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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JTBC 최고경영자 과정 ‘J포럼’ LOUNGE] 윤성태 휴온스 부회장 

글로벌 헬스기업으로의 도약 

16년간 매년 두 자릿수 성장률 기록. 23년 만에 매출액 75배 성장. 코로나19라는 악재를 뚫고 고속 성장 중인 이 기업은 헬스케어 전문회사 휴온스다. 이 회사의 윤성태 부회장은 J포럼 1기 출신이다.

▎경기도 판교의 휴온스 본사에서 윤성태 부회장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휴온스는 2004년부터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매년 최고 매출액을 달성해왔다. 지난해에도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 3800억원, 영업이익 64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7%, 23% 성장해 또 한 번의 기록 경신을 예고했다. 휴온스는 잠정실적 발표 공시에서 지난해 매출을 5230억원이라고 밝혔다. 괄목할 만한 성장에 힘입어 2016·2020년 두 차례 포브스 아시아가 선정한 ‘200대 유망 중소기업(200 Best Under A Billion)’에도 이름을 올렸다. 국내 제약회사 중 유일하다.

휴온스의 수직 성장을 이끈 이는 윤성태 부회장이다. 창업주이자 아버지인 고 윤명용 회장이 1997년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뒤 경영을 떠맡은 그는, 빚더미에 앉았던 회사를 연 매출 5200억원대 회사로 키워냈다. 치과용 국소 마취제, 주사제로 단출했던 제품군도 전문의약품, 웰빙의약품, 뷰티·에스테틱 등으로 범위를 넓혔다. 인수합병(M&A)을 적극적으로 진행해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한 게 주효했다. 그간 10건이 넘는 M&A를 진행했고, 모두 성공적인 결과를 끌어냈다. 업계에선 그를 ‘M&A 귀재’라고 부른다.

2월 10일, 경기도 판교에 있는 휴온스 본사에서 윤성태 부회장을 만났다. 당시 또 다른 M&A를 진행 중이었다. 화장품 부자재를 제조하는 ‘블러썸엠앤씨’ 인수건이다. 윤 부회장은 “기업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회사인 데다 비제약 부문을 인수하는 건 처음이어서 우려도 기대도 크다”고 말했다.

이번 M&A에 우려의 시선이 적지 않다.

비제약 부문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려고 고심하고 있었다. 메이크업 스펀지, 퍼프 등을 제조하는 블러썸엠앤씨가 회생 입찰한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그 회사를 통해 우리 사업을 확장할 수 있을지 살펴봤다. 자회사 중 화장품 유리 용기를 제작하는 휴베나와 화장품 판매, 원료 개발 등을 하는 휴메딕스와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거라고 판단했다. 이를테면 휴메딕스의 원료에 휴베나의 화장품 용기와 블러썸엠앤씨의 화장 소품을 결합하는 비즈니스 형태다. 또 블러썸엠앤씨는 2017~2018년까지만 해도 매출 280억~290억원, 영업이익 40억원대의 우량 회사였다. 이 회사는 모든 제품을 사람이 손수 작업한다. 생산라인의 상당 부분을 자동화하면 생산성은 올라가고 원가는 절감돼 경쟁력을 갖출 것이다. 그래서 마음을 굳게 먹고 M&A를 결정했다. 또 코로나19가 끝나면 다시 화장품 산업이 활성화되리라고 보고 에스테틱 산업군에서 새로운 성장 재원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기도 하다.

블러썸엠앤씨 인수에 거는 기대는 무엇인가.

블러썸엠엔씨에는 블러썸픽쳐스와 블러썸스토리라는 100% 지분 자회사가 있다. 영화, 드라마 등 콘텐트 제작사다. 코로나19로 인해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와 같은 OTT 산업이 급성장한 이 시기에 우리도 두 회사의 자산과 역량을 활용해 마케팅을 강화해볼 계획이다.

M&A에서 가장 중요하게 보는 요소나 기준은 뭔가.

무엇보다 M&A를 고려 중인 회사가 어떤 문제를 안고 있는지를 정확하게 파악한다. 문제점을 우리의 역량으로 해소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M&A에 실패할 경우 우리 회사에 재무적인 리스크가 얼마나 있을지도 판단해야 한다. 또 M&A가 성사되면 모든 걸 뜯어고치려고 하기보다는 임원 두세 명만 파견해 휴온스의 스피릿, 즉 핵심가치를 알리고 동화하는 데 우선순위를 둔다. 우리의 핵심 가치는 직원 간 신뢰와 스피드, 협업이다.

