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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진혁 SSEM 대표 

알고리즘이 푼 개인사업자 세금 신고 

장진원 기자
2019년 출시 이후 사용자 평점에서 줄곧 4.8점을 유지해온 애플리케이션이 있다. 번거로운 데다 비용도 적잖게 드는 개인사업자의 세금 신고 문제를 해결한 SSEM이다. ‘소프트웨어로 모든 문제를 해결한다’는 천진혁 대표의 비전이 담긴 서비스이기도 하다.

무언가 불편한 일을 대신 해결해주는 것만큼 강력한 비즈니스 아이템도 없다. 시간이 없어서, 그저 귀찮아서, 혹은 돈이 부족해서 해결하지 못한 일을 누군가 나서 대신, 이전보다 훨씬 적은 비용으로, 더욱이 흠잡을 데 없고 효율적으로 해결해준다면? 누구나 꿈꾸는 사업의 성공 방정식일 테지만 이를 제대로 실현해내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개인사업자의 세금 신고를 쉽고 편리하게 돕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SSEM은 서비스 이용자의 불편함을 찾아 해결한다는 성공 방정식을 완벽히 구현해내며 시장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사용자가 가려워하는 곳을 정확히 찾아내 긁어주고, 명확한 페인포인트(pain point)를 파악해 고충을 해결해주는 스타트업 널리소프트가 선보인 서비스다. ‘소프트웨어로 문제를 해결한다’는 회사의 미션도 SSEM이라는 서비스가 무엇을 지향하는지 명확히 보여준다.

SSEM은 개인사업자가 종합소득세, 부가가치세 등을 더 쉽고 편리하게 신고할 수 있도록 돕는다. 매월 따로 발생하는 비용 없이 세금 신고 시 3만3000원만 결제하면 자동으로 세금 신고가 완료된다. 매년 5월에 해야 하는 종합소득세 신고, 1월과 7월 두 번 하는 부가가치세 신고까지 1년에 9만9000원으로 복잡한 세금 신고를 해결하는 셈이다.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세무사를 통하면 한 달에 10만원, 1년이면 120만원가량 비용이 드는 걸 감안하면 가격경쟁력부터 비교 불가다. 또 세무사는 종합소득세 신고 시 추가로 30만원을 더 받고, 매출 규모에 따라 할증까지 붙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테이블 몇 개 두고 장사하면서 1만~2만원이 아쉬운 소규모 사업자에게 SSEM은 가뭄의 단비 같은 서비스일 수밖에 없다.

소규모 사업자에게 단비 같은 서비스

천진혁 널리소프트 대표가 처음 SSEM을 선보인 건 지난 2019년이다. 시장과 사용자의 열광적인 반응은 앱 다운로드 수로 증명된다. 서비스 개시 이듬해인 2020년 다운로드 건수가 10만(구글플레이 기준)을 넘어서더니 2022년 들어선 100만 건을 돌파했다. 2022년 7월 중순 기준으로는 구글플레이 ‘비즈니스’ 카테고리에서 1위를 차지했다. 구글플레이와 애플 앱스토어를 통틀어 평점 5점 만점에 4.8점 이하로 떨어진 적도 없다. 지난해 5월에는 평점 5점 만점을 찍기도 했다.

어느 날 갑자기 시장에 등장한 게임체인저 같지만, 성공한 기업과 제품이 늘 그렇듯 SSEM 역시 수많은 시행착오와 과감한 피벗이라는 진통 끝에 나온 작품이다. 천 대표 역시 실력 있는 개발자에서 기획과 마케팅, 영업을 아우르는 비개발직군으로, 다시 창업과 사업 전환을 거듭하면서 산전수전 공중전을 겪어낸 기업가다.

대학에서 산림자원을 전공한 천 대표가 개발자의 길을 걷게 된 건 지난 2000년 웹케시에 입사하면서다. 웹케시는 ‘경리나라’ 등을 개발한 B2B 핀테크 소프트웨어 업체로, 2019년 코스닥시장에 상장했다. 천 대표는 웹케시에서 프레임워크팀장 등을 맡으며 잘나가는 개발자로 일했다. 초창기 경리나라 개발에도 직접 참여했다. “기업의 자금관리 소프트웨어 개발이 지금의 SSEM 개발에 적잖은 영향을 주었다”는 게 천 대표의 설명이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소프트웨어 개발자는 소위 핵심 포지션이 아니었어요. 요즘 말로 하면 ‘긱(gig)’한 직종이었죠. 웹 붐이 급격히 일면서 미국 원서를 뒤지거나, html을 독학해 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어요. 전공자·비전공자 구분이 무의미한 시절이었죠. 저도 코딩 독학자였고, 운 좋게 병역특례로 입사했어요.”

