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지키기’보다 중요한 건 선거에서 이기는 것”
“李와 자주 통화해… 특정 지역에 출마 교감 없었다”
“합당 후 중대선거구제 개편 등 다당제 틀 만들어야”
▎흙수저 출신으로 문재인 정부 경제부총리를 지낸 김동연 민주당 경기지사 예비후보. 당파성이 옅고, 혁신 이미지가 강하다는 평을 듣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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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연(65) 더불어민주당 경기지사 예비후보는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이재명 민주당 후보와 정치교체를 위한 공동 선언에 나서며 연대했다. 몸담고 있던 ‘새로운물결’ 당사까지 찾아온 이 후보의 진정성이 김 후보의 마음을 움직였다. 공동 선언에는 대선 승리를 전제로 권력구조 개편을 비롯한 개혁안의 타임 라인까지 구체적으로 담겨 있었다. 하지만 이 후보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에게 0.73%p 차로 석패하며 이들의 공동 선언은 실현되지 못했다.윤석열 정부 출범 3주 만에 열리는 6·1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패한다면, 지난해 4·7 재·보궐선거와 올해 3월 대선에 이어 3연패에 빠지게 된다. 민주당 내에서는 경기도마저 내주면 안 된다는 위기감에 ‘김동연 차출론’이 힘을 얻고 있다. 흙수저 출신으로 문재인 정부 경제부총리를 지낸 김 후보는 당파성이 옅고, 혁신 이미지가 강하다는 평을 듣는다. 새로운물결 대표로서 김 후보는 3월 31일 경기지사 출마 선언을 했고, 4월 7일 민주당과의 합당에 서약했다. 그는 “군소 정당으로서 정치적 존재감을 드러내기에 현실적인 한계가 있었다”며 “정치교체 또는 다당제라는 호랑이를 잡기 위해 민주당이라는 호랑이 굴에 들어간 것”이라고 말했다.이슈의 중심으로 들어온 김 후보를 4월 8일 서울 영등포구 새로운물결 당사에서 만났다. 사무실은 발 디딜 틈 없이 붐볐다. 김 후보는 “되는 집에는 사람이 모인다고 하더라”며 어느 때보다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보였다.
경기지사 출마 계기는? “이번 대선 과정에서 이재명 후보와 저는 ‘가치 연대’를 했다. 권력구조를 개편하자, 정치교체 하자, 주택과 교육 정책에 있어서 정치 이념을 빼자 등등의 가치로 연대한 것이다. 저와 이 후보의 공동 선언문에서는 선거에서 이길 경우에 이렇게 하겠다는 계획과 시간표까지 있었다. 그런데 박빙의 차이로 선거에서 지다 보니까 이 가치와 우리가 추구하는 방향을 어떻게 실천에 옮길 것인가에 관한 고민을 하게 됐다. 그제야 비로소 지방선거에 출마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경기도를 어떻게 운영할 계획인지 그 비전이 궁금하다.“제가 내건 슬로건이 ‘경기도가 바뀌면 대한민국이 바뀝니다’이다. 경기도는 인구·경제·산업·교육·투자·R&D 등 모든 면에서 정확하게 대한민국의 4분의 1이다. 경기도를 국제화하고 세계로 나아가야 대한민국이 발전한다. 저는 국제기구인 세계은행에서 근무했고 대한민국 경제를 책임지는 경제부총리까지 지냈다. 수많은 세계 경제 지도자들과 만나고 협상하며 형성된 네트워크가 있다. 이를 활용해 경기도를 글로벌화된 도로 만들겠다.”
“경기도에서 승리해야 정치교체 틀 만들 수 있다”
▎2022년 3월 31일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표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기지사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사진:국회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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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제가 출마를 선언하면서 경기도를 위한 제언으로 미래대비·민생안정·평화공존·균형발전·정치교체 다섯 가지를 제시했다. 경기도는 도내 다양한 산업과 지역적 특색이 경쟁력이다. 이 장점을 살려 미래 산업을 육성하고 경제를 활성화해 일자리를 만들겠다. 부동산 문제, 출퇴근 교통 문제, 일자리 문제를 해결해 도민의 삶을 윤택하게 하겠다. 평화 공존의 일환으로 북쪽의 접경지대에 과감한 투자를 하겠다. 이를 통해 대북 평화와 통일의 교두보를 만들고자 한다. 또 균형 발전을 추구해서 북부와 남부의 소득과 산업 불균형이 일어나는 것을 해소하도록 노력하겠다.”
