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은행업은 유달리 공공성이 강조되는 분야다. 개인이 운영하면 공공성을 해치고 사금고화할 것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국가 소유의 은행이 쉽게 공금고화됐던 사실이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그런 인식은 바뀌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은행 역시 여수신을 바탕으로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이다. 즉 돈이라는 상품을 매개로 돈을 버는 것이 목적인 기업으로서 제조업을 하는 기업과 다를 바가 없다. 그리고 그런 일은 민간이 주체가 됐을 때 가장 효과적으로 잘할 수 있다는 점도 명백하다.
근대적 의미의 우리나라 은행들은, 이제는 간판을 내린 조흥은행을 제외하고는 모두 적산(敵産·일본이 패망하고 남기고 간 자산)을 이어받은 국가 소유였고, 민영화 과정에서는 국내 민간 자본의 참여가 실질적으로 배제됐다. 은행을 설립하거나 인수해 운영할 수 있는 은행 기업가의 탄생을 기대할 수 없었다. 지금도 마찬가지이며 앞으로도 상당 기간 이런 추세는 지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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