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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격 인터뷰] ‘민주당 1호 불출마’ 우상호 의원에 묻다 

“586 퇴진론은 언론이 만든 허상” 

김태욱 월간중앙 기자
“2012년부터 나온 ‘세대교체론’… 선거 때마다 등장”
“과거 이념·사상에 심취해 사는 민주당 의원은 없다”


▎2022년 월간중앙과 인터뷰하는 우상호 당시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언론이 만든 허상.” ‘586 퇴진론’에 대해 우상호(61)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한마디로 답했다. 586의 맏형 격인 우 의원은 3년 전인 2021년 22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에서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유일한 86세대 현역 의원이기도 하다. 곧 자연인이 될 우 의원에게 ‘586 퇴진론’에 대해 물었다.

“퇴진론은 민주당 안에서 나와야”

세대교체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586 세대가 퇴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586 퇴진론은 언론이 만든 프레임이다. 잠잠하다가 선거철이 되니까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민주)당내에서 ‘586 물러가라’고 주장하는 사람은 없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586을 비판했으나, 정략적인 차원에서 나온 발언으로 보인다.”

586 퇴진론을 언론이 만들었다고 보기에는 너무 오랜 기간 지속되고 있다.

“586 퇴진론은 제가 재선 1년차 의원이던 2012년 때부터 나왔다.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586 세대가 물러나야 된다면 그 윗세대도 자연스레 물러나야 하지 않나. 그러나 언론에선 586 윗세대는 문제 삼지 않는다. 586 퇴진론의 허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하태경 의원이 최근 ‘586 운동권 청산’을 공개적으로 거론했다.

“하 의원 본인도 586 세대다. 아울러 퇴진론은 당 밖이 아닌 당 내부에서 나와야 의미가 있다. 586 퇴진론이 처음 등장한 2012년에는 당내 인사인 이동학 전 민주당 최고위원이 언급했다. 물론 이 전 최고위원도 더 이상 586 퇴진론을 주장하지 않는다. 정작 민주당은 잠잠한데 국민의힘에서 왜 퇴진론을 꺼내 드는가? 당장 미국과 영국도 특정 세대 전체를 향해 ‘퇴진하라’고 요구하지 않는다.”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우리 정치사에는 4·19 세대, 긴급조치 세대, 민청학련(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 세대가 있었다. 586세대 말고도 정치권에 세대가 많았다는 이야기다. 그럼에도 유독 586 세대에게만 퇴진할 것을 요구한다. 전 세계 어디에도 이 같은 ‘세대 퇴진론’은 없다. 가령 문제를 일으킨 그룹에 퇴진을 요구한 적은 있다. 사당화에 앞장선 동교동계를 향해 ‘물러가라’고 요구한 게 대표적이다.”

586 퇴진론의 기저에는 세대교체, 혹은 세력교체가 있다. 국민의힘에서도 인요한 전 혁신위원장이 중진들에게 불출마, 혹은 험지 출마를 요구했다.

“인요한 전 혁신위원장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반민주적 행위를 정당화하는 데 대해 분노한다. 지역 유권자들의 뜻을 배려해야 한다. 공천권을 쥐고 있는 특정인들의 권한이 비대해지면 안 된다. 혁신이라는 용어를 ‘비민주적인 공천’과 동일시하면 안 된다.”

미국이나 남미의 정치인들은 자녀에게 지역구를 세습한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가령 아버지의 도움으로 자녀가 지역구를 세습하는 건 절대 안 된다. 교회를 세습하듯, 중앙당의 위력을 활용해 자식에게 ‘무혈 공천’을 선사하는 일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 비민주적이기 때문이다. 결국 방점은 ‘민주적 절차’에 있다. 다행히 우리나라의 지역 세습 문제는 심각하지 않다.”

송영길 전 대표가 구속되면서 민주당 586에 대한 퇴진론이 강해졌다.

