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문현 펀드온라인코리아 대표가 3월 국내 첫 펀드슈퍼마켓의 문을 연다. 그는 투자자와 시장의 신뢰를 기반으로 장기투자문화를 조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차문현 펀드온라인코리아 대표는 단기투자문화에 우려를 표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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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 인생을 흑자 인생으로 돌리는 마법’ 차문현(59) 펀드온라인코리아 대표가 지난해 출간한 책 『긍정으로 턴어라운드하라』의 부제다. 그 글귀에는 차 대표의 삶이 고스란히 닮겨 있다.40여년 전 경남상고를 졸업하고 부산은행 말단 행원에서 유리자산운용과 우리자산운용 대표에 오르기까지 그 여정이 쉽지만은 않았음을 시사한다. 그런 그가 국내에 처음 도입되는 펀드슈퍼마켓의 초대 대표로서 다시 새로운 여정을 시작했다.펀드슈퍼마켓은 기존에 개별 증권사에서 팔던 온라인 펀드를 한데 모아 놓은 일종의 온라인 펀드몰이다. 47개 국내자산운용사가 220억원을 공동으로 출자해 3월 공식 출범한다. 사실상 펀드슈퍼마켓을 통해 국내에 설정된 공모형 펀드는 대부분 만나볼 수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펀드슈퍼마켓 출범으로 위축된 펀드시장이 살아날 것으로 기대한다.첫술에 배부르길 기대하지 않는다업계의 기대감에 어깨가 무거울만도 한데 차 대표는 자신만만하다. 금융업에서 40년 넘게 경력을 쌓아 신생업체를 이끄는 일이 낯설지 않은 듯했다.“은행과 증권, 자산운용사를 오가면서 다양한 경험을 했습니다. 신설된 점포나 본부를 이끄는 것도 그중 하나였죠. 동화은행은 신규 점포의 지점장을 했었고, 제일투자신탁에서는 서울에 본부를 만드는 일을 했습니다. 그때마다 어려움도 있었지만 잘 이겨내서 안착할 수 있었던 건 자신감과 직원들과의 조화 덕분이었죠. 엄마 뱃속에서부터 모든 걸 알고 나오는 사람은 없습니다. 실패하면서 배우는 거죠. 실패는 다음에 성공할 수 있는 확률을 높여줍니다.”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는 얘기다. 그는 펀드슈퍼마켓이 투자자와 시장의 신뢰를 얻을 때까지 긴 호흡으로 갈 방침이다. 해외 펀드 슈퍼마켓 사례를 보더라도 단기간에 100% 성공한 경우는 없다. 영국의 온라인 펀드 슈퍼마켓인 코펀드(Cofunds)도 2001년에 설립됐으나 흑자를 내는 데 6년 이상 걸렸다.오히려 펀드슈퍼마켓의 등장에 온라인 증권사들이 긴장하고 있다. 자기 영역을 빼앗길 수 있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그러나 차 대표는 펀드슈퍼마켓의 경쟁상대는 결코 증권사가 아니라고 말한다. “펀드슈퍼마켓과 증권사는 설립 목적부터 다릅니다. 자본시장통합법 때문에 자산운용사를 주주로 한 주식회사로 설립됐지만 공공성을 띠고 있습니다.”펀드슈퍼마켓이 어느 궤도에 오르면 증권사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차 대표는 얘기했다. “불완전 판매 등으로 자본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가 많이 떨어졌습니다. 낮은 수수료로 사후 관리까지 책임지는 펀드슈퍼마켓이 신뢰회복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로 인해 펀드시장을 비롯한 자본시장이 살아나면 증권사에도 좋은 거죠.”전문가들도 펀드 슈퍼마켓이 증권사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 오히려 판매채널이 부족한 중소형 증권사에는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현재 펀드슈퍼마켓의 판매보수는 오프라인의 3분의 1수준, 온라인펀드의 2분의 1수준으로 논의되고 있다. 