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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우가 만난 예술계 파워리더(22) 울프 아우스프룽 한성자동차 CEO 

예술을 통한 사회 공헌 

정소나 기자
자동차산업과 예술은 언뜻 보면 전혀 다른 분야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기술을 활용하면서도 창의적이고, 트렌디하고 역동적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졌다. 국내에서 가장 오랫동안 수입차 CEO를 맡아 능력을 인정받고, 묵묵히 한국의 예술 영재 후원에 앞장서고 있는 울프 아우스프룽 한성자동차 대표를 만났다.

▎예술 영재를 후원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을 실천하는 한성자동차 울프 아우스프룽 대표.
울프 아우스프룽 대표는 12년 동안 독일 메르세데스 벤츠의 공식 딜러인 한성자동차를 이끌고 있다. 그는 독일에서 자동차공학을 전공하고 경영학 석사를 취득한 후 미시경제학 분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수년 전부터 연세대학교에서 마케팅·브랜딩 분야의 겸임 교수로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한국에서 가장 오랫동안 재직 중인 수입 자동차 브랜드 CEO로 알려진 만큼 한국에 대한 남다른 애정으로 오랜 시간 한국의 예술 영재를 후원하는 장학 사업에도 힘쓰고 있다.

2012년 한성자동차가 한국메세나협회와 함께 시작한 미술 영재 장학 사업 ‘드림그림(Dream Gream)’ 프로그램의 첫해와 이듬해 전시회를 유중아트센터에서 개최하며 정승우 이사장과 울프 아우스프룽 대표의 인연도 시작됐다.

지난 12월 8일, 정 이사장이 예술을 통한 사회 공헌이라는 공감대 아래 다양한 문화예술 후원 사업을 함께 펼치고 있는 울프 아우스프룽 대표를 만나 예술과 사회공헌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한국에 오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2011년, 한성자동차로부터 한국 사업을 맡아달라는 제안을 받고 합류하게 됐다. 한국에 오기 전에는 몇 년 동안 중국에서 하이엔드 자동차 브랜드의 판매 총괄, 마케팅 커뮤니케이션과 제품 전략 총괄 등으로 일했다. 처음 부임했을 때에는 상대적으로 작은 시장이었는데 지금은 전 세계 메르세데스 벤츠의 주요 시장 중 하나로 주목받을 만큼 한국의 고급 자동차 시장이 엄청나게 성장했다.

서울시 명예시민으로 선정되기도 했는데.

예술적 재능과 꿈이 있는 학생들이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지원하는 ‘드림그림(Dream Gream)’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한 사회공헌활동을 높이 평가받아 서울시로부터 명예시민증을 받았다.

드림그림은 한성자동차가 지난 2012년부터 12년 동안 운영해 온 프로그램으로, 예술적 재능과 꿈이 있는 저소득층 중고등학생 40명을 선발해 이들을 지속적으로 후원하며 꿈을 이루어가는 과정을 함께하는 미술 영재 장학 프로그램이다. 지금까지 학생 약 300명이 이 프로그램을 통해 꿈을 키웠다.

드림그림 장학생들과 지역 아티스트들을 연계해 오래된 지하철 벽이나 낙후된 전통시장을 찾아 미화 작업을 하며 도심 환경을 개선하는 작업부터 서울문화재단과 협업해 서울시청에 몰입형 디지털 기술을 사용해 미술 전시를 하는 등 서울의 예술과 문화 발전을 위한 노력을 높이 평가해주신 것 같다.

명예시민으로 선정되니 회사를 대표하는 사회 공헌 프로그램을 통해 우리가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올바른 일을 하고 있다고 인정받은 것 같아 매우 기뻤다.

얼마 전 한국메세나협회의 2023 메세나인상 수상 소식을 들었다.

지난해 12월, 한국메세나협회가 주관하는 ‘2023 메세나 대상’ 시상식에서 ‘메세나인상(문화체육관광부 장관표창)’을 받았다.

서울 명예시민 선정과 같은 의미로 회사의 대표로서 드림그림을 10년 넘게 재정적·교육적 측면에서 지속적으로 지원해 문화예술 발전을 위해 노력한 부분을 인정받아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메세나 대상은 1999년부터 대한민국의 문화예술 발전에 공헌한 기업과 기업인에게 주는 상이다. 무엇보다 외국인 최초로 메세나 대상을 받음으로써 내가 사랑하는 한국의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었다는 사실에 큰 보람을 느꼈다.

