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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으로 법인 옮기기 

 

쿠팡이 미국 증시에 상장했다. 이후 미국 상장 문의가 줄을 지었다. 더불어 미국으로 모법인을 옮기는 ‘US 플립(US Flip)’에 관심이 쏠린다.

최근 국내의 대형 온라인 마켓플레이스 사업체가 미국 나스닥에 상장했다. 이 업체의 미국 상장 후 많은 한국 기업, 특히 앞으로 상장을 목표로 하는 스타트업, 중견기업 등으로부터 어떻게 하면 미국 증시에 상장할 수 있는지에 관한 질문을 많이 받고 있다.

아직은 생소하지만, 미국 상장과 관련해서 ‘US플립(US Flip)’이라는 지배구조 재편 거래가 주목을 받고 있다. US Flip이란 무엇이고, 그 장단점 및 실행 측면에서 고려할 점은 어떤 것이 있는지 소개한다.

한국 법인의 소재지를 미국으로

‘US Flip’이란, 한국 법인이 미국에서의 투자 유치 등을 목적으로 미국 델라웨어주 등에 신규 회사를 설립한 후 기존 한국 법인의 주주는 신규 미국 법인의 지분을, 미국 법인은 기존 한국 법인의 지분을 전부 보유하는 지배구조 개편을 거쳐 한국 법인의 본사 소재지를 미국으로 전환(flip)하는 것을 의미한다.

플립 방식에는 여러 가지가 있으나 실무상으로는 주로 한국 법인의 형태는 그대로 두고 기존 주주들이 보유한 한국 법인 주식을 미국 법인에 출자하는 방식 또는 이를 일부 변형한 방식을 사용한다.

플립의 첫 번째 장점은 미국 내 벤처 자본 및 기타 민간금융을 원천으로 한 투자금 확보의 용이성이다. 미국의 벤처캐피털(VC) 시장은 한국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규모와 거래 빈도를 자랑하며,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최근 10년 동안 꾸준한 성장세를 유지해왔다. 이때 미국 VC 및 사모펀드들은 미국 법인을 상대로 가장 많은 투자 노하우와 경험을 보유하고 있기에 기존 투자구조 및 계약 등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는 미국 법인을 투자 대상으로 선호한다. 미국 법인의 설립지로는 델라웨어주가 손꼽힌다. 델라웨어주 일반회사법은 다른 주 회사법에 비해 상대적으로 기업 친화적이어서 창업과 사업 보호에 용이하고, 회사의 투자자 및 주주들의 정보보호 면에서도 상당히 유리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 장점은 세계 최대의 자본시장으로 꼽히는 뉴욕증권거래소(NYSE) 및 나스닥(NASDAQ)에서의 상장을 통한 자본 및 유동성 확보 가능성이다. 최근 여러 국내 기업의 관심이 집중되는 측면인데, 세계 최대의 시장 규모와 유동성, 다양한 자본 조달 방법을 자랑하는 미국 자본시장에서 상장할 경우, 기업가치 증대 효과와 더불어 사업을 위한 추가 자금 조달이 용이한 것이 사실이다. 그 외에도 미국 내에서의 기업매각, 기업공개(IPO) 등을 통한 자금회수(엑시트, exit) 계획을 실행하기가 쉽고, 사업적 측면에서도 미국 시장 진출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미국으로 모법인을 옮긴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다. 이 점에서 플립을 고려하는 기업들은 반드시 사전에 그 계획의 법적·세무적·경제적 측면에서 타당성을 검토해 보아야 한다. 무턱대고 계획을 실행했다가 나중에 예상치도 못한 낭패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첫 번째 단점은 미국 증권법(Securities Law)상의 규제 리스크이다. 미국 증권법은 한국 법보다 매우 많은 보고의무를 지운다고 평가되고, 각종 의무를 이행하기 위한 절차적인 비용 및 부담도 크다.

두 번째 단점으로 시간·비용의 소요 및 세무상 부담을 들 수 있다. 플립 방법이나 회사 규모 등에 따라 다르지만, 델라웨어 플립의 경우 실무상 최소 수개월이 걸리고, 그 과정에서 기존 주주들이 보유한 한국 법인 지분을 미국 법인에 출자함에 따라 양도소득세, 증권거래세 등을 납부해야 한다. 이전 후에 발생할 수 있는 한·미 양국의 세무적 측면도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 플립 후 미국 법인과 한국 법인 사이에 발생하는 거래에 대한 이전가격, 원천세 이슈 등도 당연히 검토 대상이다.

세 번째 단점은 지식재산권 이슈이다. 신규 미국 법인과 기존 한국 법인 사이의 특허, 상호, 저작권 등 지적재산에 대한 소유관계를 명확히 하고, 필요한 범위 내에서 상호 간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는 등 적법하게 사용 권한을 이양할 필요성이 있다.

그 밖에도 미국 법인과 한국 법인 간 권한 및 책임의 배분 측면, 미국의 외국인투자위험조사현대화법(FIRRMA, Foreign Investment Risk Review Modernization Act) 개정으로 인해 해외투자자가 미국의 안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 기술, 중요 인프라, 민감한 개인정보와 관련된 미국 법인들의 지분을 보유하게 된 경우, 그 투자 내용을 계약 체결 전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에 신고하여 심사를 받아야 하는 의무를 부담할 수 있는 점 등도 챙겨보아야 한다.

오히려 세금 부담 커질 수도

플립을 실행하기 전에 어떤 점을 고려해야 할까? 첫째, 신중한 의사결정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플립을 추진할지는 개별 기업의 상황과 사업 특성 및 환경에 맞추어 판단해야 한다. 가령 해당 법인이 향후 실제로 미국 내에서 임직원을 고용하여 영업할 계획이 있는지, 현실적으로 한국 투자자가 아닌 미국 투자자들로부터 투자를 유치할 가능성이 얼마나 되는지 등을 고려하여 플립 추진의 장단점을 사전에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플립을 한 후 다시 한국으로 본사를 이전하거나(back-flip), 미국 법인에 소유권을 넘긴 지식재산권(IP) 등을 한국으로 이전하고자 할 경우 미국 내에서 상당한 세금을 납부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에 신중한 의사결정이 필요하다.

둘째, 타이밍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창업 후 이해관계자가 많아지고, 기업가치가 커질수록 플립의 절차 및 진행 과정은 복잡해질 수밖에 없으며 관련 세금 부담과 비용도 커질 수밖에 없다.

마지막은 커뮤니케이션 및 전체 프로젝트 조율의 중요성이다. 플립 추진에서는 기존 주주, 투자자, 거래처와 미국 내 신규 투자자 등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기에, 플립으로 달성하고자 하는 사업상 목적, 관련 비용, 절차 진행 등에 관하여 다양한 이해관계자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설득하는 것이 사실상 가장 까다롭고 중요한 절차에 해당한다. 이를 위해서는 관련 분야에 정통한 전문가와 함께 절차를 진행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 이재홍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202105호 (2021.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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