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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재하 우아한형제들 CTO 

배달의민족이 여전히 1위인 이유 

신윤애 기자
엔데믹이 시작되자 팬데믹 특수 효과를 누렸던 배달업계가 불황에 빠졌다. 수요 감소, 물가상승, 배달비 인상이 원인으로 꼽힌다. 그럼에도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은 역대 최대 매출을 달성해 세간을 놀라게 했다. 배민은어떤 준비를 해왔을까. 또 성공 전략은 무엇일까. 전략의 중심에 있는 송재하 우아한형제들 CTO를 만나 지난 이야기를 들었다.

▎송재하 우아한형제들 CTO는 4년째 기술 부서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코로나19, 엔데믹, 인수합병 등의 굵직한 변화 속에서도 기술 체력을 기르며 배민의 성장을 이끌었다. / 사진:우아한형제들
“소비자, 점주, 라이더라는 세 주체가 유기적으로 움직여야 하고 주문→배달→후기작성이 1시간 내에 일어나야 한다는 배달업의 본질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엔데믹 이후 불어닥친 경기 불황으로 가격경쟁력이 중요해졌고 생성형 AI 같은 신기술이 세상을 바꾸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린 빠르고 ‘저렴한’ 배달을 목표로 합니다.”

지난 5월 13일 서울 송파구 우아한형제들 사무실에서 만난 송재하 우아한형제들 CTO가 팬데믹과 엔데믹 이후 배달업계의 변화를 설명했다. 더불어 그는 “비용효율성을 높이는 방법을 수년째 고민했고 ‘알뜰배달’ 같은 서비스를 내놓았다. 동시에 기술력을 기르고 커머스 사업 확장을 위한 투자도 아끼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부동의 1위 배민도 안심할 수 없는 게 바로 배달 시장이다. 환경 변화에 즉각 직격타를 입는 데다 조금만 느리거나 비싸도 곧장 경쟁 애플리케이션을 켤 만큼 충성도가 낮다. 게다가 배달 문화가 확장되고 성숙했지만 동시에 왕좌를 노리는 경쟁사들의 도전이 날로 과감해진다. 실제로 최근 경쟁사들은 배달비 무료 정책이라는 파격적인 카드를 꺼내 들었고, 각 지자체가 낮은 중개수수료와 배달비를 앞세워 선보인 공공배달앱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우아한형제들은 최근 구독제 멤버십을 도입한다고 예고했다. 서비스 명칭은 ‘배민클럽’으로, 매달 일정 구독료를 내면 배달료 무료 혹은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송 CTO는 배민클럽의 정확한 개시 일자나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밝히기 어렵다고 했다.

진정한 강자는 위기의 순간에 드러나는 법. 지난 3월 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불황과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역대 최대 실적을 발표했다. 우아한형제들의 2023년 매출은 3조4155억원, 영업이익은 6998억원으로, 전 년과 비교하면 각각 15.9%, 65% 증가했다. 이로써 음식 배달로 유니콘기업에 오른 전설의 스타트업은 엔데믹 이후 2년 연속 흑자를 기록하게 됐다.

배민의 반짝 실적은 수년간 투자해온 커머스 사업이 결실을 맺은 덕분이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배민은 이전에 열린 ‘우아한테크콘서트’에서 ‘배민은 더 이상 배달 앱이 아니다. 배달 앱을 넘어 이커머스 플랫폼으로 진화한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이를 위해 우아한형제들은 수년 전부터 사람과 시스템(기술)을 강화해왔다. 대규모 채용과 교육과정으로 능력 있는 개발자를 대거 영입했고, 아마존웹서비스(AWS) 클라우드로 100% 마이그레이션(이전)을 단행했다. 결제 시스템까지 클라우드화한 국내 첫 ‘클라우드 네이티브’ 전환 사례로도 잘 알려져 있다. 동시에 우아한형제들은 커머스 사업인 B마트, 배민스토어를 운영하며 배달 카테고리를 음식에서 그로서리, 생필품 등의 영역으로 확장하는 데 주력했다. 필요한 물건을 배달 음식처럼 빠르게 받아볼 수 있게 되자 소비자들의 관심이 쏠리기 시작했고, 그 덕분에 지난해엔 커머스 영역에서만 7000억원 가까운 매출을 올릴 수 있었다.

