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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INNOVATION - 캐주얼 한식과 글로벌 중식 손잡다 

 

최은경 포브스 기자 사진 지미연 기자
미국 최대 중식 패스트푸드 ‘판다익스프레스’가 올 7월 한국에 문을 연다. 제휴사업자는 프리미엄 분식 브랜드 스쿨푸드를 보유한 에스에프이노베이션. 해외 매장 확장에 인색하다고 알려진 앤드루 청 판다익스프레스 회장은 왜 이상윤 에스에프이노베이션 대표와 손을 잡았을까.

▎이상윤 대표의 명함 뒷면에는 ‘당신의 입 속에 꿈을 담아드립니다’라는 글귀가 있다. 어릴 때 늘 혼자 밥을 먹었던 그는 이제 수많은 사람들에게 먹는 즐거움을 준다.



이상윤(46) 에스에프이노베이션 대표가 앤드루 청 판다익스프레스 회장을 처음 만난 것은 지난해 6월이다. “2007년 하와이에 갔을 때 처음 판다익스프레스를 경험했어요. 매출 규모가 큰데도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어 배우고 싶다고 막연히 생각했습니다.” 판다익스프레스는 1983년 청 회장이 부인 페기 청과 공동 설립한 회사로 연 매출 2조원 대의 대형 체인이다. 미국 47개 주에 1600개가 넘는 매장이 있다.

마침 지난해 미국에 있던 이 대표의 지인이 청 회장과의 자리를 주선했다. “만나고 싶다는 뜻을 전했는데 뜻밖에 미국에 한 번 오라는 답이 왔어요. 나중에 들어보니 한국 대기업들이 미팅을 청했을 때는 거절했다고 하더군요.”

앤드루 청 회장이 왜 만나자고 했을까.

내가 창업자라는 점에 흥미를 느낀 것 같다. 또 판다익스프레스는 주로 테이크아웃을 하는데 스쿨푸드도 배달을 한다. 간편한 메뉴와 오픈된 주방, 고급 식재료를 쓰고 위생을 중요하게 여기는 점도 비슷하다.

만나서 무슨 얘길 했나.

3시간 넘게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눴다. 평소 사람을 이렇게 오래 만나지 않는다고 직원들이 놀라더라. 사람에게 뭘 물어볼 때 그 사람이 생각할 수 있게 질문을 하라고 한 게 기억에 남는다. 연륜이 느껴졌다.

한국에 돌아오고 이틀 후 이 대표는 청 회장으로부터 이메일을 받았다. 사업 차 중국, 인도네시아, 일본을 방문하는 데 한국에 들를 테니 안내해 줄 수 있느냐는 것. “2박3일 동안 가이드를 했습니다. 관광보다는 스쿨푸드 매장에 가보고 싶다고 하더군요. 중국집 투어도 하고요.” 미국으로 돌아가는 날 청 회장은 이 대표에게 “판다익스프레스로 사업을 한번 해보겠느냐”고 선뜻 손을 내밀었다.

제휴의 구체적인 내용은 무엇인가.

스쿨푸드가 한국에 판다익스프레스 매장을 낼 권리를 갖는 거다. 수익은 스쿨푸드가 갖고 로열티를 지급한다. 쉽게 말해 시험 운영을 해보는 단계다. 판다익스프레스는 한국 시장을 알아야 하고 스쿨푸드 역시 모든 권리를 갖는 마스터 프랜차이즈 계약을 하기에는 비용이 부담스러워 서로 이해관계가 잘 맞았다.

최근에야 해외 진출에 나선 판다익스프레스는 현재 브라질, 캐나다, 인도네시아, 멕시코, 두바이 등에 매장이 있다.

한국에서 판다익스프레스를 언제쯤 맛볼 수 있나.

7월 말 서울 을지로 롯데백화점 본점에 1호점, 수원점에 2호점을 낼 계획이다. 우선 1년 정도 운영한 뒤에 다시 판다측과 계약 내용을 협의할 예정이다.

미국에서처럼 성공할 수 있을까.

