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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펀드투자 

신흥국에서 선진국으로 갈아타기 

미국 기준금리 인상 시점이 또 한 번 늦춰졌다. 하지만 신흥국 투자에 대한 염려가 가시지 않은 투자자들은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유럽으로 눈을 돌리는 추세다. 유럽 투자 상황과 투자 노하우를 알아봤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가운데)과 헤르만 반 롬푀이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오른쪽), 조제 마누엘 바호주 EU 집행위원장이 지난 3월 31일 브뤼셀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중국은 총 4국가와 120여 개의 협정 체결하고 경제무역 협력 방면에서 EU가 중국 최대의 무역 파트너임을 확인시켰다. / 뉴시스
‘980억 달러.’ 한화로 110조원이 넘는 돈이다. 올해 선진국, 좁게는 서유럽 펀드에 몰린 글로벌 자금 규모다.(지난 10월 7일 기준) 같은 기간에 신흥시장 투자 펀드에서는 226억 달러(약 25조원)가 빠져나갔다. 투자자들이 신흥국 투자 비중을 줄이고 유럽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셈이다.

LG경제연구원도 2016년 경제전망을 하면서 “미국 금리가 인상되거나 혹은 중국의 경제지표가 발표되는 주요 시점마다 신흥국 불안국면이 빈번히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포브스와 인터뷰한 김영수 슈로더 투자신탁운용 부사장도 한몫 거들었다. 그는 “과거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렸을 때 신흥국 시장이 출렁이지 않았던 적이 없었다. 장기적으로 포트폴리오 내 신흥국 비중을 줄이고 선진국 위주로 투자하는 게 적절하다”고 조언했다.

폴크스바겐 스캔들 상쇄할 ‘융커플랜’기대


글로벌 자금이 유럽에 몰리는 호재 말고도 유럽이 내놓은 복안 덕분에 유럽은 경기 회복에 한층 탄력을 받게 됐다. 대표적인 것이 장 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의 이름을 딴 ‘융커플랜’이다. 융커플랜은 앞으로 3년 동안 유럽 전역에 3150억 유로(약 410조원)의 투자를 유치해 대규모 인프라 투자와 중소기업 지원에 사용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권아민 동부증권 애널리스트는 “유럽의 융커플랜은 적극적 재정지출을 통해 진행 중인 유럽중앙은행(ECB)의 완화적 통화정책과 맞물려 유럽 증시에 새로운 모멘텀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며 “특히 지난 9월 말 중국까지 융커플랜에 참여할 계획을 밝힌 만큼 앞으로 유럽 내 투자가 가속화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물론 최근 불거진 독일 폴크스바겐 사태로 유럽 경기 회복의 발목이 잡힐까 우려하는 시선도 없진 않다. 지난 9월 18일 미국 환경 당국으로부터 독일 폴크스바겐 경유 차량이 배출가스 저감장치 조작으로 리콜 명령을 받은 이후 2주간 폴크스바겐 시가총액은 40조원 이상 증발했고, 리콜 차량이 1000만 대에 육박할 것이란 전망까지 나왔다. 문수현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이와 관련해 “유럽펀드는 그리스 사태가 해결된 이후 상승했으나 폴크스바겐 사태 이후 3분기 손실을 기록했다”며 “폴크스바겐 사태 이후 자금 흐름을 지켜봐야 한다”며 신중론에 섰다.

하지만 융커플랜을 비롯해 유럽의 양적완화 등 유럽 주요국의 정책의 힘에 기대하는 이들이 더 많은 추세다. 오재영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폭스바겐 사태가 단기적으로 유럽지역의 회복세에 영향을 미칠 수 있겠지만 유럽지역의 소매판매 등 소비부문의 회복세가 양호하고, ECB가 유동성 공급 확대 또는 기간 연장에 대한 기대가 커 경기 회복에 긍정적”이라고 진단했다. 실제 유럽에 유입되는 글로벌 펀드 자금도 꾸준한 편이다. 폴크스바겐 사태 이후에도 지난 10월 초까지 한 달간 서유럽 펀드에 몰린 돈만 68억 달러(7조7000억원)에 달했다. 허진욱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도 “오히려 최근 불거진 폴크스바겐 사태 때문에 ECB가 정책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유럽 시장의 꾸준한 성장세를 기대했다.

유럽펀드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들도 ‘우려’보다는 ‘기대’쪽에 무게를 두는 경향이 보인다. 유럽주식에 투자한 성과가 좋았고, 연초부터 상당한 자금이 몰렸기 때문이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펀드 성과는 지난 10월 14일 기준으로 연초 이후 7.37%를 기록하는 등 해외주식형 펀드 평균수익률 -0.93%보다 좋았다. 물론 최근 1·3개월 수익률은 마이너스지만, 1·3년 수익은 꽤 높은 편이다. 1·3년 성과(10월 14일 기준)를 보면 각각 14.71%, 38.78%로 해외주식형 평균인 7.43%, 16.21% 보다 높다. 올해 유럽주식형 펀드에 들어온 자금만 1조4000억원을 넘어섰다.

3년간 운용액 1000억원 이상인 개별펀드 수익을 보면 더 확연해진다. 유럽펀드 중 설정액 1조원이 넘는 슈로더투자신탁운용의 ‘슈로더유로자A(주식)종류A’가 52.27%를 기록해 가장 수익률이 높았다. 다음으로 피델리티자산운용의 ‘피델리티유럽자(주식-재간접)A’가 46.65%, 그리고 44.06%를 기록한 KB자산운용의 ‘KB스타유로인덱스자(주식-파생)A’가 그 뒤를 따랐다. 1년간 유럽펀드 중 수익률이 가장 높은 펀드는 피델리티자산운용의 ‘유럽자(주식-재간접)A’로 23.74%를 나타냈다.

유럽주식형 펀드 수익률, 시장평균 크게 웃돌아

이 밖에도 유로존 GDP의 30%를 차지하는 독일 단일 국가에만 투자하는 주식형 펀드가 있다. 운용설정액이 100억원대에 불과하지만, 내실 있다는 평가를 받는 도이치자산운용의 ‘도이치독일주식’과 본격적인 판매를 준비 중인 베어링자산운용의 ‘베어링독일주식형펀드’다.

유럽에 투자하는 방법, 펀드 말고는 없을까? 상장지수펀드(ETF), 상장지수증권(ETN) 등이 있다. 업종 또는 시장의 추이를 반영하는 상장 지수에 투자하는 방식은 개별 종목에 직접 투자하는 것보다 상대적으로 자산 배분이 쉽고, 위험을 회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범 유럽 지수인 ‘유로 STOXX50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유로스탁스50(합성,H) ETF’과 삼성증권이 내놓은 유럽 고배당 주식을 기초지수로 한 ‘Perfex 유럽 고배당 주식 ETN’이 있다.

한편 지난 10월 16일에도 유럽 주요증시는 상승세를 이어갔다. 전 세계적인 지표가 부진하게 나타나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가 기준금리 인상을 유예해 해를 넘길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린 덕분이다. 이메일로 의견을 준 마이클 클락 피델리티 유럽 배당인컴펀드 포트폴리오 매니저도 “현재 저금리 환경에서 투자자들이 매력적인 인컴을 추구하는 곳으로 주식시장은 눈여겨볼 만한 곳”이라며 유럽 시장에 대해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 김영문 포브스코리아 기자

201511호 (2015.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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