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아플 때 예술 작품은 마법의 물약이 되곤 한다. 단단한 도자기에서 내면의 강인함을 읽을 수 있고, 다채로운 꽃에서 자연의 생동감을 느낄 수 있다. 치유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예술 작품을 보며 그간 돌보지 못했던 마음을 치유해보자.
▎한유진 [자기를 위한 꽃꽂이] 20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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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면 병원에 가고, 약을 먹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일상을 살아가면서 몸의 회복만큼 중요한 것이 정서적이고 감정적인 회복이다. 현대사회에서 피할 수 없는 끊임없는 스트레스와 불안으로 인해 많은 사람이 심리적 치유를 필요로 한다. 이때 심리치료나 정신과적 접근이 중요하지만, 자연의 요소들도 지친 마음을 치유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특히 흙과 같은 자연 재료로 빚어낸 도자기와 아름다운 꽃들은 힘든 감정을 위로하고, 내면의 평화를 가져다준다.도자기는 흙을 갈아 빚고, 고온으로 소성해 단단해지는 과정을 거친다. 이는 인간의 삶과 닮아 있다. 우리는 매일 고난과 도전을 거듭하며 더 강해지고, 더 단단해지기 때문이다. 이런 닮음 때문일까, 도자기는 존재 자체로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정서적 회복을 도모한다. 또 꽃은 그 자체로 생명력과 아름다움을 상징한다. 찌그러진 도자기에 피어난 작은 꽃 한 송이는 희망과 꿈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하고, 그 아름다움은 자연스레 우리의 마음을 기쁘게 한다.한유진 작가는 이러한 도자기와 꽃을 매개로 감정과 삶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그녀의 작품은 단순히 시각적인 아름다움을 넘어서, 우리의 내면에 치유와 위로의 메시지를 전한다. 작가는 도예과를 졸업했지만, 실제 흙이 아닌 색채 안료로 도자기를 빚고 꽃을 심는다. 작품 안에서 이뤄지는 자연과 예술의 만남은 보는 이로 하여금 마음의 평안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내면의 단단함, 달항아리
▎한유진 [오필리아] 20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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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유진 작가의 2022년 유화 작품인 [자기를 위한 꽃꽂이]는 단단하고 둥근 달항아리를 중심으로 아름다운 꽃들이 배치된 구도로 구성되어 있다. 달항아리는 은은한 흙의 질감이 드러나는 은빛으로 표현했으며, 항아리를 둘러싼 꽃들은 다채로운 색상과 생명력을 지니고 있다. 전체적인 배경은 밝고 생동감 넘치는 색상으로 구성해 달항아리의 단단함과 안정감을 강조한다.감상자는 이 작품에서 ‘단단함’과 ‘내면의 힘’을 발견할 수 있다. 달항아리는 한국 전통 도자기의 대표적인 형태로, 단단하고 완벽한 원형은 내면의 힘과 안정감을 상징한다. 항아리가 지닌 단단한 외형은 마치 우리의 내면이 어떠한 어려움에도 흔들리지 않는 강인함을 나타내는 듯하다. 이러한 단단함은 단지 물리적인 것이 아니라, 정신적인 강인함과 내면의 힘을 상징한다.감상자는 이 작품을 보며 내면의 강인함과 단단함을 발견하고, 마음의 평화를 찾을 수 있다. 달항아리의 완전한 형태와 그 주위를 감싸는 아름다운 꽃들은 우리가 내면의 힘을 바탕으로 성장하고 꽃피울 수 있음을 깨닫게 한다.한유진 작가는 이 작품을 보는 감상자의 마음이 달항아리처럼 건강하게 가득 차기를 희망한다. 달항아리의 안정감과 꽃의 생명력이 결합된 이 작품은 감상자에게 내면의 평온과 강인함을 전달하며, 삶의 어려움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배려와 어우러짐제목이 같은 이 작품은 도자기와 꽃들이 어우러진 모습을 담고 있다. 부드러운 흙빛 도자기와 다양한 색채의 꽃들이 화면을 가득 채우며 조화를 이루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꽃들은 핑크색, 보라색, 노란색 등 다채로운 색상으로 표현되어 있다. 그중에서도 도자기의 오른쪽 위로 피어오르는 작은 꽃 한 송이가 눈에 띈다. 배경은 차분한 회색빛으로 구성해 도자기와 꽃들의 생동감을 돋보인다.이 작품에서 우리는 ‘배려’와 ‘어우러짐’을 발견할 수 있다. 각각의 꽃들이 저마다 다른 색과 형태를 띠고 있지만, 한 화면 안에서 조화를 이루는 모습은 서로에 대한 배려와 이해를 상징한다. 도자기는 그 꽃들을 담아내며 그들을 더욱 빛나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이는 우리가 타인과 어우러져 살아갈 때,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며 함께 조화를 이루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떠올리게 한다.감상자는 이 작품에서 자신과 타인, 사회와의 관계에서 중요한 배려와 어우러짐의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 꽃들이 서로 어우러져 아름다운 장면을 만들어내듯이 우리도 사회 속에서 서로를 배려하며 함께 살아가야 함을 느끼게 된다.
