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People

Home>포브스>CEO&People

기업 활동이 곧 지구 지키는 것 

적자 나도 매출 1%를 환경기금으로 적립하는 파타고니아코리아 조용노 대표는 환경경영은 진정성과 실천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 

글 김태진 포브스코리아 기자 / 사진 전민규 기자

조용노 대표는 “파타고니아는 ‘지구를 보호하자’는 전 세계 아웃도어 마니아로부터 열렬한 지지를 받는다”고 말했다.

‘이 재킷을 사지 마라(Don‘t buy this jacket)’며 구매를 자제토록하는 색다른 광고 문구가 2011년 뉴욕타임즈에 등장했다. 노스페이스·콜롬비아 다음 가는 미국 아웃도어 브랜드인 파타고니아(Patagonia)가 게재한 광고다. 단순히 마케팅적으로 튀고자 한 것이 아니다.

이 광고를 본 소비자는 “구입을 부추기는 것이 아니라 자사 제품을 사지 말라고?”하며 의아해 했다. 오해는 곧 풀렸다. 이 회사는 진심으로 소비자에게 새것보다는 중고품을, 기존 제품을 오랫동안 사용하는 절약정신을 전한다. 후속 광고에서는 입던 옷을 아들에게 물려준 고객을 모델로 내세웠다. 절약이 환경, 곧 지구를 지킨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지속가능한 지구가 있어야만 지속가능한 기업이 존재할 수 있다는 믿음에 서다. 이런 경영 이념을 이해한 소비자들은 매장으로 달려갔다. 재킷은 날개 돋친 듯 팔렸다.

파타고니아는 미국의 유명 등반가 이본 쉬나드(Yvon Chouinard)가 1973년 창업했다. 지난해 매출액은 8000억 원 정도다. 제품 생산부터 유통까지 기업활동 전체를 환경보호의 한 수단으로 여긴다. 경영 이념은 “우리는 필요한 제품을 최고의 품질로 만들고, 제품 생산으로 환경 피해를 주지 않으며, 환경 위기 극복을 위한 해법을 찾아 널리 알리고 실천한다”이다. 무작정 많이 생산해 많이 팔기 보다는 소비자가 필요한 만큼 사줄 것을 원하는 방식이다.

한국에는 지난해 11월 조인트벤처로 진출했다. 자본금 100억 원으로 중소 패션유통업체인 네오미오와 50 대 50으로 합작했다. 네오미오는 잔스포츠 같은 해외 유명 패션브랜드를 유통하는 업체로 올해 매출 300억 원을 바라본다.

조용노(51) 파타고니아코리아 사장을 지난 9월 중순 서울 잠실동 본사에서 만났다. 파타고니아의 독특한 기업 이념과 아웃도어 산업에 대해 들어봤다.

“기업 경영에서 환경은 ‘진정성’이 가장 중요합니다. 요즘 글로벌 기업 가운데 환경을 경영 이념에 넣지 않는 곳이 없 죠. 문제는 얼마나 진정성이 있는가 하는 겁니다. 겉치레에 그친 경우가 대부분이죠. 파타고니아는 매출액의 1%를 환경 관련에 기부합니다. 적자가 나더라도 이미 1%는 제조원 가로 떼어 놓는 것이죠. 이런 게 진정성입니다.” 조 사장이 파타고니아를 접하고 3년 동안 이해한 환경 경영이다.

상장하면 이익만 추구할까봐 가족경영 고집


서울 파타고니아 강남점.
파타고니아가 일반 기업과 다른 점은 환경이 기업 활동 전 과정에 녹아있다는 것이다. 기업은 주주· 직원·고객뿐 아니라 지역사회·자연이라는 5개의 이해집단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문제는 진정성과 실천이다. 파타고니아의 연구개발팀·디자인팀·구매팀· 영업마케팅팀 등 모든 조직은 신 제품의 디자인과 기능을 개선해 많이 판매하는데 관심을 두지 않는다. 대신 어떻게 해야 환경 피해를 최대한 줄이면서 대를 이어 입을 수 있는 품질을 유지할 수 있을지 고민한다. 심지어 신제품 개발과 판매보다는 중고 의류를 고쳐주는 조직을 만들어 고객이 입던 옷을 수선해준다.

