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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호가 만난 TREND LEADING COMPANIES(13) 이준범 GFFG 대표 

유행과 지속가능성 모두 잡은 ‘브랜차이즈’ 전략 

신윤애 기자
뷰티산업과 F&B 산업은 닮은 구석이 많다. 유행에 민감하되 지속가능하고, 소비자를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한다. 또 대기업 사이에서 소규모 브랜드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는 산업 흐름도 비슷하다. 10여 년간 뷰티업에 종사해온 박진호 대표가 떠오르는 F&B 기업 GFFG의 이준범 대표를 만나 서로의 고충을 털어놓고 인사이트를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서울 청담동에 있는 GFFG의 베이글 카페 애니오케이션에서 이준범 GFFG 대표를 만났다. 애니오케이션은 미국의 동네 베이커리를 구현했다.
‘다운타우너’, ‘노티드’, ‘리틀넥’, ‘호족반’, ‘애니오케이션’, ‘클랩 피자’, ‘웍셔너리’, ‘키마스시’, ‘오픈엔드’. GFFG가 어떤 회사인지, 얼마나 성공했는지 설명하는 데 이보다 더 좋은 수식어가 있을까. 이 회사가 만들고 운영하는 브랜드를 나열하는 것만으로도 막강한 파워가 느껴지니 말이다. ‘맛’, ‘비주얼’, ‘트렌드’를 모두 잡은, 그야말로 MZ 세대를 줄 세우는 맛집들이다.

이 중에서도 카페 ‘노티드’는 지금의 GFFG를 만든 일등 공신이다. 달콤한 크림이 터질 듯 담긴 ‘인스타그래머블’한 도넛으로 SNS를 장악했고, 한순간에 인기 스타가 됐다. 사람들은 노티드의 도넛과 케이크를 맛보기 위해 무더위에도 한파에도 기꺼이 긴 대기 줄에 동참했다.

GFFG가 특별한 건 노티드의 성공 때문만이 아니다. 노티드를 단순히 맛집으로만 남기지 않았다는 점이다. 노티드는 자체 제작한 캐릭터 ‘스마일리’와 ‘슈가베어’의 IP를 활용해 풍선, 인형, 컵 등 각종 굿즈를 제작했고 이 또한 인기몰이에 성공했다. 이는 단순한 비즈니스의 확장을 넘어 외식업에 IP, 콘텐트, 팬덤을 성공적으로 접목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국내에선 드문 사례다. 인기를 입증하듯 매출도 상승세인데, 매년 매출이 2배씩 늘어 지난해 GFFG의 매출은 700억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12월 알토스벤처스 등으로부터 약 300억원 규모의 시리즈 A를 유치하는 호재도 있었다.

박진호 뷰스컴퍼니 대표도 “외식 브랜드를 확장하는 방식이 남다른 인물”이라고 이준범 대표를 칭찬했다. 더불어 “뷰티업계와 비슷한 성장곡선을 그리는 F&B 업계에서 이 대표가 어떤 고충을 느끼고 어떤 성공방정식을 찾았는지 궁금하다”며 인터뷰에 앞서 기대감을 드러냈다.

두 대표는 지난해 12월 16일, 서울 청담동에 있는 GFFG의 카페 ‘애니오케이션’에서 만났다. 살을 에는 듯한 추위에도 매장에서는 많은 고객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점심시간이 되자 곧 만석이 됐다.

“요즘 가장 잘나가는 외식업계 인사와 만나게 돼 영광입니다. 많이 바쁘시죠.” 박진호 대표가 인사를 건넸다. “창업하고 운동 한번 제대로 못 했네요. 매일 매장에 출근해서 메뉴를 개발하고 손님과 직원을 살피거든요.” 이준범 대표가 답했다. 인터뷰 중에도 그의 눈과 귀는 손님을 살피고 매장이 잘 돌아가는지 주의를 기울이느라 분주했다. 빵을 고르고 있는 한 고객을 보고선 이렇게 말했다.

