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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류 중고 거래의 새 바람 

 

투자자들은 손실만 내고 있는 명품 의류 중고 거래 업체에서 수십억 달러를 날렸다. 리투아니아에서 설립된 뜻밖의 스타트업 빈티드가 마침내 돌파구를 찾아냈다.

▎유럽 중고의류의 왕 빈티드의 CEO 토마스 플란텡가는 유럽 전역을 아우르는 빈티드의 중고의류 시장에서 가장 인기 있는 브랜드는 대표적인 운동복 브랜드 아디다스와 나이키, 프랑스 여성복 브랜드 세잔이라고 말했다. / 사진:PHOTOGRAPH BY ANDREJS ZAVADSKIS FOR FORBES
토마스 플란텡가(40)는 빈티드의 미래를 TV 광고에 걸었다. 중고의류 재판매 앱인 빈티드는 매달 100만 달러를 쏟아붓고 있었다. 플란텡가가 프랑스 TV에 80만 달러짜리 승부를 걸었을 때 남아 있던 현금은 1년 치도 되지 않았다.

그게 2016년 5월의 이야기다. 당시 플란텡가는 설립 8년 차인 리투아니아의 스타트업을 살리기 위해 채용됐다. 2008년 한 대학의 파티에서 설립된 이래 빈티드는 10개국 사람들이 중고의류를 사고파는 플랫폼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그러나 사용자에게는 돈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광고로 서버 비용을 겨우 충당하는 수준이었다. 2014년에 미국의 중고 거래 플랫폼 포시마크처럼 20%의 판매 수수료를 책정하려 했지만 사용자들의 격한 반발에 직면해 트래픽이 하룻밤 새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 네덜란드에서 태어난 플란텡가는 리투아니아에 가본 적이 없었지만 2016년 5월 컨설턴트로서 빈티드와 5주 업무 계약을 체결했고, 18개월 뒤에는 빈티드의 CEO가 됐다.

플란텡가는 “빈티드는 그동안 봤던 회사들 중 가장 높은 고객 유지율과 참여도를 기록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포시마크 모델을 도입하면서 모든 것이 망가졌다”고 말했다.

플란텡가는 극약처방을 했다. 리투아니아 밖에 있는 빈티드 사무실 대부분을 닫고 직원을 절반으로 줄였으며 수수료를 75% 낮췄다. 플란텡가는 “나는 빌뉴스(리투아니아의 수도)의 악당이 됐다. 우버에서 두 번이나 탑승을 거부당했다. 그 우버 기사들이 내가 해고한 사람들의 친구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플란텡가가 빈티드의 공동 설립자 세 명(밀다 미트쿠테, 유스타스 야나우스카스, 만타스 미쿠카스)에게 했던 마지막 조언은 가장 충격적이었다. 플란텡가는 “현금을 모조리 TV에 쏟아부으라고 했다. 당시 내가 회사를 망가뜨리려는 경쟁사 측 인물이라는 소문이 돌았다”고 말했다.

당시 앱의 성적이 가장 좋았던 독일에서 TV 광고를 집중적으로 실시한 뒤 매출을 크게 올리는 데 실패하면서 빈티드에 남은 선택지는 사라진 상황이었다. 지칠 대로 지친 설립자들은 기꺼이 모든 것을 내걸 준비가 되어 있었다. 미쿠카스(39)는 “천천히 죽어가느니 대담하게 큰일을 벌여보는 것이 나았다”고 말했다.

플란텡가와 공동 설립자들은 빈티드의 사무실, 즉 천장에서 비가 새는 휑뎅그렁한 소련 시대 항공기 공장에서 마음을 졸이며 수치들을 살폈다. 오래 기다릴 필요도 없었다. 프랑스에서 광고가 방영된 지 몇 초 만에 다운로드 수가 급증했다.

