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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우가 만난 예술계 파워리더(30) 패트릭 리 프리즈 서울 디렉터 

예술이 쏘아 올린 흥미로운 시간 

정소나 기자
매년 9월이면 서울을 예술의 열기로 후끈 달아오르게 만드는 ‘프리즈 서울’이 9월 4일부터 7일까지 코엑스에서 열린다. 프리즈 서울 패트릭 리 디렉터는 아트페어가 작품을 사고파는 공간을 넘어 서울의 문화적인 매력을 보여주고 기억에 남는 경험을 선사하는 시간이 되길 기대한다

▎해를 거듭할수록 프리즈 서울을 더욱 뜨거운 관심과 기대를 모으는, 아시아를 대표하는 박람회로 이끌고 있는 페트릭 리 디렉터.
프리즈(Frieze)는 1991년 창간된 영국의 현대미술 잡지 ‘프리즈’를 만든 매슈 슬로토버, 아만다 샤프가 2003년 영국 런던에서 시작한 아트페어다. 이후 프리즈는 미국 뉴욕, 로스앤젤레스와 서울까지 영역을 확장했다. 지금은 스위스에서 시작된 아트바젤(Art Basel), 프랑스의 피악(FIAC)과 함께 세계 3대 아트페어로 불린다.

프리즈 서울(Frieze Seoul)은 런던에서 시작한 프리즈가 세계 다섯 번째로 출범한 페어다. 아시아 첫 개최지로 서울을 선택해 국제 미술계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프리즈 서울은 2022년부터 시작해 2026년까지 5년간 한국화랑협회가 운영하는 키아프(Kiaf)와 협업해 페어를 개최한다. 올해는 그 세 번째로 전 세계 110여 개 갤러리가 참여한다. 아라리오갤러리, 갤러리현대, 조현화랑, 국제갤러리, PKM 갤러리 등 한국의 주요 갤러리를 비롯해 가고시안, 하우저앤드워스. 타데우스 로팍, 화이트 큐브 등 국제적으로 저명한 갤러리들이 올해도 서울을 찾는다.

3년째 프리즈 서울을 이끌고 있는 패트릭 리(Patrick Lee) 디렉터는 약 20년 동안 한국 예술계에 몸담고 있다. 원앤제이 갤러리에서 13년간 디렉터로 활약했고, 이후 갤러리현대에서 이사로 근무하며 한국 작가를 해외에 알리는 일을 해왔다. 2022년 9월, 서울에서 열리는 첫 번째 프리즈 행사를 앞두고 2021년 12월 프리즈 서울의 디렉터로 부임했다. 세 번째 아트페어 준비에 한창인 지난 8월 9일 오후 정승우 이사장이 패트릭 리 디렉터를 만났다.

프리즈 서울에 합류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프리즈가 서울에서 아트페어를 개최한다는 계획을 발표했을 때부터 함께하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여러 차례 프리즈 페어에 갤러리스트로 참가하면서 서울 예술계에 대한 의견과 아이디어를 나누며 협력해왔기에 이미 프리즈 조직이나 팀과도 친숙했다. 이후 프리즈가 서울에 미칠 영향과 한국 예술을 세계적으로 알릴 수 있는 가능성을 깨달으며 기대감이 커졌고, 내가 기여할 수 있는 일이 많겠다는 생각에 디렉터직에 지원했다. 이렇게 재능 넘치고 창의적인 조직에 함께하며 나 또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어 항상 감사한 마음이다.

프리즈 서울이 올해로 3회째다. 소감을 들려달라.


▎프리즈 서울 제2회 아티스트 어워드 수상자 최고은 작가의 수상작 ‘화이트 홈 월: 웰컴(White Home Wall: Welcome)’과 ‘글로리아(Gloria)’. 디지털 경험으로 가득 찬 세상 속에서 테크놀로지가 내포하는 물질성에 대한 화두를 제시하는 작품으로, 프리즈 서울 기간에 함께 전시될 예정이다.
그동안 프리즈 서울의 에디션은 전 세계 수집가, 갤러리, 예술 애호가들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프리즈 위크를 통해 서울의 다양한 예술 전시와 이벤트에 예술 애호가들을 끌어들이는 중요한 모멘텀을 만들어냈다. 올해는 이전보다도 더 많은 것을 보여주는 해가 될 것 같다. 한국의 더욱 다양한 문화기관과 협력해 서울에 더 깊이 뿌리내릴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를 가능하게 해준 지역 예술 커뮤니티의 지속적인 지원에 감사드리며 이러한 협업 덕분에 프리즈 서울이 전 세계 아트캘린더에에서 놓칠 수 없는 중요한 행사로 자리 잡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프리즈 서울이 올해 서울아트위크에서 어떠한 프로그램을 선보일지 기대된다.

