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살롱드에이치에서 미술평론가 이주헌씨의 강연을 듣는 현대미술살롱 회원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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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5일 저녁 6시가 조금 넘은 시각, 서울 강남구 삼성로 갤러리 살롱드에이치를 찾았다. ‘We Are The Clay, You Are The Potter’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다. 2014 SeMA 신진작가 전시 지원 프로그램에 선발된 작가들의 작품이다. 2층으로 올라가자 20여 명이 핑거푸드를 즐기며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연령대는 40~70대로 다양 해 보였다. 이들은 한 명 한 명 계단에서 나타날 때마다 반갑게 웃으며 인사를 나눴다.한 달에 한 번 있는 이 모임은 ‘현대미술살롱’이다.
▎앤디 워홀의 ‘총’, (197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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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들이 모여 미술을 공부하는 자리다. 삼삼오오 대화를 나누던 CEO들이 7시가 되자 의자에 앉아 강연 들을 채비를 했다. 이날 강사는 미술평론가 이주헌씨. 강연 주제는 ‘팝아트의 황제- 앤디 워홀’이었다.
▎앤디 워홀의 ‘마릴린 먼로’, (196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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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은 ‘예술가는 고뇌하는 사람?’ ‘예술가는 비운의 천재?’라는 의문을 던지며 시작됐다. ‘NO! 예술가는 Celebrity!’라는 문구와 함께 앤디 워홀의 작품들이 등장했다. 참석자들은 편한 자세로 앉아 고개를 끄덕이며 강연에 집중했다.
▎앤디 워홀의 ‘꽃’, (196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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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디 워홀은 ‘누구나 내가 하는 것처럼 할 수는 있지만 나처럼 성공할 수는 없다’고 했습니다. 1969년 12월호 라이프지는 커버스토리에서 워홀을 비틀즈와 함께 팝 문화를 이끈 쌍두마차로 표현했지요. 워홀이 남긴 재산은 작품가를 포함해 6조 원이 넘는다고 합니다.”참석자들은 광부의 아들로 태어나 비범한 예술가가 된 앤디 워홀의 아이디어와 능력에 감탄하는 듯했다.1시간 30분의 강연은 앤디 워홀이 인식한 현대사회의 구 조부터 그의 일생, 당대의 트렌드까지 모든 것을 말해줬다. 강연이 끝나고 ‘후배 예술가들은 앤디 워홀을 어떻게 평가하느냐’ ‘동양에는 앤디 워홀 같은 예술가가 없느냐’ 같은 질문이 쏟아졌다. 이주헌씨의 답변을 끝으로 강연 이 마무리되자 참석자들은 만족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이 모임은 삼성경제연구소의 SERICEO에서 미술 수업을 듣던 CEO들이 모여 만들었다. 회장을 맡고 있는 조현정 비트컴퓨터 회장을 비롯해 하민회 이미지21 대표, 정승일 세일문화재단 이사장, 권기찬 오페라갤러리 회장, 심찬구 스포티즌 대표 등 40여 명이 5년째 모임을 하고 있다. 신입회원도 있지만 대부분 ‘원조 멤버’다.모임의 운영총무인 하민회 대표는 “SERICEO 과정이 끝나고 수업을 자체적으로 운영하다 꾸준히 그림을 배우면 좋겠다는 순수한 뜻에서 모이게 됐다”고 말했다. 미술을 좋아하면서 실기에도 관심이 있고 마음이 맞는 사람들끼리 뭉쳤다는 것. 회원들끼리 워낙 오래 알고 지내 가끔 미술관 투어나 미술 여행을 하기도 한다. 하 대표는 “불필요한 친교만남은 따로 하지 않는다”며 “특히 미술투자 같은 금전적인 활동은 일절 없다”고 강조했다. 강연이 끝나고 갖는 뒤풀이는 10시를 넘기지 않는게 규칙이다. 갤러리를 운영하는 회원들이 번갈아 가며 장소를 제공하는데 이날 모인 살롱드에이치는 심찬구 대표가 운영하는 곳이다.현대미술살롱은 강연 내용이 알찬 것이 매력이다. 인상주의 이후 현대미술사, 현대 미술시장, 현대미술사의 거장들, 현대미술과 정신분석학, 현대의 아시아 미술, 미술시장과 한국 컨템포러리 미술 등 그동안의 강연 주제에서 회원들의 수준이 높음을 알 수 있었다. 홍콩 크리스티에서 일하는 미술시장 전문가 정윤아씨와 미술평론가인 유경희 예술처방연구소장 등도 강사로 섰다.이날 강연을 한 이주헌씨는 이들과 SERICEO 때부터 인연을 맺어왔다. “현대미술살롱 회원들은 물질적 가치를 넘어 정신적, 정서적 가치를 추구합니다. 사물의 본질을 꿰뚫는 통찰력이 뛰어나 저도 영감을 많이 받아요.”그림 애호가인 회원들은 미술 공부를 하면서 새로운 시각을 얻기도 한다. 하 대표는 “그림만 보는 것이 아니라 작가와 당시 상황, 시대 조류, 철학적인 면까지 두루 이해할 수 있어 예술이 역사와 어떤 영향을 주고 받았는 지 알게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