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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리더 32인의 신년 에세이] 약속(6) 

 

장진원 기자
다른 사람과 앞으로의 일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미리 정하여 둠. 또는 그렇게 정한 내용.’ 약속(約束)의 사전적 의미다. 누군가는 ‘약속은 깨라고 있는 것’이라며 농을 던지기도 한다. 하지만 약속은 사람과 사람, 개인과 사회, 나아가 국가에 이르기까지 구성원의 행복을 담보하는 사회적 정의와 신뢰의 보루다. 포브스코리아가 2023년 새해를 맞아 약속의 의미를 물었다. 기업 리더 32인이 저마다의 약속을 풀어냈다. 기업가로서, 한 명의 사회 구성원으로서, 또 자아를 찾는 한 명의 인간으로서의 약속이다. 안타깝게도 많은 이가 새해 희망에 앞서 우려와 긴장을 먼저 전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침체는 물론이고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高’, 얼어붙은 투자 환경,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이르기까지 모두를 덮친 높은 파고가 매섭기만 하다고 고백했다. 그래도 결국은 희망이다. 어려움을 헤치고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의지다. 희망과 의지는 그렇게 새로운 약속으로 이어졌다. 기업을 이루는 모든 이해관계자가 행복한 한 해를 만들자는 꿋꿋한 약속들이다. 계묘년 새해, 지혜로움으로 가득한 약속에 귀 기울여본다.
요코타 토모히사 한국후지필름비즈니스이노베이션 대표이사 - 민첩하게 지금을 살자


‘변혁’은 많은 경영자가 꿈꾸고 도전하는 주제다. 영업사원 시절 담당했던 어느 자동차 회사가 새해를 시작하며 ‘백(百)의 논의보다 하나의 실행을’이라는 지침을 내건 것을 보았다. 매년 성장을 계속해 막대한 영업이익을 올리는 초우량 회사임에도, 시장 변화에 더욱 발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자신들이 바뀌어야 한다는 의지를 단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변화 속도가 빨라질수록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은 커져간다. 특히 지금처럼 변화무쌍한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날카로운 민첩성을 바탕으로 ‘변화를 주도’해나가야 한다. 이러한 혁신 리더로 서기 위해, ‘지금을 산다’는 것을 나 자신과의 약속이자 철칙으로 삼고 있다.

이 약속은 결국 고객을 향한 것이기도 하다. 코로나 이후 ‘일하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변화에 대한 성공적인 안착과 성장을 지원하는 ‘디지털전환(DX)’과 ‘ESG’가 기업 비즈니스에서 화두로 떠올랐다. 후지필름비즈니스이노베이션은 2021년 사명을 변경하며 ‘고객의 비즈니스에 혁신을 가져오는 존재가 되겠다’는 미션을 함께 공표했다. ‘사명(社名)’이 곧 회사의 ‘사명(使命)’이고, 고객에 대한 ‘약속’이 된 것이다.

제아무리 훌륭한 디지털 기술이나 솔루션이라도 비즈니스 환경에 맞지 않으면 효과를 낼 수 없다. 현실은 쉽게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비즈니스의 모든 장면에서 기술과 솔루션을 하나하나 쌓아 올려 계속해서 바꿔나가야 한다. 직원들의 ‘일하는 방식’과 ‘커뮤니케이션’을 효과적으로 바꿀 수 있는 IT 솔루션을 도입해나가며, 글로벌 친환경 정책에 대응하기 위한 페이퍼리스 솔루션, 에너지 절약형 복합기의 도입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MZ세대로 대표되는 새로운 인재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유연함과 투자도 필수적이다. 인적자본은 결국 기업의 독자성과 가치의 원천이며, 비즈니스 혁신의 실행 주체이기도 하다.

2023년은 전 세계가 갈등을 넘어서 글로벌 관계를 재구축하는 멋진 해가 되지 않을까 내심 기대하고 있다. 개인과 사회도 마찬가지로, 새로운 도전은 늘 모험을 동반한다. 하지만 모험의 끝이 변혁의 시작이라면, 새로운 해가 열리는 이 시점에서 도전해볼 만한 가치가 있지 않을까? 변혁을 꿈꾸는 모든 경영인에게 새로운 성장을 함께 약속할 수 있는 비즈니스 파트너가 되고자 오늘도 다짐해본다.

