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心’은 가장 경쟁력 있는 경기지사 후보로 민주당과 맞서는 것이라 생각”
“경기지사 자격은 연고 여부 아니라 교통·부동산·일자리 정책 마련하는 것”
“김동연 후보는 文 정부 실정 사과부터, 이재명 전 지사의 인사들 청산할 것”
유승민(64) 국민의힘 경기지사 예비후보는 디테일이 강한 정치인이다. 3월 31일 “23년 정치하며 키운 나의 모든 역량을 쏟겠다”며 ‘험지’ 경기도 출마를 선언하고 보름이 흐른 4월 15일 아침 강남 모처에서 유 후보와 만났다. 그는 인터뷰 직후 바로 부천 중동으로 향하는 스케줄이었다. 길지 않은 시간 속에서도 유 후보는 경기도의 현안을 짚어내는 ‘학습능력’을 보여줬다. 무언가를 하기로 결심하면 치열하게 임하는 그의 기질은 절박한 순간일수록 더 도드라졌다.유 후보가 2017년 펴낸 유일한 에세이 제목은 [나는 왜 정치를 하는가]다. 그의 정치 인생 궤적은 ‘왜’에 관한 필연성과 일관성의 문답으로 점철된다. 6월 1일 경기지사 선거는 20대 대선 이후 불씨가 꺼졌던 그의 소명의식을 다시 깨운 듯했다. ‘나는 왜 경기지사를 하려는가?’라는 화두에 모든 것을 걸고 임하는 절박함이 역력했다.
“중도층 잡아야 경기도 선거 이긴다”
▎2022년 3월 31일 국회에서 경기지사 출마를 선언한 직후 유승민 국민의힘 예비후보가 응원 나온 지지자들과 만났다. / 사진:중앙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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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이 어렵다고 해서 정계은퇴 의사를 접고, 경기지사 출마를 결단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이후 김은혜 의원이 인수위 대변인직을 사퇴하며 경선에 뛰어들자 ‘윤심’ 운운하는 말이 나돈다.“지난 3·9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이재명 민주당 후보에게) 24만 표 이겼지만, 경기도에서는 46만 표를 졌다. 호남을 제외하면 가장 크게 진 곳이다. 6·1 지방선거는 새 정부 출범 후 20일 만에 치러진다. 우리가 경기도에서 진다면, 서울·인천에서 이겨도 이겼다고 말할 수 없다. 그래서 출마했고, 승리해서 4년 동안 경기도민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대선 이후 ‘모든 걸 정리하고 다른 인생을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가 어렵게 결심했다. 경선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은 당연히 주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내가 뛰어넘어야 한다.”
윤석열 당선인의 본심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당선인과 통화했다. ‘선배님, 응원합니다’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윤 당선인의 화두는 공정과 상식이다. 경선을 공정하게 치르고, 본선에서 승리하는 것이 당선인이 원하는 바가 아닐까 싶다. 그러려면 가장 경쟁력 높은 후보를 내보내는 게 정상이지 않나 싶다. 저쪽의 김동연 후보는 민주당 색채가 약하다. 중도층의 마음을 어느 정도 흔들 수 있다. 결국 이번 선거는 20~40대, 중도층의 선택에 달려 있다. 경기도는 일자리 때문에 젊은 세대와 계층이 많이 사는 지역이다. ‘윤심’은 ‘민심’이 돼야 한다.”
김은혜 후보보다 어떤 면에서 비교우위라고 호소할 생각인가? “도지사직을 수행할 능력이다. 경제와 안보, 이 두 가지가 국가의 기둥인데 (후보군 중) 나만큼 전문성을 가지고 방향과 해법을 제시할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 경기도는 대한민국의 축소판이 아니라 그 자체다. 인구가 1400만 명이고, 동서남북이 다양하며, 군사적 요충지다. 경기도는 내가 두 번 대선을 치르며 준비했던 공약들이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 곳이다. 복지에서 공정소득, 경제에서 혁신성장을 실시할 수 있는 터전으로 봤다. 정치를 한 지 얼마 안 된 김 후보에 비해 도정에 관한 문제의식이나 이해도, 문제해결 능력에서 내가 낫지 않나 싶다.”