민주당 경기지사 예비후보들이 출마 선언에서 ‘이재명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선거가 ‘이재명 지키기’에 매몰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말로써 ‘이재명을 지킨다’, ‘정책 승리한다’고 하는 것도 좋지만 가장 경쟁력 있는 후보가 나서서 선거에서 이겨야 한다는 것이 첫째다. 경기지사 선거는 정치교체 세력에게 대단히 중요한 선거다. 이 선거에서 승리해야 정치교체의 틀을 만들 수 있다. 저는 정치교체를 위해 이 후보와 연대했다. 제가 선거에 나가서 이기고, 그 철학을 실천에 옮기는 것이 가장 빠르고 제대로 된 길이다. 저는 ‘이재명 지키기’보다는 이 후보 정책의 성과와 좋은 내용을 계승하고 수정 보완하겠다는 생각이다.”김 후보가 주창한 정치교체의 구체적인 내용은 개헌과 선거법 개정, ‘정치권 내 기득권 내려놓기’로 요약된다. 개헌을 통해 대통령 4년 중임제와 책임 총리제를 도입하고, 공직선거법 개정을 통해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대통령 결선투표제 등을 시행하는 내용이다. 정치권 내 기득권 내려놓기는 국회의원 3선 초과 연임 금지, 보좌관 수 축소, 국회의원 소환제 시행, 의원 면책특권 폐지 등의 실천을 목표로 했다.
당 내 세력이 없어서 경선 통과가 험난하다는 지적이 있다.“민주당은 권리당원과 일반 여론 50 대 50으로 경선하는 기존 규칙을 이야기하고 있다. 민주당 권리당원이 투표권을 가지려면 6개월 이상 당비를 납부해야 한다. 이러면 합당으로 새로 합류하는 우리 당원들에게는 투표권이 없다. 바깥에서 들어오는 사람에게 불공정하다는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 대승적으로는 당의 결정에 따를 것이다. 특별한 전략보다도 제가 가진 비전과 콘텐트로 정정당당하게 승부하겠다.”
“유승민은 훈수 두는 사람, 김동연은 선수”
▎2022년 4월 7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새로운물결 합당서약식에서 박지현(왼쪽부터), 윤호중 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과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표가 손을 맞잡았다. 사진:중앙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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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 전 의원과의 경제통 ‘빅매치’를 기대하는 시선도 있다. 유 전 의원에 대해 평한다면?“유 전 의원은 경제 전문가이자 합리적인 분이고, 또 개혁보수로서 훌륭한 분이다. 다만 유 전 의원과 저는 많은 점에서 차별화가 될 것 같다. 유 전 의원은 오랜 의정 활동을 통해 경제에 대한 비평이나 훈수 두는 데 역점을 뒀던 분이고, 저는 직접 경제 운영을 담당하며 흙탕물에 들어가서 팔 걷어붙이고 해결하려 한 사람이다. 옆에서 훈수 두는 것은 쉽다. 대학 교수가 정책을 담당한다고 해서 잘된 경우를 봤나? 애로사항이나 수많은 요인을 고려해서 현실 경제에 몸담는 것은 완전 별개 문제다.”
출마 선언을 하며 “윤석열 정부의 독선을 막겠다”고 말했다. 아직 정부 출범 전인데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이번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서 윤 정부의 국정 운영도 많은 영향을 받을 것이다.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경기도를 내준다는 이야기는 다른 지역에서도 참패한다는 의미다. 그런 결과가 나온다면 윤 정부가 독선과 독주로 흐를 가능성이 크다. 이를 막기 위해 선거에서 이겨야 하고, 만약 이긴다면 윤 정부가 독주할 경우 이를 막을 교두보 혹은 발판을 만들겠다는 뜻이다.”
양당제 기득권을 비판하며 새로운물결을 창당하고 또 대선에 출마했다. 하지만 선거 막판에 이재명 후보와 단일화했고 연이어 합당까지 합의했다. ‘도로 민주당 갈 거면 왜 나왔느냐’는 지적도 있다.“정치교체 또는 다당제라고 하는 호랑이를 잡기 위해 민주당이라는 호랑이 굴에 들어간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사실 지난 대선에서 새로운물결로 끝까지 완주하고 싶었다. 깨지는 한이 있어도 우리가 생각하는 가치를 보여주고 싶었다. 하지만 현실적인 문제가 컸다. 이번 대선이 어느 때보다 더 강하게 이념 논쟁으로 흐르다 보니 양당 구조가 더 견고해졌다. 유권자들의 사표 방지 심리가 크게 작용해 완주할 경우, 결과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와중에 거대 양당의 후보들이 제게 함께하자고 제의했다. (이 후보가) 우리가 추구하는 핵심 가치에 동감하겠다는 분명한 의지를 보였기 때문에 함께하자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단일화나 합당 등 계속 후퇴하는 모습으로 보일 수도 있는데 국민이 정치인 김동연에게 기대할 수 있는 모습은 무엇일까?“이 후보와의 연대나 합당 문제 또한 저에게는 결단이었다. 저뿐 아니라 함께하는 당과 당원들까지 생각하며 엄청난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다. 지난 대선에서 정치교체와 국민통합을 대선의 어젠다로 만들어 거대 정당에 촉구했다. 나름대로 대한민국 정치사에 성과를 냈다고 생각한다. 그걸 실천에 옮기는 단계까지 갔기 때문에 뚝심과 강단 면에서도 손색없이 해왔다고 생각한다.”
