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여섯에 동아제약 공채 1기로 입사해 18년 만에 계열사 라미화장품 CEO를 맡았다.
적자였던 회사를 4년 만에 흑자로 돌려놓고 55세에 회사를 나왔다. 화장품 회사를 차려 5년 만에 업계 3위에 올려놓은
주인공. 유상옥(78) 코리아나화장품 회장 얘기다. 유 회장은 대리석 여인상 ‘아침(샤를 고티에 작)’과
미인도 ‘춘향초상(이당 김은호 작)’을 애인이라고 소개하는 괴짜 수집광으로도 유명하다.
그가 40여 년 동안 모은 예술품은 6000여 점에 달한다. 2003년에는 문화예술에 대한 열정을 고스란히 쏟아부어
서울 신사동에 복합문화공간 ‘스페이스C’를 열었다. 10월 12일 이곳에서 유 회장을 만났다.
지하철 3호선 압구정역에서 도산공원으로 가는 길에 ‘스페이스C’가 있다. 한쪽 면 전체가 큼지막한 통유리로 돼 시원함을 주는 곳. 안으로 들어가면 다채로운 볼거리가 전시돼 있다. 건물 지하 1·2층은 코리아나미술관, 지상 5·6층은 코리아나화장박물관이다. 지상 1층은 갤러리 카페로, 꼭대기인 8층은 꽃과 나무가 있는 하늘정원 ‘C가든’으로 꾸며졌다. 2년 전 이곳에서 유상옥 회장의 장녀인 유승희 코리아나미술관 부관장을 만났다. 그때 유 부관장과의 인연으로 유 회장을 문화예술CEO 수업 강사로 모셨다. 10월 12일 다시 찾은 코리아나미술관에서는 ‘Show Me Your Hair’라는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다. 머리카락에 담긴 문화적 의미를 알아본다는 조금 독특한 목적의 전시장은 머리카락과 관련한 회화, 영상, 오브제로 채워져 있었다. 코리아나화장품 회장과 코리아나미술관 관장을 겸하고 있는 유상옥 회장은 이런 전시회를 1년에 4~5회 연다. 소비자들과 문화적 감성을 나누겠다는 마음에서다.
5층 화장박물관으로 자리를 옮겨 유 회장을 만났다. 이곳에는 옛 화장용구와 장신구가 전시돼 과거 여성들이 어떻게 멋을 내고 생활했는지 한눈에 볼 수 있다. 대부분의 전시품은 유 회장이 모은 것이다. 짙은색 양복에 줄무늬 와이셔츠를 입은 그가 나타났다. 단정한 복장에 빨간 넥타이가 눈에 띄었다. 유 회장은 화장(化粧)을 ‘가장 깔끔하게 하는 것, 스타일에 맞게 꾸미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화려하게 꾸미고 얼굴에 바르고 칠하는 게 화장이 아니라는 얘기다.
※ 해당 기사는 유료콘텐트로 [ 온라인 유료회원 ] 서비스를 통해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