예술 후원 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에 대해 다양한 분야를 연구하고 살펴보았다. 그중에서도 예술은 내가 몸담고 있는 럭셔리 자동차 산업처럼 빠르게 변하고, 아름다움을 탐닉하고, 끊임없이 트렌드를 반영해 새롭게 담아내는 분야이기에 가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동차와 예술은 얼핏 보면 전혀 다른 분야이지만 묘하게 닮은 부분이 있어 큰 매력을 느꼈다.

예술 분야 중에서도 특별히 미술 영재 후원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나.

개인적으로 아트 컬렉팅에 푹 빠졌던 적이 있을 만큼 미술에 관심이 많다. 자동차라는 제품은 브랜드 이미지나 기술력도 물론 중요하지만, 디자인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차를 선택할 때 가장 먼저 첫인상, 즉 디자인이 마음에 드는 차를 우선순위에 둔다.

어찌 보면 자동차도 하나의 예술 작품이다. 단순히 실용적인 측면에서 벗어나. 시시각각 변화하는 트렌드에 발맞춘 럭셔리하고 아름다운 디자인의 차를 만들기 위해서는 미술적 감각을 빼놓을 수 없다고 생각해 자연스레 미술 후원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정승우 유중문화재단 이사장과 울프 아우스프룽 대표가 예술과 사회 공헌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드림그림과 다른 기업체들의 후원 사업이 어떻게 다른지 궁금하다.

프로그램을 기획하면서 가장 고민했던 것은 드림그림 장학생들이 안정적인 환경에서 미술에 전념하면서 미술계에서 일하고 싶다는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돕는 것이었다. 이에 단순히 어떤 분야를 한시적으로 후원하는 것이 아닌, ‘지속성’이라는 가치를 우선시했다. 오랜 시간과 많은 비용이 요구되는 미술의 특성상 일회성 지원으로는 학생들의 성장을 효과적으로 도울 수 없다고 생각했다. 미술 영재 40명을 장학생으로 선발해 이들이 대학에 진학하기까지 최대 6년간 다양한 미술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장기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가장 큰 차별점이다.

교육과정 역시 일반적인 입시 위주 미술교육의 틀에서 벗어나 미술 전공 대학생 멘토를 1:1로 매칭하고, 한성자동차 임직원으로 구성된 드림그림 앰배서더들이 학생이 역량을 발휘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정서적으로 지원한다. 유명 아티스트의 멘토링 프로그램, 서머 인텐시브 프로그램, 연말 전시회 등 전통적인 미술교육뿐만 아니라 메타버스, AI,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디자인부터 최근 미술계의 화두인 NFT(Non-Fungible Token)를 예술 작품에 접목하거나, 미술 작품을 통해 ESG 캠페인에 동참하는 등 매년 트렌드에 발맞춘 유연한 프로그램으로 구성한 것이 특징이다.

또 지난해 키아프에서 학생들의 메타버스 작품을 전시한 것처럼 대형 아트페어에 학생들의 작품이 전시될 수 있도록 다양한 기회를 마련해 프로그램을 통해 한껏 성장한 역량을 마음껏 드러낼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드림그림 장학생들은 지역사회를 위해 자신의 재능을 환원하는 재능 기부 프로젝트를 매년 진행하고 있다. 지난 2020년에는 배준성 작가의 멘토링 수업에서 제작한 그림을 용인 세브란스병원 어린이 병동에 기증했고, 2021년에는 노준 작가와 협업한 캐릭터 작품을 서울특별시 어린이병원에 기증했다. 드림그림을 통해 작품과 굿즈를 판매하고 발생한 수익금을 기부하는 활동도 펼치고 있다.

이렇게 장학생들은 다양한 활동에 참여해 지역사회를 위해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졸업 후에는 드림그림의 멘토가 되어 후배들에게 경험과 혜택을 공유한다.

이처럼 드림그림을 통해 인재 양성과 지역사회의 발전을 도모하는 선순환의 고리가 만들어지는 모습을 보며 보람을 느낀다. 앞으로도 작지만 의미 있는 후원을 장기간 이어가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기억에 남는 마케팅이나 협업이 있나.

글로벌 e스포츠 기업인 젠지(Gen.G)와 협업한 일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드림그림 아티스트인 그라플랙스, 주재범 작가를 비롯한 그라피티아티스트와 랩핑 작업을 진행한 더 뉴 CLS, 더 뉴 GLE 등 차량 3대를 젠지 e스포츠에 소속된 LoL팀의 공식 이동 차량으로 지원했다.