경기지사가 되면, 경기도를 위해 무엇을 해줄 수 있는가? “박해영 작가의 JTBC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에 ‘서울은 노른자고, 경기도는 흰자’라는 대사가 나온다. 광역단체장이 그(교통)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사당(경기도행 버스 정류장)도 가봤고, 시청에서 경기도 가는 버스도 타봤다. 2기 신도시는 주택만 지어놨지 전철이 안 닿는다. 윤 당선인이 GTX를 F노선까지 (확장) 약속한 건 잘했다. 이걸 앞당기는 것은 경기지사한테 달렸다. GTX B와 C노선은 창동 차량기지 이전 문제로 진전이 안 되고 있다. D노선은 김포와 하남 시민들의 염원이 걸려 있다. 사람에 비유하면 GTX는 대동맥이고, 전철·버스는 모세혈관이다.”
공약에 넣은 스마트워크스테이션, 즉 원격근무 발상이 신선하다. “재택근무는 노동의 본질적 문제다. (경기도~서울) 출퇴근에 걸리는 4시간을 아끼면, 회사에 더 기여할 수 있지 않나? 집 근처에 연령대별 육아시설과 워크스테이션을 묶어 일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발상의 전환은 경기도에 가장 필요하다. 기술적으로는 해결되고 있고, 직장이 용인해주느냐가 관건이다. 이미 SK, 행정안전부, 일부 지자체 등에서 시행하는 것으로 안다. 경기도 직원이 4000명이다. 얼마나 사는 곳이 다양하겠나? 효율이 중요하다. 일만 잘하면 (일터는) 어디든 좋다. 예컨대 1주일에 3~4일은 원격근무해도 좋다.”
“교통·부동산 정책, 오세훈 서울시와 공조하겠다”
▎유승민 국민의힘 경기지사 예비후보는 대선주자 시절부터 경기도 김포시 고촌역을 찾는 등 GTX에 관심을 보여왔다. / 사진:국회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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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시장과 회동했다. 어떤 정책 공조를 당부했나? “G버스, M버스 등이 서울 경계로 진입하는 걸 서울시가 규제한다. ‘서울시민의 교통 혼잡을 야기한다’는 명분이다. 경기도가 (서울에) 아무리 많은 버스를 보내고 싶어도, 배차 간격을 줄이고 싶어도 서울시가 반대하면 못한다. 그래서 ‘내가 경기지사가 되면 협의하자’, ‘출퇴근 시간만이라도 총량제를 없애자’고 제안했다. 주택 문제도 서울시와 협의해야 한다. 서울과 경기의 주택 공급이 맞물려가야 부동산을 안정시킬 수 있다.”
경기도 1기 신도시 재건축은 이번 선거의 이슈가 될 듯하다. “분당, 일산, 평촌, 산본, 중동 등 1기 신도시는 30년이 넘었다. 너무 노후화됐다. 재건축에 동의한다. 시급한 곳부터 안전진단을 시작하겠다. 순환적으로 하겠다. 일부 아파트는 리모델링으로 하겠다. (1기 신도시 재건축은) 모든 후보가 동의할 것이기 때문에 큰 차별화는 안 될 것이다.”유 후보는 2기 신도시와 아직 지어지지 않은 3기 신도시에 대해서도 꽤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2기 신도시는 1기 신도시보다 더 멀리 떨어져 있는데 버스도, 전철도, 병원도 없이 벌판에 덜렁 서 있다. 인프라를 갖춰줘야 한다”며 “3기 신도시는 2기 신도시의 실패를 교훈 삼아야 한다. 인프라와 주택이 같이 들어가야 불평이 생기지 않는다”고 강조했다.경기도의 자체 일자리 창출 문제에 대해서도 “(경기도) 남쪽은 일자리가 많은데, 북쪽은 파주 LCD공장 빼고는 거의 없다. 직주근접이 되려면 일자리가 있어야 한다”며 “첩첩이 묶인 규제를 뚫고 양주, 의정부, 남양주, 포천 등에 어떻게 기업이 들어오게 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경기지사 후보로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를 꼽는 이들이 많아졌다. 김동연 후보는 “경제 정책에서 유 후보는 훈수만 뒀지만, 나는 선수로 뛰어봤다”고 주장한다. “(실소를 지으며) 문재인 정부에서 2년 가까이 (기획재정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 선수로 뛰었으면 그 책임을 져야 하는 것 아닌가. 이제 와서 ‘청와대 586들이 다 해먹었다’, ‘부동산 정책은 김현미 잘못이다’ 이런 식이면 부총리가 할 소리가 아니다. 국민 세금으로 알바만 만들었지, 지속가능한 일자리가 만들어졌나? 소득주도성장으로 급격히 최저임금 올려서 성장에 무슨 도움이 됐나? 내가 계속 대안을 제시할 때, 그분은 청와대 눈치 보며 시키는 대로만 하지 않았나? 성과를 냈다면 인정하겠다. 하지만 완전히 실패해놓고, 마치 대단한 일을 해봤다는 양 이야기하니, 얼굴이 상당히 두꺼운 분 같다.”
