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서 살짝 비켜 선 그곳엔 ‘쉼’이 있었다. 사람과 자동차 소음 대신 파도 소리와 새소리, 햇살을 품은 바람 소리가 한가로움을 주는 곳. 바로 베트남 호이안이다. 올해 4월 오픈한 뉴월드 호이아나 비치 리조트에서 머물며 여유로운 럭셔리 리조트 라이프를 즐겼다. 골프와 카지노, 올드타운 산책은 덤이다.
▎4월 말 오픈한 ‘뉴월드 호이아나 비치 리조트’는 럭셔리 시설·서비스와 함께 골프, 카지노, 비치 액티비티 등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 사진:호이아나 리조트&골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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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데믹으로 해외여행객이 급격히 늘면서 적당한 비행거리, 저렴한 물가, 한국인에게 맞는 음식 등 다양한 이유로 동남아 관광지가 다시 인기다. 그중에서도 최근 주목받는 곳이 베트남 호이안이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구시가지 안에서 이국적 정취를, 드넓게 펼쳐진 해변에서 여유로운 휴식을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곳에선 굳이 여행 계획을 촘촘하게 짜지 않아도 된다.‘평화로운 회합소’라는 뜻을 지닌 호이안은 중부 해안도시 다낭의 다낭공항에서 차로 40여 분 거리에 있는 소도시다. 그동안은 다낭을 찾는 관광객이 반나절 정도 시간을 내 방문하는 ‘올드타운’ 지역으로 유명했다. 어둠이 내린 강 위로 등불을 띄우고 소원을 빌며 ‘인생 사진’을 남기는 코스였다.최근 이 지역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시설 내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럭셔리 리조트가 속속 들어서면서 ‘머무는 도시’로 탈바꿈 중이다. 대표적인 곳이 복합리조트인 ‘호이아나 리조트&골프’. 호이아나 호텔&스위트, 뉴월드 호이아나 호텔, 호이아나 레지던스에 이어 지난 4월 말엔 뉴월드 호이아나 비치 리조트가 오픈했다. 이 복합리조트엔 카지노와 10여 개 레스토랑, 전용 해변과 인피니티 풀, 골프장까지 갖추고 있어 어떤 목적의 여행이든 만족도가 높다.지미 로페즈(Jimmy Lopez) 호텔 총괄 매니저는 “뉴월드 호이아나 비치 리조트는 모든 종류의 여행과 행사를 위한 사교의 장이며, 활기찬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목적지가 될 것”이라며 “리조트 내 모든 서비스에 파격적 할인을 제공하는 멤버십 ‘호이아나 프리미어 리워드’ 덕분에 재방문객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6월 17~18일엔 이곳에서 보아, 태양(빅뱅), 효연(소녀시대), 에스파 등 K-팝 스타들이 출동한 ‘2023 Seen 페스티벌’이 열리기도 했다.
어떤 목적의 여행이든 다 채워주는 복합리조트
▎ 사진:호이아나 리조트&골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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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에 이르는 아름다운 해안선에 자리한 호이아나 리조트&골프에는 로즈우드 호텔 그룹이 운영하는 럭셔리 호텔 4개가 들어섰다. 오후에 도착하니 호텔의 그림자가 수영장은 물론이고 해변까지 드리워져 휴양객들의 시원한 물놀이를 돕고 있었다.숙소인 뉴월드 호이아나 비치 리조트는 지난 4월 말 330개 객실과 스위트룸을 갖추고 오픈했다. 우선 룸 인테리어에서 세심한 디테일과 세련된 디자인을 엿볼 수 있다. 지미 로페즈 총괄 매니저는 “베트남의 전통 모자에서 영감을 얻은 조명, 유기농 소재 베개, 코코넛 섬유 매트리스와 유기농 면 시트 등 베트남의 미학을 가미해 지속가능한 디자인을 추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양한 레스토랑과 바에서는 베트남 중부의 풍성한 요리를 맛볼 수 있다. 블렌드는 호텔의 미식 중심지로 베트남, 중국, 동남아시아 지역 요리를 하루 종일 즐길 수 있다. 호텔 로비에 자리한 커먼은 일종의 소셜 허브 역할을 하는 카페이며, 풀사이드 식당인 코브 바&그릴은 하루 종일 가벼운 스낵과 음료를 제공한다. 7월에는 풀 옆에 흥겨운 음악이 흐르는 녹스 비치클럽이 오픈할 예정이다. 이 외에도 복합리조트에는 한식당 오발탄, 베트남 브랜드 콩카페, 한국 편의점 K-마트 등 한국 여행객을 위한 시설이 다양하다.
이 복합리조트의 가장 큰 매력은 셔틀버스로 3분이면 도착하는 골프장이다. 골프코스 설계의 거장 로버트 트렌트 존스 주니어가 설계한 18홀 코스 ‘호이아나 쇼어 골프클럽’은 이미 베트남 최고의 골프코스, 아시아 100대 골프코스 15위 등에 선정되며 이름을 알렸다. 해변을 따라 펼쳐진 모험적인 코스와 강한 바닷바람의 영향으로 난도는 높은 편이지만, 국내에서 경험하기 어려운 이색 경기를 펼칠 수 있어 흥미롭다. 화려한 조경 대신 자연친화적으로 설계해 잔디와 흙, 바위, 바다가 한데 어우러지며, 코스마다 눈앞에 펼치지는 수평선과 해변에 몰아치는 파도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대부분의 캐디가 한국어로 소통이 가능하다.
