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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초점]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미션 ‘검수완박’ 파동 

국민은 안중에 없고 갑론을박만 남은 검수완박 

유길용 월간중앙 기자
검찰 수사 완전 폐지로 ‘문재인의 운명’ 완결… 민주당 4월 내 입법 강행 방침
경찰 업무증가·역량부족으로 부작용 우려… ‘文·明 방탄 입법’이라는 의혹도


▎더불어민주당이 4월 임시국회에서 검찰 수사권을 폐지하는 이른바 ‘검수완박’ 관련 법 개정안 처리를 강행하기로 방침을 세웠다. 문재인 대통령이 ‘운명’이라고 했던 검찰개혁의 마침표가 될 검수완박은 국회를 통과하면 문 대통령이 주재하는 마지막 국무회의를 거쳐 공포된다. / 사진:중앙포토, 연합뉴스
새정부 출범을 코앞에 두고 엉뚱한 곳에서 뇌관이 터졌다. 더불어민주당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을 4월 내 처리하기를 당론으로 채택하면서다. 지난 4월 12일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검수완박 법안 4월 안 통과에 124명이 찬성했다. 반대는 12명뿐이었다. 172석으로 과반 의석을 차지한 민주당이 4월 국회 본회의 통과를 당론으로 채택하면서 야당과 검찰은 물론 새 정부 출범을 준비하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까지 반발에 가세했다.

검수완박의 핵심은 검찰이 쥔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수사권을 없애고 기소권만 남기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단행한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라 검찰에 남겨진 마지막 ‘칼날(수사권)’이었다. 민주당은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을 개정해 이마저 박탈하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민주당은 ‘검수완박’이란 용어 대신 ‘수사권 분리’라는 명칭을 사용한다.

민주당의 시나리오대로 진행되면 4월에 국회를 통과한 뒤 5월 3일 현 정부의 마지막 국무회의 때 문 대통령이 공포하는 것으로 검수완박이 완성된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4월 안에 처리하지 못하면 차기 정부로 과제가 넘어가게 돼 사실상 수사권 분리가 불가능해진다”고 말했다. 국회를 통과한 개정 법률안이 새 정부로 넘어갈 경우 검찰 출신인 윤석열 당선인이 이 법안을 수용할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임기 끝나가는데 검수완박 무리수 왜?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검찰총장인 김오수 총장은 검수완박 저지를 위해 직을 걸겠다며 배수진을 치고 문 대통령과 면담을 요청했다. 4월 14일 국회 법사위 법안소위 전체회의를 앞두고 김 총장이 입장을 밝히고 있다. / 사진:김성룡 기자
국민의힘과 검찰, 새 정부 인수위는 검수완박을 저지하려고 민주당에 십자포화를 쏟아붓는 형국이다. 그동안 잠잠하다가 왜 하필 임기가 끝날 무렵에 서두르느냐는 게 반발의 요지다. 특히 수사권을 상실할 위기에 처한 검찰 반발이 심상치 않다. 김오수 검찰총장은 ‘총장직 사퇴’를 시사하며 배수진을 쳤다. 김 총장은 4월 13일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검수완박이 위헌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문 대통령에게 이와 관련한 면담도 요청했다.