운이 좋았다는 겸손함이 무색하게 첫 직장에서 10년 넘게 일하는 동안 회사를 대표하는 실력 있는 개발자로 통했다. 그러던 사이 일을 보는 눈이 달라지기 시작한 건 2008년 무렵부터다.

“20대부터 막연히 사업에 대한 동경이 컸어요. 한참 개발자로 살다가 8년쯤 지나고 나니 ‘내가 생각보다 모르는 게 너무 많다’는 깨달음이 오더군요. 회사는 내가 만든 소프트웨어로 잘나가는데, 정작 나는 왜 그런지를 몰랐던 거예요. 당장 비개발직군으로 전근을 요청했어요.”

무모해 보일 정도로 과감했던 선택은 이후 기술영업, 컨설팅, 마케팅, 재무까지 영역을 넓혔다. 창업주도 그의 선택을 존중해주었다. “고객을 보는 눈을 키우며 고민해보고 싶다”는 제안을 진심으로 지원해주었고, 성장혁신센터 센터장을 마지막으로 직장인 경력을 마쳤다.

시장의 니즈를 온전히 담아내다

개발부터 영업까지 탄탄하게 기초를 쌓았다고 자부했지만, 창업은 차원이 다른 시험대일 수밖에 없었다. 2014년 널리소프트를 사명으로 정한 천 대표는 품질보증활동(QA)을 돕는 소프트웨어 개발에 나섰다. 은행이나 대형 IT 프로젝트에서 앱을 개발한 후 이어지는 사전 테스트를 쉽게 진행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었다.

“1년 정도 지나고 보니 너무 애매한 성장을 하고 있었어요. 고객군 자체가 대형 기관이나 프로젝트에 한정돼 있었죠. 시장 규모 산정도, 미래 비전 같은 고민도 없이 막연하게 돈 버는 데만 집중했던 결과였어요. 경영에 조금씩 눈뜨고 보니, 1년에 100억원 정도가 그 비즈니스의 최대치라는 걸 알게 됐죠.”

첫 창업치고는 나쁘지 않은 결과였지만 ‘이러려고 창업한 건 아니다’라는 데 생각이 미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결국 창업 2년 차에 피벗을 결정했다. 기업자금관리소프트웨어가 주특기였으니, 이를 개인사업자로 돌리면 제법 큰 시장이 열리겠다는 판단이 섰다. 속도를 올려 2016년 10월에 개인사업자 자금관리 소프트웨어의 프로토타입을 완성하는 데 성공했다.

“시장의 반응이 너무 궁금했어요. 닥치는 대로 사장님들을 만나러 다녔죠. 걱정했던 문전박대는 없었는데, 정작 앱에 대한 반응은 뜨뜻미지근했어요. 그 정도로는 시장에서 먹힐 리가 없었죠. 완벽한 실패였습니다.”

창업자에겐 낙담할 시간조차 허락되지 않았다. 기왕 현장을 돌기 시작했으니 개인사업자들의 진짜 어려움이 뭔지 알아야겠다 싶었다. 한 달 반을 밤낮으로 다니며 100명이 넘는 사장님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무한 ‘들이댐’ 전략은 예기치 않은 선물을 안겼다. 결국 답은 현장에 있었던 셈이다.

“카페, 술집, 식당을 불문하고 다섯 가지 공통점이 있다는 걸 알아냈어요. 매상 올리기,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지는) 아르바이트 문제, 임대료 상승, 대출의 어려움(높기만 한 은행 문턱), 마지막이 세금이더군요. 그중 하나만 해결해도 대박이겠다며 무릎을 쳤어요. 고민 끝에 세금은 우리가 가진 역량을 토대로 확장할 수 있겠다 생각했죠. 그때부터 세금 공부를 파기 시작했어요.”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풀어내자, 마지막 도전이다 싶었다. 앱만 열면 자동으로 세금이 계산되고 신고까지 이뤄지는 가장 이상적인 형태가 머릿속에 그려졌다. 하지만 CTO와 상의 끝에 나온 결론은 “10년 뒤쯤이면 가능하지 않을까”였다.

“지금으로선 어렵다는 결론이 났는데도, 머릿속에서 잔상이 떠나지 않았어요. 조금씩 문제를 해결해보자며 다시 의기투합해죠. 하나씩 하나씩 실마리를 찾을 때마다 ‘왜 이렇게 풀려고 하지 않았나’ 혹은 ‘왜 어렵다고 도망만 갔었나’ 하면서 더 큰 확신이 들기 시작했어요. 결국 1년 정도 몰입하면 되겠다 싶었죠.”

