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시계는 이제 브랜드 입문용이 아니라 가장 인기 있는 컬렉션이 되었다. 실용적이고 견고하며 어떤 의상에도 잘 어울리는 디자인은 물론, 크로노그래프부터 뚜르비옹까지 여러 가지 기능도 담고 있다. 자체 특허 기술과 독점 소재 개발, 책임 있는 친환경 행보까지 어느 하나도 놓치지 않는 쇼파드의 새로운 알파인 이글 시계들을 소개한다.
스포츠 시계의 반전스테인리스스틸을 시계업계에서 처음 도입한 건 대략 1920년대부터였다. 1950년대 이후 다이버 시계에 사용되었지만 하이엔드를 지향한 브랜드들은 귀금속을 고집했고, 1970년대가 되어서야 이 소재를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1972년 오데마 피게가 로얄오크를 소개하고 큰 성공을 거둔 이후 여러 브랜드에서 스테인리스스틸을 사용한 시계들을 내놨고 차례로 이들은 브랜드 입문 시계가 됐다. 지난 2~3년간 고급 시계업계의 이변은 바로 이 엔트리 레벨로 구성된 스포츠 시계들이 대중에게 지대한 관심을 받았다는 사실이다. 주된 이유는 고급 시계 구매자의 연령이 낮아졌다는 것. 귀금속 시계에 비하면 가격이 적당하고, 견고하고 실용적이며 스포티한 디자인은 무엇보다 활동성 높은 그들의 라이프스타일에 잘 부합했다. 기본적인 기능만 주로 담았던 스포츠 라인에 다양한 기능도 탑재되면서 더는 입문용이 아닌, 가장 인기 있는 대세 컬렉션으로 자리 잡았다.
새로운 스테인리스스틸시계업계에서 사용하는 한정적인 스틸 소재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킨 브랜드가 쇼파드다. 알파인 이글을 출시하며 내세운 소재 루센트 스틸 A223은 오스트리아 철강제조사 버스트알핀 뵈흘러 에델스탈에 의뢰해 4년에 걸친 연구와 실험 끝에 만들었다. 루센트 스틸 A223은 항알레르기성이 특징이고 일반 강철보다 내마모성, 내구성이 50% 향상되어 긁힘에 강하고 연마 시 광택도 뛰어나다. 쇼파드 독점 소재로, 알파인 이글부터 시작해 이제 해피 스포츠 등 점차 다른 컬렉션에도 사용하고 있다.
알파인 이글
▎1. 2021년 온리 워치 경매에 올라온 알파인 이글 XL 크로노. 스위스 그라우뷘덴 지역의 화강암으로 다이얼을 만들었고 알파인 이글 컬렉션에 처음으로 가죽 스트랩을 부착했다. / 2. 쇼파드를 이끌고 있는 3세대의 정신을 담고 있는 알파인 이글은 생모리츠를 모태로 삼은 새로운 세대를 위한 스포츠 시계다. / 사진: 쇼파드 |
|
쇼파드에서 스테인리스 스틸 소재로 만든 첫 스포츠 시계는 1980년에 소개한 생모리츠였다. 현 쇼파드 대표인 카를 프리드리히 슈펠레 회장이 아버지를 설득해 만든 생모리츠는 출시 즉시 성공을 거뒀고 25여 년간 지속됐다. 2018년 슈펠레 회장의 아들, 칼-프리츠 슈펠레가 쇼파드에 합류해 새로운 세대를 위한 스포츠 시계를 만들었는데 그것이 바로 알파인 이글이다. 쇼파드를 이끌고 있는 3세대의 정신을 담은 알파인 이글은 바로 생모리츠를 모태로 삼았다. 다이얼, 케이스 디자인, 시계 바늘, 무브먼트 등은 모두 바뀌었지만 8개 나사로 고정한 베젤과 쇼파드에서만 볼 수 있는 생모리츠 특유의 3열 브레이슬릿은 그대로 살렸다.알프스산맥 위를 날아다니는 독수리에서 가져온 시계 이름처럼 다이얼은 갈바닉 처리한 파란색과 회색으로 독수리 홍채에서 영감을 받은 요철이 있는 표면으로 구현했고 그 위로 움직이는 시계 바늘도 독수리 깃털이 부착된 화살 모양으로 제작해 의미를 더했다.
