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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특집] 6·1 지방선거 ‘핫 플레이스’ 경기도 그리고 서울은? 

“지지층 결집하길” 민주당, “대선 승리 이어지길” 국민의힘 

최경호 월간중앙 기자
김동연·안민석·조정식·염태영·김은혜·유승민 나선 경기도는 후끈
오세훈에 맞설 확실한 대항마 눈에 띄지 않는 서울, 의외로 냉랭


▎경기도가 6·1 지방선거에서 최고의 ‘핫 플레이스’로 떠오른다. 여야 공히 경기도를 승패의 바로미터로 여기면서 이곳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왼쪽부터 김은혜·유승민 국민의힘 예비 후보, 김동연 더불어민주당 예비 후보.
"최대 승부처는 경기도다. 박빙 승부는 물론이고, 경기도의 승자가 이번 지방선거의 진짜 승자가 될 것이다.”

6·1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야가 같은 목소리를 낸다. 전국 17개 광역단체 가운데 경기도가 최대 승부처이자, 이번 선거 승패의 바로미터가 될 거라는 데 이견은 없다. 양당 공히 승리 기준은 광역단체장 8~9석+경기지사다.

올해 3월 기준 경기도의 인구는 1357만여 명. 대한민국 자치단체 가운데 유일하게 인구 1000만 명이 넘는 곳이다. 31개 기초자치단체 중 군은 3곳(가평군·양평군·연천군)뿐이며 나머지는 모두 시다. 가히 ‘리틀 대한민국’이라 할 만하다.

정치적으로도 경기도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역대로 경기지사는 서울시장과 함께 차기 대권주자로 정치적 몸집을 불려왔다. 경기지사를 배출한 당은 자연스럽게 대권주자 풀(pool)을 키울 수 있게 된다. 여야가 서울과 함께 지방선거에서 사력을 다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1995년 제1회 전국동시지방선거(지방선거) 이후 2018년까지 치러진 총 7차례 선거에서는 국민의힘 계열 정당 후보가 5승, 더불어민주당 계열 정당 후보가 2승을 차지했다. 보수 정당에서는 이인제·손학규·김문수(재선)·남경필 전 지사를, 진보 정당에서는 임창열·이재명 전 지사를 배출했다.

이번 선거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대통령으로 취임한 지 3주 만에 치러지는 ‘허니문 선거’다. 국민의힘은 대선 승리 분위기가 이어질 경우 승산이 충분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민주당은 대선 석패를 아쉬워하는 지지층이 결집할 경우 수성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민주당이 승리한다면 대선 패배 후유증을 털고 반등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이재명 전 지사는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대세론을 확산함과 동시에 당 헤게모니를 쥘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이 승리한다면 윤석열 정부 국정 동력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의힘으로서는 서울시장 선거 결과에 따라 2010년(오세훈 서울시장, 김문수 경기지사) 이후 12년 만에 서울·경기 석권이 가능해진다.

대선과 지방선거가 같은 해, 그것도 불과 석 달 간격으로 치러지는 것은 제1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역대 선거를 돌아보면 대체로 정부 임기 초에는 여당이, 정부 임기 말에는 야당이 승리해왔다.

‘유동성’ 큰 선거… 尹에 대한 기대감 못지않게 불안감도


▎6·1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경기지사 예비 후보로 나선 안민석·조정식 의원, 염태영 전 수원시장.
2017년 5·9 대선 1년 후에 치러진 2018년 6·13 지방선거에는 민주당이 전체 17석의 광역단체장 가운데 14석을 석권했다. 유례없는 대승이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1년여 만에 치러진 선거였던 터라 ‘전 정권 심판’ 심리가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2014년 지방선거에서는 당시 여당이던 새누리당이 8곳, 야당이던 민주당이 9곳을 차지하며 무승부를 기록했다. 새누리당이 의외로 고전했던 건 대선 2년 후 선거였던 만큼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이 짙었기 때문이었다.