요즘 관심 있게 지켜보는 회사가 있나.

에스테틱 관련 의료기기 분야에 관심이 있다. 주사기나 주삿바늘 관련 회사를 살펴보고 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M&A 건은.

M&A 이후 가장 어려웠던 회사가 지금의 휴온스메디케어다. 부산에서 소독액, 투석액을 만드는 회사였다. 10년 전에 인수했는데 이후 6~7년간 적자를 면치 못했다. 해당 산업의 제도, 법규 등을 잘 몰라 시행착오를 오래 겪었다. 그러다 3년 전부터 이익을 내기 시작했고 지금은 연간 60억~70억원 흑자를 내는 회사가 됐다. 처음으로 흑자전환해서 법인세를 냈던, 그 감개무량한 순간이 아직도 생생하다.

다양한 포트폴리오 중 주력 사업은 무엇인가.


▎윤성태 부회장은 건강기능식품, 에스테틱 사업 등에서 창출한 시드머니로 신약을 개발할 계획이다.
헬스케어 자체가 우리의 주력 사업이다. 포트폴리오가 많다 보니 휴온스만의 색깔이 없다는 이야기를 듣곤 한다. 신약을 개발하는 회사인지 건강기능식품을 제조하는 회사인지 모르겠다고 하더라. 하지만 그런 주장에 이렇게 반론하고 싶다. 의약품, 건강기능식품, 화장품, 의료기기 등 헬스케어 전반을 아우르는 게 우리 포트폴리오의 핵심이라고 말이다. 화장품, 건강기능식품 등 안정된 캐시카우로 시드머니를 창출해 신약을 만드는 데 투자하는 게 휴온스의 포트폴리오 전략이다. 미국의 제약회사 존슨앤드존슨도 제약 파트 53%, 의료기기 35%, 컨슈머 15%로 구성돼 있다.

지난해 코로나19로 힘든 상황에서도 역대 최고 매출을 달성했다.

처음엔 중국 수출길이 막혀 위기였다. 국내에서도 병원 영업이 제한돼 제약 사업 전체가 힘든 한 해였다. 에스테틱 등 뷰티 관련 사업 매출이 전년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감소하기도 했다. 코로나 시대에 맞는 성장 동력을 재빨리 찾아야만 했다. 그러던 중 눈에 들어온 게 마스크, 장갑, 가운 등 PPE라는 개인보호장비였다.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확산되던 중 물량 수급에 비상이 걸린 미국과 같은 국가에 신속히 장갑, 마스크 등과 같은 개인방역용품을 공급해 막혀가던 해외 사업에 숨통을 틔웠다. 워싱턴 주정부에 공급한 첫 수출 물량만 약 475만 달러(한화 약 60억원)에 이른다. 이후 추가 발주가 이어져 현재까지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있다. 휴메딕스와 휴온스메디컬은 코로나19 항원·항체 진단키트 OEM 생산과 더불어 관련 품목을 도입해 유럽, 중남미 등으로 새로운 수출길을 열었다. 러시아에서만 항원 진단키트의 누적 주문량이 100만 개를 돌파하며 매출 성장에 크게 기여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는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

미중 무역 갈등 이후 미국 시장에서 중국산 장갑, 백신용 주사기가 한국산으로 대체되고 있다. 허가를 받은 몇몇 국내 회사가 호황을 누릴 것으로 예상한다. 결국 준비된 자만이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우리도 코로나 위기를 견딜 수 있었던 건 PPE와 항원키트 등을 수출할 준비가 돼 있었기 때문이다. 건강기능식품도 캐시카우 역할을 톡톡히 해줬고. 앞으로도 어떤 위기에도 잘 대처할 수 있도록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할 생각이다. 다가올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결국 변종 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우려는 지속될 것이다. 그간 열심히 덩치를 키워온 멸균, 감염관리 전문 자회사인 ‘휴온스메디케어’가 빛을 발하지 않을까 기대한다.

코로나19 치료제도 개발 중이지 않나.