우아한형제들의 변화와 성장의 중심엔 기술 부서를 이끄는 송재하 CTO가 있다. 엔씨소프트와 SK플래닛, 야놀자 CTO를 거쳐 한창 코로나가 시작될 무렵인 2020년 우아한형제들에 입사한 그는 올해로 기술 부서를 맡은 지 4년째다. 그동안 팬데믹과 엔데믹이라는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 배민의 안정적 운영부터 인공지능(AI)·로봇기술·신규 프로덕트 등 미래 사업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또 독일 배달 기업 딜리버리히어로(DH)에 매각됐을 때도 묵묵히 자신이 할 일을 해나갔다. 위기와 기회의 순간들을 굽이굽이 지나온 송 CTO에게 그간의 이야기와 앞으로의 성장 전략을 들었다.

CTO로서 경험한 배달업은 어떠한가.

배달업은 짧은 시간 내에 모든 것이 정확하게 맞아떨어져야 하기 때문에 운영 능력이 많이 요구된다. 특히 하루에 수백만 건을 처리해야 하니 난도가 매우 높은 비즈니스다. 개인적으로는 결제, 상품 리스팅, 후기까지 두루 다뤄야 하는 배달 커머스가 모든 커머스 영역을 통틀어 난도가 가장 높다고 생각한다.

팬데믹과 엔데믹 기간에 큰 변화가 있었다.

모두 알다시피 팬데믹 시기에 배달 수요가 급증했다. 건수가 늘다 보니 요구되는 운영 능력, 기술 수준이 심화돼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2022년 엔데믹이 시작되며 더 큰 변화와 위기가 찾아왔다. 금리가 올라가고, 소비가 위축되는 경제 불황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결국 소비자들은 지불 능력이 저하됐고 점점 저렴한 배달을 요구했다. 이를 위해 배달료가 저렴한 ‘알뜰배달’ 같은 서비스를 론칭하고 품질이 담보되는 한도 내에서 비용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트레이드 오프(Trade-Off)를 실시했다. 무료 배달 캠페인에도 동참했다. 올해도 비슷한 콘셉트의 서비스를 출시해 플랫폼의 효율성을 강화할 듯하다. 기술적인 변화도 상당했다. 2년 사이 생성형 AI가 급속도로 발전해 이제는 튜링테스트(Turing Test, 기계 지능 테스트)를 통과한 단계로 넘어갔다고 생각한다. 이 기술은 배달 서비스뿐만 아니라 모든 대국민 서비스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변화 속도도 매우 빠르다. 인류 역사에서 다시는 경험해보지 못할 혁명적인 변화가 아닐까 추측한다. 개인적으로는 증기기관보다 훨씬 더 크게 우리 삶을 바꿀 것이라고 생각한다.

배달 서비스에는 생성형 AI를 어떻게 활용하나.

첫째, 고객 서비스 측면이다. 처음 생성형 AI가 나왔을 때 UX를 혁신하려는 시도들이 있었다. 예를 들면 음식을 주문할 때 현재는 메뉴검색→결제→리뷰까지 수많은 ‘클릭’이 필요하지만 생성형 AI가 활용되면 이 과정을 자동으로 혹은 음성 명령만으로 진행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오늘 날씨에 맞는 메뉴를 추천해줘’라고 명령만 하면 된다. 문제는 기술적인 난도가 높다는 점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기술적인 한계가 있었다. 여기엔 5가지 정도 이유가 있는데 우선 비용 문제다. 배달의민족은 하루에 10억 건이 넘는 트래픽이 발생한다. 주문은 수백만 건에 이른다. 이렇게 많은 작업을 생성형 AI로 처리하려면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갈 것이다.

