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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호의 생각 여행(40) 나는 내 인생의 주인공인가? 

 


▎아름다운 투몬 베이 비치(Tumon Bay Beach)에 멋진 호텔들이 줄지어 있다. 푸른 바다와 하얀 모래사장, 멋진 야자수가 조화를 이룬다.
사파이어빛 바다와 짙푸른 녹색 정글이 어우러져 자연이 숨 쉬는 서태평양의 괌(Guam)으로 떠난다. 4시간만 비행하면 닿을 수 있는 그곳에선 길고 추운 겨울철에도 아름다운 야자수 풍광의 여름 날씨를 항상 호흡할 수 있다. 괌은 아름다운 낙원(Paradise) 그 자체다. 하와이가 도심지 같은 휴양지라면 괌은 시골 같은 휴양지라서 더욱 정감이 간다. 조용하면서도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 있다.

괌은 마리아나제도 최남단 섬이고 미크로네시아에서 가장 큰 섬으로, 제주도의 3분의 1 정도 크기다. 섬 북쪽에는 숲으로 뒤덮인 고원이 있고 남쪽에는 숲과 초원이 깔린 화산 봉우리들이 있다. 해안선은 거의 산호초로 되어 있어서 하얀 산호모래 위에 반사된 물 빛깔이 무척 아름다운 하늘빛으로 빛난다. 날씨는 열대성 기후로 거의 매일 곳곳에서 스콜(열대 지방에서 대류에 의해 나타나는 세찬 소나기)이 쏟아진다. 특히 한국의 겨울철에 괌을 찾으면 습도가 높지 않아 쾌적한 느낌이다. 두꺼운 옷을 벗어버리고 반바지와 티셔츠 바람으로 해변 모래사장을 산책하면 관절과 근육이 풀리며 상쾌한 기분을 만끽하게 된다.

일본의 부동산 투자가 활발했던 괌


▎푸른 바다·야자수· 수영장이 펼쳐진 풍광 아래선 휴대전화 방해 없이 ‘멍 때리기’를 즐길 수 있다.
괌은 오세아니아의 미크로네시아 마리아나 제도에 있는 미국의 해외 속령이다. 이곳을 여러 번 찾았는데 첫 방문은 1989년이었다. 중동 지역에서 건설을 많이 하던 한 회사의 해외사업 본부장으로서 서태평양 지역의 건설 및 투자와 관련된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괌을 방문했다. 또 팔라우와 괌 사이에 있는 얍(Yap)섬도 찾았다. 당시는 미국 영토인 하와이나 괌을 방문하면, 일본인들이 호텔과 골프장 등에 많이 투자해 상권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듯했다. 하와이 번화가를 지나가는데 미국인이 “이랏샤이마세(いらっしゃいませ)”라는 일본말로 호객에 나서 놀란 적도 있었다.

괌에서도 많은 호텔과 골프장에 일본의 투자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됐다. 당시 미국은 대 일본 무역적자를 만회하기 위한 견제로 1985년 플라자 합의를 이끌어냈다. 그 결과로 일본 엔화가 절상됐고, 일본은 미국 부동산이나 기업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대거 해외투자에 나서고 있었다. 심지어 『1등 일본: 미국을 위한 교훈(Japan as Number One: Lessons for America)』이라는 책까지 발간돼 큰 관심을 받기도 했다. 1979년 하버드대학 출판사에서 출간한 에즈라 보겔의 책으로, “미국인들이 일본의 경험을 이해하고 그로부터 기꺼이 배워야 한다”는 주장을 담아냈다.

당시 이런 분위기에서 처음 괌을 찾았고, 이후로도 꾸준히 괌을 방문했다. 사업상으로는 일본의 서태평양에 대한 투자와 활동을 보며 우리도 장기적인 안목으로 꾸준히 서태평양 지역에 사업 거점을 확보하는 방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그러나 당시 국내 부동산시장이 매우 활황이었고 상대적으로 서태평양보다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그룹 경영진의 판단으로 팔라우에서 공사하는 프로젝트를 끝으로 서태평양 진출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개인적으로는 친구가 괌 영사로 부임하게 되어 그도 만나고 추운 겨울 동안 따뜻하게 지낼 겸 괌을 종종 찾곤 했다. 지난 3년간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자유로운 여행을 못 하다가, 모든 규제가 완화되거나 거의 폐지되면서 지난 2월 오랜만에 다시 괌으로 떠났다.