7년 뒤 빈티드는 유럽 최대 수준의 소비자 거래 시장이 됐다. 2023년 매출이 6억 달러를 넘었고, 현재 전 세계 사용자 수는 1억 명에 달한다. 지난해에는 처음으로 연 수익(최소 2000만 달러)을 기록했다. 미국의 동종 업체인 리얼리얼(기업가치 3억6000만 달러), 스레드업(2억 달러), 포시마크(12억 달러에 매각)가 여전히 적자를 면치 못하는 것과 다른 모습이다. 빈티드는 2019년 투자금 1억4000만 달러를 유치하고 11억 달러로 기업가치를 평가받으며 발트해 연안 국가에서 첫 유니콘기업이 됐다. 그때 이후 매출은 6배로 뛰었다. 인사이트파트너스의 총괄 이사이자 빈티드의 이사인 데벤 파레크는 “빈티드는 이 업계에서 큰 격차로 앞서고 있는 선두 기업”이라고 말했다.

빈티드의 수수료는 70센트에서 시작하며 상한은 8%다. 포시마크를 비롯한 경쟁 플랫폼의 수수료는 20%부터 시작하지만 빈티드는 정렬, 상품 게시, 배송 같은 번거로운 일을 사용자에게 맡기면서 비용을 낮게 유지한다. 글로벌데이터의 애널리스트인 루이즈 데글리스파브르는 “클릭 세 번 만에 업로드할 수 있고 판매자가 내야 하는 수수료가 없다. 빈티드는 판매자의 관점에서 시장을 사로잡았다”고 말했다.


▎ 사진:GETTY IMAGES
빈티드의 눈길을 사로잡는 광고 캠페인과 세련된 로그인 절차에 힘입어 사이트는 매물로 가득 찼다. 또 플란텡가는 판매자들의 구매를 유도했다. 번거로운 경매 절차 없이 클릭 몇 번만 하면 새로운 코트나 핸드백이 배송되도록 만들었다. 미쿠카스는 “판매자가 플랫폼에서 가장 귀중한 존재이며, 이들에게 수수료를 물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 플란텡가의 통찰이었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고객에게 택배를 받을 현관이 없다는 유럽 도시 지역에서 빈티드에는 또 하나 중요한 이점이 있었다. 빈티드는 저가에 인근 상점으로 물품을 배송하고 약간의 수수료를 지불했다. 유럽 전역의 소규모 상점은 옷이 들어 있고 빈티드 라벨이 붙은 쓰레기 봉투로 가득해졌다. 플란텡가는 예산 절감을 위해 무료 포장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지만, 환경보호에 관심이 많은 젊은 고객들은 이를 신경 쓰지 않는다.

빈티드의 경쟁사로는 스타트업 외에도 온라인 중고 판매의 시조 격인 이베이가 있다. 글로벌데이터는 지난해 이베이가 의류 110억 달러어치를 판매했다고 추산했다. 빈티드의 규모는 지난해 11억 달러로,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한 일본 앱 메루카리의 절반 이하다. 엣시는 2021년 런던 소재 기업 디팝을 16억 달러에 인수하면서 중고의류 사업에 뛰어들었고, 유럽 기업인 자라와 H&M은 사내 중고 판매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포시마크는 2022년 10월 한국 검색 대기업 네이버에 인수되어 든든한 지원을 받고 있다. 3달러짜리 비키니를 판매하는 중국의 패스트패션 대기업 쉬인도 2022년에 중고 시장에 진출했다.

이러한 과제는 IPO를 계획 중인 플란텡가에게 영감을 주는 듯하다. 연이어 창업을 해온 기업가인 플란텡가에게 기업공개는 영예로운 업적이다. 플란텡가는 2010년에 첫 회사인 보트 대여 업체를 창업했다. 자신이 공학 석사 학위를 취득한 네덜란드의 에인트호번공대에서 학교 친구와 함께 설립했던 이 회사는 그저 그런 성공을 거뒀지만, 이후 네덜란드의 광고 웹사이트 OLX의 이목을 끌었다. OLX의 신흥 시장 부문장으로서 플란텡가는 인터넷 시장의 해결사가 되어 아르헨티나, 케냐, 두바이를 돌아다니며 OLX가 매출을 16억 달러까지 높이는 데 기여했다. OLX의 공동 설립자이자 빈티드의 투자자인 파브리스 그린다는 “플란텡가는 내가 아는 최고의 수완가”라고 말했다.

