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 아머는 최근 가장 주목 받는 스포츠 브랜드다. 포브스가 지난해
발표한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 순위에서 9위에 랭크됐다.
스포츠 브랜드 중에는 유일하게 톱10에 포함됐다.
▎케빈 플랭크는 미국 스포츠 브랜드 언더 아머(UNDER ARMOUR)의 창업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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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메릴랜드 대학의 미식축구부 주장이었던 케빈 플랭크(44)는 땀을 많이 흘리는 탓에 경기 중 숄더 패드 안에 입은 면 셔츠가 무겁고 끈적하게 달라붙어 늘 불쾌했다. ‘언더셔츠가 왜 이리 기능적이지 못할까’ 하는 불만이 떠나지 않았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심하던 플랭크는 1996년 대학 졸업 후 뉴욕주 조지타운에 있는 할머니의 집 지하실에서 우연히 여성 속옷 재질의 합성섬유를 발견했다. 소재 자체가 가볍고 땀에 잘 젖지 않아 운동복을 만드는 데 제격이라고 생각한 그는 그곳에서 스포츠 의류회사를 창업한다. 상품으로 구체화시키기 위해 뉴욕의 원단시장과 봉제공장을 찾아다닌 그는 세컨드 스킨(second skin·제2의 피부) 개념으로 전신에 밀착되는 의류 개발에 성공했다. 그는 제품의 특성에 맞춰 유니폼 안(under)의 갑옷(armour)라는 의미를 담아 브랜드 이름을 지었다. 플랭크는 미국 스포츠 브랜드 언더 아머(UNDER ARMOUR)의 창업자다.언더 아머는 최근 가장 주목 받는 스포츠 브랜드다. 23분기 연속으로 20%가 넘는 매출 성장률을 기록했고, 지난해 4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0.8% 급증한 11억7000만 달러(약 1조3000억원)를 올렸다. 연간 매출 역시 2014년에 비해 28.5%가 올라 39억6000만 달러(약 4조5000억원)로 최고점을 찍었다. 투자회사들은 언더 아머의 올해 매출액을 전년보다 25.8% 급증한 49억9000만 달러(약 5조8000억원), 영업이익은 22.1% 오른 5억1000만 달러(약 5900억원)로 예상하고 있다. 96년 사업 첫 해 매출은 1만7000달러(약 2000만원)에 불과했다.
“편하고 좋다” 입소문 통한 바이럴 마케팅
▎메이저리거 김현수 (28·볼티모어 오리올스)는 언더 아머의 대표 후원 선수다. 그가 입고 있는 옷이 착용감이 좋고, 땀 배출이 잘되는 언더셔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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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 곡선이 가파르게 올라가는 만큼 기업 가치도 크게 상승하고 있다. 포브스가 지난해 발표한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The World’s Most Innovative Companies) 순위에서 언더 아머는 9위에 랭크됐다. 스포츠 브랜드 중에는 유일하게 톱10에 포함됐다. 어느새 부동의 세계 1위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의 아성에 다가가고 있다. 김도균 경희대 체육대학원 교수는 언더 아머의 성공 비결을 “틈새시장을 파고든 포지셔닝”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보통 사람들이 운동을 할 때 이너웨어(속옷)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하지만 속옷은 피부와 닿기 때문에 소재 선택부터 민감할 수밖에 없다. 