반면 2007년 대선에서 정권 교체를 이룬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은 2010년 6·2 지방선거에서 6곳을 얻는 데 그쳤다. 민주당은 7곳, 자유선진당은 1곳, 무소속은 2곳을 차지했다. 김대중 정부 마지막 해이던 2002년 지방선거와 노무현 정부 임기 말이던 2006년 지방선거에서는 당시 제1야당이던 한나라당이 각각 11곳, 12곳을 차지하며 압승을 거뒀다.

그러나 10년 주기가 아닌 5년 만에 정권 교체가 이뤄졌다는 점, 그리고 지난 대선이 0.73%p 차의 초박빙 승부였다는 점 등에서 이번 선거는 ‘유동성’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윤 당선인에 대한 기대감 못지않게 불안감도 큰 만큼 섣불리 승패를 예단하기 어렵다.

이명박·박근혜·문재인 등 역대 당선인들은 새 정부 출범 전후로 70~80%의 국정 수행 기대감을 기록했다. 하지만 윤 당선인에 대한 국정 수행 기대감은 대선 결과(48.56%)와 크게 다르지 않은 수준이다. 여야가 모두 이번 지방선거를 ‘대선 연장전’으로 보는 이유다.

리얼미터가 [미디어헤럴드]의 의뢰를 받아 실시하는 정기 조사(전국 약 2500여명 내외, 3월 10~11일 조사는 1018명 유무선자동응답조사 표본오차 95% 신뢰수준±2.0%p 응답률 6~9% 내외, 이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윤 당선인이 취임 후 국정 수행을 얼마나 잘 할 것으로 생각되는지’를 물었다.

대선 직후인 3월 10~11일 조사에서 ‘잘할 것’이라는 긍정 전망은 52.7%, ‘잘 못할 것’이라는 부정 전망은 41.2%로 조사됐다. 3월 21~25일 조사에서는 긍정 전망이 46%, 부정 전망이 49.6%로 긍정보다 부정 전망이 더 높게 나왔다. 3월 28일~4월 1일 조사에서는 긍정 전망 48.8%, 부정 전망이 47.6%였다. 역대 당선인들과 비교하면 현저히 낮은 수치다.

이런 가운데 지방선거 초반 수도권 판세에 대한 여야의 분석은 비슷하다. 양당은 서울과 경기는 각각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근소한 우세, 인천은 초박빙인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지난 대선 때도 서울에서는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이재명 민주당 후보를 31만여 표차로 이겼지만, 경기도에서는 이 후보가 46만여 표차로 승리했다. 인천에서는 이 후보가 이기긴 했지만, 표차는 3만4000여 표차에 불과했다.

여야 공히 서울·인천보다 경기도 승리에 사활


▎3월 30일 불교 조계종 행사에서 자리를 함께한 오세훈(오른쪽) 서울시장과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 / 사진:연합뉴스
이에 여야 모두 이번 선거를 ‘대선 연장전’으로 규정하고, 수도권에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얘기가 조금 달라진다. 같은 수도권이라고는 하지만 서울이나 인천보다 여야 공히 경기에 더 사활을 거는 모습이다. 민주연구원 관계자는 “정치적 측면에서 인천과 경기의 위상은 다르다. 서울은 다소 고전할 것으로 보이지만, 경기도는 승리를 기대할 만하다”고 귀띔했다.

경선 출마가 예상되는 인사들의 면면을 살펴봐도 이번 경기지사 선거가 갖는 정치적 의미를 한눈에 읽을 수 있다.

우선 민주당에서는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표, 조정식·안민석 민주당 의원과 염태영 수원시장 등이 신발끈을 죄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김 대표가 앞서는 것으로 나타난다.