김동연 후보는 ‘아마 유 후보가 경기도에 세금 1원도 안 내봤을 것’이라며 무(無)연고를 지적했다. “나와 집사람이 성남에 공동명의 재산이 있었다. 경기도에 재산세를 16년 동안 냈다. 부총리까지 하신 분이 기본적인 팩트 체크도 안 하고…. 아직도 사과를 안 했다. 1980년대 경기도 인구가 400만 명이 안 됐다. 불과 몇십 년 사이에 1000만 명이 늘어난 것이다. 이분들이 어디서 왔겠나? 전국 도처에서 왔다. 외국인 노동자도 36만 명이다. 경기도는 다양하고 개방된 곳이다. 이런 곳에서 연고가 없는 건 약점이 아니라 오히려 강점이다. 성남에 연고 있는 이재명 전 경기지사가 온갖 사람들과 어울리며 대장동 사건 일으킨 것 아닌가? 연고 없는 내가 가서 깨끗이 청소할 수 있다. (자꾸 연고를 따지면) 일자리를 찾아서, 살기 좋아서 경기도로 이사온 1000만 명이 어떻게 생각하겠나? 최근 ‘경기지사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이 무엇인지’를 묻는 어느 여론조사를 봤다. ‘지역 출신이어야 한다’는 답변은 0.9%였다. 도민의 99.1%가 연고를 안 따지는데, 민주당 후보들은 나의 연고를 따진다. 구태스럽다. 경기도에는 내가 대한민국에 대해 고민했던 내용들이 해결 안 된 채로 있다. 중앙정치는 원래 내가 하고 싶은 정치였다.”
“당선되면 경기도 지역화폐 계약 다시 들여다볼 것”
▎유승민 국민의힘 경기지사 예비후보는 대통령이 되기 위해 쌓아온 경제와 안보 내공을 경기도 개조에 쏟아붓기를 희망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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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전 경기지사의 정책과 어떻게 차별화할 것인가? 계승할 것이 있다고 보나? “이재명 전 지사가 쓴 정책 중에서 조금만 고쳐 쓰면 되겠다 싶으면 그렇게 할 것이다. 전면적 수술을 해야겠다 싶으면 고칠 것이다. 아무리 정당이 달라도 전임자가 했던 것을 100% 깔아뭉개는 것은 안 된다. 이것이 나의 기본적 포지션이다. 다만 이 전 지사의 기본소득·기본주택·기본금융은 못 받는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인가? “소득과 재산이 있는 사람들한테 세금을 받아서 진짜 어려운 분들을 위해 쓰는 것이 복지다. 소득과 능력이 있는 사람에게 세금을 똑같이 나눠준다? 이것은 형편이 어려운 분들한테 가혹한 조치다. 기본주택도 과감하게 개혁할 것이다. 지역화폐는 일단 계승하겠다. 다만 (이 전 지사 재임 기간에 경기도 지역화폐 운영 대행사로 선정된 덕분에) ‘코나아이’라는 부실 운영 대행사가 돈방석에 앉았다고 들었다. 이 돈은 주민들에게 가야 하는 돈이다. 얼마 전에 (경기도가 코나아이와) 재계약을 했더라. 내가 도지사가 된다면, 그 계약을 다시 들여다볼 것이다. 특혜가 있다면 안 된다.”