▎‘호이아나 쇼어 골프 클럽’은 모래언덕과 다양한 플레이 옵션 등이 특징인 18홀 해안 링크스 코스다. 바다 건너로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참섬이 보인다. / 사진:호이아나 리조트&골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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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지노는 해외여행의 묘미다. 이 복합리조트는 테이블게임 140개 이상, 최첨단 전자게임 300개 이상을 갖춘 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운영한다. 멤버십 카드로 입장 가능한데, 이 카드는 리조트의 레스토랑과 바, 호텔, 골프, 리테일 숍 이용 시 다양한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VIP 전용룸부터 바카라, 블랙잭, 룰렛, 슬롯머신까지 갖춰 언제 터질지 모르는 ‘잭팟’을 기대하는 이들이 대낮에도 열을 올리고 있었다.
낮과 밤, 변신하는 호이안 올드타운인구 15만 명이 거주하는 작은 도시 호이안 여행의 필수 코스는 호이안 올드타운이다. 호이안은 15~19세기 ‘바다의 실크로드’라 불리며 중국, 일본, 포르투갈 등과 활발히 교역했지만 20세기 들어 남중국해의 파도에 밀려온 모래가 계속 퇴적돼 큰 배가 정박할 수 없게 되면서 ‘잊힌 항구도시’가 됐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덕분에 호이안은 독특한 문화 양식과 훼손되지 않은 자연환경을 지킬 수 있었고, 1999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지정됐다. 옛 시가지는 고풍스런 분위기가 차고도 넘친다.우선 눈에 띄는 것은 중국, 일본은 물론 네덜란드, 포르투갈, 프랑스 상인들이 드나들며 일군 각국의 건축양식이다. 일본인들이 만든 지붕이 있는 목책 다리 내원교, 중국인들의 모임과 제사 장소로 쓰였던 중국인 회관, 포르투갈의 향기가 나는 노란 회벽 건물을 보며 느릿하게 걷노라면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는 기분이다. 낮에는 코코넛을 반으로 갈라놓은 모양과 닮아 ‘코코넛 보트’라고 불리는 바구니 배를 타고 남중국해와 만나는 투본강 하류를 둘러볼 수도 있다. 한국인 관광객이 단체로 찾아오면 한국의 트로트 노래로 강변이 떠들썩해지기도 한다.
올드타운은 낮보다 밤이 아름답다. 해가 지기 시작하면 형형색색 호이안 전통 등에 불이 들어오고, 적당히 시끌벅적해지면서 축제장으로 변모한다. 투본강엔전통 등을 매단 나룻배들이 ‘소원배’라는 이름으로 관광객을 실어 나르고, 강변 카페에선 팝에서 한국의 발라드까지 다양한 노랫가락이 흐른다. 가게들이 매단 등불, 강 위를 오가는 수많은 소원배와 소원초는 왠지 몽환적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 모습에 마음을 빼앗겨 강가에 앉아 있는 이들이 이따금 눈에 띈다. 각종 등불과 간식거리를 파는 야시장도 볼거리다.
▎한가롭기 그지없는 호이안 올드타운은 해가 지면 알록달록한 ‘호이안 등’으로 불야성을 이룬다. 베트남에 정착한 프랑스인이 운영하는 럼 양조장도 둘러볼 만하다. / 사진:호이아나 리조트&골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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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의 여유로운 시간을 빌려 리조트에서 가까운 럼 양조장 투어에 나섰다. 베트남에 정착한 지 10년이 넘은 프랑스인 사장이 운영하는 ‘인도차이나’다. 모히토 한 잔, 가이드 투어, 럼 테이스팅을 포함해 1시간 정도 소요된다. 쿠바풍 음악이 흐르는 카페에 들어서자 웰컴 드링크로 모히토 한 잔을 내미는데, 48도 삼판 럼주를 베이스로 라임과 민트 향이 더위를 달래준다. 사탕수수 세척에서 즙을 짜고, 발효, 증류, 보관, 포장하는 과정까지 투어가 진행된다. 호이안이 자리한 콴남성 지역의 사탕수수는 품질이 좋기로 유명한데, 농약이나 화학물질을 사용하지 않고 전통방식으로 재배한다는 설명이다.
호젓함을 즐기는 베스트 타이밍은 지금!모든 것을 갖춘 럭셔리 리조트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행복한 시간을 보낸 곳은 비치와 풀이었다. 넓게 펼쳐진 남중국해와 참섬을 보며 카누를 즐기노라면 시간 가는 줄 모를 정도다. 아직은 관광객이 많지 않은 곳이라 해변은 거의 전세를 낸 기분이다. 가족과 함께 휴가를 왔다는 한 관광객은 “중국인 관광객이 몰려오기 전에 이 조용하고 럭셔리한 느낌을 누리려 왔다”고 말했다.풀 역시 마찬가지. 호이아나 리조트&골프에는 수영장이 여러 개 있어 언제 가더라도 붐비지 않는다. 훌륭한 조경을 갖춘 수영장을 통째로 빌린 듯 유유자적하게 물놀이를 즐길 수 있다. 수영장에 호텔이 드리운 그늘이 내려앉는 오후 시간이 적기. 맥주 한 잔을 주문해 들이키니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피곤함이 쌓였다면 리조트 2층에 있는 ‘일랑일랑 스파’에서 마사지를 받는 것도 좋다. 오일, 핫스톤, 타이 마사지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지미 로페즈 총괄 매니저는 “한국은 우리에게 중요한 시장 중 하나여서 직원들에게 한국어 교육을 하는 등 서비스 품질 향상에 노력하고 있다”며 “한국어 TV 채널, 리조트 내 한국 편의점, 한식을 즐길 수 있는 오발탄 등이 있지만 한국 고객들을 위해 더 많은 편의시설과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베트남 호이안=조득진 포브스코리아 선임기자 chodj2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