둘째, 리스펀스 타임이 충분치 않았다. 명령어가 많아지면 시간이 오래 걸리는 법인데, 배고픈 소비자들은 추천 메뉴를 기다리다가 결국 다른 배달 앱을 켜고 말 것이다. 다음은 정확도 문제다. 질문을 던졌을 때 엉뚱한 답이 나오는 경우가 있다. 오답률이 10%라고 가정하면, 질문 12억 건 중 실패 건수는 1억2000만건이나 된다. 이 어마어마한 수치는 당연히 프로덕트의 실패로 간주된다. 그뿐만 아니라 콘텐트나 기술 자산을 LLM에 올렸을 때 발생하는 문제도 있다. 이는 AI가 지식을 학습하는 기반이 되어버릴 수 있는데 이로써 독점적인 지식재산을 훼손할 수 있다는 위험이 생긴다. 반대 방향의 문제도 발생한다.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타인의 지식재산을 학습해 우리 서비스에 나오게 됐을 경우, 지식재산 침해 이슈가 생길 수 있다. 대국민 서비스를 하는 배민이 이런 모험을 할 수는 없어 보수적으로 대응하기로 했다. LLM과 실시간으로 대화 나누는 경험을 제공하지는 않고 유저들의 리뷰나 취향을 생성형 AI로 분석한 다음 콘텐트를 만들어 서비스로 제공했다.

이 외에 일하는 과정에서도 AI를 좀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눈비 오는 날처럼 고객 상담(CS)가 몰리는 시기에 AI를 활용하고, 리뷰에 올라오는 사진을 AI가 선제적으로 검수한다. 더불어 개발자들이 코파일럿에 개발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AI 활용도 적극적으로 도입했다. 거의 모든 개발자에게 AI 기반의 코드 어시스턴트들이 제공된다.

올해는 사정이 달라졌나.

올해는 우리뿐 아니라 많은 기업이 생성형 AI를 활용해 유저 인터페이스의 본격적인 혁신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 변화하지 않으면 챗GPT 앱 혹은 모바일 디바이스의 빌트인 서비스들이 새로운 인터페이스를 독점하고, 이후 각종 서비스를 덧붙여 시장을 선점할 우려가 있다.

시장에 새로운 기술이 나왔을 때 리스크를 감수하며 도입할지, 시장 선점을 포기하더라도 보수적으로 도입할지에 대한 갈등이 있을 듯하다. 우아한형제들의 기조는 무엇인가.

다소 보수적으로 도입하는 편이다. 배민은 이제 작은 기업이 아니다. 많은 국민이 매일 사용하는 업계 리더다. 따라서 법적인 문제, 윤리적인 문제를 잘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다. 더불어 플랫폼에는 소비자, 점주, 라이더라는 세 주체가 있는 만큼 이해관계자들 간에 이해 침해가 일어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인다. 이를테면 새로운 서비스를 론칭했을 때 고객과 점주는 좋을 수 있지만 라이더에게는 불편하고 손해가 발생하는 일일 수 있다. 이런 상황을 잘 체크해 이해관계자들의 리스크 헤지를 잘하려고 노력한다.

2016년 시작한 AWS 클라우드로의 마이그레이션이 2021년에 마무리됐다. 이후 3년 여간 사용해본 소감은.

