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완벽할 필요는 없다 

 

완벽한 소통은 누구나 꿈꾸는 이상이다. 하지만 기업에는 빠른 의사결정을 막는 훼방꾼이기도 하다.
주변에서 111퍼센트의 ‘빠름’에 대한 질문을 상당히 많이 받는다. 임직원 20여 명이 1년에 게임을 50개씩 만들어낸 회사가 국내에선 유일무이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당시 목표인 ‘새로운 게임의 룰 검증’을 위해서는 고객들에게 최대한 빠르게 게임을 제공하는 것이 제일 중요했다고 판단했다. 이를 위해 팀보다 더 작은 단위인 셀 단위(개발자 1명, 디자이너 1명)로 새 게임 개발에 나섰다. 셀 조직원 둘이 바로 옆자리에 앉아서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었기에 그 흔한 기획서조차 필요 없었다. 심지어 ‘게임의 완성도를 올리자’는 생각이 빠름을 방해하는 것으로 판단되자 그 생각 자체를 없애버렸다. 출시 후에 충분히 개선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렇게 1개 셀이 1개월에 1개씩 새 게임을 출시했다. 1개 셀이 1년 동안 약 10개 게임을 만들 수 있었고, 이러한 셀이 6개가 있었으니 대략 한 해에 50개 정도 게임이 출시될 수 있었던 것이다.

회사는 그렇게 지속적으로 성장했고 어느덧 150명 규모의 조직이 되었다. 그런데 2021년이 6개월가량 지난 현재, 출시한 게임 수는 몇 개일까? 겨우 2개다. 20명이 6개월에 대략 25개 게임을 출시했을 때와 비교해보면 충격적인 결과다. 게임의 규모가 조금 커졌고, 이미 잘된 게임의 운영 이슈도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다른 곳에 있었다.

기업이 성장하면서 생기는 문제 중 가장 큰 것은 팀 간의 ‘소통’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말하는 소통은 모두가 만족할 만한 의사결정을 찾아내기 위한 소통이다. 기존 프로세스에 없던 문제가 생겼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 A·B·C팀이 모두 관여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가정하자. 모든 팀이 만족할 만한 ‘완벽한’ 의사결정을 하려면 서로 의존성이 생기게 마련이다. 그런데 조율 과정에서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고, 의사결정 순간에 혹여나 놓쳤던 새로운 이슈가 특정 팀에서 제기되면, 이런 과정을 처음부터 다시 겪어야 한다. 즉, 조율하는 데만 상당한 시간이 소모된다.


『순서 파괴』는 아마존이 이를 해결한 내용을 다룬 책이다. 아마존은 팀 간 의사소통을 개선하는 방향으로는 의존성을 해결하지 못한다고 보고, 오히려 의사소통을 아예 없애는 방향으로 경영 방식을 틀었다. 팀마다 역할과 책임(R&R)을 명확히 하고 각 팀을 API화한다. 그리고 이를 문서화한 후각 팀이 기계처럼 약한 결합 상태를 유지하는 데 집중한다. 소통을 없애면 분명히 모든 팀이 만족하는 결과가 나오지 못할 수도 있다. 대신 빠를 수 있다. 111퍼센트 역시 누구보다 빨랐던 옛날로 돌아가야 한다. 기업이 가장 경계해야 할 무서운 적은 ‘Slow(느림)’다. 느림은 조율이라는 변명 뒤에, 조율은 완벽이라는 변명 뒤에 숨어 있다. “완벽할 필요는 없다.”

- 김강안 111퍼센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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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7호 (2021.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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