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골프가 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정식종목으로 채택된다. 올해는 세계 최대 골프 대회인 프레지던츠컵이 인천 송도에서 열려 한국 골프의 위상을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
▎매트 카미엔스키 미 PGA투어 부사장은 세계 최고의 골프 이벤트인 프레지던츠컵 여덟 번이나 진두지휘한 전문가다. 그가 PGA투어에서 16년간 일하며 치른 대회만 70여회에 이른다. |
|
“올해 10월 인천 송도에서 프레지던츠컵을 하지 않나. 골프대회 중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골프대회이고 아시아에선 한국에서 처음 열린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월 3일 국무회의에 앞서 말한 내용이다. 덧붙여 “‘골프 활성화 방안’을 만들어 줬으면 좋겠다”는 발언도 있었다. 박 대통령은 인천 송도 잭 니클라우스 골프클럽에서 열리는 ‘2015프레지던츠컵(The Presidents Cup) 명예 의장(Honorary Chairman)직을 맡고 있다. 이 대회는 1994년 창설 후 개최국의 현직 또는 전직 원수가 명예 의장을 맡는 게 관례로 박 대통령은 줄리아 길라드 전 호주 총리에 이어 두 번째로 명예 의장직을 맡는 여성이 되는 셈이다. 과연 어떤 대회기에 박 대통령의 명예회장직 수락에 이어 공식적인 지원 발언이 이어진 걸까?
세계 최고의 골프 이벤트프레지던츠컵은 유럽에서 열리는 라이더컵과 함께 세계 최고의 골프 이벤트로 손꼽힌다. 1994년에 창설돼 유럽을 뺀 인터내셔널팀과 미국 대표팀이 2년마다 겨루는 골프 대항전이다. 한국이 아시아 국가로는 처음으로 개최하는 2015 프레지던츠컵은 전 세계 225개국, 10억 가구에 30개 언어로 중계될 만큼 초대형 스포츠 이벤트다. 대회당 평균 갤러리 수는 10만 명에 달하고, 글로벌 기업 간의 보이지 않는 홍보전쟁은 물론 재계 거물들까지 총출동한다. 미국팀에 대항할 세계연합팀의 수석 부단장은 최경주 선수다. 업계가 추산하는 경제효과 수준도 수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미국팀과 인터내셔널팀과의 대항전인 만큼 미국 PGA 투어가 대회 주최자로서 대회 총괄 업무를 맡고 있다. 그래서 미국 PGA투어 부사장이자 프레지던츠컵 총괄 담당 이사인 매트 카미엔스키(Matt Kamienski)를 지난 2월 13일 인천 송도 G타워에 위치한 대회 사무국에서 만났다. 그는 지난 16년간 PGA투어에서 일하며, 총 8회에 걸친 프레지던츠컵 개최를 성공적으로 이끈 전문가다. 카미엔스키 부사장은 인터뷰를 약속한 당일에도 글로벌 기업 관계자와의 미팅 일정이 계속 이어지는 등 바쁜 일정을 소화해내고 있었다. 아시아에서 처음 열리는 대회라는 점과 다년간 세계적인 대회를 수행한 그의 경험담을 중심으로 얘기를 나눴다.
대회 사무국일 뿐만이 아니라 미국 본사 일도 처리하는 등 매우 바빠 보인다.멋진 사람들과 일하고 있으며 한국에서 만난 인재들과 일 할 수 있어 전혀 피곤하지 않다. 이 대회는 골프라는 스포츠를 한 단계 성장시키고, 대회와 함께 열리는 각종 자선 행사를 통해 사회 공헌에 이바지한다. 점점 더 바빠지겠지만 일을 즐기면서 하고 있다. 대회를 준비하면서 세계 225개국에서 10억이 넘는 가구가 시청한다는 사실을 되새길 때면 가슴이 벅차다. 한국 입장에서도 국가 브랜드를 한층 격상시킨다는 차원에서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아시아 시장의 어떤 점을 염두에 둔 것인지.격년제로 열리는 대회를 위해 아시아 모든 국가를 살펴봤다. 특히 세계적인 엘리트 선수를 많이 배출한 한국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했다. 최경주·양용은·김경태 등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세계 정상급 선수들은 이전 프레지던츠컵 대회에도 참가했으며 현재 PGA가 주최한 각종 대회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한국에서 열렸던 각종 국제 스포츠 대회 유치 과정도 관심 있게 살펴봤다. 2002년 월드컵, 이보다 앞서 1988 서울 올림픽까지 그리고 몇 년 후면 성황리에 열리게 될 평창 동계 올림픽 등 세계적인 규모의 스포츠 행사를 개최한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강국이 한국 아닌가! 또 스포츠를 사랑하는 많은 국민들이 있어 2015 프레지던츠컵이 열리기에 최적의 장소라고 판단했다.