김 총장은 “제헌 헌법의 영장 청구권자는 ‘수사기관’으로만 돼 있었고, 그 수사기관이 누구인지에 대한 규정은 없었다. (그러나) 지금 헌법을 보면 영장 청구권자는 ‘검사’로만 특정돼 있다. 헌법에 나와 있는 수사기관은 검사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문 대통령을 만나)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 법안이 국민에게 불편을 주고, 대통령이 계획한 개혁과도 상충된다는 점을 말씀드리려 한다”면서 “사표를 내는 건 쉽다. 잘못된 제도의 도입을 막는 게 더 어렵고 힘들지만, 당연히 그걸 책임지고 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도 검수완박 법안은 문제가 있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인수위 정무사법 행정분과는 입장문에서 “검찰 수사권 완전 폐지는 헌법 취지에 정면으로 반하는 헌법 파괴 행위”라고 비판했다. 유상범 정무사법행정분과 위원은 브리핑을 통해 “검사의 소추에 동반되는 수사권을 제거하는 소위 검수완박은 판사의 재판에서 심리권을 제거하는 ‘판심완박’과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은 검수완박 강행에 민주당의 정치적 노림수가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국민의힘 법제사법위원들은 4월 11일 낸 성명을 통해 “여야 간 충분한 논의와 국민적 합의, 전문가 토론 없이 권력 수사를 막기 위해 일방적으로 개편한다면 국가와 국민 앞에 씻기 어려운 큰 죄를 짓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법사위원들은 검수완박 추진이 “권력에 짓눌려 중단됐던 각종 권력 비리 수사와 대선 기간에 드러난 이재명 전 대선후보와 배우자 김혜경씨 비리 수사를 막아 거악의 권력형 범죄에 면죄부를 받겠다는 것”이라고도 했다. ‘탈원전 블랙리스트 의혹’,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등 정부여당 주요 인사가 관련된 사건들이 검찰에서 아직 결론 나지 않은 상황이다. 또 이재명 민주당 상임고문은 대장동 비리 의혹으로, 부인 김혜경씨는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 등으로 각각 고발돼 수사를 앞두고 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첩첩산중 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검찰 수사권을 제거하려는 거라고 의심한다.

민주당에 우호적인 진영에서도 검수완박 강행 처리에 대한 우려가 높다.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는 “기본적인 방향은 찬성한다”면서도 “검찰에서 일차적 수사를 하지 않게 됐을 경우 수사권을 어디로 옮길 거냐의 문제가 있다. 경찰에 이관할 경우 경찰 권력이 너무 커질 수 있고 수사 역량에서도 벅찬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칼퇴근하는 회사원 검사 늘면 국민에 해악”


▎민주당은 검찰 수사권을 폐지하는 대신 ‘중대범죄수사청’을 설립해 국가 수사역량을 유지하는 방안을 내놨다. 2021년 2월 23일 황운하 민주당 의원이 중대범죄수사청 설치 입법 공청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현 정부의 검찰개혁에 공감하며 힘을 실어왔던 정의당도 이번에는 우려로 돌아섰다. 여영국 정의당 대표는 “검수완박 문제로 진영 간 대결이 재현되는 것은 시기나 절차, 내용 면에서 동의하기 어렵다”며 “검찰개혁의 당위성은 있어도 검수완박을 밀어붙일 정도로 국민적 명분과 공감이 있느냐”고 반문했다. 민주당이 법안을 처리하는 데 있어 정의당의 협조는 필수적이다.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무제한 반대토론)로 입법 강행을 막겠다고 천명한 터라, 필리버스터 종료 표결에 정의당이 참여하지 않으면 4월 내 법안 처리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필리버스터를 종료하려면 180명의 동의가 필요하다. 민주당은 8석 모자란 172석을 확보하고 있다. 정의당의 한 당직자는 “민주당은 2019년 말 공수처 설립을 위해 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기로 했다가 이듬해 총선에서 위성 정당을 만들어 정의당을 배신한 전례가 있다”며 “이번에도 중대 선거구제 도입 등 정치개혁 과제에 관한 약속을 내놓겠지만, 두 번 배신하지 않으리란 법이 없지 않으냐”고 말했다.

검수완박의 정치적 함의를 떠나 사법 정의라는 본연의 역할을 놓고 볼 때 그 변화는 긍정적일까, 부정적일까. 정치적 성향 없이 미제 사건 해결에 전력을 다해온 박준영 변호사의 쓴소리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박 변호사는 ‘약촌오거리 살인사건’, ‘삼례나라슈퍼 강도치사 사건’, ‘수원역 10대 소녀 살인사건’ 등 미제 사건이나 재심 사건을 주로 맡아 진실을 밝혀내기로 유명하다. 그는 검수완박을 두고 “이게 개혁이 맞느냐”고 했다.

