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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포커스] D-80, 예측 불허 美 대선 좌우할 변수 

경합주 미세한 표심이 초박빙 대선 판세 가른다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인종·성별·세대·이념 등 역사상 가장 극명한 구도 대결
당선 좌우할 핵심 키워드는 불법 이민자 문제와 ‘경제’


▎‘미국 대통령 선거의 노스트라다무스’로 불리는 앨런 릭트먼 아메리칸대 교수는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승리할 것으로 예측했다. 트럼프(왼쪽) 전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이 연설하고 있다. / 사진:로이터
앨런 릭트먼 아메리칸대 교수는 ‘미국 대통령 선거의 노스트라다무스’로 불리는 역사학자다. 릭트먼 교수는 1984년 이후 10차례의 미국 대선에서 9차례의 결과를 정확히 예측했다. 릭트먼 교수가 맞히지 못했던 유일한 선거는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과 앨 고어 후보가 맞붙었던 2000년 대선뿐이었다. 당시 부시 전 대통령은 고어 후보보다 전체 득표 수에서 뒤졌으나 선거인단 수에서 앞서며 당선됐다. 특히 2016년 대선의 경우 대다수 여론조사 기관들이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부 장관의 당선이 유력하다고 전망했지만, 릭트먼 교수는 도널드 트럼프 당시 후보의 당선을 점쳤다.

이처럼 ‘대선 예언가’로 불리는 릭트먼 교수는 1860년 이후 미국 대선을 역사적으로 분석해 자신이 개발한 ‘대권 13개 열쇠’ 모델을 통해 대선 결과를 예측해 왔다. 대선 승패를 결정하는 13개의 열쇠는 △중간선거 결과 △당내 경선 △현직 대통령 후보 △막강한 제3 후보의 등장 △단기 경제 △장기 경제 △주요 정책 변화 △사회 불안 △스캔들 △외교 군사적 실패 △외교 군사적 성공 △현직자의 카리스마 △도전자의 카리스마 등이다. 선거 연도에 집권당이 13개 항목 가운데 8개 이상 유리하다고 간주되면 여당의 승리를, 6개 이상에서 불리한 것으로 간주되면 야당이 승리한다는 것이다. 이 모델은 릭트먼 교수와 저명한 수학자 블라디미르 케일리스-보록이 1981년 공동 개발했다.

릭트먼 교수는 7월 26일 이 모델에 따라 올해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승리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 모델에 따르면 해리스 부통령은 13개 항목 가운데 8개에서 유리한 점수를 받았다. 우선 대선 후보를 결정할 때 당내 중대한 도전자가 없었으며, 지지율 5%를 넘는 제3 후보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현재 무소속 대선 후보인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가 있지만 대선에 영향을 미치려면 오는 11월 5일 대선 직전까지 여론조사 지지율이 10%를 넘어야 한다. 장·단기 경제 성과도 해리스 부통령에게 유리한 요소로 꼽혔다. 현재로써는 올해 경기 침체가 발표된 바 없고, 미국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8%로 지난해 4분기와 올해 1분기를 상회했다. 또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과 완전히 다른 정책을 펼쳤고, 수백만 명이 거리에 나설 정도의 중대한 사회 불안이 없었으며, 대통령이 연루된 심각한 부패 스캔들이 없었다. 도전자인 트럼프 전 대통령의 카리스마가 정당을 초월해 유권자들에게 어필하지 못한다는 점도 해리스 부통령에게 유리한 항목으로 지목됐다. 반면 민주당이 2022년 중간선거에서 2018년 중간선거보다 하원 의석을 늘리지 못한 점, 해리스 부통령이 재선에 도전하는 현직 대통령이 아니라는 점,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 및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 현직 대통령의 카리스마가 없다는 점 등은 해리스 부통령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예측됐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민주당 대선후보에서 중도 사퇴한 이후 ‘구원투수’로 등판한 해리스 부통령이 릭트먼 교수의 예측대로 대선에서 승리할지 여부는 불확실하지만, 일단 트럼프 전 대통령과 팽팽한 접전을 벌이고 있는 건 사실이다. 실제로 미국 언론과 여론조사 기관들에 따르면 해리스 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을 벌이고 있다. 당초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과의 격차를 벌렸던 점을 감안하면, 해리스 부통령은 이 같은 ‘트럼프 대세론’을 저지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 사퇴로 리셋된 미국 대선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특히 이번 미국 대선은 인종·성별·세대·이념 대결이라는 점에서 볼 때 역사상 가장 극명한 구도에서 치러지는 선거가 될 것이 분명하다. 두 후보는 ‘금수저 출신’이 유일한 공통점일 정도로 대척점에 있다. 무엇보다 사상 처음으로 유색인종 여성 대 백인 남성의 대결이라는 점이 가장 주목받고 있다. 게다가 강경한 보수적 백인 남성과 단호한 진보적 흑인 여성 간의 첫 대결이라는 점에서 더욱 흥미롭다.