“민주당, 진보 가치 실현 위해 기득권 깨는 노력 해야”
▎김동연 민주당 경기지사 예비후보는 “지금의 민주당은 기득권 내려놓기가 고통스럽겠지만 그 길이 민주당이 사는 길”이라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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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당 후 ‘가장 민주당스러운 변화를 만들겠다’고 했는데 그 변화의 방향성은 무엇인가?“민주당이 거대 다수당으로서 가진 기득권부터 깨자고 이야기할 것이다. 단시간에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예가 ‘기초의원 선거구제’ 개편이다. 지금은 실질적으로는 두 명을 뽑게 돼 있어 거대 양당이 뽑힐 수밖에 없다. 이걸 중대선거구제로 바꾸고 거대 정당에서는 복수 공천을 제한한다든지 해서 다당제로 가는 기틀을 만들어야 한다. 그런 노력을 민주당에 들어가서 할 계획이다. 진보의 진정한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기득권을 깨는 노력을 해야 한다. 지금은 기득권 내려놓기가 고통스럽겠지만 그 길이 민주당이 사는 길이고, 대한민국 정치판이 바뀌는 길이고, 대한민국이 변화하고 발전하는 길이다.”
이재명 민주당 상임고문과 꾸준히 교류가 있다고 들었다. “자주 통화하고 있다. 가장 많이 하는 대화는 저와 이 후보가 연대했던 공동 선언에 나와 있는 내용을 어떻게 실천에 옮길지에 대한 이야기다. 아까 말했듯 대선에서 졌으니까 과거의 방법은 이제 안 되는 것이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냐는 방법론에 대해 주로 대화하고 있다.”
김 후보의 뒤에는 이 상임고문의 영향력이 작동하는 것 아닌가? “어떤 분들은 연대 과정에서 저와 이 후보가 네 차례 만났으니 혹시 지방선거에 대한 무슨 약속이 있었던 거 아니냐고 묻기도 한다. 정치교체라고 하는 가치를 실천에 옮기기 위해서 지방선거에서 좋은 결과가 나와야 한다는 이야기를 한 적은 있었다. 그러나 구체적인 지역이나 저를 포함한 특정인이 어디 출마하고 이런 이야기는 전혀 나눈 바 없다.”
“새 정부 출범 3주 만에 선거… 5~10% 까먹는다 생각”이번 지방선거의 의제는 뭐라고 생각하나?“대선에 바로 이어서 진행되는 선거이기 때문에 대선의 연장전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해는 되지만 그런 의미에서 ‘정치교체 세력과 기득권 세력 간의 싸움’이라고 본다. 저는 기득권 깨기, 정치교체 세력의 핵심으로서 이 선거에서 이겨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또 지방선거는 지방자치단체나 지역 주민의 삶의 질, 경제 활성화,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누구보다도 준비 잘된 후보로서 경기도가 가진 문제점들을 이번 선거에서 이슈화시켜 제가 지킬 수 있는 약속을 통해서 심판받도록 하겠다.”
여론조사 흐름이 좋은데 선거 전망은 어떻게 보나?“쉽지 않은 선거가 될 것이다. 우선 경선이 있지만 본선에 가게 되더라도 새 정부 출범 후 불과 3주 만에 선거가 있다. 늘 새 대통령이 취임하면 일종의 허니문 기간도 있고 선거를 의식해서 많은 정책을 쏟아내는 등 여러 가지 액션과 제스처가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5~10%p 정도는 까먹고 간다는 생각을 갖고 임해야 한다. 지난 대선에서 (경기도에서) 조금 이겼다고 해서 전혀 방심할 수 없고, 끝까지 박빙의 승부가 될 거라고 본다. 지금의 여론조사에 일희일비할 건 아니다.”
마지막으로 선거에 임하는 각오를 밝힌다면.“이번 지방선거는 아주 중요한 선거다. 지난 대선에 이어 제가 정치하면서 주장하는 가장 중요한 지점이 ‘정치 기득권 깨기’다. 제가 이야기하는 기득권이란 정치 기득권, 권력 기득권, 재벌 기득권, 일부 노조 기득권을 말하는데 그 첫째가 정치 기득권 깨기다. 정치교체 세력의 사활이 걸린 승부처가 경기도다. 우선은 경기도와 경기도민을 위해, 더 나아가 대한민국 발전을 위해, 그리고 기득권 깨기의 발판을 만들기 위해 경기도 선거에서 최선을 다해서 승리하도록 하겠다.”- 글 이승훈 월간중앙 기자 lee.seunghoon1@joongang.co.kr, 사진 정준희 기자 jeong.junhe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