대회 개최지인 인천 송도는 어떻게 결정됐나?개최지를 한국으로 결정하고 한국에 있는 많은 골프장을 면밀하게 검토했다. 서울 인근은 물론 동·서·남·북 가릴 것 없이 전국에 있는 수십여 개의 골프장을 돌아봤다. 몇 가지 기준에 따라 골프장을 선정했다. 호텔 등 숙소문제, 골프장 측과의 관계, 골프장 주변에 위치한 각종 인프라 그리고 주차장 등 선수단과 수많은 갤러리가 관람하며 이동할 동선도 고려했다. 인천 송도는 우리 기준에 부합하는 최적의 장소였다. 송도에 방문하면 할수록, 이곳이 우리가 원하는 조건을 만족하는 최적의 장소라고 확신하게 됐다. 물론 훌륭한 골프장이 있어서 점수를 후하게 준 것은 아니다. 인천 송도 주변에 호텔이 많아 숙박시설 확보에 문제가 없었고, 인천공항과 가까웠다.
골프 시장이라면 중국이나 일본이 더 나을 수 있을 텐데…물론 중국과 일본도 앞으로 개최국이 될 수 있는 후보국이다. 하지만 중국은 아직 세계적인 대회에서 최상의 기량을 보여준 실력 있는 선수를 배출하지 못하고 있다. 실제 중국 선수가 프레지던츠컵 인터내셔널팀에 선발된 적이 없었다. 일본의 경우 쓰나미와 대지진으로 입은 피해를 완전히 복구하지 못한 상태다. 한국은 세계적인 골프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선수를 다년간 배출했을 뿐만 아니라 각종 국제 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해냈다는 점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그리고 글로벌 수준으로 성장한 많은 한국의 기업들이 골프 산업과 행사에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골프를 즐기려는 지난 10년간 한국 골프 산업이 급격하게 성장했고, 골프를 즐기려는 소비자들도 크게 늘고 있어 지금이 한국에서 대회를 열만한 적기라는 결론을 내렸다.
송도 대회로 골프산업 활성화 기대
▎올해 10월 프레지던츠컵 대회가 열릴 인천 송도에 있는 ‘잭 니클라우스 골프클럽’ 코스 전경. |
|
골프는 다른 스포츠에 비해 국제 대회가 더 많고 프로와 아마추어를 막론하고 세계인의 관심을 두는 종목이다. 우리나라도 2014년 기준으로 골프 인구 500만 명을 시대를 맞고 있다. 대한골프협회가 발표한 ‘2013년 한국골프지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 한 해 동안 골프에 참여한 인구는 약 470만 명으로 추산됐고, 1인당 월평균 48만원, 매월 1조9248억원 지출, 연간 골프에 지출한 돈만 총 23조976억에 달했다. 잠재적인 골프 수요 인구도 950만 명으로 추정했다. 대한골프협회와 회원권 업체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2013년) 골프 산업은 미국 60조, 일본 35조, 한국 31조로 최근 세계 3위였고, 중국이 한국과 일본을 곧 앞지를 수 있다는 내용도 있다. 하지만 지금 전 세계 골프 산업을 비롯한 한국 시장도 침체돼 있다. 다년간 행사를 준비한 베테랑 카미엔스키 부사장의 생각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는 골프 시장 전망을 부정적으로 보지 않았다.
전 세계 골프 산업이 장기적인 침체기 빠진 것 같다.우선 소비재 시장 위주로 보면 그렇다. 골프라는 스포츠 특성상 비교적 큰 비용이 들고 코스를 도는 경기 시간이 상대적으로 길다는 점 등 여러 가지 불리한 점도 있다. 골프를 하나의 게임으로 생각하고 관람하고 즐기는 이들을 늘린다는 측면에서 보면 다른 문제다. 대형 이벤트성의 프로 골퍼들이 나오는 대회가 골프 산업을 활성화하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활약하는 대형 골프 대회를 골프시장이 성장하고 있는 지역에 열면 다양한 파급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대회를 보고 싶어 하는 관광객들을 유치할 수 있을 것이고, 대기업들의 후원도 덩달아 늘어나 스포츠를 지원하고자 관심을 보였던 기업들에 기회를 제공할 수도 있다. 대회 상금과 쏟아지는 후원금도 지역 사회에 대부분 유입돼 예상치 못한 경제적 파급 효과도 누릴 수 있게 된다. 보통 골프를 즐기는 아마추어 골퍼들이 골프여행을 많이 다니는 편이다. 빅 이벤트성 골프 대회를 자주 열어 골프 시장이 알려지면 많은 아마추어 애호가들이 한국을 찾을 것이라 확신한다.