프리즈 서울은 한국의 문화예술을 지원하고 홍보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아트 컬렉터, 문화예술 협회들, 갤러리들, 비영리단체와 정부 기관들, 언론, 그 외 예술계 인사들과 맺어온 관계가 깊이를 더하고 있다. 세 번째 에디션을 맞이하며, 서울의 주요 예술 구역에서 심야 오프닝과 이벤트를 열어 서울의 독창적인 예술계를 조명할 예정이다. 특히 프리즈 서울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프리즈 라이브(Frieze Live) 프로그램이 소개된다. 프리즈 라이브라는 새로운 퍼포먼스 아트 섹션을 도입해 차연서, 제시 천, 홍지영, 장수미, 김원영 & 프로젝트 이인 등 여러 아티스트의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아트선재의 문지윤 큐레이터와 함께하는 프리즈 라이브는 전통적인 방식의 아트페어 프로그램을 더욱 확장해 보여줄 생각이다. 또 다른 하이라이트는 이화여대 EMAP(Ewha Media Art Presentation)와 협력하여 야외에서 진행되는 프리즈 필름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MMCA의 박주원 큐레이터, 테이트 모던의 발렌타인 우만스키 큐레이터와 함께 기획해 국제 예술가 20여 명의 작품을 이화여자대학교의 역사적인 야외 정원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예전 인터뷰 내용 중 “본인이 바라지 않는 것은 ‘뻔한 페어’다’’라고 언급한 부분이 기억에 남는다. 어떻게 해야 ‘뻔한 페어’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정승우 이사장 (오른쪽)과 패트릭 리 디렉터가 전 세계 미술계의 관심이 집중되는 프리즈 서울과 한국 미술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프리즈 서울은 항상 서울의 독특한 문화적 경관을 반영하려고 노력해왔다. 우리는 아트페어를 통해 현지 갤러리들을 대표적으로 조명하고, 아시아 전역의 주요 예술 기관, 문화계 인사들과 협업을 진행해왔다. 마찬가지로 프리즈 위크는 서울 전역에서 열리는 전시와 이벤트를 통해 지역 예술계의 강점과 다양성을 보여주도록 설계했다. 우리는 전 세계 방문객들이 서울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전통과 현대의 독특한 조화, 활기찬 현대미술계에 매력을 느낀다고 생각한다. 서울의 로컬 음식, 역사적 장소, 혁신적인 건축물 또한 매력적인 요소로 작용하여 풍부하고 몰입적인 경험을 제공한다. 프리즈 서울을 찾는 방문객들에게 아트페어가 그저 미술품을 사고파는 공간이 아닌, 평소에는 접하지 못한 예술 경험을 선사하는 기회의 장이 되고자 한다.

대형 페어가 지역 예술시장(Local art market)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편견도 있다.

프리즈는 언제나 프리즈가 개최되는 도시의 현지 예술 커뮤니티를 지원하려고 노력해왔다. 프리즈 서울도 많은 부분에서 한국과 아시아의 예술가, 갤러리, 기관, 문화 인사들에게 아트 플랫폼을 제공하는 데 중점을 둔다. 예를 들어, 포커스 아시아 섹션은 아시아의 젊은 갤러리들을 위한 것으로, 프리즈의 파트너사인 스톤아일랜드가 상당한 보조금을 지원한다. 이런 측면에서 우리는 아시아에서 가장 흥미롭고 중요한 갤러리들에 더욱더 집중하고 그들을 조명할 수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아티스트 어워드’를 진행해 젊은 예술가들에게 새로운 작품을 제작하고 국제 무대에 전시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올해 수상자인 최고은 작가는 다가오는 프리즈 서울에서 새로운 설치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며, 이미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또 키아프 서울과 맺은 파트너십은 서울 예술계에서 긍정적인 존재로 자리 잡고자 하는 우리의 지속적인 노력을 잘 보여주는 예라고 생각한다.

프리즈와 협업을 희망하는 많은 기관이 있을 것 같다. 협업의 기준이 있나.