얼마 후 SNS에 공개된 젠지 LoL팀의 아트카 이미지에 수많은 댓글이 달리는 등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활동적이면서도 강력한 힘을 드러내는 차량에 와일드한 랩핑 아트를 적용한 아트카 프로젝트는 선수들의 파워풀한 플레이 스타일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평가와 함께 큰 호응을 얻었다.

기존의 고급스럽고 세련되고 클래식한 브랜드에 이미지에 젊고 다이내믹한 기운을 주입해 새로운 고객들의 관심을 끌게 된 좋은 기회였다,

몇 차례 사진전을 열었을 정도로 사진 실력이 수준급이다.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으로서 내 일을 무척 사랑하지만 자동차산업, 특히 리테일 분야는 스트레스도 많고 무척 고되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계속해나가려면 삶의 밸런스를 맞추는 것이 중요했다. 그래서 업무로 인한 긴장도 풀고 마음의 안정을 얻기 위해 사진을 선택했다.

출장이나 여행으로 전 세계를 돌며 경험한 다채로운 풍경들을 사진에 담았는데, 운이 좋았는지 작품을 인정해주시는 분이 많아져 전시를 세 번이나 했다.

물론 내가 베스트 포토그래퍼는 아니지만, 사진 안에 나만의 앵글, 다른 사람이 보지 못하는 나만의 관점으로 대상을 포착해 개성을 담으려고 노력한다.

그동안 팬데믹으로 여행을 많이 하지 못해 사진을 찍을 기회도 거의 없었다. 몇 달 전부터 심기일전해 새로운 영감을 찾고, 다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올해 안에는 새로운 전시를 할 수 있을 만큼의 작품이 만들어지길 기대해본다.

10년 이상 살고 있는 한국의 미술계에도 관심이 많을 것 같다. 특히 마음에 두고 있는 한국 아티스트가 있을까.

몇 년 전 표갤러리에서 열린 권현진 작가의 개인전을 관람했다. 채도 높은 컬러를 사용해 현실에서 볼 수 없는 색채와 빛의 세계를 표현한 그녀의 작품들이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또 드림그림 프로그램에서 멘토로 학생들을 지도해주었던 배준성 작가도 눈여겨보고 있다. 예술의전당에서 전시를 했는데 비주얼적으로 눈에 띄면서도 굉장히 세련된 작품들로 마치 초현실주의 화가 살바도르 달리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한국 미술계에 조언을 한다면.

코리아 브랜드(K 브랜드)는 이제 K팝을 넘어 K무비, K테크, K푸드, K아트 등 모든 영역을 포괄한다. 지난 2년 동안 한국에서 열린 국제 아트페어는 한국의 아티스트들이 세계적으로 알려지는 기회가 되었을 만큼 한국 예술에 대한 글로벌 시장의 높은 관심을 단적으로 보여주었다.

이런 추세는 향후 몇 년 동안 계속되리라 기대한다. 한국 미술계가 더 자신감을 갖고 글로벌 시장을 두드리다 보면, K아트가 전 세계 미술계에서 독보적인 영역을 차지할 수 있을 것이다.

신년 계획을 들려달라.

앞으로도 드림그림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지원해 장학생들이 자신의 재능을 더 많은 사람에게 드러내고 사회에 환원하며 선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

디지털화가 굉장한 화두가 되는 변화무쌍한 시대다. 새로운 변화들을 잘 목도하고 수용해, 선도적으로 트렌드를 이끌어나가며 성공적인 한 해를 한성자동차에서 만들어갈 계획이다.

개인적으로는 계속해서 연세대학교 초빙교수로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젊은 세대와 소통하고 나의 경험과 지식을 나눠줄 예정이다. 또 사진 작업에도 열심을 내 사진전을 열고 싶은 욕심도 있다. 마지막으로 시간이 날 때마다 여행을 더 많이 해서 한국의 아름다운 풍광을 더 즐기고 싶은 바람이다.

※ 정승우 - 고려대학교 법학과(학사), 동 대학원(법학 석사, 법학 박사) 졸업 후 2011년 공익재단법인 유중문화재단과 복합문화공간인 유중아트센터를 설립하여 이사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 정리=정소나 기자 jung.sona@joongang.co.kr _ 사진 지미연 객원기자

202401호 (2023.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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