박 변호사는 4월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의도를 감춘 이미지 정치의 폐해”라는 제목의 글에서 검수완박의 여파가 국민의 피해로 돌아갈 가능성을 염려했다. 그는 “미제 사건 처리를 위해 야근을 하던 검사들은 요즘 ‘칼퇴근’하는 경우가 늘었다고 한다.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이 직접 수사하는 범죄가 부패범죄 등 6대 범죄로 한정되면서 사건이 경찰로 집중되기 때문”이라며 “반면 권한과 책임이 확대된 경찰에서는 ‘업무량이 몇 배로 늘었다’는 곡소리가 제기되는 정반대 현상이 벌어졌다”고 지적했다.

박 변호사는 “제도는 선의를 기대하고 설계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검경의 유기적 협력을 기대했던 수사권 조정이 현실에서 보여준 혼란은 제도가 그 취지대로 운용될 것이라는 것이 어쩌면 순진한 생각일 수 있음을 말해준다”고도 했다.

법학자와 법률가들도 민주당의 속도전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이들은 현 정부가 5년간 추진해온 검찰개혁을 정리하고 성과와 남은 과제를 평가해야 할 시기에 또 다른 갈등을 일으키는 게 적절치 않다는 데 입을 모은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금은 검·경 수사권 조정 등에 대한 평가를 하고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국민에게 공유하는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며 “급히 통과시킬 성질의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참여연대는 4월 12일 긴급토론회를 열어 “다양한 이해관계와 제도 및 기관을 포괄하는 대단히 복잡한 영역인 만큼 충분한 논의와 협의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한변호사협회도 입장문을 내고 “법률전문가의 충분한 의견 수렴과 국민적 공감대 없이 반세기 이상 형사사법의 기본 축을 맡아온 검찰을 일체의 범죄 수사에서 배제하는 것은 빈대 미워 집에 불을 놓는 격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진보 성향 변호사 단체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도 논평을 내 “경찰의 수사 능력과 통제 장치가 충분한지, 사건 관계인의 불만과 불평은 없는지 확인하고 보완해야 한다”고 속도 조절에 무게를 실었다.

검수완박의 핵심은 결국 검찰이 가진 수사권을 누군가에게 넘겨줘야 한다는 점이다. 현존하는 대안 조직은 경찰이 유일하다. 경찰 내부에서는 검수완박에 대한 기대감과 불만이 교차한다. 경찰의 수사 권한이 강화될 것이란 기대감은 주로 간부들 사이에 형성돼 있다.

경찰 내부망 ‘폴넷’에는 검수완박에 대한 찬반 논쟁이 뜨겁게 펼쳐지고 있다. 지난 4월 7일 서울지방경찰청 소속 한 경찰관은 “검찰공화국 태풍 속 경찰은 어디로 가야 하나”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수사·기소가 분리되지 않으면 권력 남용의 폐해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수사권과 기소권이 분리돼 상호 견제작용을 하는 것이 기본 중 기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경남지방경찰청 소속 한 경찰관도 “검수완박은 검찰의 권한을 뺏으려는 게 아니라 권력을 국민에게 돌려주기 위함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찬성했다.

경찰은 업무에 치이고, 검사는 일없어 손 놓고


▎문재인 정부는 검찰개혁의 일환으로 검찰의 수사 기능을 축소하는 과정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공수처)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를 잇따라 설치했다. 2021년 1월 21일 정부 과천청사에서 열린 공수처 현판식과 서울시 중구 미근동 경찰청에 마련된 국가수사본부 청사.
반면 업무량이 늘어날 것에 대한 일선 경찰관들의 불만도 작지 않다. “검찰 기소, 경찰 수사가 100% 된다면 사건 수사는 누가 다 할 건가. 인력을 최소 5배 증원하는 법안이라도 통과시켜놓고 논해야 한다”거나, “지금도 아비규환인데 검수완박하면 볼만하겠다. 실무자와 지휘자들 간의 인식 격차가 수사권 하나로 드러나 오히려 과거로 돌아가는 것을 원하는 수사관들이 훨씬 많을 것”이라는 등 현장의 애로사항을 토로한다.

