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중요한 문제를 풀 때마다 따르는 프로세스 같은 게 있다. 먼저 문제를 아주 구체적으로 정의한다. 정의된 문제에는 나의 욕망이 무엇이고, 현재와 어떤 간극이 있는지가 명확하게 드러나야 한다. 이런 식이다. ‘내가 원하는 건 이건데 현재는 이래.’많은 경우, 문제를 정의하는 과정에서 문제는 더는 문제가 아니게 된다. 욕망을 들여다보는 과정에서 내가 과욕을 부리고 있음을 알게 되거나, 현재를 살펴보는 과정에서 감사함을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 문제인 건 맞지만 그렇게까지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마음 한구석에 치워두게 되기도 한다.일단 문제를 정의하고 나면, 그다음으로 해야 할 일은 대안 리스트를 만드는 것이다. 목표하는 선택지의 수는 보통 다섯 개. 평균적인 인간이 동시에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고려할 수 있는 옵션의 수가 보통 그 정도라는 글을 어디서 본 적이 있다.억지로라도 대안을 다섯 개까지 만들려고 노력하는 이유가 있다. 언뜻 떠오르는 한두 가지 솔루션보다 훨씬 더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올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반대의 효과도 있다. 기를 쓰고 생각해낸 옵션들이 별로면, 결단력 있게 근사한 선택지를 망설이지 않고 고르게 될 수도 있다.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나지 않을 땐, 너무 애쓰지 않고 하루 이틀 정도 텀을 둔다. 엉덩이 붙이고 앉아 머리 싸맨다고 안 나던 생각이 나진 않는다. 대신 다음에 같은 주제로 생각할 땐 조건을 조금 바꿔본다. 혼자서 생각하지 않고 누군가와 대화를 해본다든지, 샤워나 산책을 하면서 생각을 해본다든지. 그래도 도무지 진척이 보이지 않을 때는 자기 전 침대에 누워서 골똘히 생각해본다. 인간이 가장 창의적이게 된다는 렘수면을 활용하는 것이다. 이튿날 아침에 문득 ‘그래, 이런 방법도 있겠네!’라고 소리치게 되기를 기대하면서.그렇게 해서 너덧 개 선택지가 나오면, 그다음부터는 마음 가는 대로 고른다. 내면을 잘 들여다보면서, 마음이 가장 편한 쪽으로, 끌리는 옵션을 고르면 된다. 너무 많이 고민할 필요도 없다. 이 구간은 신중함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망설일수록 우유부단해지기만 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