대선 리셋, 해리스와 트럼프 오차범위 내 접전

미국 언론은 무엇보다 먼저 해리스 부통령이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에 이어 8년 만에 두 번째로 ‘마지막 유리 천장’을 깰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2016년 대선에서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유권자들에게 더 많은 표를 얻었지만, 선거인단 확보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뒤져 낙선했다. 당시 여성 유권자의 54%가 클린턴 전 장관에게 투표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얻은 여성 표(39%)보다는 많았지만, 대권을 거머쥐지는 못했다. 해리스는 백인·남성이 주류였던 미국 사회에서 유리 천장을 깨고 ‘최초’의 역사를 써왔다. 해리스는 1964년 캘리포니아 오클랜드에서 중남미 섬나라 자메이카 출신인 흑인 부친과 인도 브라만(인도 신분제인 카스트 제도 최고 계급) 가문 출신인 모친 사이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미국 명문 스탠퍼드대 경제학과 교수, 어머니는 암을 연구한 과학자로 캐나다 명문 맥길대 교수를 지낸 학자다. 12세 때 부모의 이혼으로 어머니·여동생과 함께 캐나다 퀘벡주 몬트리올로 이주했다. 해리스는 당시 백인이 대부분이고 심지어 프랑스어를 쓰는 몬트리올에서 소수인종으로서 겪는 소외감이 컸다고 한다. 고등학교 졸업 후 다시 미국으로 돌아온 해리스는 워싱턴 D.C.의 흑인 명문 대학인 하워드 대학교에서 정치학과 경제학을 전공했다. 대학 시절 해리스는 남아공의 아파르트헤이트 반대 시위에 참여하는 등 사회문제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냈다. 이 대학에서 해리스는 자신의 정체성을 확고히 할 수 있었다. 이후 캘리포니아대 헤이스팅스로스쿨을 거쳐 1990년 변호사 자격을 취득했다.

해리스는 ‘3중 유리 천장’ 깨뜨린 기록 제조기


▎불법 이민자 문제는 이번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격돌하고 있는 중요한 의제다. 지난 7월 25일(현지시간) 미국으로 향하는 이민자 행렬. / 사진:로이터
해리스는 2003년 아프리카계 미국인 여성이자 남아시아계 미국인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샌프란시스코 지방검사로 임명됐다. 2010년에는 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 겸 검찰총장으로 선출된 최초의 아프리카계 미국인이자 첫 여성이 됐고, 2016년 캘리포니아주를 대표하는 연방 상원의원으로 중앙 정치 무대에 진출했다. 남아시아계의 연방 상원의원 진출은 해리스가 처음(흑인 여성으론 두 번째)이었다. 해리스는 2020년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승리로 2021년 백악관에 입성하면서 또다시 미국의 최초 흑인·아시아계 부통령이자 여성 부통령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이처럼 해리스는 흑인·여성·아시아계라는 ‘3중의 유리 천장’을 최초로 깨뜨린 기록 제조기다. 해리스가 대선에서 승리한다면 미국 역사에서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자 첫 아시아계 대통령이 된다. 또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 흑인 대통령이라는 타이틀도 얻게 된다.

해리스의 이번 도전은 8년 전 클린턴 때와는 다르다는 미국 언론들의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미국의 대졸 여성 노동자 수가 남성을 추월했고, 조직이나 권력관계에서 상위에 있는 남성의 성폭력을 고발하는 ‘미투(ME TOO) 운동’이 성평등에 대한 사회의 인식을 변화시켰다. 특히 미국에선 연방대법원이 2022년 여성의 낙태권을 인정한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으면서 많은 여성 유권자가 분노한 상황이다. 당시 연방대법원이 판결을 내린 이후 전국을 돌며 낙태권 보호의 중요성을 설파한 사람은 바이든 대통령이 아닌 해리스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낙태 문제를 집중적으로 거론하긴 했지만, 낙태에 부정적인 가톨릭 신자라는 점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제대로 공격하지 못했다. 게다가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동안 성차별적인 언행과 성 스캔들 등으로 여성 유권자들의 반감을 사 왔다. 크리스티나 울브렉트 미국 노터데임대 교수는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대선 도전이 여성 정치인의 한계에 대한 유권자들의 인식을 변화시켰다”면서 “고위 선출직에 도전하는 여성 정치인에 대해 유권자들이 예전보다 훨씬 열린 자세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해리스의 흑인 정체성에 대한 공격에 나서고 있다. 트럼프는 7월 31일 전 미흑인언론인협회(NABJ) 초청 토론에서 “그녀는 항상 인도계 혈통이라고만 홍보했다. 나는 몇 년 전까지 그녀가 흑인인 줄 몰랐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트럼프의 전략은 갑작스러운 해리스의 등장으로 지지율 격차가 좁혀지면서 잃은 스포트라이트를 되찾고, 미국 정치에서 매우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흑인 표심을 해리스로부터 분리하는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의 전략이 미국 정치에서 오래된 ‘타자화’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미국 인구의 12%는 부계와 모계의 혈통이 다른 다인종인 만큼 역풍을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트럼프, 암살 기도 사건을 대선에 적극 활용


