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매력은 바쁜 일상에서 빠져 나와 잠시 가쁜 숨을 돌리는 것이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라오스 루앙프라방에는 ‘쉼표’가 존재한다.
우기가 끝난 9월의 라오스 루앙프라방. 이곳의 아침은 승려들이 깨운다. 새벽녘 푸른 기운이 걷히는 시사방봉 거리 저편에서 주황색 가사를 걸친 승려들이 점점 그 모습을 드러낸다. 루앙프라방을 상징하는 새벽 탁발 행렬이 시작된 것이다. 각 사원의 승려들은 노승을 선두로 줄지어 시주들 앞을 지난다. 흑백 복장 일색인 주민들 앞을 걷는 그들 모습이 마치 오래된 흑백사진의 한 부분에만 색깔을 입힌 것 같은 느낌이다.
승려들은 시주들을 지나치며 어깨 줄로 늘어뜨린 바리때 뚜껑만 반쯤 열었다 닫는다. 시주들은 무릎을 꿇은 채로 또는 무릎으로 엉거주춤 일어서 공양함에 미리 준비한 찹쌀떡이나 바나나를 넣는다. 이 새벽 행렬은 200여 명의 승려와 그보다 더 많은 주민이 참여하지만 전혀 소란스럽지 않다. 승려들 모두 맨발이어서 신발 끄는 소리가 없고, 다문 입에서는 숨소리조차 새지 않는다. 그저 관광객이 누르는 카메라의 셔터 소리만이 호들갑스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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