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레드오션이 블루오션이 될 수 있을까? 

 

메타버스, 가상인간, NFT, Web3까지 한 차례 폭풍이 쓸고 지나갔다.
메타버스, 가상인간, NFT, Web3까지 한 차례 폭풍이 쓸고 지나갔다. 어느 날 가족 모임에서 새로운 기술들에 문외한이신 아버지가 “너네는 NFT나 메타버스 사업은 준비 안 하니?”라는 말씀을 하셨을 때 머리를 한 대 맞은 듯한 느낌이었다. 나 역시 브랜드를 Web3 기반으로 바꾸기 위해서 다양한 준비를 하고 있기도 했지만, 실제로 B2B 사업을 하며 만난 모든 기업이 앞다퉈 메타버스/NFT TF팀을 꾸리고 있었다. 모두가 궁금증과 기대를 갖고, 이 분야야말로 새로운 프런티어이자 블루오션이라고 생각했다. 안타깝게도 불같이 타오르던 어마어마한 유행의 하입(HYPE) 사이클은 루나, 테라 폭락에 이어 최근 FTX 사태를 거치며 순식간에 수그러들었다. 물론 이 역시 새로운 것들이 정착하기 위해 필요한 조정기라고 생각하긴 하지만 말이다.

자동차 덕후들을 위한 브랜드를 만들겠다고 LA에서 사업을 하던 시절에, 정유회사 셸(SHELL)과 코리아타운에 있는 주유소를 리노베이션하여 오프라인 스토어로 운용하는 협업을 논의했었다. 코로나가 터지면서 셸(SHELL)은 주유소 부지를 허물고 아파트를 지어 올리면서 파트너십은 자연스레 정리되었고 우리도 한국 사업에 집중하겠다 했다. 운이 좋게도 한국에 돌아와 성수동에 만든 첫 오프라인 스토어 피치스 도원의 작은 성공은 성장 정체기에 직면한 한국 정유사들의 러브콜들로 이어질 수 있었다.

정유사업은 이미 큰 기업들이 한정된 파이를 나누어 경쟁하는 분야였다. 이제는 내연기관의 종말이 오고 있다는 것이 파이 전체의 크기를 위협하는 더 심각한 위기가 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살아남을 방식을 모색하기 위한 기업 공모전도 있었으나 실질적 이익과 적용이 없었던 모양이다. 가맹사업을 하는 대리점주들에게도 ‘정유사업은 사양산업이며, 곧 전기차 시대가 도래할 테니 미래는 전기자동차 충전 사업인 CPO에 있다’는 암묵적인 메시지는 불명확한 미래를 더욱 두렵게 만드는 이유였다.

12월 말, 다양한 기업 파트너와 협업한 주유소를 한남동에 선보인다. 현실과 게임을 잇는 메타버스 콘셉트의 주유소이기도 하다. 우린 이 주유소를 통해 그간 정유사들이 결정하고 실행하기 힘들었던 다양한 실험을 해나갈 예정이다. 덕분에 과포화된 시장, 사양산업이라고 불리는 시장이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고 있다.


레드오션에 뛰어들 용기를 얻기 위해서 우리에겐 리프레이밍이 필요하다. 리프레이밍은 자신의 사고방식을 새롭게 구축하는 것을 뜻한다. 급하고 서두르는 성격 때문에 걱정이라면 오히려 일처리 속도가 빨라서 단기간에 일을 많이 끝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 상황을 바라보던 낡은 프레임을 버리고 새로운 프레임으로 교체하면 돌파구가 생긴다.

- 여인택 피치스그룹코리아 대표

202212호 (2022.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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