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K-뷰티의 새로운 흐름] 정철 VT코스메틱 대표 

제품개발·마케팅의 역발상 

노유선 기자
해외에서의 인기에 힘입어 국내시장에서도 성공한 VT코스메틱은 ‘역발상’의 대가다. 스킨케어 제품이라면 응당 부드러운 사용감을 선사해야 한다는 선입견에서 벗어나, VT코스메틱은 따끔거리는 화장품 ‘리들샷’으로 지난해 매출 신장률 35.8%를 달성했다. 매출액(1774억원) 중 77%가 일본발(發)이다. 정철 VT코스메틱 대표는 “이러한 신선함이 우리의 강점”이라며 “히트 상품이 아닌 베스트셀러로 수출국을 다변화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VT의 자회사인 VT코스메틱이 그룹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51%에서 2023년 60%로 늘었다.
“피부에 상처가 나면 회복되는 건 불변의 진리 아닌가요? VT코스메틱은 이 진리에 충실한 제품을 만들고자 노력해왔습니다.”

VT코스메틱이 만든 앰플형 기초 화장품 리들샷에는 미세한 바늘 같은 성분이 들어 있어 피부에 바르면 따끔거린다. 이렇게 자극받은 피부가 스스로 재생하는 동안 시카, 비타민, 레티놀 등 유효성분을 투입하면 피부 흡수율이 평소보다 높아진다. VT코스메틱은 이 리들샷과 피부 진정·재생에 도움을 주는 시카 크림 등으로 일본 시장에 먼저 진출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지난해 VT코스메틱이 거둔 매출액(1774억 원) 중 77%가 일본에서 나왔다.

VT코스메틱은 일본에서 거둔 성공에 힘입어 지난해 국내시장에 도전했다. 리들샷의 따끔따끔한 성분이 까다로운 한국 소비자에게도 통할지는 장담할 수 없었다. 지난해 10월 VT코스메틱은 국내 유통업체 다이소와 협업해 성분 배합을 달리한 다이소용 리들샷을 선보였다. 리들샷은 다이소 판매 2주 만에 초도 물량이 완판되는 품절 대란을 일으켰고, 급기야 다이소에 전례가 없는 오픈런(개점 시간 구매) 현상까지 벌어졌다. 덕분에 VT코스메틱은 지난해 매출 신장률 35.8%를 달성했다.

지난 5월 16일 포브스코리아 인터뷰에서 정철 VT코스메틱 대표는 “국내 화장품 시장에서 경쟁이 너무나 치열했기에 일본 시장에 먼저 문을 두드렸다”며 “일본 시장에서 성장 가능성을 확인한 뒤 이를 국내에서 현실화하기 위해 힘썼다”고 말했다. 이어 “VT코스메틱은 탄탄한 제품력이 강점”이라며 “히트 상품이 아닌 베스트셀러로 소비자에게 변하지 않는 가치를 전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신선함으로 해외 소비자 눈길 사로잡아

일본뿐 아니라 전 세계가 K-뷰티에 주목한다. 그 배경이 뭐라고 보는가.

K팝이 한류 열풍의 포문을 열면서 다양한 K-컬처 콘텐트가 전 세계에 퍼져나갔다. 덕분에 글로벌 시장에 한국과 한국산 제품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가 자리 잡았다. 특히 K-뷰티는 좋은 원료와 트렌디한 감각이 결합해 시너지를 낸 결과 오늘날의 성과를 거뒀다. K-뷰티 제품 중에는 국내 소비자에게는 익숙할지라도 외국인의 시선에서 보면 매우 신선한 제품이 여럿 있다. VT코스메틱의 리들샷도 독특하지 않나. 나노 바이오 기술력을 화장품에 반영한 VT코스메틱의 시도 역시 신선하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대기업에서 중소기업으로 K-뷰티 무게중심이 옮겨가는 모양새다.

미디어의 변화와 K-뷰티 판세가 궤를 같이한다고 본다. 과거 소위 메이저 방송국이라 불리는 지상파 매체가 미디어 시장에서 주류를 이뤘다면 이제는 ‘1인 1 미디어’ 시대가 됐다. 지상파 매체보다 더 빨리, 더 많은, 더 다양한 콘텐트가 소비자를 찾는다. 이러한 정보의 홍수 속에서 진정성과 전문성이 함께 담긴 콘텐트를 생산해내야 세상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 화장품 시장도 마찬가지다. 소비자 개개인의 취향과 개성이 우선시 되는 초개인화 시대에 접어들었다. 소비자들은 저마다 세분화된 니즈에 맞는 제품을 적극적으로 찾고 주체적으로 소비한다.

어떻게 일본 시장을 공략했는지 궁금하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유통의 중심이 오프라인에서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시장으로 넘어오자 기존 일본 유통시장의 관행으로는 한계가 있겠다고 판단했다. 소비자의 니즈를 빠르게 판단하고 트렌디한 제품을 신속하게 출시하기 위해서는 ‘상품 제안-도입-판매’ 과정을 최대한 압축해야 했다. 그 대신 체험 공유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힘썼다. VT코스메틱 제품을 사용해본 일본 소비자들이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도록 유도하는 마케팅 캠페인을 펼친 것이 주효했다. 가령 VT코스메틱의 히트 상품 중 하나인 시카 시트 마스크가 유행할 수 있도록 ‘1일 1시카’라는 슬로건을 내걸어 소비를 유도하기도 했다.

K-뷰티 열풍은 얼마나 지속되리라 보는가.

특정 산업이 마냥 전성기를 누릴 수는 없다. 전성기가 있으면 쇠퇴기도 있기 마련이다. K-뷰티 유행도 최정점을 찍은 뒤 거품이 빠지면서 제자리를 찾아갈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며 담금질하다 보면 성장을 거듭하는 뷰티업체만이 K-뷰티 생태계에 남게 될 것이다. 이에 한국 화장품 업계는 트렌드의 지속성에 주목하기보다 자사의 제품력과 확장성에 전념해야 한다고 본다. 더 많은 국가로 수출국을 다변화하려면 현지화 작업이 필수적이다. 각 국가에 맞는 현지화 전략으로 시장을 확장해나가야 한다.

- 노유선 noh.yousun@joongang.co.kr _ 사진 최기웅 기자

202406호 (2024.05.23)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