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을 개발에 매진해도 블록버스터 신약을 얻기는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그래서 앱셀레라 바이오로직스는 일단 1루로 내보낼 수 있는 후보 물질 찾기에 집중한다. 이런 선택적 집중 전략을 통해 창업자 칼 한센은 순식간에 ‘코로나 억만장자’로 등극했다.
우리 몸에 박테리아나 바이러스가 침입하면, 면역체계가 발동해서 자체적으로 치료제를 만들어낸다. 사람마다 분자구조가 다른 항체는 인체에 침입한 항원을 파괴하거나 다른 면역세포가 침입자를 추적해 파괴할 수 있도록 표시를 남겨둔다.줌으로 진행된 인터뷰에서 칼 한센(Carl Hansen, 46)은 엄청난 정보를 알려주며 이 과정을 열정적으로 설명했다. “우리 몸은 서로 다른 항체를 100조 개나 만들어 낼 수 있다”고 감탄한 그는 설명을 이어갔다. “인체 면역체계는 말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경이로워요.”듣다 보니 (시가총액이) 130억 달러에 달하는 생명공학 기업 CEO가 아니라 대학 교수의 강의를 듣는 것만 같다. 그런 생각이 드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한센은 실제로 교수였기 때문이다. 2012년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에서 다른 연구진과 앱셀레라 바이오로직스(AbCellera Biologics)를 공동 창업한 그는 회사에 집중하기 위해 2019년 대학을 떠날 때까지 교수로 일했다. 그는 “대학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테스트하고 어떤 방향이 효과적일지 모색하기에 아주 좋은 장소”라고 말했다.연구에 집중하는 회사의 특성은 사업 구축 방식에 큰 영향을 끼쳤다. 대부분의 바이오테크 스타트업은 소수의 치료제 후보를 발굴하고 이 후보 물질 중 하나라도 신약으로 개발하기 위해 8~12년가량을 연구에 투자한다. 그런다고 신약 개발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이들 물질이 최종 단계를 통과해 시장에 출시될 확률은 10%도 안 된다. 그러나 일단 시장에 나오면 이들은 대히트를 치는 ‘블록버스터’ 약물이 된다. 2018년에 최고 매출을 올린 10대 약물 중 7개는 항체 치료제였다. 애브비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휴미라(Humira)는 순매출액 190억 달러를 기록했고, 머크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Keytruda)는 2019년에만 매출 111억 달러를 올렸다.앱셀레라는 이들 기업과 완전히 다른 길을 택했다. 약물 개발부터 출시까지 모든 것을 진행하는 수직통합형 제약사로 나아가지 않고, 후보 물질 발견에만 집중한 것이다. 후보 물질 발견은 신약 개발의 첫 단계이자 가장 중요한 과정이다. 그 단계에서 초기 시험을 거쳐 가장 잠재력 높은 치료제 물질이 선정되고, 이를 통과한 치료제 후보는 개발 파이프라인으로 들어간다.앱셀레라는 지난해 5월 피터 티엘과 미네소타대학, 오비메드(OrbiMed)를 비롯한 투자진으로부터 투자금 1억500만 달러를 모으는 데 성공했다. 피치북에 따르면 당시 산정된 기업가치는 48억 달러였고 회사는 6개월 후 IPO를 진행했다. 앱셀레라는 신약 개발 과정의 처음부터 끝까지 진행하는 데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는다. 대신, 약물 발견을 서비스 형태로 제공하는 사업 모델을 선택했다. 그 결과 지금은 화이자와 길리아드, 노바티스 등 90개 거대 제약사와 제휴를 맺고 신약 개발을 지원 중이다. 제약사들이 필요한 항체 조건을 설명하고 의뢰하면 앱셀레라가 자체 특허 기술을 이용해 후보 물질들을 발견해서 넘겨주는 협업 방식이다.지금껏 발견한 물질 중 가장 큰 성공을 이룬 사례는 바로 코로나19 항체다. 앱셀레라는 바이러스와 가장 효과적으로 싸울 항체를 찾아내기 위해 코로나19에 감염됐다가 회복한 사람들의 혈액에서 항체 수천 가지를 추출했다. 그리고 이 중에서 가장 유망한 항체를 선정하여 제약사 일라이릴리(Eli Lilly)에 넘겼다. 이들 후보 물질 중 하나인 중화항체 밤라니비맙(bamlanivimab)의 임상실험은 5월에 시작됐다. 일라이릴리가 앱셀레라와 파트너십을 맺은 지 90일 만에 거둔 성과다. 밤라니비맙은 경증에서 중등도 환자들에게서 좋은 경과를 얻었고, 이를 바탕으로 한 치료제는 지난 11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긴급 사용승인을 받았다.연방정부는 12억 달러를 주고 밤라니비맙 치료제 95만 도스(1회 접종량)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일라이릴리는 2021년 코로나19 치료제 매출을 최대 20억 달러로 예상하는 가이던스를 12월 중순에 발표했다. 이 중 상당 금액은 밤라니비맙에서 나온다. 2020년 9월까지 2500만 달러를 확보한 앱셀레라는 일라이릴리에 넘겨준 후보 물질에 대한 로열티로 2억7000만 달러를 받게 된다고 크레디트 스위스는 추산했다.앱셀레라는 항체 치료제 개발 시간을 앞당길 방안도 모색 중이다. 개발 시간을 앞당길수록 수백만 달러에 달하는 개발비를 절약하고 더 빨리 매출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재무적 관점에서 1년만 단축해도 투자자 입장에서는 엄청난 기회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베렌버그캐피털 마켓의 갤 문다 애널리스트가 말했다.현재 한센의 재산 가치는 30억 달러에 달한다. 12월에 진행한 IPO로 주가가 상한가를 달린 덕분이다. 억만장자 클럽에 혜성처럼 입성한 소감을 물어도 한센은 무덤덤하기만 하다. 그런데 회사의 성공을 묻자 긴 답이 막힘없이 나왔다. “이번 코로나 치료제는 우리 사업 모델과 기술의 가능성을 보여준 확실한 성공 사례가 될 겁니다.”
※ 대박 아니면 쪽박바이오테크 산업에서 초대박만 노리는 사람을 꼽으라면 단연코 오스만 키바르(Osman Kibar)다. 그가 포브스 표지에 등장했을 때(2016년 5월 10일)는 그의 회사 사무메드(Samumed)가 기업가치 120억 달러를 인정받은 직후였다.“사무메드는 항노화 약물 개발 성공 가능성에 힘입어 엄청난 투자금을 모집할 수 있었다. 회사가 개발한 약물들은 인체의 특정 기관을 타깃으로 하여 작용한다. 그중 하나는 대머리 치료제다. 이 약물은 새치를 원래 색으로 되돌릴 수도 있으며, 이 물질을 화장품으로 개발하면 주름을 없애고 피부 탄력을 강화할 수 있다. 두 번째로 개발한 약물은 무릎 연골 재생을 도와 관절염을 치료한다. 척추 디스크 노화 치료제와 폐 손상을 복구하는 약물, 항암제 후보도 초기 임상실험에 돌입했다.”(당시 오스만 키바르와의 인터뷰에서 발췌)- ALEX KNAPP 포보스 기자 위 기사의 원문은 http://forbes.com 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포브스 코리아 온라인 서비스는 포브스 본사와의 저작권 계약상 해외 기사의 전문보기가 제공되지 않습니다.이 점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