조사장은 외국어대를 졸업하고 1990년 코오롱상사에 입사, 스포츠 해외사업부에서 일했다. 1995년부터 2000년까 지금 강제화에서 스프리스 마케팅을 총괄했다. 2000년 미국 신발유통회사인 TAF 대표를 맡다가 2004년 독립해 뉴발란스·잔스포츠 같은 브랜드를 성공시켰다.


유기농 면과 재생 소재로 만든 파타고니아의 대표적인 재킷.나노 에어재킷

파타고니아를 국내에 도입하게 된 연유는.

첫 직장이던 코오롱상사에 근무할 때 알게 됐다. 서울 무교동 코오롱빌딩 지하에 작은 매장이 있었다. 그때만 해도 별다른 느낌이 없었다. 2011년 3월 일본 도쿄에 출장 갔을 때 파타고니아 매장을 둘러본 뒤 이 브랜드에 푹 빠졌다. 매장 분위기부터 직원들의 행동까지 환경이라는 경영 이념이 그대로 녹아 있었다. 여기서 결심했고 평소 알고 지내던 미국 잔스포츠 설립자의 소개로 파타고니아 CEO를 만나 결실을 맺었다.

이미 국내 유명 대기업 여럿이 줄을 섰다던데.

국내에 아웃도어 붐이 불면서 미국 파타고니아 본사에 한국 대기업들이 앞다퉈 찾아왔다. 마침 본사에서도 한국의 아웃도어 시장이 급성장한다는 것을 알고 기회를 찾고 있었다. 2011년 협상을 시작하던 때도 대기업 여섯 군데가 딜러권 제안을 한 상태였다. 쉬나드 회장은 한국 대기업들의 요구에 묵묵부답이었다. 대기업이 관행적으로 해온 성장 주의 전략이 브랜드 가치와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때까지 파타고니아의 해외진출은 직접 지사를 만들거나 딜러를 선정하는 형태였다. 나는 조인트벤처를 제안했다. 이익은 절반으로 줄지만 본사와 힘을 합쳐 장기적으로 브랜드를 키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게 맞아 떨어졌다. (한국 지사는 파타고니아의 첫 조인트벤처다.)


클래식 레트로 X재킷.

국내에서 경영 전략은 무엇인가.

“진출 1년도 채 안돼 매장 13개를 오픈했다. 기존 아웃도어 대리점에서 갈아탄 경우도 여럿이다. 연말까지 30개, 2015년까지 50개, 2016년에는 100개의 유통망을 갖출 계획이다. 본사가 유통을 전개하는 방식에 비하면 매우 빠른 속도다. 한국식 속도라고 할까. 미국의 100여 개 매장은 1973년 이후 40여 년에 걸쳐 설치됐다. 일본 역시 20여 년간 매장 21개를 냈다. 계획대로 성장하면 국내 시장의 점유율 10%는 가능하다고 본다. 대신 무한정 확장은 지양한다. 100개 유통망이면 충분하다. 오로지 성장을 위한 성장이 목표가 되면 폐해가 뒤따른다. 마케팅 비용이 급증하고 대리점은 적자 위기에 몰린다. 이런 피해는 모두 소비자에게 전가된다.

직접 겪은 쉬나드 회장의 경영철학은.

쉬나드 회장은 환경을 파괴하는 성장 위주의 정책과 성장을 따라가지 못하면 CEO가 물러나는 메커니즘을 문제로 지적한다. 국내 대기업이 모두 이런 방식이다. 쉬나드 회장은 내게 “성장 드라이브 일변도였던 미국은 이제 끝났다” 고 말했다. 파타고니아의 전략은 시장의 수요만큼 성장한다는 것이다. 소비를 위한 소비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소비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교육해야 한다.