맞다. 약물 재창출 방식으로 치료제 개발에 착수했다. 첫 번째는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과 골다공증치료제 ‘랄록시펜’을 활용한 치료제다. 랄록시펜은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과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의 공동연구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 억제 활성 효과’가 확인된 물질로, EU가 추진 중인 ‘슈퍼컴퓨팅 플랫폼을 활용한 프로젝트(Exscalate4COV)’에서도 코로나19 바이러스 억제 효과가 확인됐다. 현재 시판 중인 약물로 인체 투여에 대한 안전성이 확보됐다는 측면에서 의의가 크다. 동물시험이 진행 중이고, 완료되면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과 함께 임상에 돌입할 예정이다.

두 번째는 우리가 국내 독점 라이선스 및 허가권을 보유하고 있는 천식치료제 ‘제피러스’를 흡입형 코로나19 치료제로 발전시키고 있다. ‘제피러스’는 폐의 염증을 완화하는 코르티코스테로이드(Inhaled Corticosteroid, ICS) 계열의 ‘부데소니드(미분화)’와 기관지 확장 효과가 있는 지속성 베타 2-항진제(LABA) 계열의 ‘살메테롤’ 복합제다. 부데소니드, 살메테롤 모두 코로나19 바이러스에 효능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동물 효력 시험을 준비 중이다.

빚더미 회사를 물려받아 자회사 10개를 거느린 그룹으로 성장시켰다. 다음 목표는 뭔가.

휴온스그룹은 1965년 설립 이후 반세기 넘는 시간 동안 사명은 휴온스로 바뀌었고, 코스닥 상장, 지주사 전환, M&A 등을 거치면서 그룹의 면모를 갖췄다. 앞으로 존슨앤드존슨처럼 글로벌한 토털 헬스케어 기업이 되는 것이 가장 큰 목표다. 좀 더 구체적인 목표를 말하자면, 5년 전 발표했던 비전 ‘3, 6, 9’다. 2025년까지 3개 글로벌 생산기지, 6개 신약, 9개 계열사를 만들자는 캐치프레이즈다. 그중에서 9개 계열사를 만들자는 목표만 달성한 상태다. 코로나19로 글로벌 생산기지를 만드는 게 지체됐고, 신약 개발은 다소 주춤하다. 이제 5년 남았는데 (기간은 더 걸리겠지만) 나머지 두 목표를 이뤄내기 위해 계속 달릴 것이다.

올해 윤성태 부회장은 그 어느 때보다 바쁠 것 같다고 했다. 조만간 신사옥으로 이사할 예정이고 내년 1월엔 충북 제천에 점안제 전용의 제2공장이 완공된다. 새 식구가 된 블러썸엠앤씨도 잘 성장할 수 있도록 면밀히 살펴야 한다. 기분 좋은 변화들을 앞두고 있는 윤 부회장에게 가장 의미 있는 성과가 무엇인지 물었다.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회사가 잘나가는 것도 좋지만 우리 직원이 결혼해서 애 낳고, 집 장만했다는 소식이 가장 좋죠. ‘내가 좋은 일 하고 있구나’ 느껴지거든요. 직원들의 성장 과정을 지켜보는 게 가장 뿌듯하고 기분 좋은 성과입니다.”

J포럼 원우 동정


함석구(11기): 농어촌경제신문 대표가 지난 1월 한국전문신문협회 감사에 3년 동안 유임됐다.








김동철(20기): 하리카투어 대표는 다양한 복지상품을 할인된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는 통합복지몰 ‘더사다’를 오픈했다. 또 여행과 쇼핑이 접목된 ‘여쇼’ 브랜드를 론칭해 여행과 쇼핑을 결합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김상우(21기): 이디야커피 커뮤니케이션팀 부장이 지난 2월 한미글로벌 비즈니스개발실 이사로 영전했다.







※ J포럼은 - 2009년 국내 언론사에서 최초로 시작한 최고경영자과정이다. 시사와 미디어, 경제, 경영, 역사, 예술 등 각 분야 최고 전문가들의 강좌와 역사탐방, 문화예술 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어 있다. 올해로 13년째를 맞이한 J포럼은 매년 두 차례(봄·가을) 원우를 선발하여 진행된다. 그동안 졸업생 1000여 명을 배출해 국내 최고의 오피니언 리더와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학습과 소통 공간으로 자리를 잡았다. 문의·접수 중앙아카데미 J포럼사무국 (02-2031-1018) http://ceo.joongang.co.kr

202103호 (2021.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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