51% 확률이라면 도전하겠다는 마음이 굳어졌다. 2017년 들어선 그전까지 진행했던 모든 아이템을 접고 세금 신고 앱 개발에만 매달렸다. 널리소프트 재무제표에서 2017년 매출이 제로인 이유다. 결국 그해 SSEM이란 이름으로 프로토타입을 만들어냈다.

“시제품을 들고 아는 사장님을 찾아갔죠. ‘대박’이라는 단어만 열댓 번은 들은 거 같아요. 됐구나, 끝났구나 싶어 온몸에 소름이 돋더군요.”

프로토타입 이후 정식 버전을 내기까지 말 못 할 허들과 어려움도 겪었지만, 2019년 100명 정도의 베타서비스에 이어 2019년 정식 서비스 출시로 이어졌다.

카카오뱅크와 전략적 투자 협업

SSEM은 철저히 개인사업자를 위한 서비스다. 직장인은 회사에서, 큰 기업은 세무사가 돕지만 규모가 작은 개인사업자는 한 푼이라도 아끼려고 해마다 세금 신고철만 되면 머리를 싸매곤 한다. 업계에선 이런 개인사업자들이 1년에 세금을 내기 위해 들이는 비용(조세협력비용)을 4조원대로 추산한다. 바꿔 말하면 SSEM이 확보할 수 있는 시장 규모다.

간편한 사용성은 SSEM이 자랑하는 최대 무기다. 부가세와 종합소득세 모두 앱에서 안내하는 대로 따라가면 국세청 홈텍스 등으로부터 매출액과 매입액이 자동으로 확인되고, 신고하기 버튼만 누르면 3만3000원 결제와 함께 신고가 마무리된다. 결제 전이라도 내가 낼 세금이 얼마인지까지는 무료로 확인할 수 있다. 여기에는 자체 개발한 인공지능(AI) 회계 엔진과 세금 특화 스크래핑 기술, 세금 계산 알고리즘, 실시간 세금 신고 모듈 같은 기술들이 집약돼 있다. 최근에는 아르바이트 등 인건비 신고 서비스도 선보였다. 알바비를 SSEM 앱 안에서 이체하면 부속서류와 인건비 지급 신고까지 한 번에 완료된다. 원천세 납부까지 자동으로 이뤄져 사용자 입장에선 특별히 더 해야 하는 업무가 제로에 가깝다.

현재 SSEM 회원은 30만 명 수준이다. 앱을 내려받고 본인인증 후에 실제 로그인까지 마친 수치다. 천 대표는 이 중 약 20% 정도를 유료회원으로 추산한다. 해마다 세금 신고 시즌이 되면 유료회원 수가 급증한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시장 판도를 바꾼 서비스의 등장은 핀테크 공룡의 투자로 이어졌다. 카카오뱅크가 전략적투자자(SI)로 합류한다는 소식이다. 이번 SSEM 투자는 카카오뱅크로서도 첫 외부 투자 사례다.

“처음에는 카카오뱅크 서비스사업부에서 순순하게 업무 제휴차 연락을 받았어요. 이런저런 소통 끝에 실제 투자까지 이어졌죠. 우리도 그간 재무투자(FI)는 받아왔지만, SI 제안은 조심스러운 게 사실이었어요.”

천 대표는 개인사업자 시장을 진심으로 고민하는 카카오뱅크의 진정성이 투자로까지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은행에서 개인창구로 가야 할지 기업창구로 가야 할지부터 난감해하는 금융 소외층을 위한 서비스가 절실하다는 점에서 양사의 니즈가 맞아떨어졌다는 뜻이다. 천 대표는 “무엇보다 시장을 바라보는 카카오뱅크의 사업 목표가 명확했다”며 “훨씬 규모가 큰 조직임에도 스타트업 못지않은 기동성을 보여주는 파트너사의 스피드도 협업에 유리한 조건이라 판단했다”고 말했다.

서비스 개시 후 신고 기능에만 집중했던 사업 모델도 다각화할 계획이다. 세금 신고 기간 외에도 개인사업자들이 평소 활용할 수 있는 기능들이 타깃으로, 최근 선보인 인건비 이체와 신고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천 대표는 창업 후 10여 년간 겪은 시행착오와 지금의 성과에 대해 ‘멈추지 않기’를 배운 기간이라고 말했다. 특정한 목표에 집중하기보다 중간에 멈추지 않는 것이 스타트업 창업가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는 설명이다.

- 장진원 기자 jang.jinwon@joongang.co.kr·사진 원동현 객원기자

202302호 (2023.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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