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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 인터뷰] ‘민주당 경제 브레인’ 홍성국 의원이 말하는 수축사회 이후 한국경제 

“정부 주도 자본주의로 가지 않으면 일본처럼 축 처진다” 

지금은 국가채무보다 가계부채를 더 걱정해야 할 상황… 정부가 나서서 사회 양극화 조정해야
코로나19 이후 지원금 끊기면 진짜 위기 올 수도… 2~3년 뒤 부동산 가격은 지금보다 낮을 것


▎홍성국 민주당 의원은 “신자유주의 시대는 끝났다”고 말한다. 오직 정부만이 경제·사회 양극화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경제는 정치와 결부돼 있다. 그리고 의회에서 여당인 민주당은 174석을 확보하고 있다. 결국 2021년 한국 경제를 전망할 때, 정부·여당의 의중은 결정적인 요소다. 이런 맥락에서 홍성국(57) 민주당 의원의 위상은 독특하다. 초선 의원이지만, 민주당 거시경제 정책의 브레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민주당 경제대변인과 K-뉴딜위원회 디지털분과 실행지원 TF 단장을 겸임하고 있다.

정치인이 되기 전, 그는 ‘30년 증권맨’으로 살았다. 대우증권 사장까지 올라갔다. 2016년 11월 대우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의 통합 작업을 마무리한 뒤 자진 사임했다. 이후 [인재 vs 인재] [수축사회] 등의 책을 펴내며 미래학자로서 시장에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증권맨과 미래학자는 ‘미래를 파는 업(業)’이라는 점에서 교집합을 갖는다.

시장주의자 이미지가 강했던 그의 민주당 입당은 의외로 받아들여졌다.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는 큰 정부를 지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홍 의원은 “케인지언정책(영국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의 이론에 기초한 경제정책. 실업에 대처하기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경제에 개입해야 한다는 주장)보다도 더 강한 국가중심적 자본주의가 요구되는 수축사회에 직면해 있다”고 강조한다. 시대의 큰 물결이 바뀌었다는 시각이다. 진단이 다르면 처방이 바뀔 수밖에 없다. 12월 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홍 의원과 만났다. 바로 전날 예산안이 통과됐음에도 그는 여전히 바빴다. 홍 의원은 “오늘 점심을 먹지 못했다”며 “같이 도시락을 먹고 난 뒤 인터뷰를 하자”고 했다.

사상 최대 규모의 558조 예산이 통과됐다. 한국판 뉴딜 예산(약 21조원 규모)은 다소 줄었지만 원안이 거의 유지됐다.

“야당도 내년 경제가 녹록지 않다는 걸 인정했기 때문에 여야 합의로 예산안이 통과될 수 있었다. 한국판 뉴딜은 장기 사업이다. 다음 정부도 안할 수가 없다. 예를 들어 풍력발전소 하나를 지으려면 땅 사고, 인·허가 받고, 기타 등등 시간이 많이 걸린다.”

일각에서는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47.3%)이 가파르게 상승하는 것에 따른 우려가 나온다.

“국가채무는 전 세계의 이슈다. OECD 국가 중에서 한국은 GDP 대비 정부 지출이 가장 적은 나라 중 하나다. 다만 증가 속도가 빠르다. 고령화, 산업구조 전환 등의 문제가 작용한 탓이다. 그러나 경제는 한번 시스템이 망가지면 복구비용이 훨씬 많이 든다. 정부는 예산을 충분히 써서 시스템이 유지되도록 보조해야 한다. 만약 (처음 코로나19가 덮쳤을 때) 정부가 추경도 편성 안 하고 가만히 있었다면 지금 자영업자들은 거의 다 부도났을 것이다. 그 사회적 비용은 얼마나 컸겠나.”

“정부가 레버리지 효과 일으켜야”


▎수축사회 함정에 빠진 일본은 아무리 돈을 풀어도 좀처럼 실물경제가 살아나지 않으며 중국에 밀리고 있다.
원래는 망했어야 할 부실한 기업이나 자영업자도 코로나19 보조금 덕분에 좀비처럼 연명하고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는 나중에 국가 경제에 더 큰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

“국가를 새롭게 개조하기 위해 위기일수록 미래 산업에 투자해야 한다. 다른 나라는 투자 여력이 작지만, 한국(정부)은 돈이 있다. 레버리지 효과(‘적절한’ 부채를 이용한 성장)를 일으켜야 한다. 정부가 예산 쓰는 것도 큰 그림에서 그렇게 보셨으면 좋겠다. (정부 주도로) 미래 산업에 투자해서 성공하면 거기서 일자리가 생긴다. 더 잘되면 정부가 쓴 돈을 회수할 수 있다. (정부는) 당장 눈앞만 보지 말고, 이런 꿈을 가지고 정책을 펴야 한다. 1997년 IMF,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국가채무비율이 건전했음에도) 정부가 돈을 덜 써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눈물을 흘렸나.”

