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률 저하로 성장 한계가 우려되는 키즈 마켓에서 쉼 없는 고속 성장으로 주목받는 회사가 있다. 대규모 투자나 자본력 없이 속도보다 방향에 집중하며 스스로 브랜드가치를 쌓아 올린 더캐리. 차별화된 컬러와 패턴, 기발한 아이디어에 감각적인 큐레이션을 더해 브랜드 스펙트럼을 넓혀나가고 있다. 더캐리는 이제 아이들을 위한 패션 브랜드에서 더 나아가 전 세대를 아우르는 패밀리 라이프스타일 기업으로 도약할 준비를 마쳤다.
▎최근 캐리마켓 신사를 성공적으로 오픈하며 패밀리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입지를 다진 이은정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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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과 함께하는 따뜻하고 행복한 크리스마스의 기쁨을 매일매일 선사하고 싶어요.”지난 8월 22일 신사동 가로수길 중심부에 국내 최대 규모로 오픈한 패밀리 라이프스타일 편집숍 ‘캐리마켓 신사’는 독특한 개성과 차별화된 브랜드를 구축해온 더캐리 이은정 대표의 정체성이 집약된 공간이다.우리가 캐럴을 들으며 가장 행복했던 유년 시절의 크리스마스를 추억하듯, 아이들에게 옷으로 잊지 못할 행복한 기억을 선물하고 싶은 더캐리의 마음을 층층마다 빼곡히 담아냈다. 캐리마켓 신사는 연면적 1570㎡의 지상 5층, 루프톱에 걸쳐 패션·리빙·뷰티·식음료(F&B)· 교육 등 다양한 카테고리를 선보인다. 2017년 가로수길에 처음 문을 연 캐리마켓을 확장 이전하면서 아이들뿐 아니라 함께 방문하는 가족 모두에게 감도 높은 제품과 다채로운 콘텐트 경험을 제공하고자 패밀리 라이프스타일로 카테고리를 확장해 선보이는 공간이다. 오픈하자마자 가로수길의 새로운 핫 플레이스로 인기를 얻고 있다.캐리마켓을 전개하는 더캐리는 2012년 패션 MD 출신 이은정 대표가 블로그 팬덤을 기반으로 론칭한 유아동복 브랜드 ‘베베드피노(BEBE DE PINO)’에서 시작된 패션 기업이다. 2013년 베베드피노의 공식 사이트를 오픈했고, 2014년 법인을 설립해 본격적으로 오프라인 사업 확장에 나섰다. 브랜드 규모가 커지며 패션 디자이너 출신인 남편 윤중용 대표가 합류해 2016년 주니어 브랜드 아이스비스킷(ICEBISCUIT), 라이프스타일 편집숍 캐리마켓(KARYMARKET)을 차례로 론칭하고, 2019년 수입 브랜드 누누누(nununu), 2023년에는 프리미엄 유아동 언더웨어 ‘베베드피노 언더웨어(Bebedepino Underwear)’를 론칭했다. 지난 9월에는 올 시즌 새롭게 시작한 푸마 키즈(PUMA KIDS)를 포트폴리오에 추가하며 브랜드의 스펙트럼을 확장해나가고 있다. 이미 지난 2016년 광저우에 중국 법인을 설립해 중국에 20여 개 베베드피노 매장을 운영 중이며, 일본과 미국 진출도 모색 중이다. 2021년부터 4년 연속 대한민국 퍼스트브랜드 대상을 수상한 베베드피노, ‘한국소비자 평가 최고의 브랜드’ 아동복 부문 4년 연속 대상을 수상한 아이스비스킷을 앞세워 국내 키즈 패션 기업의 선두 주자로 자리매김했다.더캐리만의 장점은 차별화된 디자인과 상품력이다. 이 대표는 자신의 아이들을 뮤즈 삼아 디자인에 아이들의 의견을 반영하고, 함께 여행을 하면서 보고 느낀 것을 담아내기에 기존의 아동복에서는 볼 수 없는 컬러감과 패턴, 톡톡 튀는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아이템이 탄생한다. 여기에 과감한 투자와 감각적인 상품 구성이 어우러져 특히 30~40대 젊은 부모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아이들에게 잊지 못할 행복한 기억을 선물하려는 ‘캐리 산타’의 노력은 성과로도 이어졌다. 론칭 이래 한 해도 후퇴 없이 지속적으로 성장을 거듭해온 더캐리는 법인 설립 10주년을 맞은 지난해 연 매출 1350억원을 기록했으며, 올 시즌에는 1600억원을 목표하고 있다.