▎미국 연방대법원이 지난 2022년 여성의 낙태권을 인정한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은 이후 미국은 낙태권 폐지를 놓고 갈라졌다. 사진은 낙태권 폐지 찬성자들이 지난 6월 26일(현지시간) 미 연방대법원 인근에 모인 모습. / 사진:로이터
특히 트럼프는 암살 기도 사건에도 불구하고 기적적으로 생존한 것을 대선에 십분 활용하고 있다. 트럼프는 7월 13일 오후 6시 15분쯤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에서 유세하던 중 130m 떨어진 건물 옥상에서 토머스 매슈 크룩스(20)가 쏜 총탄이 오른쪽 귀 위쪽을 관통하는 상처만 입고 목숨을 건졌다. 당시 트럼프가 연단 스크린에 투사된 차트 중 하나를 보기 위해 머리를 돌리지 않았더라면 총알에 맞아 숨졌을 것이다. 더욱 주목되는 점은 경호원들에 둘러싸인 채 연단에서 대피하던 트럼프가 피를 흘리면서도 자신이 주먹을 치켜들고 “싸워라(fight)”라고 외치는 모습의 사진이 찍혔다는 것이다. 특히 이 사진을 보면 트럼프의 뒤로 푸른 하늘 아래 미국 국기인 성조기가 공교롭게도 나부끼고 있었다. 마치 19세기 프랑스 화가 외젠 들라크루아의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 구도와 놀랍도록 흡사했다. 트럼프는 손을 번쩍 들어 올린 이유에 대해 “사람들에게 내가 괜찮다(OK)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 그리고 미국은 계속 굴러가고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고 우리는 강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고 밝혔다.

암살미수 사건에서 보인 트럼프의 이런 모습은 ‘마가’ 등 지지층은 물론 일반 미국 국민들의 머리에 각인됐다. ‘마가’는 트럼프가 2016년 대선에서 내걸었던 구호인 ‘다시 미국을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MAGA)’의 알파벳 앞글자를 딴 것이다. ‘마가’의 주축은 농업이나 공장 등 육체노동에 종사하는 저소득·저학력 백인층이다. 마가는 러스트 벨트(rust belt·미국 북동부 제조업 쇠퇴 지역)에서 트럼프를 적극 지지하면서 대통령 당선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트럼프가 재선에 실패했지만, 마가의 영향력은 오히려 확대됐다. 마가는 암살 미수 사건을 계기로 더욱 결집하고 있다. 대통령 역사학 전문가인 더글러스 브링클리 미국 라이스대 교수는 “미국인의 정신에는 압박 속에서도 불굴의 의지와 용기를 보이는 것을 좋아하는 무언가가 있으며, 트럼프가 주먹을 높이 든 장면은 새로운 상징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검사 출신 vs 유죄 평결 받은 중범죄자 대결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이른바 경합주들(swing states) 유권자들의 표심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연임 도전을 포기한 지난 7월21일(현지시간) 늦은 오후 백악관 인근 모습. / 사진:로이터
이번 대선에서 또 하나 주목할 점은 ‘검사’ 대 ‘유죄 평결을 받은 중범죄자’라는 대립 구도를 들 수 있다. 검사 출신인 해리스는 트럼프를 중범죄자로 규정하고 이를 집요하게 파고드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트럼프는 ‘성 추문 입막음 돈 지급’, ‘대선 결과 뒤집기’, ‘기밀문서 유출’, ‘조지아주에서의 대선 개입 의혹’과 관련해 총 4건의 형사 사건으로 기소된 상태다. 4건의 사건에서 제기된 혐의만 91개에 달한다. 이 가운데 성 추문 입막음 돈 지급 사건에서는 지난 5월 배심원단의 유죄 평결을 받아 ‘중범죄자’라는 꼬리표까지 단 상태다. 해리스는 “검사 시절 여성을 학대한 포식자, 소비자를 속인 사기꾼 등 온갖 범인을 기소했다”면서 “나는 트럼프 같은 타입을 잘 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자신의 범죄 혐의, 심지어 유죄 평결에도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 면모를 보여 왔다. 트럼프는 오히려 자신에 대한 암살 미수사건을 부각시키면서 지난 대선이 사기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게다가 연방대법원은 7월 1일 “대통령 재임 중 한 모든 공적행위는 면책특권이 인정된다”면서 트럼프의 2020년 대선 결과 뒤집기 시도 혐의에 대한 면책 여부 판단을 하급심 재판부에 넘겼다. 연방대법원은 “전직 대통령의 재임 중 비공식적 행위는 면책특권이 없지만, 헌법적 권한 내에서 이뤄진 행동은 절대적 면책특권이 적용돼야 하며 모든 공적인 행동들은 추정적 면책특권을 부여받는다”고 판시했다. 이에 따라 대선 전에는 대선 결과 뒤집기 시도 혐의 등 3건에 대한 재판과 판결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연방 대법원은 10월 첫째 주 다시 문을 열기 때문에 그사이 하급심 판결이 나온다고 해도 트럼프가 항고하면 대법원 최종 판단은 대선 전에 나오기 어렵다. 트럼프의 재판 지연 전략이 성과를 거둔 셈이다. 하지만 성 추문 입막음 돈 지급 혐의 사건에 대한 1심 재판 결과는 대선 전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상당한 형량이 선고될 경우 트럼프에겐 악재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불법 이민과 경제 문제도 이번 대선에서 두 후보가 격돌하고 있는 중요한 이슈다. 해리스는 중남미에서 멕시코를 통해 미국으로 유입되는 불법 이민 문제를 직접 맡아 해결하려고 했으나 별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 때문에 트럼프는 해리스를 ‘국경 차르(border czar)’라는 별명으로 부르면서 비판해 왔다. ‘국경 차르’는 2021년 바이든 대통령이 해리스에게 불법 이민의 원인을 찾아 해결하라고 지시했지만, 오히려 불법 이민이 폭증했다는 점을 부각하기 위해 만든 별명이다. 트럼프는 해리스가 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 시절부터 불법 입국 범죄자에게 관대했으며, 현재의 불법 이민 문제와 남부 국경 문제를 해결할 의지도, 능력도 없다고 공격하고 있다. 트럼프는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취임 첫날 불법 이민자들을 대대적으로 추방할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다.