“민주당에 덧씌워진 이미지가 있다. 바로 ‘무능, 오만, 분열’이다. 그러면서 항상 등장하는 게 ‘혁신’이다. 혁신을 위해 ‘다선 의원, 그중에서도 586 물러가라’는 구호가 등장한다. 이상하지 않나? 무능, 오만, 분열을 자초한 586 의원이 있다면, 혁신을 위해 문제의 사람에게 책임지게 하면 된다. 특정 세대 전체의 희생을 강요할 필요는 없다.”

김민석 의원이 이낙연 전 총리를 ‘사쿠라’(변절자)라고 비판하자 이원욱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586 기득권 정치인 청산이라는 국민적 요구에 애써 눈감는 우리가 부끄럽다”고 맞섰다.

“사쿠라라는 표현은 심했다. 김민석 의원이 잘못했으면 김 의원을 청산 대상이라고 지적하는 게 맞다. 그럼에도 김 의원을 청산 대상이라고 쓰기 부담스러우니까 ‘586’을 청산 대상으로 상정한 것이다. 사쿠라 발언을 지지하지 않는 586들도 김민석 의원 때문에 모두 퇴진해야 하는가? 우리에게는 이런 억울함이 있다. 다시 말해 일반화의 오류로 인해 피해를 보고 있다. 일반화의 오류는 정치적으로 위험한 데마고그(대중을 현혹하는 변설)다.”

“특정 세대 전체의 희생 강요해선 안돼”


▎우상호 의원은 이낙연 전 총리가 ‘세대 통합’을 언급하며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와 연대를 시사한 데 대해 “세대 통합은 이준석 전 대표하고는 맞지 않는 옷”이라고 했다. / 사진:연합뉴스
이낙연 전 총리는 ‘세대 통합’을 언급하며 최근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와 연대를 시사했다.

“세대 통합은 이준석 전 대표하고는 맞지 않는 옷이다. 이준석 전 대표의 특징은 ‘강한 세대론’이다. 세대 간 갈등을 유발하면서 성장했다. 세대 갈등론이 ‘이준석’이라는 정치인을 키우는 데 정치적으로 성공했을지 몰라도, 갈등으로 성장하는 현상은 옳지 못하다. 그런 점에서 이준석 전 대표와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비슷하다. 한 비대위원장도 586이라는 가상의 적을 상정해 정치를 하는 ‘세대론’ 활용가다. 아울러 이낙연 전 대표는 ‘통합’을 주장하면서 민주당을 분열시켰다. 민주당 분열은 정당한가. 정치의 역설이다.”

이준석 전 대표와 이낙연 전 총리가 내건 제3지대 정당이 성공할 것이라고 보나?

“예단하기 어렵다. 두 가지가 확실해져야 한다. 영남을 기반으로 한 정치세력의 외연 확장이 과연 성공할지 여부다. 국민의힘 공천 결과에 따라 TK(대구·경북)나 영남에서 공천 탈락한 분들이 대거 합류하면 ‘이준석 신당’은 20대를 중심으로 한 ‘세대 정당’을 넘어 지역적 기반까지 갖춘 정당이 된다. 이낙연 신당과 통합하면 또 다른 제3지대의 플러스알파도 가질 것이다. 이 모든 것이 성공하면 큰 의미가 있는 정당이 될 것이다. 역대 제3지대를 꾸린 정치인 중 가장 세대적 특징을 강화한 정치인이 이준석이다. 다만 세대론은 위험하다.”

위험하다고 보는 이유가 무엇인가.

“전 세계적으로 특정 세대, 인종 등을 기반으로 움직이는 정당은 극우화되기 쉽다. 물론 우리나라의 경우, 이준석 전 대표를 지지하는 이들은 중도 성향의 2030들이다. 다만, 이준석 신당도 2030 세대만 가지고는 성공하기 어렵다. 향후 이준석 전 대표가 세대 외연, 혹은 담론 확장에 나설 것으로 본다. 기존의 이준석 지지층이 이를 굳건히 지지할지는 미지수다.”