더 나아지려는 용기[오필리아]는 '햄릿'의 비운의 주인공 오필리아를 소재로, 그녀가 물 위에 떠 있는 모습을 표현했다. 오필리아의 몸은 흰색 옷으로 덮여 있고, 그녀의 머리는 물결 속에 잠겨 있는 듯 보인다. 배경은 깊은 녹색과 다양한 색상의 꽃들로 가득 차 있으며, 밝은 노란색 나무와 주황색 꽃들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전반적으로 풍부한 색채와 세밀한 묘사가 돋보이는 작품이다.이 작품은 슬픔 속에서도 희망을 찾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오필리아의 모습은 비극적이지만, 주변의 화려한 꽃들과 밝은 색상들은 새로운 시작과 아름다운 미래를 상징한다. 작가는 오필리아가 처한 슬픔을 넘어, 그녀가 고개를 돌리면 만날 수 있는 또 다른 아름다운 세계를 보여주고자 한다. 이는 감상자에게 슬픔과 절망에 머무르지 말고, 고개를 들어 미래를 바라보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한다.슬픔에서 벗어나 새로운 희망을 찾는 것은 용기라는 작은 움직임이다. 오필리아의 비극적 상황 속에서도 주변의 아름다운 자연과 색채는 우리가 눈을 돌려보면 더 나은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슬픔을 등에 지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라는 작가의 메시지는 감상자의 마음에 깊은 울림을 준다.
죽은 나무에 피는 꽃, 희망
▎한유진 [에덴] 20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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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덴]은 복잡하면서도 아름다운 자연의 풍경을 담고 있다. 중앙에는 고목이 자리하고, 그 주변에는 다양한 색채의 꽃들과 식물들이 자라나고 있다. 고목의 나뭇가지와 줄기는 세밀한 패턴과 다채로운 색상으로 표현해 마치 재생과 성장을 상징하는 듯 보인다. 왼쪽에는 여성의 형상이 나무와 어우러져 있으며, 그녀의 부드러운 표정은 평온함과 조화로움을 나타낸다. 배경에는 다양한 색조와 형태의 식물들이 어우러져 하나의 풍경을 이루고 있다.이 작품은 살아가며 직면하게 되는 괴로운 고민들이 사실 우리의 생각과 머릿속에서 나온다는 것을 시사한다. 내면의 불안을 이겨내며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생각들을 담으면, 그 금빛 생각이 흐르고 넘쳐 결국 삶을 아름다운 방향으로 이끌어갈 것이다. 죽은 줄 알았던 나무에서 꽃이 피어나고, 단단하고 차가운 돌에도 살가운 이끼가 자리 잡아가듯, 우리는 내면의 긍정적인 변화로 인해 새로운 생명과 희망을 찾을 수 있다.이 작품은 잃어버렸던 에덴이 바로 우리의 내면에서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임을 깨닫게 한다. 고목에서 피어난 꽃들과 돌 위에 자리 잡은 이끼는 우리가 어떻게 내면을 가꾸고, 긍정적인 생각과 희망으로 삶을 새롭게 만들어갈 수 있는지를 상징한다. 내면의 힘과 긍정적인 사고는 삶을 아름답게 바꿔나갈 수 있는 희망이며,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 스스로 가꿔나갈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기억하게 한다.
※ 김소울 -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을 졸업하고 미국 플로리다주립대학교에서 미술치료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국민대학교 디자인대학원 미술치료전공 겸임교수이자 플로리다마음연구소 대표다. [치유미술관] 외 19권의 저역서가 있다.