팬데믹으로 움츠려 있다가 푸른색 숲과 파란 바다, 열대의 햇살을 받으니 그 자유로움이 온몸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는 듯했다. 비행기 안과 공항 건물에서는 마스크를 썼으나 공항을 벗어나면 호텔을 포함한 모든 곳에서 마스크를 쓴 사람을 볼 수 없었다. 마스크를 벗으니 상쾌한 공기가 가슴을 거쳐 시원하게 밀려 들어왔다. 괌 공항에 내려서 자동차로 15분이면 호텔에 도착하기 때문에 여정이 피로하지 않고 편리하다. 아름다운 투몬 베이 비치(Tumon Bay Beach)에는 멋진 호텔들이 줄지어 있고 해안가를 따라 자리한 고급 레스토랑과 바는 이른 새벽까지 파티 분위기를 이어간다. 낮에는 일광욕이나 각종 수상 스포츠를 즐기기에 이상적이다. 특히 수심이 얕아 안전한 해안가에서 스노클링을 하며 알록달록한 열대어들을 구경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을 모른다.


▎애절한 두 연인의 사랑에 관한 전설을 조각으로 승화했다.
해변이나 호텔에서 멀리 보이는 사랑의 절벽은 재미 있는 설화가 어린 관광 코스다. ‘푼탄 도스 아만테스의 전설(The Legend of Puntan Dos Amantes)’이다. 스페인이 괌을 통치하던 시절, 수도인 아나에는 스페인의 부유한 귀족이었던 아버지와 차모로인(괌의 원주민) 어머니를 둔 매력적인 딸이 살고 있었다. 어느 날 거만한 스페인 대장이 아버지에게 딸의 결혼을 청하러 왔고, 아버지는 대장이 딸의 남편이 될 것이라고 결정했다. 그러자 소녀는 너무나 환멸을 느낀 나머지 집에서 뛰쳐나와 해안가를 따라 방황했다. 그러다 잘생긴 차모로 남자를 만나 사랑에 빠졌다. 소녀의 아버지는 두 사람의 사랑을 알고 나서도 화가 나서 스페인 대장과 결혼할 것을 요구했다. 그날 해가 질 무렵, 소녀는 자신을 사랑하는 차모로 소년을 만나기 위해 몰래 집을 나섰다. 그들이 처음 만났던 높은 곳으로 올라가 만난 소년과 소녀는 하늘에 별이 나타나는 것을 지켜보았다. 아버지, 대장과 스페인 군인들이 연인을 쫓아 투몬만 위 높은 절벽까지 올라갔다. 소년과 소녀는 긴 머리카락을 잡아서 밧줄 같은 매듭을 묶었고, 서로의 눈을 깊이 들여다보며 마지막 키스를 나눴다. 그 순간 젊은 연인은 길고 깊은 절벽 위에서 포효하는 파도 속으로 뛰어내렸다. 그날 이후로 차모로인들은 경외심으로 진정한 사랑을 보여준 젊은 연인에게 경의를 표했다. 그리고 절벽의 가장 높은 지점은 ‘두 연인의 지점(Two Lovers Point)’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사계절 골프를 즐길 수 있는 괌을 방문하는 이들에겐 태평양 경관을 보며 바닷물을 건너 그린을 공략하는 망길라오 골프클럽(Mangilao Golf Club)과, 태평양 풍광과 어우러져 긴 거리를 공략하는 CCP(Country Club Of The Pacific) 골프장을 추천한다.

일류 시민의 덕목, 정직·배려·성실


▎‘ 모히토’를 마시며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본다.
괌이 속한 도서 지역은 제2차 세계대전 중 태평양전쟁에서 연합군이 일본제국에 대항해서 활용한 ‘개구리 뛰기 또는 섬 깡충 뛰기(Leapfrogging, island hopping)’ 군사 전략이 활용된 격전지였다. 이 전략의 핵심 아이디어는 최종 목표로 가는 도중에 모든 섬을 순서대로 점령하는 대신 요새화된 적의 섬을 우회하는 것이다. 사관학교 시절 공부한 전사(戰史)를 생각하며 괌의 전략적 위치에 대해서도 생각을 더듬어보았다.

