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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2008년 1억원을 은행 정기예금에 예치해서 연간 받을 수 있는 이자 수익은 540만원에 달했지만 올해는 133만4500원(2015년 7월 기준)에 불과했다. 은행 저축성 수신 금리가 연 2%에도 미치지 못한 것. 게다가 김 씨가 받을 수 있는 이자도 15% 세금을 제한 금액이다. 마땅한 투자처도 찾지 못해 섣불리 돈을 빼기가 망설여졌던 김 씨는 은행 PB를 통해 해외 투자 펀드를 추천받아 고민에 빠졌다. 김 씨가 1%대 저금리 시대, 은행보다는 높은 연 4~5% 수익률을 정기적으로 얻을 방법이 있을까? “역시 국내외 자산에 대한 분산 투자 전략이 답이다. 특히 전문가들이 다양한 자산과 지역에 분산 투자해 최적의 수익을 보려면 ‘글로벌 자산배분 전략’은 이제 필수다.”
지난 9월 10일 JP모간자산운용코리아(이하 JP모간자산운용) 사무실에서 만난 차승훈(53) 대표가 건넨 조언이다. JP모간자산운용은 JP모간체이스그룹의 6개 자회사 중 하나다. JP모간체이스그룹은 JP모간·체이스맨해튼·자딘플레밍·뱅크원 등 4개의 금융회사가 하나로 합쳐진 글로벌 거대 금융그룹이다. 차 대표는 지난 2007년 한국에 JP모간자산운용 출범 때부터 합류해 최근까지 8년간 줄곧 대표를 맡아왔다.
2013년부터 차 대표는 글로벌멀티인컴펀드를 앞세워 글로벌 투자의 중요성을 본격적으로 알리기 시작했다. 특히 이 펀드는 단순히 특정 주식과 채권에 국한된 기존 투자방식에서 벗어나 해외 부동산투자신탁(REITs·리츠)과 전환사채(CB)까지 전 세계 50여 개국, 1500개 자산(종목)에 분산 투자하고 있다. 펀드 수익도 꾸준한 편이다. 최근 2년간 수익률은 19.11%, 최근 9개월간 4.85%를 기록했다. 그야말로 ‘글로벌 자산배분 전략’이 거둔 성과였다. 말로만 전하기 아쉬웠던지 그는 ‘자산군별 수익률’ 표를 직접 꺼내 들었다. “이머징 시장을 보자. 자산별로 매년 수익 편차가 상당한 것을 알 수 있다. 매번 최상의 수익을 내는 자산군을 택하면 좋겠지만 신의 영역이나 다름없다. 자산배분이라고 표시된 부분이 우리가 정한 균형점으로 지난 10년간 일정 수익률 범위 안에서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꾸준히 성과 거둔 ‘글로벌 자산배분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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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후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우려와 2008년 리먼브라더스 파산으로 불거진 글로벌 금융위기, 그리고 2012년 그리스발 유럽 위기로 국내주식 시장은 위기에 처했다. 특히 쏠림 현상이 심한 곳 중 하나인 한국 펀드 시장의 피해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많은 국내 펀드도 소수 종목에 집중하면서 변동성에 취약한 태생적 한계를 안고 있었다. 글로벌 위기에 수많은 피해자가 발생했고, 평상시 리스크(위험) 관리보다 성장성에 집중했던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 였다.” 그의 회고다.
리스크 관리 얘기가 나오자 자연스레 운용철학 소개로 이어졌다. 차 대표는“‘지속적인 시장 분석을 통해 투자풀을 확대하고 리스크를 분산한다’는 게 우리 철학이다. 이에 따라 펀드 운용 전략도 정해진 틀 없이 유연하게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글로벌 금융위기가 의심되는 시점이라면 우량 채권이나 선진국 국채 등 안전자산의 비중을 높여 대응할 수 있다. 반대로 경기 호황기가 예상된다면 신흥국 국채나 하이일드채권 등의 비중을 늘려 보다 높은 수익을 추구할 수 있다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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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대표는 단순히 인력이 많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것은 아니었다. 그는 “JP모간 경제 전문가가 쏟아내는 방대한 시장 지식과 혜안이 ‘선별적인’ 나눔 투자를 가능케 하는 배경”이라며 “이미 해외에서 고객들이 투자 결정을 내리는 데 JP모간이 내놓은 자료가 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9월 JP모간자산운용에서 홍콩·싱가포르·대만 등 아시아·태평양지역 기관투자가 대상으로 마켓인사이트 자료를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사이트를 열면서 화제가 된 바 있다.
투기를 투자로 바꾸는 힘, 지식공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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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이 앱이 뭐기에? 이 앱의 핵심은 JP모간자산운용 글로벌 전략팀의 시장 분석 데이터 및 논평을 담은 애플리케이션이다. ‘가이드투더마켓(Guide to the Markets-Asia)’으로 불리는 이 자료는 원하는 콘텐트를 저장하고 순서까지 재배열해 열람할 수 있어 많은 시장 전문가로부터 큰 호응을 끌어냈다. 차 대표도 “어떻게 자료를 해석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오디오 자료도 배포한다”고 자랑했다. 2013년에는 아시안인베스터가 선정한 ‘최고의 투자자 교육 프로그램’ 상을 받기도 했다.
