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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shing industry - ‘기업형 수산업’ 정부가 키운다 

 

사진 지미연 기자
노르웨이는 중국에 이어 세계 2위의 수산대국이다. 어업 종사자가 1만 명 규모지만 수출액은 한국보다 4배나 많다. 비결은 선진화된 양식업과 안전관리 시스템에 있다.

▎노르웨이 수산물 안전을 담당하는 NIFES의 오벤 리 소장(왼쪽)과 식품안전청의 그레트 비네스(오른쪽). 수산물 생산부터 유통까지 전 과정을 관리한다.



노르웨이의 연어 양식업체 ‘마린 하베스트(Marine Harvest)’의 지난해 매출은 145억 크로네(약 2조7000억원)다. 세계 최대 규모인 이 회사의 양식장에서 연간 1억 개의 연어알이 부화한다. 노르웨이 외에도 칠레, 캐나다, 스코틀랜드 등지에 양식장을 갖고 있다. 이곳에서 자란 연어는 전 세계 150여 개국에 수출된다. 수심이 깊고 물살이 빠른 깨끗한 바다에서 자라 품질이 좋아 소비자들이 선호한다.

지난해 10월, 마린 하베스트는 인천에 연어 가공공장을 열고 한국 시장 공략에 나섰다. 최근 일본 방사능 오염수 우려로 노르웨이산 연어 수요가 급증하기 때문이다. 50년 전통의 마린 하베스트는 노르웨이 오슬로와 미국 뉴욕 증시에 상장했다.

세계 최초로 대규모 상업 양식장 도입

마린 하베스트 외에도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100대 수산업 기업 중 10여 개가 노르웨이 기업이다. 수산물의 연간 수출액이 10조5000억원으로 세계 제 2위의 수산대국인 노르웨이의 핵심 경쟁력이다. 어업에 종사하는 노르웨이 인구가 한국 어업인구의 7% 수준(1만 명)이지만, 수산물 수출액은 한국보다 4배나 많다. 한국에 수출하는 수산물의 규모도 상당하다. 지난해 한국에 수출된 노르웨이 수산물의 수출량은 2012년 대비 11% 증가한 2만5000t이다. 총 수출액은 37.6% 증가한 11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최근 위기에 빠진 국내 수산업이 노르웨이를 롤모델로 삼아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윤진숙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해 5월 “수산업 육성을 위해 세계적으로 경쟁할 수 있는 아이템을 만들어야 하고, 노르웨이처럼 글로벌 양식을 할 수 있는 기업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박준영 전남도지사는 지난해 8월 노르웨이 선진 양식업 시설을 직접 탐방하기도 했다. 일본 방사능 사태와 경기불황으로 수산물 소비가 급감하는 등 정체된 수산업의 활로를 찾기 위해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EU는 한국을 불법 어업국으로 예비 지정해 유럽 수출 길이 막힐 위기에 놓였다.

노르웨이의 ‘기업형 수산업’은 정부의 체계적인 개입으로 발전했다. 노르웨이 수산물 수출위원회 헨릭 앤더슨 이사는 “1970년대 노르웨이 어부는 한정된 어획량에 비해 많아 정부가 그 수를 제한했다”고 말했다. 일자리를 잃은 어부들은 양식업으로 뱃머리를 돌렸다.

노르웨이 정부는 어부들이 특정지역에서 양식할 수 있는 권한을 주고 관련 정보를 제공했다. 그들은 은행·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조달 받아 규모를 키워나갔다. 정부의 정책 덕분에 노르웨이는 세계 최초로 대규모 상업 양식장을 도입하는 등 양식업을 선도해 나갔다. 수산업을 ‘고기잡이 산업’으로 인식해 온 국내 수산업과 다른 대목이다. 노르웨이는 일찌감치 양식업에 집중해 수산자원 고갈의 염려를 덜 수 있었다.