바닷가 모래사장에 누워 끝없이 펼쳐진 태평양의 수평선을 바라보며 이런저런 생각에 잠겼다. 결국 ‘나는 내 인생의 주인공인가’라는 질문에 생각이 닿았다. 평소 기업을 운영하고 인생을 살아오면서 되풀이해 생각해보는 주제다. ‘나는 내 인생의 주인공인가? 주인공으로 살아왔고 주인공으로 살아갈 것인가?’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제 인생의 주인공으로 산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 특히 기업이나 국가 단위로 올라서면 더더욱 그런 것 같다.

사람들은 대개 자신이 삶의 주인공으로서 항상 행복하고 성공적인 삶을 살아가길 바란다. 행복하고 성공적인 삶은 과연 어떻게 이뤄낼 수 있을까? 첫째, 정직한 사람이 자기 인생의 주인공이라고 생각한다. 거짓으로 성공한 사람은 남을 속일지언정 자신은 속일 수 없으므로 결코 행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기 인생의 주인공이 될 수도 없다. 요즘 임직원을 채용할 때 평판조사 회사를 활용하는 기업이 갈수록 늘고 있다. 처음에는 평판조사를 전문으로 하는 회사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깜짝 놀랐다. 과연 그런 조사가 왜 필요할까라는 생각에서였다. 주변에서 평판조사 회사를 운영하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니, 요즘에는 이력서 변조 등 거짓 경력 사례가 많기 때문에 평판을 조회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한다.

달라진 사회 풍속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이야기를 듣는 내내 몹시 안타까웠다. 개인이나 사회가 평화롭고 행복하기 위해서는 정직이라는 삶의 기초가 단단히 뿌리내려야 한다. 예를 들어 육군사관학교에서는 정직이라는 가치를 매우 소중히 여긴다. 각 건물에 있는 판매대는 무인으로 운영되고, 공부하는 교실에서도 일일시험과 중간·기말시험이 모두 무감독으로 치러진다. 정직이라는 삶의 바탕에서 자긍심이 키워지고 큰 인물이 되기 위한 소양이 갖추어진다. 국가의 간성인 미래 리더가 되기 위한 근본 소양은 정직이다. 정직이라는 가치는 각자가 자기 인생의 주인공으로 살아가기 위한 첫 번째 덕목이다.


▎괌 해변은 수심이 얕아서 각종 수상 스포츠를 즐기기에 이상적이다. 특히 스노클링을 즐기며 알록달록한 열대어들을 구경하는 재미는 최고다.
둘째, 주변을 배려하는 마음을 지닌 사람이 인생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고 상대방을 배려하는 문화는 상대는 물론 자신도 행복하게 만든다. 목욕 문화를 예로 들어본다. 고등학교 동기인 유명 대학교수 친구가 안식년을 일본에서 보낼 때의 경험을 들려주었다. 미국에서 박사과정을 함께했던 일본인 친구와 대중목욕탕에서 샤워를 했는데, 그 일본 친구가 샤워를 할 때 “옆 사람에게 물이 튀지 않도록 하라”며 충고를 했다고 한다. 몹시 민망하고 부끄러웠지만 친구는 그 경험을 한국에 돌아와서 주변 친구들에게 들려주었다. 필자도 일본에 갔을 때 여러 번 목욕탕에 갔지만, 수도인 도쿄든 시골 지방에 있는 온천 목욕탕이든 옆 사람에게 불편을 끼치는 일을 경험해보지는 못했다. 배려하는 문화는 사회를 행복하게 하고 각자가 자기 인생의 주인공이 되는 관문이 된다.