실제로 수사권 조정에 따라 검찰이 직접 수사하는 범죄가 6대 범죄로 한정된 이후 경찰의 사건 처리가 크게 늘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1~10월 경찰 1인당 사건 보유 건수는 17.9건으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19.4% 늘었다. 과거에는 검찰이 직접 수사하던 것을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하면서 실제 업무량이 늘어난 것이다.

과거 형사부 검사 업무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던 불기소 결정서 작성도 경찰의 업무가 됐다. 업무량과 책임이 커지니 꼼수도 나타난다. 경찰이 불송치 결정을 하면서 수사 결과를 세세히 기록하지 않는다고 한다. “내용이 많을수록 책잡힐 위험이 높기 때문”이란 게 일선 경찰들의 전언이다.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가 축소된 뒤 사건 처리가 지연될 것이란 우려도 현실로 나타났다. 대검찰청이 최근 공개한 ‘현행 수사절차 관련 통계’에 따르면 2021년 상반기 전국 검찰청에서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한 사건 7만2223건 중 보완수사가 이행되지 않은 사건은 949건으로 13%에 이른다. 또 보완수사를 요구한 사건 중 30%가량(2만1856건)은 1~3개월 소요됐다. 1개월 이하는 26.2%뿐이었고, 3~6개월도 19.1%(1만3796건), 6개월 초과도 11.4%(8214건)나 됐다. 13%(9429건)는 아예 이행조차 하지 않았다.

공수처, 국수본, 중수청… 기관 늘리기가 검찰개혁?

질 높은 사법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수사 인력을 대폭 늘려야 하지만 그만큼 돈이 많이 들고, 체계화된 교육이 필요하다. 또 지금의 방식으로 검수완박이 이뤄지면 수사 능력과 여력이 있는 검사는 상대적으로 일을 덜 하게 되는 모순적인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2020년 검찰의 무고인지 건수는 670건이었으나, 2021년에는 194건으로 71%(476건)나 줄었다. 반면 경찰의 무고인지 건수는 검·경 수사권이 조정된 이후 48건 늘어나는 데 그쳤다. 강원지역에서 근무하는 한 경찰 간부는 “경찰의 본령이 범죄 수사라고 하지만, 가혹한 업무량 때문에 오히려 수사 부서를 기피하는 분위기가 짙다”며 “더구나 수사 역량이 변화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 적어도 수년 전부터 수사전담 교육 과정을 두고 전문성을 지닌 수사 경찰 양성 등 준비를 시작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도 이런 부정적 여론을 의식해 대안을 내놓긴 했다. ‘중대범죄수사청’이 그것이다. 민주당은 ‘한국형 FBI’, 영국의 SFO(Serious Fraud Office) 모델 등의 수식어를 붙인다. 지난해 중대범죄수사청 설치법을 대표 발의한 황운하 민주당 의원은 중수청을 ‘글로벌 스탠더드’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공수처 설치 등 형사사법 체계에 큰 변화가 일어난 지 고작 1년밖에 되지 않았는데 또다시 급한 변화를 일으키는 게 적절하냐는 논란이 있다. 더구나 부작용의 근원을 해결하기보다 새로운 기관을 만드는 방식은 ‘땜질식 처방’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크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검·경 수사권 조정의 후속 조치로 경찰청에 ‘국가수사본부’를 만들었다. 하지만 취지대로 역할을 하는지에 대한 평가는 아직이다.

장애인권법센터의 김예원 변호사는 “회사에서 부서 하나 신설하는 것도 힘든데 100일 만에 뚝딱 한국형 FBI를 만드는 게 가능하겠느냐”고 했다. 김 변호사는 “공수처를 봐도 알겠지만, 만들면 끝이 아니라 그게 잘 작동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 유길용 월간중앙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202205호 (2022.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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