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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탄소 철강원료 확보 총력전 

 

노유선 기자
3년 전 ‘2050년 탄소중립(Carbon Neutral) 달성’을 선언한 포스코가 호주에서 저탄소 철강원료 확보를 위해 발벗고 나섰다. 전 세계가 저탄소 경제 구조로 전환하고 있는 가운데 이산화탄소(CO2) 배출이 불가피한 철강업체 역시 이에 동참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도전이다.

▎지난 2월 김용수 포스코 구매투자본부장이 로저 쿡 서호주 부수상과 만나 HBI 프로젝트에 대한 협력과 지원을 요청했다. 왼쪽부터 서지원 포스코 원료1실장, 로저 쿡 서호주 부수상, 김용수 포스코 구매투자본부장. / 사진:포스코
포스코는 탄소 중립 생산체제로의 단계적 전환을 위해 ‘전기로’ 확장 전략을 택했다. 전기로는 전기로 철광석을 녹이기 때문에 석탄을 이용해 철광석을 산화시켜 쇳물을 만드는 고로(高爐)와 비교해 탄소배출량을 상당히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전기로로 조업할 경우 고급 강 생산을 위해선 HBI(Hot Briquetted Iron)라는 필수 원료가 지속적으로 공급돼야만 한다. HBI는 철광석에서 산소를 제거해 환원시킨 직접환원철(DRI·Direct Reduced Iron)을 조개탄 모양으로 성형한 것으로, 포스코는 다량의 HBI를 안정적으로 수급하기 위해 전념하고 있다.

지난해 포스코는 호주에서 HBI를 생산한다는 계획을 수립한 뒤 타당성조사를 진행해왔다. 지난해 5월 서호주 정부에 HBI 생산시설 입지로 부다리 전략산업단지(Boodarie Strategic Industrial Area) 임대를 신청했으며 12월 말 서호주 정부로부터 부지 할당을 승인받았다. 이후 지난 1월 마크 맥고완(Mark McGowan) 서호주 수상은 새해 첫 기업 일정으로 포스코를 방문해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과 만나 수소 및 핵심광물 투자협력 등 미래 신사업 협력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후 김용수 구매투자본부장은 지난 2월 8~10일 서호주를 방문해 서호주 정부 주요 관계자들과 만나 ‘포스코의 서호주 HBI 프로젝트’에 대한 적극적인 협력과 지원을 요청했다. 실무 면담을 연달아 진행해 세부안을 조율한 결과, HBI 확보가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관측이다.

서호주 HBI 프로젝트 초읽기

지난 2월 8일 김 본부장은 서호주 퍼스(Perth)에서 로저 존스턴(Roger Johnston) 필바라 항만청장, 빌 존스턴(Bill Johnston) 서호주 광업부 장관, 레베카 브라운(Rebecca Brown) 서호주 직업·관광·과학·혁신부 국장 등을 면담했다. 10일에는 로저 쿡(Roger Cook) 서호주 부수상, 딘 머드포드(Dean Mudford) 서호주 개발청장 등과 만났다. 이 외에도 공장 설립 예정지와 항만시설, 인근 철광석 광산 등을 방문해 현장 점검을 실시했다. 김 본부장은 서호주 정부의 신속한 인허가 승인과 인프라 지원 등 지속적인 협력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본부장은 “서호주는 HBI뿐만 아니라 수소, 리튬, 니켈 등 포스코그룹 미래 사업의 원료 조달에 있어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지역”이라며 “포스코는 서호주에서 그린철강시대를 선도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HBI 사업 추진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고, 서호주 지역 경제 활성화와 지역 산업 선진화에 일조하겠다”고도 했다.

쿡 서호주 부수상도 “포스코의 서호주 그린스틸 프로젝트는 글로벌 탄소저감을 위해 매우 중요하고, 서호주 자원을 활용한 제조업이라는 측면에서 정부의 장기적인 발전 계획과 일치한다”며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이며, 상호 협력을 통해 프로젝트가 성공하길 기대한다”고 화답했다.

탄소중립 선도기업으로 도약

지난 2020년 12월 포스코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석탄 대신 수소를 환원제로 사용하는 수소환원제철 기술과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이산화탄소를 포집·저장하는 탄소포집저장활용(CCUS) 기술을 개발·도입하고 석탄발전 관련 신규 투자도 지양한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아시아에서 대형 철강업체가 탄소중립계획을 공식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포스코의 2017~2019년 연평균 탄소배출량은 총 7880만 톤(t)이다. 포스코는 2030년까지 10%, 2040년까지는 50% 감축을 달성하고,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는 목표다. 포스코는 이를 위해 단계적 로드맵을 수립했다. 1단계에서는 에너지효율 향상과 경제적 저탄소 연원료 대체를 모색하고, 2단계에서는 스크랩 활용 고도화와 CCUS 기술을 적용한다. 3단계에서는 기존 파이넥스(FINEX·자연상태 가루 모양의 철광석과 일반탄을 바로 사용해 쇳물을 생산하는 설비) 기반의 수소환원제철 기술을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김학동 부회장은 지난 1월 신년사에서 선제적인 친환경 생산·판매체제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김 부회장은 “탄소가 무역장벽으로 작용하는 시대가 이미 눈앞에 와 있다”며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고객사에 철강재를 공급하고 있는 포스코로서는 저탄소 생산 프로세스의 조기 실현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포스코는 고객사별 요구에 맞는 저탄소 제품 공급 역량을 확보하고, 2030 탄소저감 목표 달성을 위한 Bridge 기술인 환원철 고로 사용기술, 극저 HMR(Hot Metal Ration·용선사용비율) 전로기술, 전기로 고급강 제조 기술 등을 선제적으로 개발할 계획이다. 포스코가 수소환원과 재생에너지에 기반한 탄소중립 제철 공정을 구현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 노유선 기자 noh.yousun@joongang.co.kr

202303호 (2023.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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