대규모 투자나 자본력 없이 아이들에게 행복한 순간을 선물한다는 방향성 하나로 스스로 브랜드가치를 쌓아 올린 더캐리. 지난 9월 12일, 캐리마켓 신사에서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도전으로 패밀리 라이프스타일 기업으로 성장 중인 이은정 대표를 만났다.
▎생동감 넘치는 컬러와 귀여운 캐릭터를 앞세운 베베드피노의 가을 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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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복 시장을 리드하고 있다. 아동복을 시작하게 된 계기와 각 브랜드의 론칭 배경도 궁금하다.아이를 낳고 자연스레 아동복에 관심이 생겼다. 백화점 브랜드들은 마음에 드는 게 없었고, 당시 유행하던 해외 브랜드는 디자인이 너무 단순하고, 핏도 동양 아이들에게는 맞지 않았다. ‘뭔가 다른 옷이 없을까’ 고민하며 열심히 서치하다 북유럽 브랜드를 알게 됐다. 알록달록 생동감 넘치는 컬러를 보며 ‘우리나라에는 왜 이런 브랜드가 없을까’ 하는 생각으로 이어졌다.처음에는 아이에게 북유럽 감성의 예쁜 옷을 입히고 싶은 마음에 직접 옷을 만들었고, 조금 더 만들어서 주변 친구들에게 선물해야겠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다. 단기간에 인기가 급증했고 구매를 문의하는 뜨거운 반응에 힘입어 탄생한 브랜드가 ‘베베드피노’다. 엄마들의 입소문만으로 블로그에서 카페로, 온라인숍과 오프라인숍으로 점차 규모를 확장해나가며 성장할 수 있었다.큰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유아동복에 대한 관심이 주니어 의류로 이어졌고 베베드피노 감성과 다른 브랜드를 만들고 싶어 미국 브루클린의 스트리트 감성을 담은 주니어 브랜드 ‘아이스비스킷’을 론칭했다. 콘셉트가 다른 만큼 아이스비스킷은 기존의 베베드피노 유통 방식과는 좀 다르게 전개하고 싶었다. 이왕이면 우리 브랜드뿐 아니라 인지도는 낮지만 실력 있는 국내 외 브랜드들을 한곳에 모아 보여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캐리마켓을 시작하게 되었다. 가로수길에 430㎡ (130평) 규모의 건물 3개 층에 단순히 의류 판매뿐 아니라 아이들과 엄마들이 편하게 참여할 수 있는 클래스와 전시회를 비롯해 다양한 콘텐트를 만들어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재미난 공간을 구상했다. 오픈 당시만 해도 국내에는 다소 생소한 패밀리 라이프스타일 편집숍으로 주목을 받았고, 불과 몇 달 만에 가로수길의 명소가 될 정도로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현재 새롭게 오픈한 이곳 캐리마켓 신사 플래그십스토어를 비롯해 백화점, 아울렛, 스타필드 등 전국에 20여 개 매장을 보유하고 있고, 회사가 성장하는 데 중요한 구심점이 되었다.
2021년 574억원, 2022년 903억원에 이어 법인 설립 10주년을 맞은 지난해 1350억원의 연 매출을 기록했다. 지난 10년간 브레이크 없는 성장을 기록한 비결이 뭘까.아이러니하게 들릴지 몰라도 지금껏 단 한 번도 성장의 ‘속도’에 대해서 생각해본 적이 없다. 사실 CFO를 영입하기 전까지는 매출 데이터를 본 적도 없을 만큼 성장속도에 관심을 가질 여유도 없었다. 대신 브랜드의 ‘방향성’에 대한 고민을 굉장히 오래 하는 편이다. 아이스비스킷이나 캐리마켓 모두 우리가 가고자 하는 방향에 맞는지 적어도 2~3년가량 깊이 고민했던 것 같다. 지금 우리의 다음 방향을 고민하는 것처럼 말이다.단순히 돈이 되는 것만 생각했다면 금방 지쳐 지금까지 즐겁게 일할 수 없었을 것 같다. 하지만 숫자보다는 가치, 속도보다는 방향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 것이 지금 이만큼 성장할 수 있는 큰 힘이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앞으로도 어떤 것과도 타협하지 않고 브랜드의 방향성을 오래 고민하며 우리만의 ‘캐리 웨이’를 만들어나갈 계획이다.