“저렇게 고객이 빵 앞에 오래 서 있으면 걱정이 돼요. 종류가 너무 많아서일까, 고를 게 없어서일까, 혹은 집게가 불편한 걸까. 결국 우리를 발전시키는 건 고객의 피드백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항상 그들의 행동을 보고 여러 가지 문제점을 떠올립니다.”

손대는 브랜드마다 대박을 터뜨린다고 하여 외식업계 ‘미다스의 손’이라고도 불리는 이 대표. 그의 성공 비결은 ‘트렌디해서’, ‘시대의 흐름을 잘 읽어서’만이 아닌 듯했다. 집요하게 문제점을 분석하고 답을 얻는 이 대표의 열정과 집념이 더해진 결과물일 터다.

“지금의 GFFG가 있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다운타우너도 노티드도 무명 시절이 길었거든요. 특히 노티드는 폐업신고서까지 작성해둔 상태였어요.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두드리니 길이 열리더군요. 그래서 저는 조언을 구하는 이들에게 항상 ‘버티라’고 말합니다. ‘시간이 약’이라는 말도 있잖아요.”

하지만 이 대표는 ‘버티기’만 하지 않았다. 처음 외식업에 뛰어든 2014년 이후 매년 새로운 외식 브랜드를 론칭하며 기회를 모색했다. 2014년 다운타우너의 전신인 햄버거 브랜드 ‘오베이’, 2015년 올데이 다이닝 ‘리틀넥’, 2016년 ‘다운타우너’, 2017년 카페 ‘노티드’, 2019년 퓨전 한식 브랜드 ‘호족반’, 2020년 피자 브랜드 ‘클랩피자’, 2021년 프리미엄 아메리칸 차이니즈 레스토랑 ‘웍셔너리’를 론칭했다. 지난해에는 위스키 바 ‘오픈엔드’와 베이글 카페 ‘애니오케이션’, 스시 브랜드 ‘키마스시’, 카멜과 협업해 만든 정통 추로스 전문점 ‘미뉴트 빠삐용’까지 무려 4개를 새로이 만들었다. 올해는 베이커리 브랜드 ‘베이커리 블레어’의 오픈이 예정돼 있다.

“제 브랜드들은 모두 GFFG 소속이에요. 자식 키우는 아버지의 마음으로 보살피고 있습니다. 마케팅도 잘하고 싶은데 아직은 어렵네요. 박 대표님, 비법 좀 알려주세요.”


▎박진호(왼쪽) 뷰스컴퍼니 대표와 이준범 대표.
두 대표는 인터뷰 내내 서로에게 궁금했던 부분들, 요즘 고민하는 문제들을 묻고 답했다. 고충에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경험을 토대로 신중한 답변을 내놓기도 했다.

뷰티 마케팅을 하며 ‘브랜드는 어린아이와 같다’는 생각을 한다. 대표님도 아빠의 마음으로 브랜드를 키운다고 했는데, 나 또한 ‘맡은 아이들을 잘 키울 수 있을까’ 고민이 많다. 대표님의 양육 비법이 뭔가.

사람마다 성향, 장단점, 특기가 모두 다르듯 브랜드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브랜드의 본질을 키우고 경쟁력을 극대화하는 방향에 양육의 초점을 맞춘다. 브랜드 자체의 인격을 만들고, 그 안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모든 부분을 지원하는 것이다. 더욱 효율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2017년 푸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기업 GFFG를 설립해 산하 브랜드를 한데 모았다. GFFG가 추구하는 모습은 ‘브랜드 포트폴리오 기업’이다. 세월이 흐르고 시대가 변해도 환경에 걸맞은 새로운 조직을 만들어낼 수 있는 기업이다. 다양한 브랜드를 만들고 상호 보완하며 키워갈 것이다. 일명 ‘브랜차이즈(브랜드+프랜차이즈)’다.