586 정치인들이 지닌 이념과 사상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과거 대한민국에 주체사상을 전파했던 사람들은 지금 ‘북한민주화운동’을 하고 있다. 김영환, 조혁이 대표적이다. 마르크스-레닌주의에 심취해서 사회주의 노동자 혁명을 꿈꾼 사람 중 상당수는 지금 국민의힘에 있다. 김문수 전 의원이 대표적이다. 하태경 의원도 과거 주사파의 핵심 인물이었다. 하 의원도 변했겠지만, 민주당에 있는 주사파 출신 의원들도 변했다. 퇴진론이라는 허상을 가지고 상대방을 공격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만약 민주당에 여전히 과거의 이념을 공부하는 분들이 있다면 내가 모를 리가 있겠나.”

“각자 생각 달라… 학생운동 인연으로 같이 하지 않아”


▎우상호 의원은 586의 공동 행동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2013년 당내 86 정치인들의 모임인 ‘진보행동’을 타파했다고 설명했다.
586 세대가 이제 후배들을 키워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재차 강조하지만 586 정치인들은 각기 다르다. 오죽하면 제가 2013년 당내 소위 86 정치인들의 모임인 ‘진보행동’을 타파했겠는가. 당시 저는 586이 공동의 행동을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두 가지 이유다. 하나는 86 의원들의 선수가 늘면서 서로 대장 역할을 하려 했다. 두 번째는 각 계파로 나뉘기 시작했다. 나처럼 특정 계파에 속하지 않은 사람은 소수였다. 더 이상 공동으로 행동하기 어려울 것이란 생각이 들어 모임을 타파하자(깨자)고 했다. 모임 해체 이후 한동안 언론에서도 ‘86 그룹은 없다’며 586 퇴진론을 꺼내들지 않았다. 그러다가 총선 때만 되면 ‘허상의 586’ 그룹이 등장한다.”

계파가 달라도 공동으로 행동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예를 들겠다. 당시 민주당 내에서 송영길 의원과 이인영 의원의 성향은 각각 보수적, 진보적이었다. 두 사람이 (현안을 두고) 공동으로 행동하기 어려웠다. 이는 하나의 사례에 불과하다. 과거 학생운동할 때는 생각이 같았을지 모르지만, 정치권에 와서는 생각이 바뀔 수 있다. 80년대 학생운동을 같이 했던 인연만으로 정치를 같이 한다는 건 환상이었던 것이다. 민주당 밖에 계신 분들은 당내에 있는 586 정치인들이 학생운동을 같이 했다는 이유로 30년간 같은 생각을 하면서 정치를 해왔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렇지 않다는 걸 직접 확인한 당사자로서 마음이 아프다. 최근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586 퇴진을 말하는 것을 보고 ‘이분은 정치를 모르는구나’라고 생각한 이유이기도 하다.”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우리 586들은 이미 10년 전에 생각이 달라서 각각 헤어졌는데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갑자기 586을 다시 소환했다. 한 위원장은 우리가 같은 생각을 갖고 당을 운영해서 민주당을 망가뜨린 것처럼 생각하는 모양이다.”

민주당 1호 불출마 선언자다.

“정치에 입문한 지 25년 됐다. 이낙연 전 총리, 박병석 전 의장이 입당 동기다. 할 만큼 했다. 다음 세대를 키워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다음 세대에게 기회를 주고 싶다는 생각은 4~5년 전부터 하고 있었다. 솔직히 ‘세대론’을 얘기할 때 제일 중요한 것은 그 세대의 대표주자 문제도 있을 거다. 대표주자가 퇴진하면 그 세대가 퇴진한 것으로 이해해도 되는 거 아닌가.”

그 대표주자가 우상호 의원이라는 말로 들린다. 우 의원이 불출마를 통해 586 퇴진론을 진화하려는 것은 아닌가?

“아니다. 586은 하나의 그룹이 아니다. 내가 그분들을 도와야 할 이유가 전혀 없다. 장강의 뒷물은 자연스레 앞물을 밀어낸다. 불출마는 언제까지나 우상호 개인의 결정이다. 앞으로도 당내 모임인 ‘더좋은 미래’에서 후배들에게 좋은 정치인이 되도록 멘토 역할을 계속하겠다.”

- 김태욱 월간중앙 기자 kim.taewook@joongang.co.kr

202402호 (2024.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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