2021년 결제 정산 시스템까지 마이그레이션을 끝냈다. 그다음 결제 영역에서 우리가 오랫동안 찾기 어려웠던 결함 하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오류를 찾으려면 환경을 재현해야 되는데 이전까지는 재현하기 쉽지 않았다. 이를 위해선 새로 발주를 하고 기다리고 세팅해야 하는데,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일이기 때문이다. 클라우드상에서는 단순히 클릭을 통해 환경을 설정하고 데이터와 시스템을 입력하면 곧바로 시뮬레이션을 할 수 있다. 그토록 찾아 헤매던 결함을 빠른 시간 안에 발견했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시간은 결국 기회비용 혹은 직접비용이다. 이런 비용을 아낄 수 있었던 것이 가장 극명한 혜택이지 않았나 싶다. 이 외에도 AWS 클라우드로 마이그레이션한 이후 AI를 활용해 메뉴 분류 및 추천, 배차 효율화, 리뷰 필터링 등 다양한 AI 기반 서비스를 고도화했고 자율주행 로봇에도 생성형 AI를 활용하는 등 선순환을 이뤄냈다. 관련 내용을 지난 5월 16일 열린 AWS 서밋 서울 2024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발표했다.

비용효율성 제고에도 도움이 됐나.


▎ 사진:우아한형제들
앞서 말했듯 엔데믹 이후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데 많은 에너지를 썼다. 여기엔 운영 비용과 관리 비용을 줄이는 일도 포함된다. 대표적인 예로 클라우드 사용 이후 클러스터를 활용할 때 클러스터의 CPO(Cost Per Order, 주문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를 대폭 줄일 수 있었다. 2022년 말 3유로센트 초반이었던 가격을 지난해 말 2유로센트 후반대로 줄일 수 있었다. 배달 비즈니스 특성상 트래픽이 식사 시간대에 피크를 치는데, 이 시간대에만 컴퓨팅 파워를 올려 비용을 줄일 수 있었다. AWS의 조언대로 어디에서 얼마나 컴퓨팅 파워가 사용되고 있는지, 혹은 어느 부분에서 낭비되고 있는지 정확히 측정하고 저렴한 비용으로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았기에 가능한 결과였다. 가격경쟁을 해야 되는 단계에서 큰 도움이 됐다.

일하는 방식에도 변화가 있었을 것 같은데.

거대한 DB 하나를 두고 그 안에 시스템 기능들을 몰아넣었던 방식에서 마이크로서비스 아키텍처(Micro service Architecture: MSA)로 클라우드에 올리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이전엔 한 영역을 수정하려면 다른 영역이 함께 영향을 받아야만 했는데 이젠 완벽히 독립성을 갖게 됐다. 서로의 오류를 공유하지 않는 데다 시스템에 변화가 생겼을 때 전체를 바꾸지 않고도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안전하고 효율적인 구조가 됐다. 다만 너무 독립적으로 개발되고 진화하다 보니 서로 다른 영역들이 조화를 이룰 수 있는지 시스템을 검증하는 일이 까다로워졌다. 많은 기업이 이 부분에서 더욱 효율적인 구조를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는데 쉽지 않은 일이다. 우리는 컨테이너라이즈라는 준비 단계를 마련했다. 서비스들을 컨테이너에 넣어 유기적으로 관리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AWS 종속 문제에 대한 의견은.

AWS는 이제 많이 보편화된 글로벌기업이다. 갑자기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한다고 통보하거나 비용을 터무니없이 올릴 가능성도 없다고 본다. 오히려 비용 절감을 위해 애쓰고 있다. 문제는 AWS 서비스가 먹통이 되거나 서비스 혹은 회사가 없어지는 경우다. 이 문제를 우리는 재난 대응 수준인 DRP(Disaster Recovery Planning)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 컨테이너 단위로 패키징을 구워 놓고 어느 클라우드 서비스로 이관하든 잘 작동하도록 대비하는 것이다.

배달로봇은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나. 개발을 시작한 지 7년 만인 지난해 테헤란로에서 서비스를 시작해 화제가 됐다.

배달로봇의 이름은 ‘딜리X’로, 하드웨어 디바이스의 설계부터 자율주행 알고리즘까지 100% 자체 기술력으로 만든 프로덕트다. 현재 양산형을 설계하고 준비하고 있다. 배달로봇을 개발하는 여정에서 가장 큰 전환점은 배달로봇 발전에 제약이 되던 법적 규제가 해소됐다는 것이다. 그동안 배달로봇이 인도로 다니려면 따로 허가를 받아야 했는데 이젠 자유로워졌다. 또 배달로봇이 주행 중 촬영한 영상물로 인공지능 학습을 할 수 있게 된 것도 큰 변화이다. 더 똑똑해질 수 있으니 말이다. 이 외에도 배달로봇의 상용화를 위해서는 4대 규제를 넘어야 했는데 이제 모두 해결됐다.

