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실리콘밸리는 정답이 아니다 

 

미국의 혁신 사례를 벤치마킹해서 생겨난 아시아 권역 회사들의 성장 과정은 미국 회사들과 매우 다른 방식으로 전개되고 있다. 과거에는 미국 기업의 성장 과정을 따라가는 모습이 강했다면, 이제는 모티브를 얻었을 뿐 자신만의 성장 방식을 만들어내고 있다.
혁신의 산실인 실리콘밸리가 자리한 미국은 그동안 전 세계 첫 번째 혁신 모델을 다수 만들어내면서 글로벌 경제를 리드해왔다. 특히 대부분의 기술 및 소프트웨어 기반 회사들이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가장 큰 규모의 회사 가치를 실현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에서 생겨난 회사들은 자국의 강력한 인프라를 토대로 글로벌 제국을 만들어내곤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이 부상하고 있다. 아시아 시장에는 미국 못지않은 기업가정신을 가진 사람이 풍부하고, 자본시장 또한 급격히 성장하면서 자국 기업에 충분한 자금적 지원을 할 수 있다. 특히 인터넷, 모바일, 소셜미디어의 확산으로 국가 및 대륙 간 정보 격차가 거의 사라진 것도 큰 영향을 미쳤다.

즉, 미국에서 생겨난 혁신이 거의 시차 없이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전역에서 동시에 일어나고 있다. 아울러 국경 없는 자본 조달 시장이 성장하면서 투자도 미국 회사에만 집중되는 것이 아닌, 그에 상응하는 수준의 투자금이 아시아 권역의 회사에도 집중적으로 투하되는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미국의 혁신 사례를 벤치마킹해서 생겨난 아시아 권역의 회사들은 이후의 성장 과정이 미국 회사들과 매우 다른 방식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미국 기업의 성장 과정을 정답처럼 그대로 따라가는 모습이 강했다면, 이제는 모티브를 얻었을 뿐 성장을 만들어내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차이를 확대하고 있다.

싱가포르를 기반으로 태어난 그랩(Grab)과 인도네시아를 기반으로 생겨난 고잭(Go-jeck)이 그렇다. 이 두 회사는 미국에서 우버(Uber) 모델이 확산되는 것을 보고 벤치마킹해 동남아 시장에서 서비스를 시작했다. 하지만 이후의 성장 과정은 매우 다르다. 우버는 계속해서 택시를 중심으로 확장하면서 음식배달 영역으로 뛰어든 데 반해, 그랩이나 고잭은 현지 시장의 특성에 맞게 오토바이를 중심으로 확장하면서, 모바일로 직행해 동남아 시장의 특성에 맞춰 해당 권역의 슈퍼앱(Super-app)으로의 진화에 더욱 주력하고 있다. 페이먼트에 대한 강력한 투자와 함께 음식배달은 물론이고 사실상의 라이프스타일 마켓 플레이스로의 빠른 확장을 진행하고 있어, 모빌리티에 집중하고 있는 미국의 우버와는 다른 확장과 성장세를 보인다.


물론, 아직도 대다수 비즈니스는 미국에서 출발한다. 하지만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정보 확산, 중국이나 한국같이 탄탄한 로컬 자본시장의 서포트, 기업가정신으로 가득 찬 열정적인 창업자들 덕분에 아시아 권역에서 생겨난 회사들은 미국의 카피캣에 머무르지 않고 독자적인 성장 방향을 찾아 빠르게 확장해나갈 것이다.

- 박지웅 패스트트랙아시아 대표

/images/sph164x220.jpg
202107호 (2021.06.23)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