언더 아머는 이 점에 착안했다. 민감한 속옷의 기술개발에 많은 돈을 투자했고, 질적인 면에 포커싱을 한 것이 성공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언더 아머 상표가 처음 대중들에게 알려진 것은 97년 미국 최고 부수를 자랑하던 USA투데이에 실린 사진 한 장 때문이었다. 미국프로풋볼(NFL) 오클랜드 레이더스의 주전 쿼터백 제프 조지(49·은퇴)가 언더 아머 제품을 입은 사진이 지면을 통해 나온 것이다. 플랭크는 여기서 다른 마케팅 전략을 세웠다. 뛰어난 운동선수였던 그는 대학 미식축구팀 주장을 지내면서 다른 유명 대학 선수들과 친분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는 직접 개발한 셔츠를 현역 선수들에게 건네주고 피드백을 받았다. 제품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서였다. 몸에 꽉 끼는 언더셔츠를 처음 본 사람들은 낯설어 했다. 그러나 연습 후 상쾌한 표정으로 앉아있는 선수들을 발견하고 직접 입어보기 시작했다. 다른 팀으로 퍼져 나가는 건 시간 문제였다. 라커룸 한켠에서 시작한 마케팅은 사람들의 입을 타고 번져 나갔다. 바이럴 마케팅은 언더 아머 성장의 원동력이 됐다.2012년부터 언더 아머 제품의 국내 수입·판매를 담당하고 있는 갤럭시아코퍼레이션의 정충열 마케팅팀장은 “초창기 대학 미식축구 선수들을 대상으로 마케팅을 시작했고, 이후 야구·농구 등으로 확대했다. 또 대학→고교→프로 스포츠 순으로 영업망을 키웠다. 다른 브랜드에서는 홍보를 위해 선수들에게 제품을 뿌리다시피 하지만 우리는 일부 정상급 선수를 제외하고는 직접 판매한다. 본사의 영업 원칙은 국내에서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프로야구 kt 위즈와 SK 와이번스가 우리 제품을 구입해 선수들에게 지급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kt 구단 관계자는 “착용감이 좋고, 땀 배출이 잘돼 선수들의 만족도가 높다. 장시환(투수)ㆍ이진영(외야수) 등은 언더 아머 제품을 주로 입는데 경기력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고 밝혔다. 메이저리거 김현수(28·볼티모어 오리올스)는 언더 아머의 대표 후원 선수이며, 이미 많은 국내 프로 스포츠 선수들이 입소문을 듣고 언더 아머 제품을 착용하고 있다.규모가 커지면서 언더 아머도 다른 브랜드처럼 스타 마케팅을 시작했다. 71년 설립한 나이키가 85년 마이클 조던을 모델로 기용하면서 급성장한 사례에 주목한 것이다. 96년 설립한 언더 아머도 지난 2000년대 후반부터 스타 마케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언더 아머는 스타 마케팅도 남달랐다. 정상급 선수와 거액의 계약을 체결하는 기존의 방식을 답습하지 않고 ‘언더독(underdog·승리 가능성이 적은 약자)’ 전략을 썼다.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성장 가능성이 있는 선수를 발굴하고 지원했다.
커쇼·스피스 등 ‘언더독 전략’ 대성공
▎1. 언더 아머는 US오픈에서 조던 스피스를 일찌감치 눈여겨보고 2013년부터 관계를 맺었다. / 2. 루키 시절부터 언더 아머의 후원을 받은 LA 다저스의 클레이턴 커쇼는 세 차례나 내셔널리그 사이영상을 수상하며 메이저리그 대표 투수로 성장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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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해 세 차례(2011·13·14년) 내셔널리그 사이영상(최고 투수에게 주는 상)을 수상한 클레이턴 커쇼(28)는 루키 시절부터 언더 아머의 후원을 받았다. 