한국에 중국집이 2만5000개가 넘는다. 아직도 중국 음식은 비위생적이라는 인식이 남아 있다. 판다익스프레스는 바닥에 물을 쓰지 않을 만큼 깨끗하다. 스쿨푸드가 분식에 대한 고정관념을 깼듯이 판다를 잘 운영하면 중국 음식에 대한 편견을 바꿀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이 대표는 “이번 계약이 새 수익원을 찾고 있던 스쿨푸드에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기대를 나타냈다. 스쿨푸드는 2002년 여름, 서울 논현동 반지하방에서 출발했다. 이태원 나이트클럽에서 웨이터를 하던 형이 카드깡으로 마련한 1000만원이 자본금이었다(이 대표의 형은 함께 경영을 맡았으나 현재는 독립해 중국에서 외식 브랜드를 개발하고 있다). “그때는 회사도 아니고, 그냥 배달 김밥집이었어요.” 메뉴는 일반 김밥보다 작은 꼬마 김밥을 계란으로 두른 계란말이 김밥뿐이었다. 3줄에 4500원인 김밥은 입소문을 타고 하루 200개가 넘게 팔려나갔다. 주고객은 주변의 유흥업소에 나가는 아가씨들이었다.

이쯤 들으면 그의 이력이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대표는 중학교를 졸업하지 못했다. 초등학생 때 부모님이 이혼한 후로 줄곧 평탄치 않은 길을 걸어왔다. 불량학생으로 학창시절을 마감하고 어린 나이에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쪽방집이 늘 비어있어 가출할 필요도 없었죠. 그럼에도 잘 컸어야 했는데, 환경에 지배당한 거예요.”

일찌감치 나이트클럽에 취직해 돈을 벌던 형의 소개로 이태원의 한 카페에서 허드렛일을 했다. 그리고 이곳에서 만난 DJ를 따라 춤의 세계에 빠졌다. 그는 현진영, 이주노 같은 춤꾼들과 어울리며 댄서가 됐다. 제법 돈벌이를 하며 혼성 4인조로 가수 데뷔까지 했다. 그때가 1990년대 중반이다. 하지만 가수의 꿈은 허망하게 무너졌다. 이 대표는 그 뒤로도 음반기획자와 안무가로 활동하며 꿈을 이어나갔다.

“끝내 빛을 보지 못했죠. 이제는 하고 싶은 일보다는 해야 할 일을 해야겠다 싶었어요.” 음악계를 떠나 먹고 살기 위해 닥치는 대로 일을 했다. 그러던 중 점심으로 김밥을 사 먹다 ‘이거다’ 싶었단다. “보따리 장수 할머니가 계란말이김밥과 장아찌를 팔았는데 정말 맛있었어요.”

그렇게 형과 함께 김밥집을 시작했다. 일반 김밥보다 작게 만든 꼬마김밥은 제법 인기를 끌었다. 가게가 자리 잡은 후 이름을 스쿨버스로 바꾸고 메뉴를 늘려 1교시, 2교시, 3교시…로 나눴다. 버스회사라는 오해를 자주 받아 다시 회사명을 바꾼 것이 지금의 스쿨푸드다.

“어렸을 때 밥을 직접 해먹을 수밖에 없었어요. 원칙을 따르지 않는 성격이라 라면에 치즈도 넣고 여러 가지로 변형했는데, 그때는 음식에 장난친다고 혼났지만 결국은 스쿨푸드의 콘셉트를 잡는데 도움이 된 셈이죠.” (웃음)

스쿨푸드는 독특한 메뉴 이름과 요리법으로 유명하다. 떡볶이는 길가에 판다고 해서 ‘길떡’이라고 부르고 핵심 메뉴인 ‘마리’는 김밥말이에서 살짝 변화를 줬다. ‘신비국수’는 신김치 비빔국수다. 맛있게 먹는 소리를 딴 ‘꿀떡맛탕’도 인기다. 스쿨푸드의 마리는 꼬마김밥 크기에 오징어먹물, 스팸, 날치알, 볶음김치, 고추와 멸치 등을 넣어 마리마다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게 만들었다. 까르보나라 떡볶이나 장조림버터비빔밥도 기존 분식의 틀을 깬 인기 메뉴다.


▎스쿨푸드 신사동 가로수길점(왼쪽). 대표 메뉴 마리.



이색적인 맛과 빠른 배달이라는 경쟁력을 갖춘 스쿨푸드는 강남에서 제일 잘나가는 배달전문점으로 이름을 날렸다. 그리고 2005년 이 대표는 그동안 모은 돈 3억원으로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에 첫 매장을 냈다.

왜 가로수길이었나.

강남 지역에 배달을 할 수 있으면서 권리금이 없는 곳을 찾던 차에 적당한 매장이 나왔다.

다른 이유도 있었다. 신문보급소에서 숙소생활을 하며 신문을 돌리던 열다섯 살 소년은 신문을 돌리고 늘 가로수길을 걸어 보급소로 돌아왔다. 꿈도 미래도 없이 오가던 길에 어엿한 레스토랑을 세우게 됐으니 그 자리에 욕심이 날만도 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가로수길에 고급 숍과 음식점이 많잖아요. 건물주가 김밥과는 어울리지 않는다며 계약을 안 하려는 거예요.”