셋째, 성실함도 자신을 삶의 주인공으로 이끌어주는 중요한 요인이다. 정기적으로 오랜 기간 만남을 이어가고 있는 ‘당나귀 모임’에서 얼마 전 선배님들로부터 귀한 말씀을 들었다. 당나귀는 ‘당신과 나의 귀한 만남’이란 뜻이다. 평생을 경영자로 살아오신 88세의 심갑보전 삼익LMH 대표이사님, 삼성에버랜드·삼성석유화학·호텔신라의 대표이사를 역임한 83세 허태학 전 회장님, 곧 80세가 되시는 제갈정웅 전 대림대학 총장님, 김효준 전 BMW 코리아 회장과 세계일보 기자를 지낸 김성화 CEO리더십연구소 소장이 회원이다. 이분들에게 “인생과 사업의 선배님으로서, 오랜 경험을 통해 인생을 행복하게 살고 사업을 성공적으로 경영하기 위한 핵심 성공 요인(Key Success Factor)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라고 여쭤보았다. 원로 경영자이자 인생 대선배님이신 세 분의 답은 놀랍게도 ‘성실함’이라는 한 단어로 모였다. 이어서 성실함에 대한 부연 설명도 해주셨는데 참으로 귀하고 소중한 말씀이었다. 초등학교 시절 교실 뒤 벽에 붙어 있던 ‘정직·성실’이라는 급훈이, 평생을 성공적으로 살아오신 대선배님들의 경험과 일치한다는 데서 놀라움을 금할 길이 없었다. 평범함에 진리가 있다는 사실을 피부로 느낀 순간이었다.

기업이나 국가 경영에도 ‘주인공 의식’은 소중하다. 예를 들면 어려서부터 우리나라가 ‘작은 나라’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왔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결코 작지 않다. 세계지도를 펼쳐놓고 보면 우리나라는 인구 5000만 명에 산업과 무역 능력은 세계 10위권에 드는 나라다. 2022년 글로벌 500대 기업 명단에 든 한국 기업은 15개사로, 전 세계에서 7위를 기록했다. 선진국이 많은 서유럽에 가봐도 인구나 산업 능력을 우리만큼 갖춘 나라가 결코 많지 않다.


▎‘ 두 연인의 전설(The Legend of Puntan Dos Amantes)’이 어린 사랑의 절벽 전망대.
우리나라는 큰 나라이다! 그만큼 미래도 크게 펼쳐 나아가야 한다. 그것이 우리의 ‘주인공 의식’이다. 세계 최대 펌프기업 경영에 참여하면서 최초로 출시되는 부스터 펌프 시스템의 디지털 표시창에 6개 국어를 공용 언어로 채택했다. 여기에 한국어를 포함시킨 것은 대단히 자랑스러운 일이었다.

우리 사회에서 흔한 예를 들어보자. 분위기에 휩쓸려 옳고 그른 판단 없이 가짜뉴스와 선동에 집단적으로 행동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이런 모습은 선진국에 진입한 우리나라의 격에 맞지 않는 것 같다. 자기 삶의 주인공이 되지 못하고 타인에게 의존하거나 분위기에 휩쓸리는 부자연스러운 모습이다. 이런 부족함은 개개인이 수양을 통해 터득한 가치관으로 제 인생의 주인공이 된다면 해결될 것이다. 즉, 자기 인생의 주인공으로 산다는 것은 선진 시민의식을 갖추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다행히 최근 K-문화가 세계를 누비고 있어서 자부심을 느끼는 일이 많아졌다. 우리 고유의 문화가 세계의 중심이 되길 바란다. 과학적인 고유 문자인 한글과 우리만의 특유한 문화를 유구한 역사 동안 간직해온 결과가 현대의 성공적인 K-문화로 승화하고 있다. 전쟁의 폐허에서 한강의 기적을 일으킨 근면·성실함과 풍류와 여유로움을 겸비한 한국인들이 세계의 주인공으로 존경받는 시대를 열어가자.

※ 이강호 회장은… PMG, 프런티어 코리아 회장. 덴마크에서 창립한 세계 최대 펌프제조기업 그런포스의 한국법인 CEO 등 37년간 글로벌기업의 CEO로 활동해왔다. 2014년 PI 인성경영 및 HR 컨설팅 회사인 PMG를 창립했다. 연세대학교와 동국대학교 겸임교수를 역임했고, 다수 기업체, 2세 경영자 및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경영과 리더십 코칭을 하고 있다. 은탑산업훈장과 덴마크왕실훈장을 수훈했다.

202304호 (2023.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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