이제 어떤 과제가 남았나.

첫째, 로봇의 자율주행 수준을 높여 다양한 상황에서 서비스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배달로봇은 속도가 높지 않고 부딪히더라도 생명이나 안전에 위협을 주는 정도는 아니지만 차선이나 신호등이 없는 인도를 다닌다는 점에서 어린아이나 반려동물과의 접촉은 문제가 될 수 있다. 모든 장애물을 잘 피해 다니면서 원활하게 이동하는 자율주행을 이뤄내야 한다. 두 번째 과제는 공동 현관문과 엘리베이터를 통과하는 일이다. 엘리베이터의 경우 신호체계를 서버 통신으로 받아 타고 내릴 수 있지만 오래된 아파트는 그렇지 못하다. 아파트마다 로봇의 출입 허용 여부에 대한 동의 문제도 숙제로 남아 있다. 세 번째는 로봇이 물건을 직접 싣고 내리게 하는 것이다. 가게에서 음식을 픽업해 소비자의 문 앞까지 갖다 놓는 것이다. 현재 배달로봇은(그 어떤 로봇도) 직접 문을 열고 들어가 자신의 가방 안에 배달물을 넣지 못한다. 기술적으로 상당히 난도가 높다. 이 모든 과정에서 사람의 개입을 최대한 줄여 완전 무인화하는 것이 우리가 추구하고 있는 딜리X의 모습이다.

기술적으로도 어렵고 오래 걸리는 일인데 로봇을 도입한 이유가 궁금하다.

빠르고 저렴한 배달을 하려면 배달로봇은 꼭 필요하다. 현재 하루에 수백만 건씩 배달을 처리하는데, 우리 목표는 하루에 수천만 건을 처리하는 것이다. 반면 인구 구조상 배달을 담당할 라이더는 점점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당연히 인건비 상승, 배달료 상승으로 이어진다. 배달업의 생명과도 같은 속도의 차이는 어떤 오토바이를 사용하는지에 달린 것이 아니라 얼마나 많은 배달 수단이 가용한지에서 비롯된다. 결국 인간이 아닌 무언가, 즉 로봇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다행히도 생성형 AI의 등장으로 배달로봇의 발전이 가속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DH 인수합병 이후엔 어떤 변화가 생겼나.

C레벨로서 DH와 협업할 일이 많았다. 그때마다 느낀 점이 ‘우리는 확실히 단일민족’이라는 것이다. 한국은 하나의 시장, 하나의 언어, 하나의 문화권으로 일하지 않나. 우리는 서로 어떤 일을 해야 되는지 말이 필요 없고, 80% 정도는 눈치코치로 알아듣고 일을 한다. 그런데 DH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개발 인력만 봐도 국적이 100개가 넘는다. 눈치코치가 통할 수 없다. 그래서 모든 일은 명확한 정의를 내리는 것부터 시작한다. RFC(Request for Comments)라는 것인데, 누군가가 제안서를 작성하면 거기에 다른 사람들이 연이어 아이디어를 덧붙인 다음 코멘트 내용을 반영한 결과물을 오너가 정리하고 향상하는 방식이다. 전 세계적으로 선진적인 IT기업들이 많이 도입했고 우리도 그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

합병 후에 참신함 등 우아한형제들만의 색깔을 잃어버리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시각이 있다.