“R(경기 침체)의 공포, 대선 변수 될 것”

뉴욕 증시의 주가가 8월 5일 경기 침체 공포에 따른 우려로 폭락한 사태도 대선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른바 ‘R(Recession·경기 침체)의 공포’가 대선의 변수가 된 셈이다. 트럼프는 해리스의 책임을 강하게 지적하고 있다. 트럼프는 “주식시장이 붕괴하고 있고, 고용 숫자는 끔찍하며, 우리는 3차 세계대전을 향해 가고 있는데 역사상 가장 무능한 지도자 두 명(바이든과 해리스)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트럼프는 “시장은 샌프란시스코와 캘리포니아를 통째로 파괴한 극좌 미치광이를 절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며 “유권자들은 트럼프의 번영과 해리스의 붕괴(crash) 중 하나를 선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정치매체 더 힐은 그동안 경제를 자신에게 유리한 의제로 여긴 트럼프가 주가 폭락을 바이든의 실정 때문에 경제가 나빠졌고 해리스도 책임이 있다는 메시지를 강화할 기회로 포착했다고 지적했다.

반면 해리스는 ‘중산층 강화’를 약속하며 긍정적인 경제 비전을 제시했다. 해리스는 “우리는 미국의 경제를 세계에서 가장 튼튼하게 유지하는 미래를 믿는다”면서 “모든 사람이 사업을 시작하고, 집을 소유하며, 세대 간 부를 축적할 기회를 가지는 미래”라고 강조했다. 미국 유권자들은 그동안 각종 여론조사에서 경제와 물가를 가장 중요한 현안으로 지목해 왔다. 이 때문에 미국 경제가 대선 때까지 주가 폭락이나 부정적인 지표 없이 순항할지 여부에 따라 대선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의 경제 상태가 이번 대선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월스트리트 저널(WSJ)도 “앞으로 몇 달 안에 더 광범위한 경기 침체가 나타난다면 엎치락뒤치락하는 트럼프와 해리스 간의 대선 경쟁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번 대선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이른바 경합주들(swing states) 유권자들의 표심이다. 미국 대선은 간접선거제로, 전체 득표율이 아닌 선거인단 과반을 확보하는 후보가 승리한다. 538명의 선거인단이 50개 주와 워싱턴 D.C.에 배분돼 있는데 이 가운데 매직넘버 ‘270(선거인단 270명)’을 확보하는 후보가 대권을 거머쥔다. 특히 미시간(선거인단 15명), 펜실베이니아(19명), 위스콘신(10명), 애리조나(11명), 네바다(6명) 등 5개 주는 누구를 지지할지 알 수 없는 최대 경합 주로 꼽히고 있다. 이번 대선에서 최후의 승자가 누가 될지 미국은 물론 세계 각국이 그 어느 때보다 주목하고 있다.

-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202409호 (2024.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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