언뜻 보면 시작부터 탄탄대로만 걸어온 것 같은데.처음부터 쭉 잘됐다고 생각하는 분이 많은데, 매달 매시즌 어려운 일이 너무 많았다. 우연히 탄생한 베베드피노와 달리 아이스비스킷은 잘 키워보겠노라 작정하고 만든 브랜드다. 베베드피노를 입고 자란 아이들이 자라 학령기가 되면 자연스럽게 아이스비스킷을 입게 될 것이라 생각했는데, 베베드피노 고객 중 10~20%도 유입되지 않아 론칭 후 2~3년 동안은 내내 고전했다. 고심 끝에 대기업이나 유명 브랜드에 대항하는 경쟁력을 갖추려면 먼저 상품에 포커싱해야 한다고 판단했다.어떤 상품을 주력으로 내세울지 고민했다. 아이의 초등학교 입학 선물로 책가방을 많이 받았는데, 갓 입학한 아이가 메기에는 무거운 가방이 대부분이더라. ‘책가방’을 아이스비스킷의 대표 아이템으로 삼기로 마음먹고 정말 셀 수 없을 만큼 다양한 책가방을 만들고 고민하고, 테스트하기를 반복했다. 가볍고, 세탁하기 쉽고, 멀리서도 눈에 띄는 책가방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한 끝에 이제는 아이스비스킷 하면 책가방이 연관 검색어로 뜰 만큼 베스트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다. 스타일리시한 책가방과 함께 아이스비스킷 옷을 입힌 엄마들 덕분에 자연스럽게 패셔너블한 주니어 룩으로 이름을 알릴 수 있었다.캐리마켓도 굉장히 빠른 시간에 이름을 알린 것 같지만, 내부에서 수년간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겨우 시작했을 만큼 운영 방식부터 수익 구조를 만드는 것까지, 어느 것 하나 쉽지 않았다. 오픈 당시에는 국내에는 다소 생소한 유아동 전문 편집숍으로 주목도 받았지만, 의구심도 많았다. 매달 팝업 브랜드를 선정하고, 큐레이션을 계속 바꿔주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접목한 이벤트를 기획해야 하는 등 녹록지 않은 일투성이였다. 고생이 불보듯 뻔한 일이었지만, 한 공간에서 작지만 좋은 브랜드들을 함께 소개하고 키우며 상생하는 새로운 플랫폼을 만들고 싶다는 욕심이 더 컸다. 수익이 나지 않으면 사업을 포기해야 하는 대기업에서는 하기 힘든 일이지만 우리는 할 수 있다는 신념과 소신이 자연스럽게 생겼다.
이렇게 ‘우리가 아니면 안 된다’라는 사명감과 자부심으로 시작한 편집숍 캐리마켓은 하루에도 수십, 수백개씩 인스타그램 DM으로 감사와 응원이 쏟아지는 공간이 되었다.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줘서 너무 고맙다’, ‘아이가 너무 좋아한다’는 피드백부터 ‘이런 공간이 많이 생기면 좋겠다’는 바람이 담긴 메시지, 지나가다 만나면 ‘대표님, 파이팅!’을 외쳐주는 고객들까지. 지난 12년간 한결같이 자리를 지키며 버티고 성장할 수 있도록 큰 힘이 되어준 많은 분께 감사한 마음이다.