장기적으로 그렇게 되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단기적으론 유동성이 너무 풀려 있다. 양극화 심화가 불가피하다.

“가장 큰 문제다. 미국은 상위 1%가 40% 중산층 자산을 넘어서고 있다.(2019년 11월 기준) 한국은 상위 10%가 소득의 45%를 차지한다.(2012년 IMF의 소득집중도 통계, 2015년 한국노동연구원 통계에서는 48.5%) 코로나 이전과 이후 트렌드는 달라지지 않았다.”

큰 흐름은 변하지 않았지만, 코로나19 상황이 초래한 돈 찍어내기 여파로 양극화 속도는 더 빨라졌다.

“공급과잉의 시대다. 부채는 역사상 가장 많다. 국가부채를 논하지만, 사실은 가계부채를 이야기할 때다. 신자유주의와 세계화로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졌고, 사회 양극화가 나타났다. 세상이 제로섬 게임이 되고 있다. 사람들이 싸우고, 갈등하고, 기득권은 해체되고 있다. 코로나19는 이런 현상을 심화시켰다. 세계 모든 국가가 이를 치유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미국 대통령 선거의 본질도 양극화였다. 트럼프는 ‘러스트벨트를 살려 일자리 만들겠다’, 바이든은 ‘빈민을 구제하고 분배 중심 정책을 쓰겠다’는 것이었다.”

양극화에서 밀려난 계층을 대상으로 삼는 포퓰리즘 정치가 기승을 부릴 수 있겠다.

“쇼비니즘, 징고이즘, 나치즘, 파시즘, 내셔널리즘 같은 현상도 포퓰리즘이다. 이것들은 본질적으로 제로섬 게임이다. ‘남’을 배제하는 것이다.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세력이 나타났다. 필리핀의 두테르테, 일본의 아베, 미국의 트럼프, 영국의 존슨 등이다.”

‘불안사회’의 일상화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벼락거지’라는 신조어가 출현했다.

“가령 자살 방지 정책으로 콜센터 설립, 마포대교 터널화 등은 본질적인 것이 아니다. 장기적으로 과거보다 훨씬 약화된 사회의 심리적 기반을 보완해줘야 한다.”

다시 말하면 근본적으로 경제 양극화를 치유하는 주체는 국가여야 한다는 뜻인가?

“케인스 모델은 경제 정책에 국가가 개입하는 것이다. 그러나 케인스가 활동하던 1930년대보다 사회적 불평등이 훨씬 더 광범위하고 깊다. (이를 조정할 주체는) 국가밖에 없다. ‘국가가 판을 깔아줘야 하는’ 국가중심 자본주의라는 개념이 나온 배경이다.”

“금리 내리고 돈만 풀면 국민은 각자도생”


▎문재인 대통령이 11월 25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한국판 뉴딜 대한민국 인공지능을 만나다’ 행사에 참석했다. / 사진:청와대 사진기자단
지금 젊은 세대들은 부동산과 주식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하고 있다. 국가를 믿는 게 아니라 각자도생에 방점이 찍혀 있다.

“수축사회에서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각자도생이다. 다만(부동산, 주식을 모두) 잘할 수 있는 건 아니지 않나? 그러니까 국가가 룰을 만들어줘야 한다. (현재 패닉바잉, 체념바잉은)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다. 내가 의원으로서 금융 규제를 많이 내는 이유다. 평소 (투자) 안 하시는 분들이 사기 당할까 봐.”

2014년 [세계가 일본된다]라는 책을 썼다. 한국이 일본의 전철을 밟고 있는 것인가?

