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에 전화가 왔다. “두 사람이 갈 겁니다. 와인 한 병 디캔팅(decanting)해 주세요.” 얼른 TV를 켜고 증권 채널에 맞춰 화면 아래로 흐르는 자막의 주가 지수를 보니 어제보다 20포인트 넘게 왕창 내려앉아 있었다.
두 사람이 온다면 가능한 한 자리를 같이해야 하니 체력이 필요하다 싶어 아껴둔 송이버섯과 쇠고기를 팬에 얹어 슬슬 굴리고 있는데 벌써 도착했다는 전갈이 왔다. 송이 등심구이라면 마다하지 않으랴 싶어 그대로 쟁반에 담아 나갔다. 저녁은 먹었다고 했지만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쟁반은 깨끗해졌다. “주가가 많이 빠졌던데요”라고 운을 던지자 “이젠 시세 등락에 상관하지 않을 만큼 와인에 젖어가나 봐요”라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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