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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민 아나운서의 ‘리더의 언어로 말하기’(19) 

 

그라운드의 지휘자 벤투 감독에게 배우는 리더십

▎그라운드의 총사령관은 감독이다. 벤투 감독의 전략전술을 오롯이 믿고 따라준 대표팀 선수들 덕분에 합심해 원정 2번째 16강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룰 수 있었다. 연합뉴스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또 하나의 신화를 만들어냈다. 2022 카타르월드컵 조별리그 포르투갈과의 3차전에서 드라마틱한 역전골로 16강 진출에 성공한 것이다. 많은 사람이 기적이라고 말하지만 사실 그 이면에는 파울루 벤투(Paulo Bento) 감독이라는 명장의 공이 컸다.

지난 2018년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선임된 벤투 감독은 지난 4년간 ‘빌드업(Build Up) 축구’ 시스템을 팀에 심기 위해 노력해왔다. ‘빌드업 축구’란 축구 경기에서 상대 압박을 무너뜨리고 상대 진영에 들어가 골을 만들어내는 일련의 과정을 의미한다. 패스부터 시작해 드리블, 크로스, 세트피스, 킥의 모든 과정이 물 흐르듯 이루어져야 하기에 선수 개개인의 기량보다는 팀 전체가 하나의 유기체처럼 움직여야만 성공 확률이 올라간다.

사실 이번 월드컵 전까지만 해도 벤투 감독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간간히 들려왔다. 한국 축구 현실에 맞지 않는 시스템을 너무 오랫동안 고집한다는 비판도 있었고, 선수 기용(起用)을 보수적으로 한다는 비난 여론도 있었다. 하지만 벤투 감독은 자신의 신념을 버리지 않고 4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시스템을 구축해왔고 마침내 그 결실을 맺을 수 있었다.

축구는 11명의 선수가 함께 호흡을 맞추며 제한된 시간 안에 공격과 수비를 병행해야 하는 스포츠다. 물론 선수 개개인의 기량도 중요하지만 선수들 간의 단합, 조직력이 승패를 결정하는 열쇠가 되곤 한다. 이런 선수들의 조직력을 만들어내는 이가 바로 감독이다. 몇몇 스타 선수들의 뛰어난 개인기가 골의 가능성을 높일 수는 있겠지만 수비부터 공격까지 한 몸으로 움직이는 팀을 이겨내기는 힘들다.

이런 축구에서 감독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하지만 그 영향력만큼이나 어려운 자리이기도 하다. 중견 선수들부터 나이 어린 선수들까지 여러 연령대의 선수들을 지휘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어린 시절부터 화려한 개인기를 갖추고 승승장구한 해외파 스타 선수부터 묵묵히 다른 선수들의 뒤에서 노력해 현재의 자리까지 올라간 선수들까지 다양한 배경과 저마다의 사연을 가진 선수들을 육성하고 또 함께 훈련시켜야 한다. 동시에 각 선수의 장단점을 분석해 그 선수들에게 걸맞는 전술을 구현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축구 감독은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조직의 리더가 닮아야 하는 최고의 벤치마킹 대상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한국에서 월드컵 때면 항상 회자되는 이름이 있다. 바로 2002년 한국이 4강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룰 당시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을 이끈 거스 히딩크(Guus Hiddink) 감독이다. 무려 20년이 지난 지금도 히딩크 감독에 대한 이야기는, 월드컵 관련 기사는 물론 사람들의 대화 소재에 자주 등장한다. 그만큼 히딩크 감독의 리더십은 모든 사람에게 큰 자극이 됐고 당시 우리 축구팀을 정상으로 이끌어내는 원동력이 됐다.

히딩크 감독 이외에도 여러 사람이 기억하는 감독들이 있다. 베트남의 축구 영웅으로 불리며 베트남 축구를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 박항서 감독, 팀보다 큰 선수는 없다는 명언을 남기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최고의 팀으로 만들어낸 알렉스 퍼거슨(Alex Ferguson) 감독, 상대 팀을 철저하게 분석해 모든 상황을 예측하고 준비해내며 3대 유럽축구 리그에서 전부 우승한 경험을 가진 조세 무리뉴(Jose Mourinho) 감독 등은 자기만의 스타일을 고집하며 자신의 팀을 최고의 자리에 올려놓았다.

여기에서 ‘어떤 축구 감독이 최고인가, 리더는 어떤 축구 감독을 닮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은 큰 의미가 없다. 사람마다 장단점이 있고 자신에게 맞는 스타일이 다르듯 각 감독들의 스타일을 보고 자신에게 걸맞은 감독의 지휘 방식을 스터디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리고 자기에게 맞는 방식으로 맞춰나가면 된다. 특정 감독 누군가를 똑같이 따라할 필요는 없다. 필요하다면 각 감독의 장점을 가져와 자신만의 방식으로 만들어내는 것도 리더의 역할이다.

벤투 감독은 포르투갈 전 직후 “선수들은 선수로서, 코치진은 코치로서 우리가 사랑하는 일에 최선을 다해 왔고, 그 결과 우리는 하나의 정체성을 만들어냈다. 어떤 일이 일어나든 자랑스럽고 만족스러운 마음”이라고 자평했다.

이 글을 읽는 당신도 당신의 후배들, 그리고 조직원들에게 같은 말을 할 수 있는 리더가 되길 원한다. 대한민국 축구팀이 8강, 4강을 넘어 결승 우승에 이르는 그 날까지 리더 당신의 도전도 계속돼야 한다. 꿈은 이루어진다.


▎파울루 벤투 감독은 축구 팬들로부터 ‘벤버지(벤투 아버지)’라는 별명을 얻었다. 감독으로서 선수들을 아끼고 의사를 존중하며 소통하는 모습이 이번 월드컵을 통해 수차례 조명됐기 때문이다. 연합뉴스



※필자 소개: 리더스피치 대표이자 [리더의 언어로 말하기] 저자. KBS 춘천총국 아나운서로 방송을 시작해 연합뉴스 TV 앵커를 역임했으며, 현재 사이버 한국외국어대 외래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세대에 맞는 스피치를 연구하며 각 기업체 CEO, 임원들의 커뮤니케이션 컨설팅을 전문적으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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