“큰 그림은 비슷하다. 저성장·저금리·저출산·저물가, 우리가 흔히 아는 일본의 축 처진 모습이다. 일본의 1980년대 버블은 지금 한국에 나타난 것보다 훨씬 강했다. 버블이 붕괴할 때 일본 정부는 개입을 적게 했다. 그러면서 일본의 주요 산업이 문을 닫았다. 그 결과 나라가 디플레이션에 빠졌다. 인건비, 물가가 20년 넘게 거의 오르지 않았다. 우리가 일본에 가면 ‘한국보다 물가가 싸네’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바닥에는 (디플레 장기화가 초래한) 일본 국민의 희생이 깔려 있다.”

한국이 일본처럼 흘러가지 않을 긍정적 요소를 꼽자면?

“소재·부품·장비 분야를 제외하면 일본의 산업은 경쟁력을 잃었다. 반면 한국은 세계적인 사업이 많다. 조선업만 봐도 예전에 비해 망가졌다고 해도 효율성은 세계 1위다. 철강업이 암울하다 해도 포스코는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배터리(2차전지), 반도체, 디스플레이, 휴대폰 등에서도 1등이다. 일본은 경제 기력이 달리는 동안 산업도 같이 몰락했는데 한국 산업은 아직 강하다. 또 하나 꼽자면 한국은 어쨌든 정권이 최소 5년 유지된다. 반면 1990년대 일본은 수상이 9번 바뀌었다. 그러다 아베 정권이 왔다. 아베가 한 것은 금리 내리고 돈 푼 것밖에 없다. 잃어버린 30년이 된 것이다.”

“한국판 뉴딜은 코로나 사태 이후의 경제 체력 위한 것”


▎홍성국 민주당 의원은 코로나19가 진정되고 생활이 정상화되는 2021년 시점에 “경제가 진짜 시험대에 설 것”이라고 생각한다.
홍 의원이 속한 민주당은 일본과 같은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한 대안으로 한국판 뉴딜을 제안했다.

“(K-뉴딜 성공 전략이라는 책자를 보여주며) 2000~2010년 세계 교역량에서 흑자가 났던 산업은 2010년 이후 적자로 바뀌고 있다. 기존 산업으로는 더 이상 안 된다는 뜻이다. 모든 투자가 무형산업으로 옮겨가고 있다. 클라우드 만져본 적 있나? 인공지능이 어떻게 생겼나? 빅데이터는 무슨 냄새가 나나? (미국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의 자산은 무엇인가? 이런 트렌드에 아직까지 한국은 잘 따라가고 있다. 그리고 어떤 산업이든 세계 1등을 하면 돈을 번다. 공급과잉이라는 조선업에서도 한국은 세계 1등인 LNG(액화천연가스) 운반선에서 수주가 된다.”

K-뉴딜은 정부 주도로 세계 1등 산업의 인프라를 깔아주겠다는 발상인가?

“어느 나라나 미래 산업을 키우기 위해 열심히 한다. (이 경쟁에서 이기려면) 가령 매년 10조씩 써서 10년(총 100조)을 투자하는 게 아니라 ‘초기에 돈을 더 많이 쓰자’는 것이다. ‘민간펀드를 조성해 민간 돈까지 끌어 쓰자’는 것이다. 다른 나라는 매년 정해진 예산을 쓰는데 우리는 (투자 타이밍이 선제적이고 양이 더 많으니) 초격차가 발생할 수 있다. 그 다음부터는 정부가 개입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돌아간다. 이게 K-뉴딜의 철학이다.”

소위 ‘눈덩이 효과’를 노리는 것인가?

“그렇다. 초기 투자가 왜 중요한지는 주요 기술의 침투율이 알려준다. 자동차는 0%에서 10%까지 보급될 때 1년에 0.59%씩 늘었다. 10%에서 30%까지 보급될 때 1년에 3.33%씩 증가했다. 30%에서 50%까지 보급될 때 1년에 4%씩 늘어났다. 이것은 전통산업 이야기다. 첨단산업으로 갈수록 이 비율이 빠르게 증가한다. 예를 들어 전기차는 보급 초기 단계인데도 1년에 침투율이 4%씩 늘어나고 있다. 다시 말해 시기를 넘겨서 투자하면 늦게 된다. 그린 뉴딜은 미국 바이든도, 중국도 거의 똑같이 투자한다. 글로벌 동향을 체크하고, 알려주는 게 (민주당에서) 내 임무이기도 하다.”

2021년 글로벌 경제 상황은 어떻게 보나?