아이디어를 냈다. “카페처럼 고급스럽게 꾸밀 겁니다.” 인테리어에 돈을 들이고 식기를 모두 도자기로 마련했다. “떡볶이를 도자기 그릇에 먹는다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어요.”

겉으로 보이는 것만 고급화한 것이 아니다. 이 대표는 식재료에 특히 신경 썼다. “마리에 들어가는 쌀은 고품질로 알려진 신동진 품종이고 완도산 김만 씁니다.” 할머니의 장아찌 맛을 못 잊어 직접 개발한 ‘오도독 장아찌’는 식감을 살리기 위해 7번을 절이고 꿀을 넣어 만든다. 이 장아찌 조리법은 특허를 받았다. 다양한 소스도 스쿨푸드의 자랑이다. “제주 어간장, 태양초 고추장, 스페인산 최고급 오징어 먹물을 사용해요.” 직원을 다른 음식점 매장보다 5~6명 더 채용한 것도 이 대표만의 전략이다. “최대한 편하게 드시라는 거죠.”

그럼에도 개점하고 6개월을 고전했다. 하지만 독특한 콘셉트가 방송에 소개되면서 손님이 몰리기 시작했다. “일요일에는 가로수길이 다 스쿨푸드 주차장이라고 해도 거짓말이 아니었어요.” 이 대표는 그렇게 성공의 길에 들어섰다. 현재 스쿨푸드는 전국에 76개 매장이 있다. 에이프릴 마켓(이탈리안 레스토랑), 플랫 바이 에이프릴 마켓(이탈리안 레스토랑), 카페 리맨즈 콜렉션 키친(브런치 전문점), 김작가의 이중생활(선술집) 같은 서브 브랜드도 선보였다. 매출은 매년 성장해 지난해 965억원(가맹점 포함)을 기록했다. 2009년 미국 로스앤젤레스를 시작으로 홍콩, 태국, 인도네시아 등 해외에도 진출했다.

제일 잘 되는 나라는 어디인가

홍콩에서 반응이 뜨겁다. 1년 전쯤 1호점을 열었는데 벌써 4호점 개점을 앞두고 있다.

해외에서 인기 비결은 뭔가.

지금까지 알던 한국 음식과 다르다고 하더라. 외국에는 캐주얼 한식이라고 소개한다. 고급 한식 레스토랑보다 저렴하게 새로운 메뉴를 맛볼 수 있는 것이 경쟁력이다. 오징어먹물마리와 장조림버터비빔밥이 인기다. 맛을 현지화하지 않고 한국식 조리법을 그대로 적용한 것이 통했다. 올해 베트남 하노이점, 태국 2호점, 중국 항저우점을 낼 계획이다. 내년 개점을 목표로 뉴욕 진출도 준비하고 있다.

힘들었던 어린 시절을 보내고 이만큼 성공했다.

정말 먹고 살기 위해 시작한 사업이었다. 스스로 늘 운이 없는 놈이라고 생각했다. 뭘 해도 되지 않을 거라고 비관했다. 사실 요즘도 행복한 마음 한 켠에 늘 불안함이 있다. 그 불안함을 없애기 위해 쉬지 않고 달리는 것 같다.

요즘 고민은 뭔가.

어느 정도 규모가 된 지금이 재도약할 시기다. 스쿨푸드는 현재 18개가 직영점인데 앞으로 직영점 중심으로 재정비하려고 한다. 새로운 김밥 브랜드를 론칭하고 선술집 브랜드인 김작가의 이중생활을 프랜차이즈화하려고 한다.

스쿨푸드가 좀 비싸다는 의견이 있던데.

가장 큰 고민이다. 원재료비와 급여 기준이 높아서 비용이 많이 든다. 품질을 낮추면서까지 비용을 줄이고 싶진 않다. 그러려면 가격을 올려야 하는데 분식이라는 이미지 때문에 그것도 쉽지 않다. 스쿨푸드의 이익률이 7%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고객에게 좋은 음식을 내놓으면서 이익률을 높이는 것이 지금 풀어야 할 과제다. 유기농 식재료로 분식이라는 틀을 다시 한 번 깨려고 한다.

“브랜드 20개를 만들어 해외에 한국의 새로운 음식 문화를 알리겠다”는 이 대표의 말에 오기와 근성이 느껴졌다.

201407호 (2014.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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