마케팅업을 하는 입장에선 나만의 브랜드가 있다는 점이 부럽다. 제품이 없으니 소비자에게 각인되기가 어렵더라. 그래서 나는 직접 회사의 얼굴이 돼 대중에게 다가가고 있다.

브랜드가 있어도 고민은 많다. 내가 얼굴이 되면 나중에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해 브랜드 이미지를 바꾸거나 새롭게 힘을 주려고 할 때 어려움이 있을 것 같아서다. 미국의 디즈니를 보면 밥 아이거 대표가 취임한 이후 공격적인 인수합병으로 새로운 생태계를 창출하지 않았나. 우리 회사도 이런 방식을 추구한다. 나중을 위해서라도 나는 유명해지면 안 될 것 같다.(웃음)

이미 유명하시다. 이 매장은 오늘 처음 와봤는데, MZ세대가 열광하는 이유를 잘 알겠다. 음식은 물론, 매장 곳곳이 감각적이다.

패션에 관심이 많고 좋아한다. 노티드 창업 전에 의류 회사에 다녔고 직접 창업한 적도 있다. 트렌드를 조사하고 제품을 기획하다가 트렌드를 좇지만 말고 직접 만들어보자는 생각이 들어 외식업에 뛰어들었다. 중학교 때부터 대학 시절까지 미국에서 유학 생활을 했던 경험을 살려 수제버거를 첫 아이템으로 잡았다. 지금도 패션에 대한 관심은 여전하다. 가장 트렌디한 디자이너를 찾아보고, 패션업계 소식을 계속 접하고 있다. 디자인적으로도 비즈니스적으로도 유익한 정보가 많다.

눈여겨보는 브랜드나 디자이너가 있나.

요즘 퓨마나 아디다스처럼 ‘왕년에 잘나가던 브랜드’가 과거의 영광을 되찾고 있다. 크리에이터 디자이너를 영입하거나 컬래버해 디자인에 대대적인 변화를 주어 생긴 현상이다. 앞서 말했듯 우리나라는 브랜드 수명이 짧다. 외식업에서는 더욱 그렇다. ‘반짝’ 인기를 끌다가 금세 시들해진다. 해외 패션 브랜드들의 장수 전략을 벤치마킹하면 국내 외식 브랜드의 수명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 열심히 지켜보고 있다.

패션 브랜드들처럼 외식업에도 ‘크리에이터 디자이너’ 역할을 해줄 인재가 필요하겠다.

맞다. 외식업에서는 직원들이 어느 정도 메뉴를 배우고 경영을 익히면 자신의 브랜드를 만들어 회사를 떠나는 경우가 많다. 회사 입장에선 엄청난 출혈이다. 직원들의 창업 욕구를 아예 회사에서 실현해주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했다. ‘웍셔너리’를 론칭한 후 2호점으로 확장하지 않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훌륭한 브랜드 오너를 육성하거나 영입해 2호점, 3호점의 BO(브랜드 오너)를 맡겨보려고 한다. 예산을 주고 그 안에서 퍼포먼스를 내면 실적에 따른 보상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매장을 오픈하고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대신 수입을 올리며 BO의 역할을 한다면 ‘윈윈’ 아닐까.

그러려면 백오피스가 필요해 보이는데.

이미 HQ(헤드쿼터)를 조직했다. 마케팅, PR, 파이낸스, 디자인, 디지털 미디어 등의 부서가 있고 직원 80여 명이 일하고 있다. 경영지원 쪽의 업무부서는 ‘푸디 엔지니어링’이라고 지칭하고 BO가 속한 부서는 ‘푸디 버스(verse)’라고 부른다. 크리에이터들이 편하고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창의력을 마음껏 발휘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버스’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GFFG가 많은 부분에서 기업화됐다고 보인다. HQ를 만들겠다고 마음먹은 계기가 있나.