우리는 공공·사립 미술관, 비영리단체, 작가가 운영하는 예술 공간을 포함해 서울의 다양한 주요 예술 기관과 협력하게 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협업 기관을 정하는 데 특별한 기준은 없지만 프리즈의 핵심 가치인 ‘뛰어난 예술을 지원한다’는 가치관이 일치하는 기관에 자연스럽게 끌리게 된다. 이러한 가치는 1991년 프리즈 매거진의 창간 이래 지속적으로 전 세계 문화 담론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앞으로도 프리즈 페어 위원회가 선정한 갤러리들과 그들이 지원하는 예술가들을 포함해 우리의 가치관에 부합하는 기관들과 협력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해나가고 싶다.

한국화랑협회가 주관하는 키아프와 공동 주최를 하고 있다. 이로 인한 영향도 궁금하다.

프리즈 서울과 키아프가 공동 개최함으로써 방문객들에게 포괄적인 예술 경험을 제공하며 매우 유의미한 협업을 만들어나가고 있다. 단순히 개최 장소를 공유하는 것을 넘어 서로 프로그램과 마케팅을 조율하여 최대한의 시너지를 발휘하고 있다. 이 협업은 두 아트페어 모두의 가시성과 영향력을 확대하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프리즈 서울을 보기 위해 전 세계에서 방문한 관람객들이 키아프에서도 작품을 구매한 사례들이 있으며, 반대로 프리즈도 키아프가 지난 20년 동안 구축해온 예술계 커뮤니티의 혜택을 받고 있다. 두 아트페어 공통의 목표는 문화적 중심지로서 서울의 정체성을 강화하고 한국이 글로벌 미술시장에서 영향력을 확장하도록 돕는 것이다. 이를 위해 두 아트페어가 서울이라는 도시에 함께 만들어내고 있는 에너지가 모든 이에게 매우 긍정적인 경험이 되고 있다.

프리즈 나이트를 삼청동, 한남동, 청담동 이외의 장소로 확대할 계획이 있나.

그렇다. 프리즈 위크가 서울 예술계에 큰 영향을 미치며 국제적인 관심을 키워왔고, 지역의 예술가와 갤러리, 기관 간의 공동체의식을 지속적으로 강화해왔기에 올해는 규모를 더욱 확대하려 한다. 갤러리의 야간 개장, 패널들과 함께하는 토크 프로그램, 공공 설치미술 등 다양한 형태의 이벤트로 발전했으며, 더 많고 다양한 대중이 예술을 접할 수 있도록 했다. 올해는 총 네 지역에서 갤러리 나이트를 선보일 예정이다.

을지로 나이트는 9월 2일 월요일, 을지로의 신흥 갤러리들과 독립 공간들을 조명하며 야간 개장과 이벤트를 선보일 예정이다. 을지로는 인쇄산업의 역사에서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 지역으로, 현재는 예술가와 창작자들이 모여드는 예술 허브로 발전하고 있다. 프리즈 갤러리 나이트가 이전에는 한남동, 청담동, 삼청동의 갤러리와 박물관, 비영리 공간에서 이벤트를 성공적으로 진행해왔고 이에 대한 반응이 매우 뜨거웠기에 올해 을지로를 추가해 더 큰 에너지를 이끌어낼 수 있기를 기대한다.

프리즈 서울과 그에 수반된 예술 주간에 우리는 서울의 예술적 활기와 아트 신(Scene)을 기념할 계획이다. 한국은 문화에 큰 가치를 두는 나라이며, 이는 정부 정책의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다. 이런 정부의 지원 덕분에 프리즈 서울이 국내외에서 크게 주목받을 수 있었으며, 프리즈 페어에 대한 참여와 관심도 크게 높아졌다. 앞으로도 더 많은 대중을 폭넓게 프리즈 위크로 이끌어 더 다양한 문화적 기회를 탐색하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기억에 남는 컬렉터가 있나.

이름을 밝힐 수는 없지만 이미 여러 국제기관과 국제적으로 저명한 컬렉터들이 프리즈 페어에 참석해왔고 올해도 함께할 것임을 확인했다. 이러한 후원자들은 예술가들이 혁신을 이어가고 예술 기관들이 담론을 확장할 수 있도록 예술계를 지탱하는 힘이 되어주기에 그들의 지속적인 지원과 관심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 정승우 - 고려대학교 법학과(학사), 동 대학원(법학 석사, 법학 박사) 졸업 후 2011년 공익재단법인 유중문화재단과 복합문화공간인 유중아트센터를 설립하여 이사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 정리=정소나 기자 jung.sona@joongang.co.kr _ 사진 최영재 기자

202409호 (2024.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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