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아들이 어떤 사업을 하는지 그렇게 설명드려도 이해하기 힘들어하시던 어머니가 최근에는 이런 말씀을 하셨다. “맞아. 내가 너네가 하는 일이 뭔지 설명할 줄 안다는 것은, 피치스의 매력이 끝났다는 거지 뭐.”그렇다. 피치스는 포르쉐, 람보르기니, 제네시스, 현대 N과 같은 자동차 브랜드들과 협업 광고 영상을 제작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의류도 판매한다. 2021년 5월에는 성수동에 ‘피치스 도원’이라는 오프라인 문화공간을 만들어 다양한 자동차 행사와 공연들을 진행했다. 네이버 KREAM과 고객들 중 한 명을 추첨하여 피치스 버전 튜닝카를 선물한 이벤트는 큰 화제를 모았다. 2022년에는 모든 대기업의 과제가 되어버린 듯한 NFT와 메타버스도 구축 중이다. 대중은 피치스를 도넛과 햄버거를 판매하는 카페, 의류 회사, 자동차 튜닝 회사 등으로 다양하게 인식하고 있다. 하나로 정의할 수 없는 애매모호한 브랜드. 난 사실 이게 정말 마음에 든다.피치스는 시작점부터 무엇이 되겠다는 목푯 값이 없었다. 오히려 우리라면 무미건조한 자동차·패션 업계에서 뭐라도 새로운 것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꿈이 있었다. 그렇게 시작한 피치스는 아직도 ‘미완성’이다.러시아 심리학자 블루마 자이가르닉(Bluma Zeigarnik)은 피험자들에게 퍼즐 조각을 맞추거나 구슬로 목걸이를 만드는 등 손쉽게 할 수 있는 일을 하도록 지시하는 실험을 했다. 갑작스럽게 실험을 종료하며 그녀는 그들에게 자기가 무슨 일을 하고 있었는지 기억해보라고 물었다. 신기하게도 그들은 자신이 이미 완성한 일보다 끝내지 못한 일을 약 두 배나 더 잘 기억해냈다. 이렇듯 사람들은 자신이 끝내지 못한 일에 집착하곤 한다. 가고 싶었지만 가지 못했던 대학, 사고 싶었지만 사지 못했던 물건, 장렬하게 끝난 첫사랑 등. 자기도 모르게 되새김질하듯 그것을 떠올린다. 그렇기에 무엇인가 말하려 할 때 한 번에 방대한 양의 정보를 주입하는 것은 좋지 않다. 모든 정보가 주입되고 나면 ‘이제 알 만큼 다 알았어’라며 긴장감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반면 심리적 긴장감과 호기심을 자극하면 그것에 대해 더 알고 싶다는 갈망을 이끌어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