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브스코리아가 창간 3주년을 맞아 터키 취재를 결정한 것은 세계적 자원 전쟁의 와중에도 그곳이 우리에게 놓칠 수 없는 ‘기회의 땅’이기 때문이다. 터키를 주목하는 이유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지난해 10월 ‘뉴 오일로드’를 목격하기 위해 중동과 중앙아시아 산유국들을 취재하러 갔을 때였다. 치솟는 기름값으로 금고를 두둑이 채운 산유국들이 앞다퉈 인프라 투자를 하고 있었는데, 건설 현장 대부분을 터키 건설 회사들이 장악하고 있는 광경을 목격했었다. 산유국들의 배가 부르면 부를수록, 소리 소문 없이 주머니를 챙기는 나라가 바로 터키였던 것이다. 터키의 경제수도 이스탄불은 중앙아시아의 신흥 산유국으로 가는 모든 물류의 관문이었다.비슷한 시기인 10월 3일, 이슬람 국가 터키가 40년 이상 매달려 왔던 숙원 사업인 유럽연합(EU) 가입 협상이 극적으로 시작됐다는 뉴스를 접했다. 당시 EU 회원국 정상들은 향후 터키의 EU 가입이 기독교 문명인 EU와 이슬람 세계 사이에 다리를 놓게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때마침 한국·터키 양국 정부 차원에서 ‘지식 공유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었다. 한국개발연구원(KDI)과 터키 국가기획원의 공동 프로젝트다. 10년 주기로 군대가 정치에 개입하고, 국제통화기금(IMF)을 제 집 금고처럼 사용한다는 터키가 한국의 경제발전 모델을 발판으로 내부 경제 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이는 한국이 터키와 긴밀한 경제협력 관계를 구축할 수 있는 호기가 아닐 수 없다.최근 터키 경제에 대한 외부 시각이 찬사 일색이란 점도 간과할 수 없다. 골드먼삭스는 지난해 12월 보고서를 통해 터키를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 등 신흥경제국)를 잇는 ‘11개 차기 경제대국 후보(N-11)’ 중 하나로 꼽았다. 세계은행이 지난해 11월 내놓은 터키 국가 보고서도 마찬가지였다. 터키가 35년 만에 처음으로 한자릿수 인플레이션율에 진입했고, 4년 평균 경제성장률이 7%에 달하는 등 거시경제 지표들이 어느 때보다 밝다고 소개했다.이런 배경 속에서 본지는 터키의 수도 앙카라와 경제 수도 이스탄불에 특별취재팀을 파견, 2주간에 걸쳐 터키 경제를 심층 취재했다. 취재팀은 출발하기 전만 해도 미운 오리새끼처럼 동과 서 어느 한쪽에도 끼지 못한 채 방황하던 터키가 과연 모두가 부러워하는 백조로 탈바꿈할 수 있을지 의구심을 가졌었다. 하지만 현지에서 본 터키는 놀랄 만큼 빠르게 변하고 있었다.지난 600년 동안 유럽과 아시아를 호령했던 오스만 투르크 제국이 부활할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들 정도였다. 터키는 이미 중동과 유럽의 투자자들이 만나는 ‘화개장터’가 돼 있었고, 새로운 에너지의 보고(寶庫)인 중앙아시아로 가는 전초기지로 자리 잡고 있었다. 기회의 땅 터키로의 여행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다.<편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