“코로나19 치료제나 백신이 나오는데 효과가 있는 것 같다. 이미 자산시장은 치료제와 백신을 광범위하게 맞은 걸 가정하고 움직이고 있다. 지금의 주가, 부동산은 (정상화 시점의) 가격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선진국의 50~60%가 백신을 맞은 내년 4~5월쯤 되면, 경기가 상당히 정상화될 것이다. 내년 여름이면 그동안 눌려왔던 내수시장이 용수철처럼 튀어 오르는 모습이 나올 것으로 본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부터다. 금리를 너무 낮췄더니 부동산 문제가 생겼고, 가계부채가 늘었다. 이는 한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전 세계가 그렇다.”

그렇다면 한국의 2021년 경제 전망도 비슷한 궤적을 그리겠다.

“(코로나19라는 이변 탓에) 각국 정부가 해도 해도 너무할 정도로 개입했다. 미국도 실업수당을 무진장 주고 있지 않나. (코로나 팬데믹이 진정되면) 풀어놓은 돈들을 거둬들여야 한다. 그 돈을 그냥 놔두면 물가가 너무 올라가서 경제가 파탄 난다. 양적완화를 멈추고, 경기부양책을 추가적으로 실시하지 않을 것이다. 내년 여름쯤 코로나가 끝나면 해외여행도 갈 수 있으니 좋겠지만, 그것은 순간이다. 진짜 위기는 거기서부터 온다.”

진짜 위기는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온택트 온라인 소비는 한번 늘어나면 줄어들지 않는다. 미묘한 이야기이지만, 오프라인 상권 중 일부는 (코로나19로 인한) 긴급지원금, 지역상품권 덕분에 근근이 먹고 살았다. 이런 것들이 다 축소되면 (정부 지원이 없는) 원래대로 회귀하게 된다. 내년 3분기 이후 다시 어려워질 수 있다. K-뉴딜은 그 시점의 경기하강을 받치기 위해 지금부터 계획을 짜고, 자원을 마련해야 한다. ‘진짜 체력’은 경제를 다시 들어올리기 위한 노력에서 나오는 것이다.”

달러의 약세, 암호화폐의 강세

수축사회 탈출은 경제성장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사회정책의 동반을 제시했는데 굉장히 균형을 맞추기 어려울 듯하다.

“그렇다. 수축사회에서 파생된 변화다. 우리 사회를 보면 이익단체 간의 다툼이 많다. 예를 들면 ‘타다’가 그랬다. ‘우버’도 우리와 같은 이유로 미국에서 어려워졌다. 택시기사들이 반대하니까. 이런 사회 갈등 요인은 산업이 바뀌고, 사람이 바뀌고, 행복을 느끼는 방식이 달라지면서 비롯됐다.”

원·달러 환율이 계속 내려가고(12월 3일 1100원 선이 무너졌다) 있다. 향후 전망과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어떻게 보나?

“달러 약세는 미국이 약화하고 있다는 것, 코로나가 물러갔을 때 어느 나라 성장률이 좋겠냐는 것, 두 가지를 생각해야 한다. 두 번째의 답은 (미국이 아니라) 중국이다. 2021년에도 중국 경제는 상대적으로 강건할 것이라고 (글로벌 외환시장이) 보는 것이다.”

안전자산으로 평가받았던 달러와 금이 동반하락하고 있다. 반면 비트코인은 강세다.

“암호화폐, 디지털 커런시(currency) 관련 논의가 굉장히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두 달 전쯤에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에게 ‘한국은 왜 이 안건을 다루지 않느냐’고 질의했다. ‘할 것’이라는 답변을 들었다. 디지털 화폐가 커지면 달러의 대항마가 될 수 있다. (달러 약세와 맞물려) 디지털 화폐가 세계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디지털 화폐로 결재하는 회사도 많아지고 있다.”

그렇다면 원·달러 환율은 더 떨어질 여지가 있다고 봐야 할까?

“한국 산업은 중국 의존도가 높다. 그래서 우리나라 환율은 방향성은 중국의 위안화와 동조한다. 지금 위안화가 상당히 강한 상태다. 환율은 예측이 상당히 어렵다. 다만 원·달러 1100원이 깨진 것에서 조금 더 하향하는 수준, 1050~1060원 대가 아닐까 싶다. 실질적으로 우리나라 환율은 고평가돼야 한다. 그러나 남북대치 상황이나 한국은행의 부분적 시장 개입 등으로 이렇게(상대적 저평가) 된 측면이 있다. 우리는 수출 중심 국가인데 환율이 떨어지면, 기업생산성에서 문제가 생긴다. 원화가 강세를 보이면 외국 자본이 더 많이 들어온다. 이러면 가뜩이나 문제인 부동산 버블을 자극할 수 있다.”

