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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파리 갔던 사격연맹 前 회장, 임금 체불로 수십 명에게 피소 

 

최현목 기자
경기 용인 '명주병원' 신명주 원장, 수십억 임금 체불
노동청에 접수된 진정만 350건, 피해자 200여 명 달해
고소한 사람에게만 임금 지급…'마통'으로 생계 잇기도


▎신명주 대한사격연맹 회장이 지난 7월 2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제31대 대한사격연맹 회장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병원을 운영하면서 의료진에게 임금을 제때 지불하지 않아 고소 당한 신명주 명주병원장(전 대한사격연맹 회장)이 지난달 23일 피해자들로부터 재차 고소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신 원장은 지난 6월 제31대 대한사격연맹 회장에 선출됐다가 임금 체불 문제가 불거져 사임했다. 임금체불 피해를 당한 의료진은 200여 명, 수십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자 법률 대리인 김경현 변호사는 지난달 28일 “명주병원에서 근무한 의사 6명이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신 원장을 근로기준법 및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특별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 혐의로 형사 고소했다”고 밝혔다. 신 원장은 명주병원 소속 의사 3명으로부터 같은 혐의로 지난달 16일 서울중앙지검에 고소된 바 있다. 이에 병원 측은 신 원장을 고소한 의사 3명에게 임금 등을 지급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피해자 대부분은 아직도 임금을 받지 못한 상태다. 의사 6명이 지난달 23일 고소에 나선 이유도 앞서 신 원장을 고소한 의사 3명에게만 임금 등이 지급됐기 때문이다. 본지 취재를 통해 확인된 피해자 수는 의사를 포함해 200여 명에 이른다. 피해액은 수십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임금 못 받은 의료진, “마이너스 통장으로 간신히 생계 유지…”


▎명주병원을 운영하면서 의료진에게 임금을 제때 지불하지 않았다는 의혹으로 검찰에 고소된 신명주 병원장(전 대한사격연맹 회장)이 지난달 23일 피해자들로부터 또 고소된 것으로 확인됐다. 명주병원 홈페이지 캡처
김 변호사는 “명주병원은 형사 고소를 한 사람에게만 먼저 임금 및 퇴직금을 지급했다”며 “한때 근무했던 병원이 잘되길 바라는 마음에 형사 고소를 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아직 미지급 임금 및 퇴직금을 한 푼도 지급하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피해자 중에는 마이너스 통장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명주병원은 경기도 용인시에 있는 2차 종합병원으로, 지난 2020년 200개 이상의 병상과 직원 600명 규모로 개원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임금 지급 날짜가 늦어지기 시작했고, 올해 3월부터는 급여의 일부만 지급되거나 미지급된 상태다. 이에 개원 당시 40여 명이던 의사는 현재 20명 이내로 줄어들었다. 지난 3개월간 명주병원 임금 체불로 경기지방고용노동청에 접수된 진정은 350여 건에 이른다. 병원 직원들은 신 원장이 병원 일대 부동산을 매입하기 시작하면서 병원이 어려워지기 시작했다고 주장한다.

병원 측은 부동산 매각 등으로 임금 체불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피해자들에게 아직 구체적인 변제 계획을 밝힌 적은 없다. 게다가 신 원장이 임금 체불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격연맹 회장 신분으로 ‘2024 파리 올림픽’에 참석하는가 하면 여러 기관에 기탁, 기부금 등을 내온 사실이 드러나 피해자들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신 원장은 지난 2일 법률 대리인을 통해 “미지급 임금에 대해서는 사재를 처분해 지급하려 노력 중”이라며 “용인세무서 압류가 들어와 매각하려던 일부 자산 양도가 어렵게 돼 근로자들에게 매각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기부는 계속 진행했던 것”이라며 “무리하게 부동산 확장을 한 것이 아니라 병원 매출 증대를 위한 방안의 일환으로 진행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현목 기자 choi.hyunm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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