그래서 ‘불필요하게 우리 재킷을 사지 마라’고 광고한다. ‘새로 살거면 입던 걸 반납해라, 우리가 팔아 줄게’ 이렇게 소비자에게 마케팅한 다. 소비가 미덕이라는 미국적 자본주의와 근본이 다르다. (쉬나드 회장은 한국과 인연이 깊다. 1963년 그는 주한 미군 부대 소속 군인이었다. 그는 틈만 나면 북한산 인수봉에 올라갔다. 그가 개발한 북한산 암벽 등반 코스를 지금도 ‘쉬나드 A길, B길’이라고 한다.)

쉬나드 회장은 젊은 층의 소비 스타일이 바뀐다고 하는데.

자신의 저서 『책임감 있는 회사(가제, The Responsible Company)』에서 “현재 세계는 포스트컨슈머리스트 (post-consumerist, 소비 지상주의를 반대하는 운동) 사회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있다”고 주장한다. 소비에 대한 소비자의 생각이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현대 자본주의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제품이 아니라 광고로 경쟁하는 것’을 지적한다. 인터넷 시대에 태어난 젊은층은 무한 성장시대에 자란 기성세대가 지구를 파괴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들은 광고를 믿지 않는다. TV도 잘 안 본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또래와 직접 소통해 소비스타일 도 다르다.

한국 소비자에게 이런 방식이 통할까.

쉽지 않을 것이다. 내부에서도 ‘파타고니아 방식이 통할까’ 라는 의문이 많았다. 결론은 ‘통한다, 다만 시간이 필요하다’였다. 파타고니아 제품은 비교적 고가다(재킷이 30만원 이상). 중산층 이상이 소비층이다. 이 가운데 환경 이념을 이해하고 구매하는 소비자가 20∼30% 되지 않을까 한다. 도덕과 윤리에 민감하고 가치 소비를 실천하는 강남 좌파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품질이 좋고 환경을 생각해 만들고 유통한다면 선뜻 지갑을 연다. 우리는 마케팅도 다르다. 기존 아웃도어 업체는 유명 연예인을 기용해 TV 광고를 한다. 파타고니아는 매스미디어보다는 소셜미디어에 주력한다. 속도는 느리겠지만 진정성 어린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이 방식이 가장 잘 맞는다.

대리점에 밀어내는 물량주의 승부를 하지 않는다는 말인가.

국내 아웃도어 시장의 논리는 성장 일변도였다. 소비자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지 못하면 곧바로 퇴출됐다. 무한 경쟁이 승부를 좌우했다. 매출 신장과 판매망 확대에 목숨을 걸어 온 이유다. 이와 반대로 파타고니아의 경영 이념과 방식으로 한국에서 성공하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사회와 환경에 기여하고 기업이 해야 하는 의무와 책임을 다하면서도 돈 버는 기업의 본보기가 되고 싶다.

매출 1%로 모은 환경기금은 어떻게 쓰는가.

미국 본사는 유명하진 않지만 영향력 있는 풀뿌리 환경단체들을 발굴해 지원한다. 얼마 전 국내에서 진행한 ‘나눠 입기’ 행사도 이런 일환이다. 오래 돼 잘 입지 않는 파타고니아 옷을 기부 받아 새 옷을 40% 할인해줬다. 수거된 헌 옷을 일일이 세탁하고 수선해 필요한 사람들에게 아주 저렴하게 재판매했는데 몇 시간 만에 동이 났다. 판매대금 3000만원은 모두 기부하기로 했다. 옷장 안에 잠자고 있는 옷을 필요한 이들에게 돌려주고 수익금을 기부하는 게 환경 경영의 한 예다.