유망주였던 커쇼가 최고의 자리에 오르는 동안 언더 아머도 승승장구했다. 미국 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언더 아머의 베팅이 가장 큰 성공을 불러왔다”고 평가했다. NFL의 떠오르는 별 캠 뉴튼(27)도 언더 아머의 고객이다. 쿼터백인 뉴튼은 이번 시즌 소속팀 캐롤라이나 팬서스를 수퍼보울에 진출시켰고, 시즌 최우수선수(MVP)에도 선정됐다. 언더 아머는 2011년 대학 미식축구 최고의 선수에게 주는 하이즈만 트로피를 받은 뉴튼을 잡기 위해 NFL 신인 선수에게 역대 최고의 금액(미공개)을 안겼다. 언더 아머의 안목대로 뉴튼은 4년 만에 NFL 정상급 쿼터백으로 성장했다.남자 골프 세계랭킹 2위 조던 스피스(23)는 미국프로골프협회(PGA) 투어 선수 가운데 유일하게 언더 아머 로고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부착한 선수다. 언더 아머는 US오픈에서 그를 일찌감치 눈여겨보고 2013년부터 관계를 맺었고, 지난해 그와 10년짜리 재계약을 체결했다. 지난해 4월 스피스가 마스터스에서 첫 우승을 차지하자 언더 아머는 뉴욕 증시에서 주가가 1.36% 올라 최고가를 경신했다. 미국 증권 리서치 업체인 버킹엄리서치그룹은 “스피스가 언더 아머에 홀인원을 선물했다”고 표현했다.NFL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의 쿼터백 톰 브래디(39)는 2010년 나이키와의 계약이 만료된 뒤 아내 지젤 번천(36)과 함께 언더 아머의 후원을 받기로 했다. 당시 파격적인 후원 계약 내용이 공개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브래디가 후원 조건으로 언더 아머의 주식 일부를 받기로 한 것이다. 언더 아머는 ‘미국의 연인’이라고 불리는 브래디의 명성과 브랜드를 얻는 동시에 나이키의 대표 스타를 뺏어 왔다. 과감한 투자로 두 마리 토끼를 잡은 것이다.유명 모델인 번천을 동시에 영입한 것도 ‘신의 한 수’였다. 건강미 넘치는 번천은 고기능성 남성 의류 중심인 언더 아머의 제품군 다양화에도 기여했다. 최근에는 여성 고객을 타깃으로 한 광고의 대표 모델로 활약하며 큰 호응을 얻었다.미국프로농구(NBA)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스테판 커리(28)는 언더 아머가 자랑하는 간판 스타다. 2009년 데뷔한 커리는 소속팀 골든스테이트를 지난 2014~15시즌 NBA 정상으로 이끌었다. 지난 시즌 80경기에 나와 평균 득점 23.8점을 기록한 그는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까지 차지했다.
2013년 언더 아머는 아직 정상에 오르지 못한 커리와 연간 400만 달러(약 46억원)에 후원 계약을 체결했다. 달리는 언더 아머에 날개가 달리는 순간이었다. 원래 커리를 후원하던 나이키는 ‘스타성이 없다’고 판단해 그를 주요 관리 대상에 넣지 않았다. 커리의 아버지이자 전 NBA 선수 델 커리(52)는 지난 3월 미국 스포츠전문매체 ESPN과의 인터뷰에서 나이키와 결별한 이유를 털어놨다. 그는 “나이키가 커리와의 재계약 과정에서 준비한 프리젠테이션을 봤더니 커리가 아닌 케빈 듀란트(28·오클라호마시티)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커리가 나이키에서는 제대로 된 대접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나이키는 듀란트와의 계약 때 사용했던 프리젠테이션을 그대로 사용해 커리 부자의 마음을 상하게 했다. 심지어 나이키 관계자는 커리의 이름 ‘스테판’을 ‘스테폰’으로 잘못 발음하기도 했다. 이 뿐만이 아니었다. 커리는 다른 NBA 스타들처럼 나이키의 후원을 받아 자신의 이름을 내건 농구 캠프를 열고 싶었지만 나이키 측이 미온적으로 나오는 바람에 성사되지 않았다.
