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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중국發 ‘김치공정’… 잇따른 국적논쟁 왜? 

‘11년째 김치 순수입국’이 한국 최대 약점 

김치는 채소발효식품 중 세계 유일 국제식품규격 인정받아
수출 다변화와 함께 가정식·학교급식은 국산으로 권장해야


▎중국의 유명 유튜버 리즈치(李子柒)는 2017년 12월에도 김장하는 영상을 올리며 ‘Chinese food(중국 음식)’라는 해시태그를 달았다. / 사진:유튜브 캡처
인터넷이 ‘김치 국적’ 논란으로 시끄럽다. 이 논란은 지난해 11월 중국 관영 매체 환구시보가 자국의 절임채소식품인 ‘파오차이(泡菜)’에 대한 국제표준화기구(ISO) 산업표준이 제정된 것을 전하면서 시작됐다.

사실 파오차이의 ISO 산업표준은 중국 정부보다는 쓰촨성에서 주도적으로 제정했다. 쓰촨성은 중국에서 파오차이를 가장 많이 생산하는 주요 산지로, 파오차이에 대한 공업화 수준이 향상되면서 표준화·상업화를 위한 각종 노력을 하고 있으며 그 일환으로 ISO 국제표준을 제정한 것이다. 국제표준 제정은 특정 상품의 산업화 측면에서 문제 될 게 없는 수순이다.

문제는 이를 “김치 종주국 한국의 굴욕”이라며 대서특필한 환구시보다. 해당 기사는 “중국 ‘파오차이’ 산업표준, 김치산업 국제표준으로 제정”이라는 자극적인 제목과 함께 실렸다. 그러나 사실 파오차이의 ISO 규격을 보면 ‘(This document does not apply to Kimchi(해당 표준은 김치에 적용되지 않는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이런 내용을 바탕으로 BBC 등 외신에서도 위 기사가 오보라고 전하면서 논란은 해프닝으로 끝나는 듯했다.

그러나 중국은 새해 들어 국제 여론전(戰)에 시동을 거는 모양새다. 전장은 유튜브·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온라인 공간이다. 구독자 1400만 명을 보유한 유명 중국 유튜버는 지난 1월 9일 자신의 채널에 김치·김치찌개를 조리하는 영상을 올리며 ‘Chinese Cuisine(중국 요리)’ ‘Chinese Food(중국 음식)’이란 해시태그를 달았다. 중국 최대 포털사이트인 바이두(百度)는 온라인 백과사전에 ‘김치가 삼국시대에 중국에서 전래했다’는 설명을 달아두기도 했다. 유력 중국 관료도 참전했다. 유엔 주재 중국 대사 장쥔은 지난 1월 3일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느닷없이 김치 담그는 사진을 게재했다.

중국 김치 ‘파오차이’는 단순 채소 절임


▎지난 1월 3일 장쥔(張軍) 유엔 주재 중국 대사가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서 갓 담근 김치를 소개하는 사진을 올렸다. / 사진:연합뉴스
삼인성호(三人成虎)라고 했던가. ‘김치와 파오차이가 정말 다른 식품이 맞나’ 물어오는 사람들이 없지 않다. 과연 파오차이는 어떤 음식이고, 김치와는 어떻게 다른가. 또 중국이 김치에 눈독 들이는 이유는 무엇인가.

파오차이는 소금과 산초 잎 등 향신료를 넣고 끓인 후 식힌 염수에 각종 채소를 넣은 절임식품이다. 우리가 흔히 먹는 피클을 생각하면 쉽다. 채소 염절임을 하기 때문에 발효가 일어나긴 하지만, 살균한 물과 고농도의 염수를 사용하다보니 김치만큼 미생물 증식이 원활하진 않다. 숙성된 김치에 비해 유산균 수가 100분의 1에서 1000분의 1 수준이다. 맛도 우리 김치만큼 발효미가 강하지 않다.

반면 김치에는 절인 배추에서 유래한 유산균과 고춧가루·마늘·생강·젓갈 등 여러 가지 부재료를 섞은 양념에서 유래한 유산균이 함께 있다. 이 유산균들이 김치를 발효시켜 유기산·비타민 등 원재료에 없던 새로운 영양물질과 맛 성분을 만들어낸다. 또한 부재료로 사용되는 찹쌀 풀, 젓갈 등은 유산균의 증식을 도와 발효가 잘 일어나게 하고 감칠맛을 줄 뿐만 아니라, 유산균 발효 때문에 생겨난 젖산은 특유의 신맛을 만들어낸다.