한국 아웃도어 산업이 포화라는데.

20년 전만해도 국내 아웃도어 전체 규모가 1000억 원이 안 됐다. 2000 년대 중반 이후 기형적으로 커졌다. 6조원(소비자가격) 규모로 미국 다음인 세계 2위다. 일본(4조원)마저 제쳤다. 특히 고가품인 고어텍스 시장 역시 세계 두 번째다. 이런 급성장은 전 세계를 통틀어 전무후무하다. 동네 뒷산을 갈 때도 히말라야 등반처럼 차려입는 게 한국 스타일이다. 이렇게 폭발적으로 성장하다 올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대형 아웃도어 업체들이 브랜드 가치보다 ‘유명 연예인이 입는 옷’이라는 이미지로 고가 마케팅을 한 후폭풍이다. 브랜드가 가진 본질적인 성장 한계를 넘어서려고 억지 성장을 한 결과다. 파타고니아는 고객의 요구만큼 성장한다.

거품이 꺼지는 것으로 보면 되는가.

아웃도어 매출 하락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다. 상위 몇 개 브랜드는 올해뿐 아니라 내년에도 매출 하락폭이 얼마만큼일지가 관건이다. 소비 인구가 정체거나 줄고 있다. 고기능이 필요 없는 사람이 앞다퉈 값비싼 제품을 구입했던 관행이 바뀌는 전환점이다. 다양한 기회도 존재한다. 트레일 러닝, 캠핑 같은 스포츠웨어 기능의 라이프스타일 아웃도 어는 세분화하고 넓어진다. 파타고니아도 전문 기능성보다 이런 제품이 더 많다. 미국에서도 그런 제품이 훨씬 많이 팔린다.

파타고니아 제품이 비싼 편인데 거품이 있지 않은가.

싸지 않다. 하지만 원가에 비하면 비싸지 않다. 면제품을 예로 들면 우리는 100% 유기농 면을 쓴다. 어떤 제품에 유기농이라고 써 있더라도 많아야 50%에 불과하다. 신체에 무해한 100% 유기농 면을 생산하기 위한 단가는 보통 4, 5배 이상 비싸다. 중국이든 제3세계 국가에서 생산하든 간에 제대로 된 임금을 지불한다. 그래야 친환경 생산이 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처럼 생산원가가 높아 이익률은 파타고니아가 제일 낮다. 제품 원가를 줄이기보다는 고가의 연예인 마케팅 비용을 줄여 이익을 내는 식이다. 적정 이익률은 10% 정도다. 국내에서 유명 아웃도어 업체의 수익률은 20%를 넘는다.

뉴발란스 등 여러 브랜드를 성공시켰는데 경영 방침은.

코오롱상사 입사 이후 5년 동안 해외 출장을 다니면서 일을 많이 배웠다. 지금도 고맙게 생각한다. 하지만 대기업에서 성공이라는 게 의미가 크지 않았다. 오너 경영의 한계도 뚜렷했다. 30대 초반 대리를 달고 독립을 결심했다. 독립한 이후 개인적인 목표는 존경받는 경영자다. 바르게 노력한 만큼 벌고 싶다. 쉽지 않지만 결과보다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할까. 그런 점에서 파타고니아의 경영철학이 나와 잘 맞는다.

경영을 잘하면 이익은 따라오고 그 혜택은 직원들과 여러 이해 관계자들이 함께 누린다고 생각한다. 지금 돌아봐도 독립한 게 잘했다. 젊은 대기업 직장인이라면 곰곰이 생각해 보라고 조언하고 싶다. 대기업 조직과 인간관계가 잘 맞는지, 아니면 일을 배워 독립해 경영자가 되는 것이 맞는지 말이다. 그래도 답이 안 나오면 지인들에게 자신의 스타일에 대해 물어보면 답을 찾을 수 있다.

201410호 (2014.09.24)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