노르웨이 양식업이 비약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경쟁력은 ‘품질 ’이다. 노르웨이 정부는 물고기와 사료의 품질을 높이는 연구를 적극 지원했다. 예컨대, 양식연어는 자연산 연어보다 지방산·오메가3 등이 풍부해 가격이 더 비싸다. 연구개발의 중심에는 노르웨이 국립 영양수산물연구소(NIFES)가 있다. NIFES는 독립 연구기관으로 물고기 먹이나 생선의 영양을 주로 연구한다.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노르웨이 정부에 과학적인 조언을 한다.

수산물의 품질 관리에서 NIFES는 ‘안전관리’를 가장 중시한다. 노르웨이 수산물이 전 세계적으로 매일 3700만 인분의 식사에 쓰이기 때문이다. NIFES는 EU의 기준에 따라 양식어종의 유해물질 여부를 철저히 조사한다. 수은과 다이옥신은 물론 양식업에 사용된 의약품 잔여물, 미생물 및 기생충까지 검사한다. 사료부터 조사가 철저하게 이뤄져 사실상 수산물의 생산부터 유통까지 전 과정을 관리하는 셈이다.

안전관리에서는 ‘투명성’과 ‘독립성’을 강조한다. NIFES의 오벤 리 소장은 “정부가 재정지원을 하지만 간섭하는 일없이 안전성 검사는 철저하게 독립적으로 이뤄진다”고 말했다. 안전성에 대한 검사 결과는 모두 NIFES 홈페이지(www.nifes.no)와 언론에 공개한다.

식품안전청 검사 통과해야 사업 가능

노르웨이 식품안전청은 수산물 안전과 관련된 규제를 마련해 이를 집행한다. 1996년 ‘노르웨이 생선과 수산물에 관한 규정’을 제정해 시행 중이다. 규제는 수산물의 마케팅, 생산, 수송은 물론 수입산 수산물에도 적용된다. 생산자는 식품안전청의 검사를 통과해야만 수산물 관련 사업을 할 수 있다. 노르웨이 식품안전청 수출입 관리 부서를 총괄하는 그레트 비네스는 “NIFES 등 관련 기관에서 연구결과를 알려주면 이를 토대로 수산물 안전성에 대한 판단을 내린다”며 “바다에서 식탁까지 효율적으로 관리한다”고 말했다.

그린란드 산 넙치에서 수은을 발견한 것은 안전관리의 대표적 사례다. 러시아 어선이 그린란드에서 잡은 넙치의 수은 농도를 놓고 안전성 논란이 벌어지자 러시아 당국은 NIFES에 위험성 여부를 확인해 달라고 요청했다. NIFES는 식품안전청, 해양수산부와 공조해 그린란드 넙치를 어획하는 위치를 파악하고, 샘플을 취득해 분석에 들어갔다. 검사 결과 해당 넙치에선 기준치보다 높은 수은이 검출됐다. 노르웨이 정부는 문제 지역을 어획 금지구역으로 정했다.

오벤 리 소장은 “당시 노르웨이 정부에 사태의 심각성을 알리고 예산을 늘려 문제가 된 넙치 뿐 아니라 고등어, 청어, 대구 등도 수은 오염도 검사를 시행했다”고 말했다. 지금도 지속적으로 오염도 추이를 관찰하고 있고 오염도가 낮아지면 다시 어획을 허용할 계획이다.

최근 국내 수산기업도 노르웨이의 선진 수산기업과 파트너십을 맺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간고등어를 전문으로 가공하는 수산기업 안동간고등어는 올해 1월 노르웨이 수산업체인 웨스트 코스트와 베르겐 시에 합작 공장을 세우는 협약을 맺었다. 양측은 안동 간고등어의 전통 염장 기술과 노르웨이산 고등어를 접목시킨 간고등어 생산에 합의했다. 웨스트 코스트는 세계 25개국에 고등어, 대구, 청어 등을 수출해 연간 6655만 달러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201407호 (2014.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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