2014년 플란텐가는 그린다와 함께 또 다른 광고 웹사이트 셀잇을 설립했고, 2015년 11월에 약간의 지분을 받고 회사를 스페인 경쟁사 왈라팝에 매각했다. 플란텡가가 해결사로 어느 정도 명성을 쌓았을 때 인사이트파트너스의 투자자 엘로디 뒤피가 어느 휘청대는 투자 대상에 대한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플란텡가에게 연락했다. 그 휘청대는 회사가 바로 빈티드다. 플란텡가가 오기 전 빈티드는 입소문을 타고 초기에 성공을 거두면서 인사이트, 액셀 등 주요 투자사로부터 6000만 달러를 유치했다. 공동 투자자 세 사람이 2012년 모바일앱을 출시해 패션 전문가들로부터 주목을 받으면서 빈티드는 한층 더 인기를 끌었지만, 그 인기가 재무적인 성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플란텡가의 충격요법 이후 빈티드의 사용자 수와 매물 수는 증가했다. 그러나 사업은 여전히 구명줄을 겨우 붙들고 있는 수준이었다. 이미 처음 계약한 시기를 한참 지나 계약서도 없이 회사에 남아 있었던 플란텡가는 2017년 11월 CEO가 되어 지칠 대로 지친 빈티드의 공동 설립자들로부터 경영권을 승계했다. 미쿠카스는 “우리는 한 팀으로 뭉쳤지만 손익분기점을 달성하는 것은 시작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현재 빈티드의 공동 설립자들은 모두 회사를 떠난 상태다.

팬데믹으로 전자상거래 붐이 일면서 빈티드는 유럽 최대 전자상거래 시장인 영국에서 이제 막 디팝을 인수한 엣시와 경쟁을 벌였다. 광고에 더 많은 돈을 투자하고 배송 선택 사항을 세밀하게 조정하여 마침내 영국시장에서 성공한 플란텡가는 “전력투구하지 않았다면 엣시가 우릴 이겼을 것”이라고 말했다.

플란텡가는 빈티드의 기세를 헛되이 보낼 생각이 없다. 덴마크와 핀란드에서는 이제 막 사업이 시작됐다. 공학자로 훈련받은 플란텡가는 다음으로 어떤 국가를 겨냥할지 결정하기 위한 수식을 만들었다. 새로 진출하는 곳마다 빈티드는 광고에 돈을 쏟아붓고 배송을 간소화하여 프랑스에서 그랬듯이 모든 사용자가 활발히 활동하게 만들고자 한다. 플란텡가는 “이제 현금흐름이 흑자인 국가에서 나온 돈을 새로운 국가에 투자하는 시스템이 기계처럼 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아직 플란텡가의 공식에 맞지 않는 시장은 미국이다. 미국 시장은 이베이, 포시마크를 비롯한 중소 업체, 운동화 애호가를 위한 플랫폼 고트(GOAT)나 버킨 애호가를 위한 리백 등 전문 업체들로 파편화되어 있다. 코언스의 소매 부문 애널리스트인 올리버 첸은 “이베이가 대세였지만 경쟁사들이 생겨나면서 여러 고충을 겪었다”며 “이 업계의 관건은 이들이 모두 합병해야 하느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플란텡가는 멈추지 않았다. 빈티드는 2013년 미국 진출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2021년에 다시 도전했지만 역시 불발됐다. 플란텡가는 미국 시장이 “성숙하지 않았다”고 평했다.

미국 시장 진출을 보류한 플란텡가는 빈티드를 상위 시장에 진출시켜 명품 중고 시장에서 점유율을 차지하려고 한다. 최근 3000만 달러로 경쟁사 레벨의 인수를 추진했다. 레벨은 가품을 판별하는 자체 디자이너들로 구성된 진품 감정 팀을 보유한 회사다. 인수가 성사되면 빈티드의 평균 주문 액수와 수수료가 크게 증가할 것이다. 플란텡가는 “빈티드는 평범한 사람들과 평범한 의류를 위한 브랜드지만, 명품 부문을 아주 빠르게 키울 수 있었다”며 “1000유로가 넘는 패션 제품은 현재 회사에서 가장 빠르게 시장하는 부문”이라고 말했다.

- Iain Martin 포브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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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호 (2024.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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