그러나 언더 아머는 커리가 언젠가 성공시대를 열 것으로 보고 적극적으로 다가섰다. 커리는 프로 신인 시절 고질적인 발목 부상으로 고전했다. 언더 아머 농구화를 신으면서 부상 부위가 몰라보게 좋아졌고 성장세에 탄력이 붙었다.투자회사 모건스탠리는 “커리의 이름을 딴 시그니처 농구화는 이미 르브론 제임스(32·클리블랜드)와 코비 브라이언트(38·LA 레이커스)의 농구화 판매량을 넘어섰다. 연간 매출만 1억6000만 달러(약 180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역대 최고 기록은 마이클 조던 농구화가 갖고 있다. 지난해 언더 아머의 신발 매출은 전년대비 57% 증가한 6억7770만 달러(약 7800억원)를 기록했다. 특히 지난 1월 농구화 매출은 무려 355% 폭증했고 2월에는 증가 속도가 더 빨라지고 있다.
할아버지·삼촌이 입던 게 아닌, 내가 입는 옷
▎NBA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스테판 커리는 언더 아머의 간판 스타다. 커리는 소속팀을 지난 2014~15시즌을 NBA 정상으로 이끌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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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균 교수는 “스포츠 용품 시장에서 소비 패턴을 보면 소비자의 중독성·주관성 등이 관찰된다. 즉 커리가 신은 신발을 내가 신으면 나도 커리처럼 멋진 3점슛을 날릴 수 있다고 여기는 것이다. 조던의 브랜드 에어 조던이 그랬던 것처럼 커리의 질주가 이어지면 앞으로도 언더 아머의 신발 매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언더 아머의 플랭크 CEO는 최근 인터뷰에서 “나이키와 제로섬 게임을 벌이려는 게 아니다. 언더 아머가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 누군가 지는 걸 원하는 게 아니라는 뜻이다. 우리 사업에만 집중할 뿐이다. 스테판 커리와 조던 스피스, 톰 브래디 등과 계약하는 등 혁신적인 행보를 계속하는 게 중요하다. 가장 우선시 하는 것은 업계 자체의 성장이다”고 말했다. 미국 시장에서 나이키와 비교되며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상황을 크게 신경 쓰지 않겠다는 의미다.언더 아머는 매출 기준으로 미국 시장의 60%, 농구화 시장의 96%를 차지하고 있는 나이키에 아직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지난해 언더 아머는 스타 마케팅의 성공과 혁신적인 시장 공략으로 미국 내에서 아디다스를 제치고 스포츠 용품 점유율 2위로 뛰어 올랐다. 아디다스는 최근 전 세계 주요 시장에서 나이키에 입지를 뺏기고 있는 데다 미국 시장 2위까지 언더 아머에 내줬다. 올 초에는 14년 만에 CEO를 교체하기도 했다. 김도균 교수는 “나이키와 아디다스는 잘 알려진 스포츠 브랜드지만 올드한 느낌이 난다. 젊은 사람들은 할아버지·아버지·삼촌이 즐겨 입던 브랜드로 인식하는 것이다. 그러나 언더 아머는 신선하다. 이 점에 젊은 사람들이 열광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이런 상황에서 나이키는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 45년 나이키 역사상 최고 금액으로 르브론 제임스와 종신계약을 체결했다. 언더 아머가 후원해 온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훗스퍼와의 계약도 성사 직전에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커리와 골든스테이트가 주가를 올리면서 나이키 입장에서 위기감을 느꼈을 수도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국내 시장에서도 언더 아머의 인기는 높아지고 있다. 김도균 교수는 “스포츠 브랜드 시장에서도 제국주의적 면모가 있다. 미국에서 성공한 브랜드는 전 세계에서 통할 수 있다. 언더 아머는 한국은 물론 세계적으로 성공한 기업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국내에서는 이재용(48) 삼성그룹 부사장이 언더 아머 옷을 입고 공식 석상에 나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정충열 갤럭시아코퍼레이션 팀장은 “트레이닝 전문가, 운동선수들 사이에서는 브랜드 인지도가 굉장히 높아졌다. 1개의 점포로 시작해 현재 전국에 40개가 넘는 점포를 운영할 정도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영재 선임기자·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