▎미국 브루클린의 스트리트 감성과 힙한 무드가 담겨 있는 아이스비스킷의 가을 컬렉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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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가을 ‘푸마 키즈’를 새롭게 론칭했다. 새로운 브랜드를 포트폴리오에 추가한 이유가 있나.더캐리의 브랜드는 모두 매년 눈에 띄게 성장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IP를 가지고 있는 회사에서 갑자기 왜?’라며 궁금해하는 분이 많다. 하지만 우리가 아무리 좋은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도 단기간에 만들 수 없는 것이 바로 ‘헤리티지’다. 헤리티지는 브랜드가 오랜 세월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사랑을 받아야만 만들어낼 수 있기에 헤리티지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 헤리티지를 지닌 라이선스 브랜드를 물색하다 ‘푸마’의 헤리티지에 더캐리의 브랜딩이면 해볼 만하겠다는 자신감에 ‘푸마 키즈’를 론칭했다.
더캐리의 브랜드들은 다양한 브랜드와 아티스트, 유명 캐릭터 등과 진행한 활발한 컬래버레이션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지난 2021년, 미국의 국민 캐릭터 ‘케어베어’와 베베드피노의 첫 컬래버레이션을 꼽고 싶다. 4년 전만 해도 국내에서는 케어베어가 인지도가 높지 않았지만, 개인적으로는 너무 좋아하는 캐릭터였다. 톡톡 튀는 컬러와 깜찍한 캐릭터를 활용한 컬래버레이션 아이템으로 케어베어의 인지도도 함께 올릴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한정판 토트백과 커다란 케어베어 인형을 사은품으로 증정하는 행사를 기획했다. 오픈 후 불과 1시간 만에 네이버 쇼핑 라이브에서 매출 7억원을 올려 베베드피노의 하루 매출 기록을 경신하며 컬래버레이션의 힘을 느낀 성공적인 케이스가 됐다.이 밖에도 아이스비스킷과 ‘이스트팩’, ‘산리오’에 이어 지금 진행 중인 ‘켈로그’까지, 오랜 시간 준비해 선보인 프로젝트들이 좋은 반응을 얻으며 더캐리가 자체적으로도 이런 마케팅을 펼칠 수 있는 회사라는 저력을 보여주는 기회가 됐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새롭고 기발한 컬래버레이션을 선보일 예정이니 기대해달라.
2022년에는 더캐리가 ‘가족친화인증 기업’에 선정되었고, 지난해에는 이 대표가 2023 ‘제2회 여성기업주간’ 여성기업유공자 포상에서 산업포장을 수상하기도 했는데.회사가 지향하는 핵심 가치의 중심에 ‘가족’이 있어 자연스럽게 이어진 성과라고 생각한다. 나도 우리 아이들의 엄마이지만, 회사 직원들도 누군가의 엄마 혹은 아빠이다. 명절 연휴뿐 아니라 한 달에 1회는 조기퇴근을 할 수 있는 패밀리 데이로 만들어 직원들이 가족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보장한다. 장기근속자들에게는 리프레시 휴가와 안식월 제도를 통해 길게 휴가를 즐길 수 있도록 하는 등 일과 생활의 균형을 추구하고. 가족 친화적인 환경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 밖에도 직원들이 잠깐이라도 마사지를 받으며 피로를 풀 수 있도록 헬스케어실을 마련했고, 건강검진 외에도 의료비 50만원을 지원해주는 등 직원 개개인의 건강에도 신경 쓰고 있다.
이곳 ‘캐리마켓 신사’가 어떤 공간이 되기를 바라는가.아직도 내게는 어린 시절 주말마다 부모님과 함께 백화점이나 작은 상가에 가서 보고, 먹고, 들었던 많은 것이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 우리 아이들에게도 이처럼 좋은 기억으로 남을 만한 장소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이왕이면 아이와 함께 방문하는 가족 모두에게 행복한 기억을 선사하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언제든 부담 없이 편하게 들러 행복한 시간을 공유하는, 한국을 대표하는 패밀리 라이프스타일 숍으로 자리매김해 훗날 좋은 기억의 장소로 떠올릴 수 있길 바란다.
앞으로의 목표가 있다면.우선 캐리마켓 신사의 성장에 집중해 ‘키즈’라는 카테고리를 뛰어넘어 전 세대와 소통할 수 있는 큐레이션으로 패밀리 라이프스타일 기업으로 도약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표다.- 정소나 기자 jung.sona@joongang.co.kr _ 사진 최영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