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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뷰티의 새로운 흐름] 김성운 실리콘투 대표 

빠르고 정교한 로컬라이징 전략 

노유선 기자
제2의 K-뷰티 전성기가 도래했다고 해도 모든 뷰티업체가 시대적 호재를 누리는 것은 아니다. 기회는 준비된 기업에 오기 마련이다. 화장품 판매·유통업체 실리콘투는 일찌감치 효율적인 물류 시스템과 현지화 마케팅 전략을 마련한 덕분에 호실적을 거둘 수 있었다.

▎김성운 실리콘투 대표는 “세계 각국에서 한국 화장품을 손쉽게 구입할 수 있도록 유통·물류 네트워크를 탄탄하게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2002년 설립된 실리콘투는 미국, 유럽,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에서 해외 법인 10여 개를 운영하는 화장품 판매·유통업체다.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시장의 활성화와 K-뷰티 선호 현상이 맞물리면서 지난해 이 회사의 실적은 그야말로 ‘퀀텀점프’했다. 매출액(3428억원)은 전년(1652억원)과 비교해 두 배 이상 늘었고 영업이익(478억원)은 같은 기간 236% 급증했다. 실리콘투의 사업 영역은 크게 D2C(소비자 대상 직접 판매·Direct to Consumer), B2B(기업 간 거래), 브랜드 인큐베이팅 사업 등으로 구분된다.

지난 5월 14일 포브스코리아와 진행한 서면 인터뷰에서 김성운 실리콘투 대표는 “한국의 문화적 수준이 높아지면서 글로벌 시장이 K-뷰티, K-푸드, K-패션 등을 비롯한 한국산 제품에 주목하기 시작했다”며 “그중 한국 화장품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와 가심비(가격대비 심리적 만족도)를 모두 충족한다”고 호실적을 거둔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 대표는 “K-뷰티에 대한 글로벌 시장의 만족도가 워낙 높기 때문에 당분간 어느 국가도 이를 대체하기 힘들 것”이라며 향후 K-뷰티산업을 전망했다.

K-뷰티 트렌드를 알리는 이정표

실리콘투가 운영하는 이커머스 플랫폼 ‘스타일코리안’에 대해 설명해달라.

스타일코리안은 국경 간 거래(Cross Border Transaction: CBT) 비즈니스 기반 역직구 플랫폼이다. 이곳에서는 해외 소비자가 한국 화장품을 직접 구입할 수 있고 현지 판매사업자가 도매 형태로 사가기도 한다. 개별 소비자든 도매상이든 가장 빨리 한국의 화장품 트렌드를 파악할 수 있는 곳이 스타일코리안이라고 자신한다. 플랫폼에 쌓인 판매 데이터 덕분에 실리콘투는 효과적인 마케팅 전략을 세우고 공격적으로 해외 법인을 확대해 유통·물류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었다.

모두가 시대적 호재를 누릴 수 있는 건 아니다. 실리콘투의 저력은 무엇인가.

크게 세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첫째, 정교한 로컬라이징 전략이다. 플랫폼에 누적된 판매 데이터와 해외 법인이 확보한 현장 지식 덕분에 현지에 맞는 효과적인 마케팅 전략을 수립할 수 있었다. 둘째, 빠른 의사결정구조와 실행력이다. 아무래도 작은 조직이다 보니 비즈니스 환경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는 일찌감치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을 탄탄하게 구축하고 물류 시스템에 로봇을 접목한 것이 오늘날 사업 운영 전반의 효율성 증대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K-뷰티 생태계가 재편되고 있다. 그 배경을 무엇이라 보는가.

과거엔 브랜드 홍보 채널이 다양하지 못했다. ‘대기업-레거시 미디어-연예인-대형 판매점’이 업계에서 통용되는 화장품 판매 공식이었다. 하지만 소셜미디어(SNS)와 유튜브 등 뉴미디어가 등장하면서 중소기업들이 저렴한 비용에 브랜드를 홍보할 수 있게 됐다. ‘중소기업-뉴미디어-인플루언서-이커머스 시장’이라는 새로운 판매 루트가 탄생한 덕분에 더 많은 뷰티업체가 자사 브랜드 제품을 판매할 기회를 누릴 수 있게 됐다. 이에 더해 해외 이커머스 플랫폼을 이용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기가 쉬워지면서 발 빠른 중소기업들이 공격적으로 해외 판로를 개척한 것도 K-뷰티 생태계 재편에 주효했다.

K-뷰티가 일시적 유행이 아닌 메가 트렌드로 자리 잡으려면 산업 전반에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K-뷰티를 둘러싼 전 세계적인 인기가 한때 유행하는 트렌드에 그친다면 매우 안타까울 것이다. 지금의 트렌드를 하나의 문화 코드로 육성해야 한다. 쉽게 말해 K-뷰티가 K-컬처의 한 영역으로 정착해 대체 불가능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뷰티업계에는 여전히 좋은 제품과 아이디어는 있지만 자금과 인력의 한계로 고군분투하는 스타트업이 많다. 그동안 실리콘투는 이들을 지원하기 위해 ‘K-뷰티 스타트업 육성 사업(브랜드 인큐베이팅)’을 운영해왔다. 이 사업에 힘입어 스타트업 10여 곳이 아이디어를 현실화했다.

향후 실리콘투의 성장 전략은 무엇인가.

세계 어디를 가든 미국의 코카콜라를 쉽게 구입할 수 있듯이 전 세계 어디에서든 한국 화장품을 손쉽게 구입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 계획이다. 현재 K-뷰티의 주된 해외 판매 루트는 온라인 채널이다. 이제는 오프라인 채널로 판매 저변을 넓힐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 실리콘투는 해외 법인의 영업 물류망을 기반으로 현지 중대형 매장 내 소규모 스토어에 입점해 판매 선반을 확장할 계획이다. 이렇게 K-뷰티 매대를 최대한 확보한 다음에는, K-뷰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한국의 다양한 소비재를 판매·유통하는 역할을 수행하고자 한다. 한국기업이 손쉽게 해외로 진출할 수 있는 글로벌 교두보로 거듭나겠다.

- 노유선 noh.yousun@joongang.co.kr _ 사진 최영재 기자

202406호 (2024.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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