알파인 이글 36㎜ & 41㎜
▎1. 알파인 이글 스몰 모델. 에티컬 로즈 골드에 다이아몬드와 컬러 사파이어를 세팅했다. / 2. 250개 한정으로 제작된 알파인 이글 카당스 8HF. |
|
일상생활에서 실용적이고 무난하게 착용할 수 있는 기본 스포츠 시계는 남녀 모두 착용할 수 있는 두 가지 케이스 크기에 루센트 스틸 223부터 에티컬 로즈 골드, 주얼리 버전까지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다. 여성이나 손목이 가는 남성에게도 잘 어울리는 36㎜ 모델은 시, 분, 초의 기본 기능만 제공하며 시간당 2만5200번 진동, 42시간 파워리저브가 가능한 자사 제작 자동 기계식 칼리버 09.01-C를 탑재했다. 41㎜ 시계는 4시 방향에 날짜창이 있고, 시간당 2만8800번 진동, 60시간 파워리저브를 제공하는 자동 기계식 칼리버 01.01-C를 탑재했다. 41㎜ 시계 중 주목할 만한 모델은 티타늄 소재로 250개 한정판으로 제작한 알파인 이글 카당스 8HF다. ‘리듬, 박동’을 뜻하는 프랑스어, 카당스(Cadence)란 이름처럼 다른 모델보다 2배 빠른 속도로 움직여 시간당 5만7600번 진동하는 고진동 밸런스 휠을 장착한 칼리버 01.12-C로 구동된다. 탑재한 3가지 자동 기계식 무브먼트는 모두 스위스 공식 정밀시계 검수기관의 검수를 거쳐 -4~+6초 내 오차범위를 보장하는 C.O.S.C 정밀 시계 인증을 받았다.
알파인 이글 XL 크로노
▎1. 러버 밴드를 적용한 알파인 이글 XL 크로노. / 2. 에티컬 골드와 세라믹 코팅 티타늄 소재로 제작한 알파인 이글 XL 크로노. |
|
크로노그래프 모델은 쇼파드 시계에서는 다소 큰, 지름 44㎜ 케이스로 소개된다. 기존 스틸 브레이슬릿 외에 가죽 스트랩, 러버 스트랩을 추가하면서 훨씬 다양한 연출이 가능해졌다. 자체 개발해 3개 특허를 출원한 03.05-C 자동기계식 무브먼트는 페흘라주, 제네바 스트라이프 등 마감에도 신경을 썼지만 C.O.S.C 인증도 받았다. 컬럼휠, 수직 클러치로 안정적으로 시간 측정이 가능하며 크로노그래프 작동 중에 4시 방향 리셋 푸셔를 누르면 초침이 원점으로 되돌아가 다시 출발하는 플라이백 크로노그래프 기능도 수행한다.또 다른 신제품은 골드 케이스 모델이다. 쇼파드는 시계업계에서 소재를 까다롭게 선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금 소재의 경우 출처가 분명한 공정무역에 의해 조달한 페어마인드(FairminedTM), 에티컬(Ethical) 골드를 먼저 사용한 브랜드로 유명하다. L.U.C 등에 이어 알파인 이글에도 100% 에티컬 골드를 적용했다. 견고함을 더하기 위해 미들 케이스에는 세라믹 코팅을 더한 티타늄 소재를 함께 사용했다. 일렉트릭-플라즈마 산화 기법으로 처리한 세라믹 티타늄 소재는 1000비커스에 준하는 경도로 충격과 긁힘에 동시에 강한 것이 특징이다.
알파인 이글 플라잉 뚜르비옹
▎견고하면서도 아름다운 기계미를 드러내는 알파인 이글 플라잉 뚜르비옹. |
|
가장 일반적인 플랫 뚜르비옹은 케이지를 아래는 물론 위에도 브리지로 고정한 것을 말한다. 플라잉 뚜르비옹은 다이얼면 상부 브리지를 없애고 케이지를 하부 브리지로만 고정해 마치 뚜르비옹 장치가 공중에 떠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1분에 1회전하는 뚜르비옹의 회전이 더 잘 보이고 케이지 형태에 각 브랜드의 상징을 담을 수 있어 최근 각광받는 구조다. 쇼파드가 자체 개발한 플라잉 뚜르비옹 무브먼트 L.U.C 96.24-L은 정밀한 시간 측정이 가능한 스톱-세컨드 기능과 C.O.S.C 인증과 제네바 품질 인증을 동시에 받아 기술적·미적 완성도가 우수하다. 독수리 홍채를 재현한 무늬가 6시 방향에서 방사형으로 퍼지도록 디자인해 뚜르비옹을 더욱 돋보이게 만들었다. 뚜르비옹 케이지와 같이 회전하는 작은 초침, 중앙 시침과 분침, 로마자를 포함한 인덱스 모두 슈퍼 루미노바로 처리해 가독성을 높였다. 뚜르비옹 장치를 넣었지만 무브먼트 두께는 3.3㎜로 얇아 이를 탑재한 케이스 두께도 8㎜를 구현해 편안한 착용감을 제공한다.- 글 정희경(시계 칼럼니스트)·정리 정소나 기자 jung.son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