다음으로 차 대표가 신경 쓴 것은 ‘투자자 바로 보기’였다. JP모간자산운용은 한국갤럽과 함께 국내 펀드 투자자 1000명을 대상으로 매년 ‘한국 투자자 신뢰도 조사’를 하고 있다. 이를 통해 앞으로 경제와 투자 환경에 대해 어떤 생각과 정보를 가졌는지를 분석한다. 통상 증권사가 나서지만, JP모간자산운용은 이를 직접하고 있다. 차 대표는 “단순히 상품을 팔겠다는 생각보다 조사 결과를 공유해 국내외 경제와 투자환경에 대한 고민을 함께 나눠보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올해 조사 결과에 대해 그는 “많은 투자자가 경기 침체를 우려하고 있으며, 마땅한 투자처도 찾지 못한 상황이다. 정확한 투자 정보에 목말라 있는 이들이 많았다”고 답했다.
정보를 공유하는 노력을 꾸준히 한 차 대표의 노력 덕분일까? 최근까지 글로벌 펀드에 자금이 몰렸다. 금융 정보 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9월 11일 기준으로 글로벌 지역에 나눠 투자하는 펀드에 몰린 자금만 8284억원, 설정액만 3조원에 달했다. 2007~8년 한시적으로 도입됐던 비과세 해외 펀드가 사라진 이후 해외 주식형 펀드 운용 규모는 해마다 많이 감소했지만, 올해 저금리와 외국 시장 호재로 7년 만에 설정액이 늘어난 것이다. 이를 두고 “한마디로 고무적이었다”고 밝힌 그는 “많은 투자자가 해외 주식·채권 등 이해하기 어려운 섹터임에도 불구하고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국내 주식형에 편중된 한국 시장이 선진국 등 해외 시장에 관심을 두고 있다는 증거”라고 했다.
하지만 중국발 경제 불안에 미국 기준금리 인상까지. 아직도 글로벌 펀드 투자를 주저하게 하는 불안 요소가 많다. 이에 차 대표는 “중국발 리스크 탓에 유럽과 일본 더 나아가 미국 경제까지 우려하는 이가 많지만, 실제 JP모간의 글로벌 네트워크의 시각에서 최근 중국발 충격이 미치는 영향이 우리 생각만큼 심각한 것은 아니다. 특히 유럽과 일본은 내수가 살아나면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유럽에 자금이 몰리는 상황을 얘기하며 그는 “유럽 대형주·중소형주 펀드에 고루 담으면 좋은 성과가 있을 것”이라는 조언도 했다. 물론 이때도 차 대표는 ‘선별적’ 나눠담기를 강조했다. 물론 또 다른 쏠림 현상을 우려하기도 했다. 그는 “홍콩·대만 등 인접 아시아 국가 투자자들만 봐도 주식형펀드·채권형펀드·인컴펀드·글로벌펀드 등으로 유연하게 이동한다”며 “우리도 시장흐름에 따라 펀드 비중을 잘 조율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했다.
투자할 때 ‘선별적’ 나눠 담기 잊지 말아야
인터뷰 내내 차 대표는 ‘글로벌 자산배분 전략’이 ‘왜’ 필요한지를 수차례 강조했다. 그러면서 많은 투자자가 시장의 ‘변동성’을 피해가려는 노력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고 있음을 우려했다. ‘변동성’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변동성은 투자에 나서는 모든 이라면 겪는 숙명이다. 피할 수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투자 영역을 공간과 시간으로 나누면 일시적 위기로 실패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균형적인’ 자산 배분 전략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차 대표는 “특정 펀드에만 모든 자산을 투자하는 것은 위험하다. 시장에 위기가 찾아왔다고 해서 전 세계 모든 국가가 위험에 빠지는 게 아니다. 글로벌 자산별로 경기 사이클은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기 때문”이라고 당부했다.
차승훈 JP모간자산운용코리아 대표는 앞으로 투자자를 위한 정보 제공·교육에 더 힘쓰겠다고 했다. 투자자 보호를 특히 강조하는 이유를 묻는 인터뷰 끝에 그가 대뜸 병마와 싸웠던 얘기를 들려줬다. “몇 년 전 건강이 좋지 않아 병원 신세를 진 적이 있었다. 간단한 감기만 앓아봤지 오랜 기간 입원한 적이 없어 업무에 복귀하는 데에도 상당한 시일이 걸렸다. 그때 새삼 떠오른 것이 금쪽같은 투자금을 날렸던 수많은 투자자의 얼굴이었다. 내가 업무에 복귀한 것처럼 자산을 잃었던 그들도 재기에 성공했을까? 만감이 교차했다. 시장의 변동성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투자자가 맡긴 자산을 지켜내겠다는 각오를 다지는 계기였다.”
- 글 김영문 포브스코리아 기자·사진 오상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