브랜드는 늘어나는데 비용이나 경영적인 면에선 완벽하게 분리하지 못했다. 급할 땐 한남점의 자금을 다른 지점에서 쓰기도 했었다. 혼자서 하다 보니 체계가 없었고, OTP 카드 26개를 직접 들고 다니기도 했다. 어느 순간 내 실수로 브랜드 전체의 신뢰도가 떨어질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 일괄적으로 관리해줄 부서를 만들고 직원을 영입하기 시작했다.

지원부서가 있으면 대표님은 확실히 선택과 집중을 할 수 있겠다. 요즘 가장 집중하는 업무는 무엇인가.

직원들과 메뉴를 개발하는 일에 시간을 많이 쓴다. 음식은 눈과 입으로 먹는다. 맛있으면서도 비주얼이 훌륭해야 한다. 햄버거 가게를 오픈하기 전에는 특별한 비주얼을 위해 햄버거 사진만 수십만 장을 찾아봤다. 지금도 인스타그램, 블로그, 유튜브, 핀터레스트, 텀블러 등에서 웬만한 음식 데이터는 다 조사한다. 예쁜 브랜드가 있으면 공부하고 우리 브랜드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응용해본다.

정보를 수집하는 데 관심이 많은 것 같다.

데이터의 필요성을 절감한 사건이 있었다. 2~3년 전 서정훈 지그재그 대표님이 사무실로 초청했을 때의 일이다. 사무실에 걸린 화이트보드에 실시간으로 수집된 데이터가 기록되고 있었는데 몇 명이 결제를 고민하고 있는지, 몇 명이 쇼핑을 하는 중인지 등 아주 세세한 내용이었다. 충격이었다. 당시 나는 그날 밤 10시나 돼야 하루 매출을 알 수 있었다. 이처럼 외식업은 결산이 분기별로 나와 월간 계획을 세우기도 어려운 실정이었다. ‘이대로라면 외식업은 크고 좋은 자본이 들어오지 못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 이후 데이터 수집을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알토스벤처스로부터 투자를 받게 된 것도 이 시스템의 완성도를 높이려면 자본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소식 들었다. 지난해 12월, 알토스벤처스 등으로부터 300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받았다고.


▎노티드의 상징 ‘스마일리’와 ‘슈가베어’로 만든 굿즈들.
투자를 받을 때 메인 포트폴리오가 외식업이 아닌 투자사를 찾고 싶었다. 우린 외식업을 넘어 브랜드 포트폴리오 기업을 지향하기 때문이다. 투자를 받을 때도 이 점을 강조했다. 투자금은 브랜차이즈를 구현하고 데이터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쓸 예정이다.

어떤 데이터를 중요하게 보는지 궁금하다.

매출 데이터와 메뉴 판매 데이터, 직원들의 입퇴사율이다. 데이터 시스템 구축 전에는 어떤 제품이 잘 팔리는지 알아보는 데 4개월이 걸렸다. 소비자 반응을 테스트하기 어려우니 아이템을 새롭게 기획하는 게 힘들었다. 노티드는 인기 메뉴 도넛이 탄생하기까지 2년 가까이 시행착오를 겪었는데, 데이터 게더링 시스템만 잘 갖춰졌다면 그 기간을 대폭 줄일 수 있었겠다는 아쉬움이 든다. 한편으로는 이제라도 도입했으니 빨리 성장할 수 있겠다는 기대감도 있다.

다운타우너도 노티드도 어려운 시절을 지나 ‘대박’을 터뜨렸다. 성공방정식이 뭔가.

