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의 투자 유치 혹한기가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다. 특히 바이오/헬스케어 섹터 투자가 극도로 위축된 가운데, BNH인베스트먼트(이하 BNH)는 2023년에 유망한 바이오/헬스케어 기업 14곳에 417억원의 투자 승인을 내면서 적극성을 잃지 않고 있다.
바이오/헬스케어 전문 벤처캐피털 BNH가 공격적인 투자를 할 수 있었던 배경은 지난해 초 ‘스마트바이오 헬스케어BNH5호투자조합’의 규모를 1185억원으로 결성하여 충분한 투자 재원을 확보했기 때문으로 평가된다. 펀드는 백신·바이오 관련 기업뿐만 아니라 진단, 의약품, 백신, 의료기기, 디지털헬스케어, 인공지능, 기능성 식품, 반려동물 의약품, 제약/바이오 관련 소재·부품·장비, 의료서비스 등 광범위한 영역의 바이오/헬스케어 분야를 겨냥한다. BNH는 현재 6개 펀드 총 2950억원 규모를 운용하고 있다.투자는 현재 56개 기업에 1485억원을 집행했는데, 이 중 2023년에만 13개 기업에 약 370억원을 투자했다. 주요 투자처를 살펴보면, 반려동물 의약품과 의료장비 개발 기업 온힐, 미국 소재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인 바이오센트릭에 각각 50억원을 투자했다. 또 피부과 의료기기 기업 텐텍에 48억원, 줄기세포 치료제 기업 메디노, 대체식품 개발 푸드테크 기업 인테이크, 원료의약품 등 소재 기업 프로그린테크에 각각 30억원을 투자했다. AI 기반 환자 상태 예측 솔루션 기업 AI트릭스에 50억원 투자 승인을 낸 상태다.지난해에는 BNH이 투자한 2개 기업이 기업인수목적회사(SPAC) 합병을 통해 코스닥 상장에 성공했다. BNH는 AI 기반 의료영상 진단 기업 코어라인소프트에 2018년, 2020년에 진행된 시리즈 A, 시리즈 B 라운드에서 각각 10억원을 투자했다. 코어라인소프트는 기술성 평가에서 A-A등급으로 통과하여 기술특례상장을 했고, 상장 후 주식 매각을 통해 투자원금의 7배 이상인 총 143억원을 회수하여 내부수익률(IRR) 59%를 기록했다. 마찬가지로 투자 기업 3개(피노바이오, 옵토레인, 아이빔테크놀로지)가 기술성 평가를 통과하고 기술특례상장 청구 후 거래소의 상장심사를 받고 있다.IPO와 관련해 김명환 BHN 대표는 “최근 시장 침체로 인해 직전 펀딩 밸류보다 낮게 진행되는 다운라운드(Down-round) 펀딩이 빈번하고, 공모가가 이전 비상장 투자라운드 때보다 낮아지는 경우가 많다 보니, 여러 논쟁과 갈등이 있다”는 분위기를 전했다.“최근에 빈번히 발생하는 사례들을 들자면, 직전 라운드 투자자들이 (상장 청구 전 운영자금을 확보하는 것이 필수적임에도 불구하고) 다운라운드에 반대하며 pre-IPO 투자 유치를 반대하거나 일부 기관이 자발적 보호예수 요청을 거부하면 IPO 자체가 심각한 난항에 빠질 수 있어요. 심지어는 펀딩이 무산돼 자금 확보에 실패하여 회사의 생존 자체가 어려워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요즘 같은 분위기에 비상장 상태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것도 쉽지 않기 때문에 어떻게든 수습해서 상장을 청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BHN은 기술특례상장 경험이 많고, 주로 리드투자자 역할을 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많이 관여하게 된다. 김 대표는 “에너지 소모가 상당하고, 마음이 상하는 일도 많지만, 무사히 수습하고 나면 보람도 크고 투자 기업들도 매우 고마워한다”고 밝혔다.BHN은 다양한 섹터와 여러 스테이지에 분산투자하고, 적극적으로 사후관리를 하는 점이 차별화된 투자전략으로 꼽힌다. 전통적 신약 개발사부터 제약 자동화 장비, 연구용 장비 등 소위 소부장 기업, 피부미용 장비, 구강 스캐너 등 비급여 의료기기이면서 글로벌 PE들의 관심을 많이 받는 영역, AI 진단이나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까지 아우르고 있다. 김 대표는 “이렇게 다양한 산업군에 분산투자하다 보니, 특정 섹터에 부침이 있다 해도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며 “스테이지 측면에서도 초기부터 pre-IPO까지 다양하게 투자해서, 매년 꾸준히 상장기업을 배출하고, 일부 구주 매출을 통한 회수도 진행한다”고 설명했다.특히 꼼꼼한 사후관리는 BNH가 좋은 평판을 받는 배경이다. 투자 기업과 적극적으로 교류하며 밸류업과 선제적 리스크 관리를 지원한다.“벤처투자 시장이 과열일 때도 저희는 투자 기업들에 현금 유동성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비용 절감이나 지분 투자 유치 이외의 자금 확보 방안(보증기관의 보증, 정부 과제 등)을 적극적으로 조언해왔어요. 최근 자금줄이 끊기면서 그때 저희 조언을 듣고 미리 대비했던 업체들은 매우 고마워해요. 그 외에도 기술성 평가나 상장 심사를 위한 조언, 사업 협력 파트너나 우수 인력 소개, 국내외 투자자 소개 등 다양한 지원을 통해 포트폴리오 기업의 생존과 밸류업에 기여하고 있어요.”지난 2015년 BHN을 설립한 김 대표는 굵직한 투자/ 회수 트랙레코드를 다수 보유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실적으로, 보톡스 기업 휴젤에 678억원을 투자해 1985억원을 회수하면서 멀티플 2.9배, 내부수익률(IRR) 83%를 달성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그는 “당시 신생 VC였던 BHN이 업계에 이름을 각인한 계기였다”고 꼽는다.투자 철학을 묻는 질문에 그는 ‘역지사지(易地思之)’라고 답했다. “벤처투자는 ‘관계’로 시작하여 ‘관계’로 끝나기에 역지사지는 특히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투자 기업을 만나고(투자), 더불어 생활하고(사후관리, 밸류업, 소통), 헤어지는(회수) 관계, 오랫동안 저희가 보유해온 주식을 사 가게 될 누군가(주식시장, 세컨더리 투자기관 등)와의 관계를 어떻게 형성하고 유지하고 종결짓는지에 따라 VC의 실력과 평판, 영속성이 판가름 나기 때문에 늘 마음속에 담고 있는 말입니다.”
※ 김명환 - 서울대 화학공학과 졸업, 기술보증기금 행원, KTB네트워크 팀장, 삼호그린인베스트먼트 이사, 360ip(미국 VC, Batelle재단 자회사) 상무, 이노폴리스파트너스 상무, BNH인베스트먼트 대표(현)- 이진원 기자 lee.zinone@joongang.co.kr _ 사진 김상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