그러자 다른 후보들은 김 대표에 대한 견제 수위를 높이고 있다. 후보들 간 단일화 가능성도 엿보인다. 후보 중 가장 강성으로 평가되는 안 의원은 김 대표를 겨냥해 “이명박 정부 인수위원, 박근혜 정부의 총리실 국무조정실장(장관급)으로 보수 정권의 요직을 거쳐 문재인 정부의 경제부총리까지 지낸 분”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김 대표는 “박근혜 정부 때 국무조정실장을 제 손으로 사표 수리하고 나왔다”며 “통 크게, 정정당당하게 대결하고 앞으로 뛰어나가자는 말씀을 당내 경쟁자들에게 하고 싶다”고 맞섰다. 안 의원의 선명론에 인물론으로 맞불을 놓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4년 만의 탈환 기치를 내건 국민의힘도 경쟁이 뜨겁다. 유승민 전 의원과 함께 ‘윤석열의 입’이었던 김은혜 의원이 경선을 치른다. 김 의원은 출사표에서 “경기도의 ‘철의 여인'이 되겠다”며 “이번 경기지사 선거는 이재명의 시대를 지속하느냐, 극복하느냐를 묻는 선거이자 무능하고 부패한 민주당 정권이 경기도에서 권력을 연장하느냐, 중단하느냐를 묻는 선거”라고 주장했다.

오세훈 강세… 민주당 서울은 전략 선거구 지정


▎6·1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출마를 노리는 박주민 민주당 의원. / 사진:국회사진기자단
이처럼 경기도는 예선 시작 전부터 후끈 달아올랐지만 서울은 의외로 냉랭하다. “경기도 선거 캠프에는 서로 가려고 안달이지만, 서울은 한산하다”는 민주연구원 관계자의 말처럼 서울은 국민의힘 소속인 오세훈 현 시장의 강세에 민주당은 적잖이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출마가 예상됐던 박영선·추미애 전 의원이 뜻을 접은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은 서울시를 전략 선거구로 지정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전략 선거구 지정은 선거 전략상 특별한 고려가 필요한 선거구로 전략공천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경선을 포함한 다양한 방식을 통해 경쟁력 있는 후보를 선출하게 된다”(신현영 민주당 대변인)는 게 이유였다.

이에 앞서 대선 기간 86그룹 용퇴론을 촉구했던 송영길 의원이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하자 당내에서는 비판이 크게 일었다. 친문 의원 모임인 민주주의 4.0연구원(“당 전체를 오만과 내로남불의 나락으로 떨어뜨려”)을 비롯해 86그룹 내에서 발끈했다. “하산 신호 내린 기수가 갑자기 나홀로 등산 선언”(김민석 의원), “여러 카드를 다 무산시켰다”(우상호 의원), “송탐대실”(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 등등. 우·김 의원은 송 의원과는 81학번 동기이기도 하다.

송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제 출마에 대해 생각이 다 다를 수 있으니 당원들에게 물어보면 된다. 국회의원 몇 명이 자기 생각을 당원들에게 강요할 것은 아니다”며 정면돌파를 시사했다.

송 의원과 함께 박주민 의원도 출사표를 밝혔다. 하지만 박 의원 역시 당 일각의 비판을 받았다. 박지현 민주당 공동 비상대책위원장은 4월 8일 회의에서 송 의원을 비판한 데 이어 “부동산 문제로 국민을 실망하게 한 분들이 예비 후보자로 등록했다”고 꼬집었다.

이에 충북지사 예비 후보인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서울시장 예비 후보인 박주민 의원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박 의원은 ‘임대차 3법’을 대표 발의해놓고, 법안 통과 직전 보유하고 있는 아파트 월세를 인상해 논란을 자초했다. 노 전 실장은 ‘1가구 1주택’ 권고에 서울 반포 아파트 대신 청주 아파트를 매각한 바 있다.

김민준 한국정치커뮤니케이션센터 소장은 “6·1지방선거의 하이라이트는 경기도다. 경기도를 차지하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며 “양 진영의 결집이 극대화할 경우 지난 대선보다 격차가 더 좁혀지는 초초박빙 승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squeeze@joongang.co.kr

202205호 (2022.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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