김동연 후보를 이재명 전 지사가 후원하고 있다는 것이 정치권의 정설이다. 이 때문에 경기지사 선거는 국민의힘 후보 대 이 전 지사의 대리전 구도로 비친다. 이 전 지사를 둘러싼 숱한 의혹이 또 조명될 수밖에 없을 듯하다. “가장 문제가 대장동, 법인카드, 재판 거래다. 이 전 지사 혼자였다면 이런 일들이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다. 자기 주변에서 정치하던 소위 ‘어공’(어쩌다 공무원) 패거리들을 경기도로 끌어들여 요소요소에 꽂아 넣었다. 경기지사 비서실을 청와대 비서실만큼 키워놨다. 경기도 산하단체에 자기 사람들로 채워 넣었다. 인사권을 가지고 이렇게 나쁜 짓을 한 것이다. 여기에서 비리가 싹 텄다.”
방지책이 있을까? “다음에 오는 지사는 이 전 지사의 인사들을 청산해야 한다. 그다음에 어떻게 할지가 중요하다. 도민들을 위해 행정을 똑바로 하려면 일선에서 일하는 공무원이 굉장히 중요하다. 면종복배, 무사안일로 눈치만 보면 안 된다. 공무원이 권한과 책임을 지고 일하도록 만드는 것은 인사권자의 몫이다. 일은 공무원이 하고, 책임은 도지사가 지는 것이다. 그런 식으로 바꿔가며 낙하산 인사를 최소화할 것이다. 비서실은 과감하게 줄이고, 불필요한 산하단체는 통폐합하겠다.”
“비난 극복 못하면서 어떻게 정치하겠나?”
▎유승민 국민의힘 경기지사 예비후보는 ‘윤심’의 향방에 대해 초연하게 대응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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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후보의 정치 역정을 돌아보면 어려운 길만 걷는데 왜 알아주는 당원과 국민이 적은지, 서운할 때는 없나? “(단호하게) 그렇지 않다. 2015년까지 대구 지역 언론에서 차기 지도자로 누구를 선호하는지 물으면 매년 내가 1등을 했다. 2015년 여당 원내대표를 했다. 그러다 ‘그때 생긴 일’(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갈등) 때문에 원내대표 임기를 못 채우고 사퇴했다. 무소속으로 국회의원에 출마해 당선됐다. (탄핵 정국이었던) 2016년 말 바른정당을 창당해 나갔다. 최근 7년 동안 가시밭길을 걸었다. 그렇지만 매 순간이 내 양심에 따른 선택이었다.”
보수당에서 보수 성향이 짙은 일부 당원들의 비토를 받는 상황은 견디기 어려울 것 같다. “나를 비난하는 사람들과도 당당하게 대면해야 한다. 그것도 극복 못하면서 어떻게 정치를 할 수 있겠나? 그때의 선택이 잘못된 것이 아닌데 인제 와서 지금 힘들다고 당시의 선택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지난해 4·7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때는 일반 국민 100% 경선으로 후보를 뽑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국민의힘 당원 50%, 일반 국민 50% 비율로 후보를 선출한다. “선거는 다른 사람들 손에 달려 있는 것이고, 정치인은 최선을 다할 뿐이다. (경선 룰이) 선뜻 이해 가진 않지만, 당이 정해준 대로 가는 것이다. 다만 (김은혜 후보 지지를 선언한) 경기도 당협위원장이 뭐라 한들, 당원 개개인의 선택이 중요하다. 그분들이 어떤 후보를 택할 것인지가 민심이다. 윤심이 민심이고, 당심이 민심이어야 상식이다.”- 글 김영준 월간중앙 기자 kim.youngjoon1@joongang.co.kr, 사진 최영재 기자 choi.yeongjae@joongang.co.kr, 녹취 정리 이승훈 월간중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