박진호 뷰스컴퍼니 대표 - 멀티 페르소나 시대의 약속


2022년은 포브스코리아와 ‘박진호가 만난 TREND LEADING COMPANIES’ 시리즈를 운영하며 또 다른 정체성을 확립하는 의미 있는 한 해였다. 매달 인터뷰를 진행하며 시공간적인 제약에 맞닥뜨리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나의 또 다른 페르소나인 ‘포브스 모더레이터’로서의 정체성과 독자와의 약속을 결코 어긴 적이 없다. 평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성공 철학인 지속가능성을 지키고 싶었다. 지속가능성은 자신에 대한 메타인지와 꾸준함이 기본적으로 전제돼야 한다.

그간 비즈니스를 하며 사람 대 사람으로 약속했다면 이젠 멀티 페르소나를 통해 개개인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각 자아와의 약속을 실현할 순간이다. 난 올해의 동물을 카멜레온으로 정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한 치 앞을 예상할 수 없을 정도로 수많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런 시대에서 성공 흐름을 이끌어가려면 아이덴티티를 한 가지로 국한하지 않고 상황에 맞춰 변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삶의 지혜라고 믿는다.

나의 본캐(본래 캐릭터)는 뷰티 전문 마케팅사 뷰스컴퍼니의 대표다. 여기서 나아가 지난해 포브스코리아와 함께 ‘박진호’라는 아이덴티티를 확립하고 확장했다. 올해는 뷰스컴퍼니를 뷰티업계의 독보적인 페르소나로 만들 것이다. 나 자신과의 또 다른 약속이다. 그간 진행한 인터뷰에서 얻은 인사이트로 뷰티 시장을 다시 바라보는 중이다. 뷰티 시장은 아직 미지의 영역이고, 반등의 기회를 노리고 있다. 게다가 인간 개개인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 근본적인 해답을 줄 수 있는 비즈니스임에 틀림없다.

다시 한류 열풍이 불 것이다. 곧 찾아올 황금시대를 준비해야 한다. 과거의 K뷰티는 한류 열풍을 등에 업고 성장했고 중국의 사드 배치와 코로나 사태로 잠시 주춤했다. 하지만 BTS와 OTT 열풍에 힘입어 다시금 세계로 나아가고 있다. 뷰티 하나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다방면에 대한 넓은 시야와 통찰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에 맞춰 뷰스컴퍼니도 뷰티 마케팅계의 독보적인 존재로서 산업 전반에 기여할 수 있는 일을 모색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서울시와 협업해 ‘글로벌 뷰티산업 허브, 서울’ 사업을 수행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뷰티산업 활성화에 이바지하는 기업으로 성장할 것을 약속한다.

박현호 크몽 대표 - 새로운 도전, 새로운 약속


2022년 창립 10주년을 맞은 크몽은 이제 프리랜서 시장을 넘어 휴먼 클라우드 플랫폼으로 발전하겠다는, 새로운 도전에 임하겠다는 약속을 전한다.

2022년은 크몽 역사상 가장 바쁜 한 해였다. 지난 6월 1일에는 크몽의 창립기념일을 맞아 외부에 ‘프리랜서데이’라고 선언하고, 연말에는 프리랜서 시상식인 ‘크몽어워드’를 개최했다. 크몽어워드는 크몽 출시 이듬해부터 시작된 행사로, 매년 프리랜서들을 한데 초대해 격려하고 응원하는 자리다. 프리랜서데이는 크몽이 사회적 의무감을 가지고 크몽에서 활동하는 전문가를 위해 다양한 행사를 비롯해 지원을 약속하는 날이다.

크몽을 시작하던 때와 달리 이제는 각자가 전문성을 토대로 ‘원하는 일을, 원하는 방식으로, 원하는 만큼’ 하며 살아가는 프리랜서 시대로 시장이 형성되면서 ‘능력 있는 사람들이 전문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시장을 만들어보자’라는 스스로의 약속에 조금은 자부심을 가지게 됐다.