김치는 저장 기간에 따라 살아있는 미생물이 변화무쌍하게 활동하면서 맛과 향, 조직감을 변화시키는 덕분에 겉절이부터 잘 익은 김치, 완전히 시어 버린 신 김치, 묵은지까지 발효단계별로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 반면 파오차이와 같은 단순 절임식품은 미생물 활동이 활발하지 않아 맛의 변화가 크지 않다. 굳이 파오차이와 김치를 비교하자면 ①제조공정 ②발효 방식 ③유산균 종류 ④맛 등이 차이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채소절임식품은 사계절이 있어 겨울철 오랜 기간 식품을 저장해야 하는 기후대의 농경 문화권 국가에 보편적으로 존재하는 식문화다. 한국의 김치, 중국의 파오차이, 독일의 사우어크라우트(Sauerkraut), 일본의 쯔께모노(つけもの·漬物) 등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소금·식초·알코올 등과 같이 방부 효과가 큰 절임원은 어느 문화권에나 존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의 김치는 보편적 채소절임 문화에서 고도화하는 과정에서 여타의 다른 채소절임식품과는 다른 노선으로 분화했다. 다른 절임식품은 단순히 절임액에 채소를 절여 먹는 것에 그치지만, 김치는 절인 채소를 세척·탈염·탈수한 후 양념과 혼합해 발효를 극대화한다. 타국의 채소절임식품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매우 독특한 음식문화로 발전된 것이다.

필자가 근무하는 세계김치연구소의 김치 변천사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삼국시대의 익산 미륵사지, 경주 황룡사지 유적에서 대형 독(저장용)이 발견된 것을 근거로 삼국시대부터 초기 형태의 김치를 먹은 것으로 추정한다. 그러나 이 시절의 김치는 단지 저장성을 높이기 위한 절임채소류로 김치보다 장아찌에 가까운 식품일 것이다.

하지만 고려 시대를 거치면서 김치는 다양한 양념과 혼합한 후 발효하는 독특한 발효과학 식품으로 진화한다. 고려 시대 문인 이규보는 [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1241)에서 외·가지·순무·파·아욱·박을 이용한 김치 제조법을 소개했다. 이것이 최초의 김치 문헌 기록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조선 시대 여러 가지 김치 제조법이 개발되고 김치 주재료인 채소가 다양화되면서 김치 종류가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현재 가장 대중화된 배추김치는 조선 후기에 등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1950년대 우수 품종의 결구배추가 개발되면서 배추가 김치의 주재료로 자리 잡았다.

‘김치=한국포채’ 번역이 오해 낳아


▎중국 쓰촨성의 절임 야채인 파오차이. 2개월에 걸친 투표 끝에 지난해 11월 24일 국제표준화기구(ISO) 산업표준 인가를 얻었다. / 사진:중국 환구망 캡처
김치는 2001년 제24차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에서 국제식품규격으로 인정받았다. 이때 우리 고유의 이름인 ‘김치(Kimchi)’로 국제규격을 정하면서 한국은 김치 종주국의 지위 역시 인정받았다. 이때를 계기로 김치는 지금까지 전 세계 채소발효식품 중 유일하게 국제식품규격을 가진 식품으로 꼽힌다.

CODEX는 UN 산하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식량농업기구(FAO)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전문 기구로, 국제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식품의 규격 기준을 제정·관리하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는 CODEX 규격을 “식품 위생에 관한 국제 기준”으로 명시하고 있어 식품 교역과정에서 분쟁이 발생할 경우 해결 수단으로 이용되며, 세계 각국에서도 자국 관련 법령을 제정하는 기준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렇게 규격의 중요도가 높다 보니 CODEX 국제 규격 제정은 시간과 노력이 매우 많이 드는 작업이다. 특히 국가 간 교역 시 분쟁 해결 수단으로 사용되다 보니 주변국의 동의가 필수적이다. 사실 김치 규격 제정 당시 이해 당사국인 일본과의 이견 조율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네 차례에 걸친 실무협의 끝에 규격 명을 일본이 제안한 ‘기무치(Kimuchi)’가 아닌 ‘김치(Kimchi)’로 통일하는 대신, 일본이 제안한 일부 식품첨가물에 대해 부분적으로 수용한 단일 규격안을 마련해 김치의 최종 국제 규격을 만들었다.