두 브랜드의 성공방정식은 동일하다. 사람들에게 알려지고, 매출이 늘기 시작한 지점은 ‘비주얼이 갖춰졌을 때’였다. 다운타우너는 처음에 ‘갈릭 프라이즈’라는 메뉴를 선보였다. 미국에서 파는 방식 그대로 마늘을 버터에 끓여서 감자튀김과 버무렸다. 후기는 처참했다. “먹다가 여자친구와 헤어질 뻔했다”는 피드백도 있었다. 마늘 향이 너무 강했던 것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마늘을 줄이고, 감자튀김 위에 마요네즈를 활용한 소스를 대량 올렸다. 크리미한 마요네즈와 샛노란 감자튀김, 빨간 코카콜라까지 한 박스에 담아놓으니 비주얼이 조화로웠다. 곧 SNS에 사진이 많이 보이더니 손님이 늘었다. 노티드도 마찬가지다. 초기엔 유난히 케이크를 환불해달라는 요청이 많았다. 이동 중 녹거나 움직여서 모양이 망가진 탓이었다. 그래도 크림 맛에 대한 평은 좋았다. 맛은 유지하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차라리 크림을 케이크 안에 넣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한번은 도넛에 크림을 터질 듯하게 많이 넣어봤는데, 먹음직스러워 보기 좋았다. 직원들에게도 불티나게 팔리더라. 역시 SNS에 사진이 도배됐고, 노티드를 살린 효자템이 됐다.

유행은 계속 바뀌지 않나. 트렌드를 선도하면서도 수명이 긴 브랜드를 만드는 건 어렵다. 뷰티업계도 마찬가지고. 그럼에도 다운타우너나 노티드는 명성을 오래 유지하고 있다.

우리나라 외식업의 유행 주기는 마치 10대의 심전도 같다. 빠르게 올랐다가 빠르게 떨어진다. 50대 혹은 마라톤선수의 심전도처럼 곡선이 완만해야 업계가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조금씩 변화를 주어 본래의 모습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모습도 보여주는 게 해답이라고 생각한다. 아이의 성장과정을 생각해보면, 처음엔 부모와 많이 닮아 있지만 크면서 점점 바뀌어가지 않나. 닮은 듯 다른 모습으로 말이다. 디즈니랜드도 항상 한쪽에서 새로운 테마파크를 만드는 공사를 하고 있다. 일부 모습을 바꿔 새로움을 선보이는 것이다. 우리도 신메뉴를 기획하고, 공간을 리뉴얼하는 등 다변화를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

벤치마킹하는 곳이 있나.

미국엔 호스피탈리티 그룹이 많다. 업의 본질은 고객에게 인상 깊은 긍정적인 경험을 제공하는 서비스업이다. 외식업에서도 고객 경험이 중요하기 때문에 호스피탈리티 그룹을 많이 살펴본다. 우리는 맛에 대한 집착과 합리적인 가격, 극진한 서비스로 긍정적인 경험을 만들고자 한다. 또 음식 그 이상의 브랜드를 만드는 게 목표다. 그 일환으로 요즘엔 ‘편의성’에도 중점을 둔다. 고객의 만족도 리뷰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피드백을 적극 반영하려고 한다. 이 과정이 쌓이면 우리 브랜드는 더욱 빛날 것이다.

융복합 시대에 맞게 외식업과 콘텐트, 즉 IP 사업을 연결한 점이 인상적이다.

집에 디즈니, 미키마우스, 포켓몬, 스누피 하나쯤은 있지 않나. IP 사업을 할 거면 제대로 해서 그 반열에 올라야 한다는 생각이다. 아직 본격적으로 시작한 건 아니고 준비 단계다. 굿즈를 제작하고, 여러 브랜드와 협업도 해보고 있는데 아직은 홍보 목적이 강하다. 궁극적으로는 IP를 활용해 브랜드의 팬덤을 확보하고 이후 다양한 전략으로 매출을 내는 게 목표다. 반대로 음식은 희소성을 유지할 생각이다.

하지만 최근 노티드가 배달 서비스를 시작했다. 희소성과는 거리가 먼 얘기 같은데.