앞으로는 프리랜서 시장이 경제지표에서 한 축을 담당하는 산업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진일보하려 한다. 실제로 크몽에서는 기업들이 채용 대신 프리랜싱을 통해 유연하게 HR을 운영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팬데믹 이후 기업들이 비대면 업무 진행에 익숙해졌고, IT 프로그래밍, 디자인, 영상, 사진 등 디지털 비즈니스에 특화된 영역에서는 전문가와 협업해 프로젝트에 성공하는 사례가 많아지면서 기업의 수요가 늘고 있는 것이다.

업계를 선도하는 서비스 입장에서 시장 개선과 인식 제고를 위한 노력은 의무가 아닌 사회와의 약속이라고 본다. 사업에 집중하고 확장하려면 다양한 시장에서 기업의 역할이 뒤따라야 한다. 이에 크몽은 앞으로 프리랜서 마켓을 넘어 ‘휴먼 클라우드 플랫폼’으로 발전시켜나가려고 한다. 시장이 커지고 발전함에 따라 플랫폼 노동자에 대한 지원 또한 커질 수밖에 없으며 플랫폼 공급자에 대한 역할과 책임감도 더 크게 뒤따른다.

『트렌드 코리아 2023』에서 2023년을 관통하는 키워드 중 하나로 ‘조용한 사직’이 꼽혔다고 한다. 국내 직장인 2100만 명이 가까운 미래에 직장과 병행하거나 독립적으로 프리랜서 활동을 시작할 것이다. 이 때문에 ‘휴먼 클라우드 플랫폼’이 크게 대두되며 우리나라 경제 성장에 큰 축을 그려나가게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김경환 지온병원 원장 - 오만하지 않겠다는 약속


2023년은 계묘년 흑토끼의 해라고 한다. 해마다 새해가 되면 많은 사람이 스스로에게 약속하고 주위 사람들과도 약속을 하고 다짐을 하게 된다. 혹자는 금연을 결심하고 누구는 운동을 결심하고 수험생은 한 해의 공부 스케줄을 고민하는 등 다들 자기에게 맞는 약속을 한다.

올해는 어떤 목표를 가지고 달려갈 것인가를 고민하지만 이렇게 길 줄 몰랐던 코로나19라는 터널을 나와 이제는 즐거운 날이 올 것이라 생각하던 우리에게 또다시 IMF 외환위기와 맞먹을 정도라는 경기침체가 많은 젊은이와 자영업자들의 의지를 꺾어놓는다.

병원도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업종이라 경기에 민감하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도 무척 힘들었지만 이후 불경기와 고금리로 숱한 병원이 폐업하는 것을 보면 뭔가 계획하기도 무섭고 오로지 잘 버텨내야만 살아남지 않을까 생각한다.

병원 사업을 하면서 경기가 좋았던 적도 있고 불경기도 있었다. 약한 마음이 들어 이제 그만할까 하는 생각이 수없이 들었지만 진료 후, 수술 후 환자나 보호자들에게 듣는 ‘고맙습니다’라는 말 한마디가 주는 보람에 ‘이래서 내가 의사를 하는구나’, ‘환자들 덕분에 내가 버틸 수 있구나’라고 생각한다.

그러고 보면 사업은 나와 맞지 않는 것 같다. 셈도 흐리고 정이 많다 보니 주위에서도 걱정을 많이 한다. 그러니 올 한 해도 열심히 환자들을 위해서 봉사하고 노력하면 우리 병원 식구들과 함께 어려운 상황을 버텨나갈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2023년에도 다시 약속한다. ‘오만하지 않고 진실한 마음으로 환자에게 다가가며, 항상 기도와 함께 수술에 임할 것이며, 가족과 같은 마음으로 환자와 공감(sympathy)할 수 있는 겸손한 사람으로 버틸 것’이라고 다짐하고 기도한다.

- 장진원 기자 jang.jinwon@joongang.co.kr

202301호 (2022.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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