그런데 국제 규격까지 획득한 김치가 왜 ‘파오차이’ 논란에 휘말리게 됐을까? 가장 큰 원인은 중국에서 김치를 부르는 별도 명칭이 없다는 걸 꼽을 수 있다. 김치는 예전엔 중국에서 그리 흔한 식품은 아니었으나, 최근 들어 중국인의 한국 관광이 증가하고, 인터넷·SNS 등의 활성화로 국가 간 장벽이 허물어지면서 중국에서도 김치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문제는 김치를 중국어로 표기할 마땅한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표의문자인 중국어는 외래어 표기 시 한자로 변경해 표기해야 하나, 중국어에는 ‘ㄱ(기역)’ 발음이 없어 김치를 중국어로 표기할 수가 없다. 그러다 보니 중국의 채소절임식품을 칭하는 파오차이(泡菜)를 사용하면서 한국포채(韓國泡菜)로 굳어졌고, 그로 인해 김치와 파오차이를 동일 선상에서 바라보게 된 것이다. 김치가 중국에 알려진 이후에도 김치를 가리키는 별도의 글자가 없어 관행적으로 ‘파오차이(泡菜)’ ‘한국 파오차이(韓國泡菜)’ 또는 ‘라바이차이(辣白菜)’ 등으로 불렀다. 가령 “파오차이(泡菜)는 중국 음식이다”라는 중국말을 한국어로 잘못 번역하면 “김치는 중국 음식이다”가 될 수 있다.

김치의 중국어 명칭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2013년 농식품부는 소비자 및 미디어 관계자 대상 설문조사를 해 중국말에 맞는 김치의 중국식 이름 후보군을 추렸다. 곧이어 현지 전문가 검증을 통해 김치의 중국 이름을 ‘약간 맵고 신선하다’는 뜻의 ‘신치(辛奇)’로 정했다. 이듬해엔 중국 상표권 등록까지 마쳤지만, 당시 중국의 위생기준에 막혀 중국으로의 김치 수출이 거의 불가능했다. 신치는 그렇게 중국에서 정착하지 못하고 잊혔다. 실제 대중국 김치 수출량은 2013년 28㎏, 2014년 2.5t, 2015년 24t에 불과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이번 논란을 계기로 문화체육관광부는 농식품부 등 관계 부처와 함께 외국어 번역에 대한 훈령을 정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국 칭다오의 한 김치 공장에서 직원들이 김칫소를 넣고 있다. 국내로 들어오는 김치 물량의 90% 이상이 이 지역에서 생산된다. / 사진:동인식품
중국과의 종주국 논란 속에서도 한국의 작년 김치 수출액은 전년 대비 34% 증가한 1억4451만 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코로나19팬데믹, 물류이동 제한 등으로 인해 전체 수출액이 5.4% 감소한 상황에서 사상 최대 실적을 냈을 뿐만 아니라, 특정 국가에 의존한 것이 아닌 대부분의 국가에서 고르게 수출량이 확대됐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 미국(55.8%), 홍콩(56.6%), 싱가포르(79.0%)에서는 전년 동기대비 50% 이상 증가했으며, 최대 수출국인 일본 수입 김치시장 내 한국산의 점유율이 2017년 13.4%에서 지난해 19.6%로 6%p가량 상승한 것도 고무적이다.

문제는 김치 수입도 같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김치 수입액은 1억5242만 달러로 수입액 역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전체 수입 물량의 99% 이상은 중국산이었다. 중국에서의 김치 수입량은 최근 4년간 한 해 평균 28만1462t에 이르렀다. 반면 수출량은 같은 기간 평균 387t에 그쳤다. 이에 따라 지난해 김치 무역수지는 791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2010년부터 11년째 무역 적자를 이어간 셈이다.

對중국 수입 28만t, 수출은 387t


김치 수입이 이렇게 줄지 않는 까닭은 단연 가격이다. 중국산 김치의 가격은 국내산 김치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경제 논리에 따라 수요자가 가격 경쟁력이 높은 상품을 선택하는 건 불가피하다. 다만 경제 논리가 덜 작용하는 가정·학교급식 등은 국내산 김치가 지켜내야 하는 마지노선이다.

김치 수출이 늘고 있다는 것은 김치가 면역력 증진 식품으로 알려지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인기와 위상이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김치가 건강한 식품으로 인식되고 있어 글로벌 시장에서의 수요는 계속 늘 것으로 보인다. 분명 한국에 기회지만, 그 이면에는 글로벌 김치 시장에서 소비자들이 김치의 종주국인 한국 김치를 선택한다는 전제조건이 성립해야 좋은 기회일 것이다.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산 김치에 대응해 우리 김치가 글로벌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선 단순히 ‘종주국’ 프리미엄만을 내세우기보다는 기능성·고품질로 차별화하고, 우리 김치만 한국 김치로 표기하도록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등 숙제가 산적해 있다. 김치 전쟁은 이미 시작됐다.

- 조정은 세계김치연구소 전략기획본부장 jecho@wikim.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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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호 (2021.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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