선취수수료는 전혀 없고 후취판매수수료만 최대 0.15%가 적용될 예정이다. 이 또한 3년 이상 투자하면 없어진다. 후취수수료를 받지 않는 기한을 3년으로 정한 건 단기매매에 익숙한 국내 투자 문화를 바꾸기 위해서라고 차 대표는 말한다.“자본시장이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게 된 이유 중 하나는 펀드시장에 만연한 단기투자 문화입니다. 장기투자가 안되면 시장 역시 안정적인 인프라를 구축할 수 없고 개인도 자산관리에서 성공하기 어렵습니다. 국내 자본시장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단기투자 문화에 대한 반성이 필요합니다.”판매보수 기존 온라인펀드의 절반 수준차 대표는 장기투자를 지향하는 문화가 자리 잡기 위해서는 금융업에 종사하는 금융인과 시스템, 투자자 3박자가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조언했다.“투자자는 시장의 트렌드가 자주 바뀌기 때문에 단기투자를 합니다. 중소형주펀드가 좋다고 했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가치주를 추천하고 다시 성장주펀드가 낫다고 하면 투자자들은 한 펀드에 오래 투자하지 못하고 자꾸 바꾸는 거죠. 그래서 운용사 역할이 중요합니다. 운용사는 장기적으로 안정된 수익을 내주고, 투자자는 기대수익률을 낮추고 적절한 리스크는 감수할 수 있어야 합니다. 펀드슈퍼마켓은 장기투자 문화 정착에 기여할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펀드가 대중화된 만큼 자산운용사나 증권사가 권하는 펀드가 아닌 자기 주도하에 펀드를 가입할 수 있는 시스템이 바로 펀드슈퍼마켓이라는 설명이다.“대부분의 불완전판매는 펀드 가입시 펀드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얻지 못했을 경우입니다. 하지만 투자자가 스스로 펀드를 공부하고 다른 펀드와 비교한 후, 독립자문업자(IFA)를 통해 상담을 받는다면 불완전판매가 발생할 가능성이 적습니다.”사후관리도 철저히 할 예정이다. 우선 해피콜을 통해 펀드를 가입할 때 적절한 절차를 거쳤는지 재확인한다. 만약 불완전판매가 발생했을 경우에는 원금 전액을 돌려주는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또한 목표수익률 알림서비스를 제공한다. 개인투자자가 개인정보를 입력할 때 목표수익률과 함께 수익률 하단을 적으면 가입한 펀드가 해당 수익률에 도달했을 때 문자로 알려준다. 또한 가입 펀드가 불완전 펀드로 판명 났을 때는 투자자금을 모두 환불해 주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펀드슈퍼마켓의 올해 목표는 ‘안착’이다. 펀드판매 채널로서 시장에 뿌리내린 뒤 성장 속도가 빨라질 것이란 게 차 대표의 설명이다. 그리고 내년 목표는 ‘정착’이다. 다만 펀드슈퍼마켓이 계획대로 진행되려면 현재 논의되는 독립투자자문업자(IFA)제도가 중요하다.“IFA는 기존 증권사의 간판을 걸고 하던 WM(Wealth Manager)들이 자신의 이름을 걸고 하는 겁니다. 그래서 더 책임이 막중하죠. 지금은 금융당국하고 IFA에 대해 논의하고 있습니다. IFA가 펀드슈퍼마켓 출범과 맞물려서 도입되면 좋겠지만, 그게 안되더라도 올해 안에는 실시될 겁니다.”인터뷰 말미에 차 대표는 재킷 안주머니에서 명함 크기의 종이를 하나 꺼냈다. 거기에는 펀드온라인코리아의 나아갈 길이 적혀있었다. 그중 눈에 띄는 건 정직, 겸손, 공정, 도덕, 현장중심, 봉사, 배려 등 7개의 핵심가치다.“기업이 뚜렷한 경영목표와 핵심가치을 갖고 있으면 환경이 어려워도 크게 흔들리지 않습니다. 펀드슈퍼마켓은 주식시장이 어떻게 변화하든 핵심가치와 경영목표를 주축으로 밀고 나갈 겁니다.”그는 펀드슈퍼마켓을 파수꾼에 비유했다. 투자자에게 여러 정보와 선택권을 부여함으로써 투자자들의 이익을 지켜주는 파수꾼의 역할을 하는 곳이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