3000억원이 넘는다. 그걸 산업에 투자해보자. 그 돈을 용돈 삼아 일자리 찾는 인원보다 더 많은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현 정부 임기 첫해에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하면서 기업 경영에 문제가 생기니까 52조원을 들여 임금을 보전해줬다. 그걸 기업 활동에 투자했으면 얼마나 좋았겠나. 정책을 공부해본 사람이라면 절대 저렇게 못 한다.”

비판만 하지 말고 정책적인 대안도 제시해 달라.

“모든 정책을 수립할 때 일자리 창출 효과를 반드시 점검하도록 만들면 된다. 어떤 정책이든 일자리 창출에 부정적인 요소를 차단하면 된다. 걸림돌이 되는 규제는 과감히 풀어버려야 한다. 이번 정부는 일자리에 관심이 많다는 시그널을 주는 거다. 정부는 원칙만 세우면 된다. 그러면 시장은 일자리를 만드는 쪽으로 투자를 늘리고 알아서 움직인다.”

정부 정책도 일자리 중심으로 펼치고 있지 않나?

“지금 방식은 일자리 창출을 장려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원하는 쪽으로 안 가면 벌을 주는 방식이다. 인센티브 시스템이 아니라 네거티브다. 이런 식으로는 시장이 따라오지 않는다. 그럼 결국 정부가 인위적인 강제 정책을 쓸 수밖에 없다. 성과를 내야 하니 공공기관을 앞세워서 직접 일자리를 만든다. 공무원을 늘리고, 공공기관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정책이 그것이다. 하지만 이건 일자리를 만드는 게 아니라 미래의 막대한 잠재적 부채를 만드는 거다.”

“2년 반 기다렸는데 더 기다리라는 건 가혹하다”


▎홍성걸 국민대 교수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초심으로 돌아가 취임사의 약속을 지키라”고 조언했다.
홍 교수는 저서 [한국 보수주의, 미래는 있다]에서 복지와 재분배에 관한 보수와 진보의 시각차를 각각 ‘기회의 평등’, ‘결과의 평등’이라고 정의했다.

“혁신은 경쟁을 통해 이뤄진다. 그런데 지금 대한민국은 경쟁을 제한하고 있다. 대학 입시정책의 가장 중요한 모토가 사교육을 없애는 것이었다. 정부는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을 분열시켜서 정권을 유지하고 재창출하려고 한다. 그러니 모든 걸 포퓰리스트적으로 하는 거다. ‘타다 금지법’만 봐도 그렇다. 표 때문에 혁신을 막는 거다.”

문제가 뭐라고 보나?

“전반적인 정책의 방향이 잘못됐다. 지금의 부동산 정책은 보유자 때려잡아 밑으로 주는 식이다. 한마디로 표를 사겠다는 거다. 모든 정책의 방향이 사회주의를 향하고 있다. 그러니 내년 총선 때 범여권이 3분의 2 의석을 확보해 사회주의로 개헌하려고 한다는 의심을 받는 거다.”

현재 상황이 그토록 절망적으로 보이나?

“물극필반(物極必反)이란 말이 있다. 사물의 전개가 극에 달하면 반드시 돌아오게 돼 있다. 현재로선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아직 극에 달하지 않아서 그렇다. 지금 대한민국이 처한 상황을 돌리려면 더 큰 시련이 올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러기엔 국민이 너무 불쌍하다.”

문재인 대통령의 반대 진영에 선 학자로서 어떤 조언을 하고 싶은가?

“취임 때 약속한 대로 모두의 대통령이 되어 달라고 부탁하고 싶다.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사는 지금까지 대통령 취임사 중 가장 감동적이었다. 명문장이다. 나를 지지하든 지지하지 않았든 모든 국민을 섬기고 통합할 거라고 했다. 모든 인재를 모아서 쓰겠다고 했다. 그렇게 했는지 묻고 싶다. 또 야당을 국정 파트너라고 말했지만, 현실은 어떤가. 제발 잘못된 정책을 고집하지 말고 근본부터 살피길 바란다. 2년 반을 기다려왔는데 더 기다리라는 건 너무 가혹하다. 실패한 정책은 버려야 한다.”

제1 야당의 대표인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에게도 충고를 한다면.

“황 대표는 가장 소중한 걸 걸어야 한다. 모두 황 대표를 대선 후보라고 생각하잖나. 황 대표가 지금 대선 후보의 길을 가면 보수를 살리는 일을 제대로 할 수 없다. 반대로 보수를 살리면 본인이 원하지 않아도 대권의 길이 열린다. 우선 보수를 살리는 걸 소명으로 삼겠다는 선언을 해야 한다. 그래야 미래가 있고, 진짜 국민이 원하는 대통령이 될 수 있다. 지금부터 대선 후보의 꿈을 펼치려 한다면 누가 보수 통합에 힘을 보태겠나.

- 글 유길용 월간중앙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 사진 전민규 기자 jun.mink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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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호 (2019.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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