배달을 시작한 건 코로나 때문이었다. 거리두기 정책 등의 영향으로 매장 방문이 어려웠다. 사실 우리 도넛이 맛있는 이유는 줄을 서기 때문인 것도 있다. 회전율이 좋으니 고객은 갓 튀긴 맛있는 도넛을 먹게 됐다. 하지만 배달을 하면 이동하면서 식고 맛이 떨어질 수 있다. 그래서 배달 서비스는 일일 판매량을 소량으로 제한했다. 더불어 매장 수도 줄이고 있다. 규모가 작은 매장은 폐업하거나 휴업하고, 큰 매장 위주로 운영해 규모화를 진행할 예정이다. 신사점, 서래마을점, 한남점 모두 문을 닫았다. 대신 올 2월엔 롯데백화점 잠실점에 1157㎡(약 350평) 규모로 ‘노티드 월드’를 연다. 젤라토, 도넛, 케이크는 물론 노티드의 굿즈, 컬래버 제품들을 모두 만나볼 수 있는 일종의 테마파크다.

모두가 매장을 늘리려 하는데 되레 그 수를 줄이는 이유가 뭔가.

너무 흔해지면 심리적 희소성이 줄어든다. 다소 불편하지만 너무 맛있어서 계속 찾게 되는 브랜드가 되고 싶다. 다만 노티드만 운영했다면 이런 결정을 못했을 거다. GFFG에는 노티드와 상호 보완할 수 있는 여러 브랜드가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아직 매직 넘버를 찾진 못했지만 적당한 희소성을 유지하는 정도로 매장 수를 제한할 생각이다.

외국 진출도 계획 중인가.

노티드와 퓨전 한식 브랜드 호족반을 앞세워 미국 진출을 준비 중이다. 동남아시아 국가에서도 팝업을 진행하며 계획을 구체화하고 있다. 우리 직원들이 서울, 제주, 부산, 하와이를 오가며 자유롭게 일하는 모습을 생각하면 행복하다.

청담동에 둥지를 틀어 성공했다. 지리적인 이점이 있었나.

청담동이 아니었으면 성공하지 못했을 거다. 웨스턴 기반의 음식을 선호한다는 지역적인 장점이 있었다. 그리고 내가 들어올 당시는 청담동 상권이 주춤했을 때다. 이태원의 젠트리피케이션 때문에 청담동으로 옮겼는데 결과적으론 우리와 잘 맞았다. 최근엔 청담동 상권이 되살아나고 있다.

GFFG처럼 인스타그래머블한 레스토랑, 카페가 많이 생겼다.

파이가 커지는 건 좋은 일이다. 나는 경쟁보다는 협업을 하고 싶다. 카멜과 협업해 추로스 전문점을 만든 것도 그 이유에서다. 하지만 계속 성장하려면 R&D와 교육이 필요하다. 그래서 후배들을 교육하는 아카데미를 열고 싶다. 대기업이 인재원을 운영하듯 말이다. 채용 공고를 올릴 때 우리 회사를 ‘외식사관학교’ GFFG라고 소개한다. 내 꿈은 GFFG가 매출만 잘 나오는 회사가 아닌, 국내 외식 브랜드가 해외 진출에 성공했다는 선례를 남기고 다른 기업이 진출하는 데 교두보 역할을 하는 멋진 선배가 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외식사관학교’ 교장이 되고 싶다.

※ 박진호는… 뷰티전문마케팅회사 뷰스컴퍼니를 2014년에 창업해 아모레퍼시픽, 닥터자르트, 파파레서피 등 1500건이 넘는 브랜드 캠페인을 진행했다. 발 빠르게 트렌드를 수집해 효과적인 브랜딩, 마케팅 전략을 제안하는 역할을 한다. 현재는 K뷰티에 기여할 수 있는 기술 기반 스타트업을 발굴하는 데 관심을 갖고 있다.

- 정리=신윤애 기자 shin.yunae@joongang.co.kr·사진 최영재 기자

202301호 (2022.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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