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종 톱 애널리스트 27명(중복 제외)에게 하반기 업종 기상도를 설문을 통해 들어봤다. 모두 22명이 참여했다. 추천 종목도 받았다. 컨플라이언스로 종목 추천이 어려운 외국계 증권사의 경우 2위에게 답변을 넘겼다. 설문 결과 하반기 증시를 이끌 주도주는 자동차, 화학, 조선업종 등이 유력했다. 보험·증권, 음식료, 소재, 유통 등은 3분기가 지나면서 점차 투자 매력이 높아질 것으로 봤다. 반면 은행, 건설, 제약, 운송 업종은 회복이 더딜 것으로 예상했다. 대신 투자가치가 높은 개별 종목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투자 유망 업종인 자동차는 미국 수요 증가와 동일본 대지진 피해가 호재로 작용했다. 올해 미국의 수요는 전년 대비 13.3% 늘어나며 회복할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구입과 관련한 금융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노후 차량 등의 대체 수요가 늘면서 중소형 차량 판매가 늘고 있어서다.3월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은 일본 자동차 업체에 큰 타격을 줬다. 당장 공급이 부족한 상태다. 비교적 광범위한 수출 생산기지와 부품 생산 시스템이 피해를 본 데다 원전 문제 등으로 제품의 신뢰도까지 하락했다. 앞으로 수개월 동안 일본 업체의 해외 판매는 부진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기아차 등 한국 업체는 반사이익을 거두고 있다. 일본 자동차 기업들이 잠시 주춤하는 사이 미국 등 전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시장 점유율을 높일 수 있는 기회다.투자 추천과 실적 추정에서 각각 1위를 한 안수웅 LIG투자증권 연구원과 박영호 대우증권 연구원 모두 현대차를 매력적으로 평가했다. 현대차의 해외 마케팅 전략이 성공을 거두고 있기 때문이다. 박 연구원은 현대차가 미국, 중국 등 해외시장에서 신차 위주로 판매가 늘고 있어 기업 이익이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등의 경쟁 업체에 비해 제품 경쟁력과 브랜드 인지도가 상승하면서 판매비용이 줄어들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현대차 쏘나타 판매량이 지난 5월 미국 시장에서 처음으로 도요타 캠리와 혼다 어코드를 앞질렀다.상반기 수주 실적이 좋았던 조선 업종은 어떨까. 하반기에는 수주 모멘텀 둔화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있다. 하지만 LNG 수요와 공급설비 확대로 상선과 해양설비 발주가 호조를 보일 전망이다. 대형 조선소는 2013년까지 일감을 확보한 데다 대형 컨테이너선과 LNG선을 중심으로 발주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돼 가격도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실적 추정 분야에서 2위에 오른 이봉진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추천종목으로 현대중공업을 꼽았다. 그는 현대중공업은 LNG생산설비부터 복합화력까지 다양한 프로젝트 수행 경험이 있는 만큼 수주 계기가 많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들려줬다. 자회사의 실적 개선에 따라 가격 매력도 더욱 부각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계열사인 현대오일뱅크는 고도화 설비 본격 가동에 따라 실적 개선이 유력하고 현대삼호중공업도 이익이 날 것으로 전망한다. “하이닉스 인수가 부정적 이슈로 떠오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인수 여부가 불확실하고 인수하더라도 가격이 지나치게 높지 않다면 재무나 사업적 위험은 크지 않을 것 같습니다.”이 연구원은 기계 업종의 투자비중도 늘릴 것을 주문한다. 발전 플랜트 등은 대규모 자금이 필요해 하반기에 발주가 집중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 2009년 하반기부터 국내 건설사를 포함한 EPC(설계·구매·시공) 업체가 대규모로 수주했던 해외플랜트 프로젝트와 관련한 기자재 발주도 올 들어 꾸준히 늘고 있다.하반기에 기업 이익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되는 업종은 철강, 음식료, 보험, 유통 업종이다. 기상도로 보면 흐린 뒤 서서히 갠다는 얘기다.철강 업종 톱 애널리스트인 김종재 키움증권 연구원은 철강산업은 중국, 원료, 내수시장 점유율 경쟁이라는 세 가지 고민을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세 가지 측면에서 살펴볼 때 올해가 지난해보다 좋고, 내년은 올해보다 좋을 것으로 봤다. “원료는 호주 퀸즐랜드 홍수와 같은 천재지변이 없다면 하반기를 포함해 2012년까지 수급 상황이 개선될 여지가 큽니다. 내수시장 점유율 경쟁으로 악화됐던 철강 업계의 수익성도 점차 회복되는 모습이에요. 중국의 공급과잉 문제는 앞서 언급한 두 요인보다는 명쾌하지 않지만 정부 규제와 민간 부문의 투자매력 감소로 더 악화하기보다는 개선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추천 종목은 포스코. 나올 만한 악재는 다 쏟아졌고 2분기 실적도 시장 기대치를 충족할 것으로 기대한다. 7월과 8월 연 이은 해외 제철소 건설 착공도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증시가 불안한 요즘 음식료 업종은 방어주로서 매력이 커지고 있다. 여기에 가격 인상이 이뤄지면서 하반기 이익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음식료 업종은 현 정부 출범 이후 정부의 가격 통제 정책이 계속되면서 어려움을 겪어왔다.음식료 업황에 가장 중요한 대외 변수인 국제 곡물 가격과 환율 역시 우호적이다. 최근 환율이 혼조세를 보이고 있지만 연초 환율인 1164원보다는 낮고, 달러 강세 흐름은 나타나지 않을 전망이다. 국제 곡물 가격도 점차 하향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음식료 톱 애널리스트가 추천한 종목은 롯데삼강과 CJ제일제당이다.
하반기 보험 업종은 자동차보험 손해율, 장기보험의 수익성과 성장성 측면에서 모두 긍정적일 것으로 예상한다. 그동안 자동차보험은 급등한 10년 손해율이 주요 변수였다. 하지만 앞으로 자동차보험의 손해율이 점진적으로 하락할 전망이다. 자동차 보험료율 인상, 자동차보험 제도 개선안 등이 영향을 줄 것이기 때문이다.장기 보험과 관련한 불확실성은 완화되고 있다. 장기 보험의 성장성과 수익성에 대한 우려는 점진적으로 해소되고 있다. 성장성 측면에서는 다양한 신상품 출시, 전년도 부진에 따른 기저 효과 등으로 장기 신계약이 전년도에 비해 10% 정도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추천 종목은 저평가된 삼성생명과 자동차보험 손해율 하락으로 이익 개선이 기대되는 동부화재 등이다.유통 업종도 하반기 이후가 기대된다. 백화점과 홈쇼핑 산업은 중산층의 고급 소비 증가, TV홈쇼핑의 상품력 강화, 인터넷 몰의 고성장 등에 힘입어 전년 동기 대비 20% 이상의 외형 성장을 보이고 있다. 해외 진출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큰 폭의 이익 개선을 보이는 기업도 늘고 있다. 실적 추정 분야에서 1위에 오른 서정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하반기에 유통업 비중을 확대하더라도 3분기 이후 종목 포트폴리오에는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점차 소비가 좋아질 것이라는 전망에 따라 2~3분기의 경우 1분기보다 긍정적인 소비지표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 백화점과 홈쇼핑 업체의 실적이 유례없는 호조를 보였던 것에 비춰볼 때 올 하반기에는 성장세가 다소 둔화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