“부동산시장은 저금리 환경에 취해 있다”

2021년 부동산 시장에 관한 질문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매매나 전·월세 시장을 진정시킬 단기적 방책이 있긴 한 건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어려운 것 아니겠나. 매크로(거시) 환경은 부동산이 계속 오르는 환경이다. 환율, 금리 등 모든 부분에서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는 게 밸류에이션(적정가치)이다. 그러나 이 밸류에이션도 과거 평균과 비교하면 잘 안 맞는다. 왜냐하면 과거는 금리가 높을 때였고, 지금은 낮다. 부동산은 2015년부터 올라가고 있었다. 금리와 거시 환경 때문에 가속도가 붙은 것이다.”

주택 공급을 늘리지 않는 한, 백약이 무효라는 생각이 시장의 정설이다.

“해결을 위한 첫 번째 방편은 공급을 통해 수급을 맞추는 것이다. 그러나 수도권에 공급을 늘리기란 굉장히 어렵다. 이미 인구의 50%를 넘긴 수도권 집중화가 더 심해진다. 정책 차원에서는 임대차 계약이 4년으로 연장된 것도 (매매가와 전·월세 동시다발적 폭등의) 문제가 됐다. (증액된) 종부세, 재산세 고지가 나와야 (진정이) 될 것 같다. 어떤 부동산 정책이 나와도 효과를 보려면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년이 지나야 한다. 내 생각으로는 지금(2020년 12월 초)이 전세 상승기의 정점이다.”

그렇다면 언제 안정세가 나타날 것으로 보나?

“(질적인 측면을 논외로 하면) 집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건 아니다. (정책 효과가 발휘되는) 시차를 생각하면 2021년 2분기 정도 되면 안정기에 접어들 것으로 본다. (언제가 될지는 특정할 수 없겠지만) 코로나19 국면이 약화돼서 금리가 어느 정도 올라가면 부동산은 자동 조절이 될 것이다. 부동산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양도세 부담으로) 안 팔고 있다 보니 이런 문제(수급 밸런스 붕괴)가 생기는 것인데 (언젠가 약세장이 와서) 그 사람들(다주택자들)이 팔기 시작하면 그 고리가 해결될 수 있다고 본다. (수도권 공급보다) 국토균형발전 측면에서 지방에 더 많은 사람이 갈 수 있도록 정책을 펴야 한다.”

금리인하나 다주택자 매물 출회는 너무 먼 이야기로 들린다.

“코로나19가 끝나면 그동안 억눌려있던 내수 경기가 좋아지는 것이지 (덩달아) 자산 가격이 올라갈 것으로 보지 않는다. 한국 강남의 집값이 싱가포르나 뉴욕 맨해튼을 따라가기엔 터질 데가 많다. 저금리라고 하는 매크로 환경에 너무 취해있는 건 아닌가 싶다. 집값이 언제 잡힐지는 모른다. 다만 한 2~3년 지나서 보면 지금보다는 분명 낮아질 것 같다.”

홍 의원은 인터뷰 도중 “이건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글로벌 전체를 두고 하는 이야기”라는 말을 자주 반복했다. 지금 한국이 처한 여러 경제 현안이 문재인 정부만의 특수 상황은 아니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위기가 보편적이라면 대안도 차별화하기 어렵다. 그래서 그는 ‘속도’에 집착했다. 정부 주도로 초기에 투자를 질러서 디지털·그린 산업 분야에서 경쟁국을 압도하는 초격차를 달성해야 한다는 관점이다.

인터뷰 말미에 홍 의원은 “참고하시라”며 자료를 건넸다. ‘K-뉴딜 성공 전략’이라는 23페이지 분량의 보고서였다. 그의 시국 진단을 경청하니 ‘홍성국 의원 개인만의 소신이 아니다.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의 생각이 이럴 것’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 글 김영준 월간중앙 기자 kim.youngjoon1@joongang.co.kr / 사진 전민규 기자 jun.minkyu@joongang.co.kr / 녹취 정리 김재현 월간중앙 인턴기자

202101호 (2020.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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