창업자 김봉진님이 남겨놓은 DNA, 특히 업을 바라보는 기본 원칙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예를 들면 업을 바라보는 가장 중요한 원칙은 고객 만족과 고객 창출이라는 것. 그 무엇보다 고객이 먼저여야 한다는 철학은 여전히 가장 우선된다. ‘송파구에서 일을 더 잘하는 11가지 방법’과 같은 배민다움의 기본정신 또한 조직원 모두가 늘 염두에 두고 있다. 물론 여기에 DH의 서구적인 스타일이 더해져 업그레이드되는 부분도 있다. 데이터를 분석해 정량적인 판단(예측)을 하고 과감하게 실현해내는 것이다. 회사 발전에 꼭 필요한 변증적인 기업문화라고 생각한다.

최근 퀵 커머스에도 뛰어들었는데.

결제 이후 1시간 이내에 상품을 받아보는 것. 우리는 이를 퀵 커머스가 아닌 ‘배달 커머스’라고 정의한다. 배달 커머스 영역인 B마트와 배민 스토어를 구축하고 시스템을 운영하는 게 우리 기술 부서의 책임이다. 음식 배달 영역에서 쌓은 노하우를 공통화해서 배달 커머스 영역에 적용하는 플랫폼화를 진행 중이다. 현재 배달 커머스 영역이 잘 성장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난해 배민 스토어와 B마트를 포함한 커머스 비즈니스 매출이 6880억원이었는데, 이는 전년 대비 34% 정도 성장한 수치다.

커머스 분야에선 네이버나 쿠팡보다 후발 주자다.

쿠팡은 새벽 ‘배달’ 커머스가 아닌 ‘배송’ 커머스로 사입 형태의 끝판왕이다. 네이버도 ‘배송’ 커머스인데 오픈마켓 형태의 끝판왕이라고 볼 수 있다. 반면 배민은 사입(B마트), 오픈마켓(배민스토어) 양쪽에서 ‘배달’ 커머스를 제공한다. 하루 이틀 내에 배송되는 것과 달리 음식배달처럼 결제 즉시 빠른 시간 안에 배달을 해준다. 즉, 네이버나 쿠팡과 겹치지 않는 빈틈을 공략하는 것이다. 현재 가장 큰 허들은 배달 비용인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기술적·운영적인 측면에서 비용 최적화를 시도하고 있다.

우아한형제들은 개발자를 대거 영입했다. 개발 인력은 앞으로도 계속 늘려갈 생각인가.

AI 등장 이후 개발자들은 더 큰 능력을 지니게 됐다. 박사 수준의 조교가 내 옆에서 일을 도와주니 말이다. 물론 가끔은 사실 검증이 필요하지만.(웃음) 개발자 구성원 한 명의 임팩트가 커진 상황에서 인원은 이제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마도 우리뿐 아니라 업계 전체가 인력 충원에 대한 같은 고민을 하지 않을까 싶다.

그간의 소회는.

팬데믹이 시작되자마자 입사했다. 회사는 매우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었고 좋은 엔지니어를 많이 확보하는 성장과 존속이 핵심이었다. 당시 테크 HR이라는 별도 조직을 만들어 직속 조직으로 운영했다. 우아한테크코스, 우아한테크캠프를 활용해 좋은 신입 엔지니어를 선발하고 기존 엔지니어의 역량을 강화했다. 덕분에 당시 400명대였던 개발 인력이 현재 800명대로 늘었다. 그러다 2021년 초에 공정위에서 DH와의 합병이 승인됐고, 그때부터 DH와 한 몸이 되는 과정을 겪었다. 우리의 이벤트 프로모션 시스템 자동화 등 시스템 일부를 DH 산하의 유럽 기업에 적용해보기도 했다. 이후 2022년 시작된 엔데믹으로 경기 불황을 맞았고 배달비가 화두에 올랐다. 비용효율성을 치열하게 고민했던 시기다. 이런 변화를 겪을 때마다 김봉진님을 떠올렸다.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이라는 가치를 잊지 않기 위해서다. 돌아보면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고객을 유치하고자 파이팅했던 유익한 시간들이었다.

- 신윤애 기자 shin.yunae@joongang.co.kr

202406호 (2024.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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