한국 골프 시장도 대회가 열린 후 많이 변하지 않겠나.개인적으로 한국 사람들이 골프를 매우 좋아한다고 생각한다. 반면 한국에서 골프는 매우 비싼 스포츠라는 인식도 강한 것으로 알고 있다. 국가별 환경적 요인이나 문화적인 차이가 있음을 인정한다. 하지만 최근 한국에서 스크린 골프 시장이 확대되면서 골프가 점차 대중화의 길을 걷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있다. 발전한 기술 덕분에 남녀노소 모두 굳이 잔디를 밟지 않고도 골프를 쉽게 배울 수 있게 된것 같다. 프레지던츠컵과 같은 대형 골프 대회가 한국에서 계속해서 열리면 많은 유소년 선수와 주니어 골퍼들이 세계 최고의 골프 선수들이 경기하는 모습을 직접 볼 기회를 갖게 된다. 이런 경험의 영향을 받은 골프 꿈나무들이 세계적인 한국 골프 선수로 성장시킬 토대가 될 것이다. 사업적인 측면에서 봐도 전통적으로 골프대회를 후원하는 글로벌 기업들이 한국 시장에 주목하게 돼 다양한 사업 기회가 마련될 수도 있다. 한국 골프 시장과 산업이 성장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한참 설명을 이어가던 카미엔스키 부사장에게 질문을 던졌다. 체격이 좋고 이토록 골프를 사랑하는데 왜 골프 선수를 지망하지 않았는지 궁금했다. 그는 PGA투어에서 일하게된 계기와 가장 기억에 남는 대회 이야기를 꺼냈다.
골프계에 입문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대학에 다닐 때 골프팀 소속 선수도 아니었고, 골프를 즐기거나 편도 아니었다. 오히려 근력과 순발력을 극대화해야 하는 육상팀 선수로 활동했었다. 나를 골프계에 몸을 담게 한 장본인은 심장외과 의사인 아버지였다. 골프장으로 이끈 아버지 덕분에 골프계에서 일한 지 16년 가까이 됐으니 말이다. 학부 졸업을 앞둔 당시 나는 미국 NBA 프로팀인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에서 인턴을 하고 있었다. 어느 날 갑자기 아버지는 평소 친분이 있던 빌 프랜즈라는 친구가 저에게 일자리를 제안하고 싶다는 얘기를 전했다. 당시 오하이주 아크론에서 열렸던 ‘NEC 월드시리즈오브 골프(현 WGC-브리지스톤 인비테이셔널)’대회 업무를 담당하고 있으니 이 대회에서 일해 보자고 했다. PGA투어에서 활약하고 있는 세계적인 선수인 존 쿡의 부친이 총괄 디렉터로 있다는 얘기를 함께 전하며 적극 추천해주셨다. NEC 대회를 두 차례 치르면서 PGA투어에 운 좋게도 입사할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아버지께 권유를 받은 직후 골프보다 농구가 좋다고 시큰둥해 했던 기억이 난다. 인생이 참 새옹지마다.(웃음)
16년이나 PGA투어에서 일했다. 잊지 못할 대회도 많았을 것 같다.가장 기억에 남는 대회는 2003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린 프레지던츠컵이었다. 역대 두 번째로 해외에서 개최한 대회였는데 개막식에 남아공 아파르트헤이트(흑백 차별) 시대의 마지막 백인 대통령인 데 클레르크 대통령과 최초 흑인 대통령인 넬슨 만델라 그리고 대회 개최 당시 현직 대통령이었던 타보 음베키 등 남아공 전·현직 대통령 3인이 한자리에 모였던 장면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프레지던츠컵 역사상 최초이자 마지막이 될 수 있는 일이었다. 골프를 매개체로 정치적 화합과 상호존중을 보여준 대회라서 그런지 더 그랬다. 두 번째로 잊지 못할 대회는 2011년 호주에서 열린 프레지던츠컵이었다. 제가 처음으로 대회 총괄 디렉터를 맡은 대회여서 기억에 남는다. 70여 회의 국제 골프대회를 치르며 많은 이를 만나고 겪어 즐거운 추억이 많다.
출전료나 상금없는 자선대회카미엔스키 부사장과 여러 가지 얘기를 나눴지만, 그가 프레지던츠컵을 뜻깊게 보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그는 “프레지던츠컵은 우리가 흔히 접하는 성별로 나뉘는 프로 골프 투어와는 행사의 성격 면에서도 다르다”며 “우선 선수들은 출전료를 받지 않고 상금 또한 없다. 그만큼 명예와 자선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만큼 대회 수익금 일부를 자선단체나 골프 관련 프로젝트에 기부한다”고 했다. 첫 대회 이후 3200만 달러 이상의 자선기금이 15개국 450개 이상의 자선단체에 전달됐고, 2013년 미국 오하이오에서 열린 프레지던츠컵에서는 역대 최고인 500만 달러가 모금되기도 했다.
대회가 생소한 한국인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Once-in-a-life time.’ 평생 단 한 번뿐인 기회, 한 세대에 단 한 번 있는 기회라고 단언하고 싶다. 프레지던츠컵 대회를 중국과 일본도 언젠가 개최할 수 있겠지만, 아시아에서 최초로 열리는 곳이 인천 송도라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한국인들이 이런 기회를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겨루는 ‘메이저급’ 대회를 직접 두 눈으로 경험할 수 있다. 골프 대회 말고도 개막식이나 대회 기간에 다양한 행사도 마련 중이다. 모든 이들이 함께 즐기는 축제의 장을 마련할 예정이다. 또 자선 단체에 기부하는 등 다양한 자선행사도 계획하고 있어 단순히 경기 그 이상의 매력을 선사할 것이다.- 글 김영문 포브스코리아 기자 - 사진 오상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